대리행위의 하자

대리행위에서 의사의 흠결·사기·강박이나 어떤 사정을 알았거나 과실로 몰랐는지가 문제 되면 원칙적으로 대리인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계약 효과가 본인에게 귀속되더라도 실제 의사표시를 하는 사람은 대리인이기 때문이다(민법 제116조 제1항). 다만 본인이 특정한 법률행위를 위임하고 대리인이 그 지시에 따라 행위했다면, 본인은 자신이 알았거나 과실로 몰랐던 사정에 관하여 대리인이 몰랐다고 주장하지 못한다(같은 조 제2항).

쉽게 말하면 — 대리인이 속아서 계약했다면 본인이 직접 속지 않았어도 계약 취소가 문제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대리인이 거래에 영향을 주는 사정을 알고 있었다면 본인만 몰랐다고 해서 보호되는 것은 아닙니다. 본인이 문제를 알면서 특정 계약을 맡기고 대리인이 그 지시대로 계약했다면, 본인은 대리인만 몰랐다고 주장할 수 없습니다.

누구의 착오와 인식을 기준으로 판단하나?

의사의 흠결·사기·강박 또는 어떤 사정을 알았거나 과실로 알지 못한 사실은 원칙적으로 대리인을 기준으로 정한다(민법 제116조 제1항). 본인이 직접 교섭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대리행위의 하자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대리인이 계약 과정에서 어떤 설명을 들었고 무엇을 알고 있었는지가 중요하다.

의사의 흠결에는 착오뿐 아니라 진의 아닌 의사표시와 통정한 허위표시도 포함된다(민법 제107조, 같은 법 제108조, 같은 법 제109조). 제116조는 이때 판단할 사람을 정하는 것이지 하자 있는 계약을 전부 무효로 만드는 규정은 아니다.

하자가 있으면 언제 취소할 수 있나?

대리인을 기준으로 하자를 판단하더라도 착오·사기·강박 각각의 취소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착오는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부분에 관한 것이어야 하고, 그 착오가 표의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때에는 원칙적으로 취소하지 못한다(민법 제109조 제1항). 다만 상대방이 표의자의 착오를 알고 이용했다면 중대한 과실이 있어도 취소할 수 있다(2017다227264 판결요지 [1]).

사기·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는 취소할 수 있다. 제3자가 사기·강박을 한 경우에는 의사표시의 상대방이 그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만 취소할 수 있다(민법 제110조 제1항·제2항). 대리인이 제3자에게 속았다면, 속은 사실은 대리인을 기준으로 보되 거래상대방이 그 사기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지는 따로 확인해야 한다(같은 법 제116조 제1항).

착오·사기·강박을 이유로 한 취소는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민법 제109조 제2항, 같은 법 제110조 제3항). 하자가 확인되었다고 해서 그 뒤 권리를 취득한 사람 모두에게 취소를 주장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본인이 알고 대리인만 몰랐다면 달라지나?

본인이 특정한 법률행위를 위임하고 대리인이 그 지시대로 행위했다면, 본인은 자신이 알았거나 과실로 몰랐던 사정에 관하여 대리인이 몰랐다고 주장하지 못한다(민법 제116조 제2항). 특정 행위의 위임과 지시에 따른 실행이라는 두 조건이 필요하다.

가령 본인이 계약의 효력에 영향을 줄 사정을 알면서 특정 계약을 지시하고, 대리인이 그 사정을 모른 채 지시대로 계약했다면, 본인은 그 사정에 관하여 대리인이 몰랐다고 주장할 수 없다. 다만 이 예외가 적용되어도 대리인 자신의 인식이나 하자를 살피는 원칙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본인과 대리인이 각각 무엇을 알고 어떤 지시를 주고받았는지 나누어 확인해야 한다(민법 제116조).

본인에게 최종 결정권이 있으면 사자인가?

최종 결정권이 본인에게 남아 있다는 사실만으로 사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사자는 본인이 이미 완성한 의사표시를 전달하는 사람인 반면, 대리인은 외부 관계에서 자신의 의사표시로 행위한다. 대리인도 본인의 지시를 따를 수 있으므로 최종 승인권의 소재만으로 양자를 구별할 수 없다(2023다225580 판결요지 [2]).

판단할 때는 상대방의 합리적 시각에서 외부에 나타난 모습을 중심으로 자격·역할·재량·전문지식·보수 등을 종합한다. 2023다225580은 변호사들이 단순한 사자라는 원심의 설명은 수긍하기 어렵다고 보았지만, 쌍방자문에 동의했다는 판단 등을 받아들여 상고를 기각했다. 사자라는 설명을 배척한 것과 원심의 결론을 뒤집은 것은 다르다.

이 구별에 따르면, 사자가 본인이 완성한 의사표시를 그대로 전달한 경우 그 의사표시의 하자나 인식은 본인을 기준으로 살핀다. 의사표시를 하는 대리인을 판단 기준으로 삼는 민법 제116조와 구별되기 때문이다. 이는 대리인과 사자의 구별에서 도출되는 설명이지, 앞의 판결이 사자의 하자 분쟁을 직접 판단했다는 뜻은 아니다.

대리인이 이중매매에 가담한 경우는 어떤가?

대리인이 매도인의 배임행위에 적극 가담했다면 본인이 이를 몰랐다는 사정만으로 계약의 반사회성을 부정할 수 없다. 대법원은 토지의 선행 매매 사정을 잘 아는 아버지가 자녀를 대리하여 다시 매수한 사안에서 이 기준을 적용했다(97다45532 판결요지 [2]).

이 사건은 대리인이 선행 매매를 단순히 알았다는 데 그치지 않고 배임행위에 적극 가담한 경우다. 본인의 무지만으로 하자를 없앨 수 없다는 판시를, 이중매매 사실을 알면 언제나 계약이 무효라는 뜻으로 넓혀서는 안 된다. 사회질서 위반의 무효 여부와 어느 사람의 인식을 기준으로 할지는 함께 살펴야 한다(민법 제103조, 같은 법 제116조, 97다45532).

대리인이 미성년자이면 계약을 취소할 수 있나?

대리인은 행위능력자일 필요가 없으므로 미성년자라는 이유만으로 본인에게 귀속되는 계약을 취소할 수는 없다(민법 제117조). 다만 대리인이 미성년자이더라도 착오·사기·강박에 관한 판단은 별도로 해야 한다(민법 제116조).

권한이 없거나 권한을 남용한 경우도 같은 문제인가?

대리권의 유무·남용은 의사표시의 하자와 별도로 확인할 문제다. 권한이 없는 사람이 한 계약은 무권대리, 권한을 본인의 이익에 반하여 행사한 경우는 대리권 남용에서 다룬다. 하자 판단에 앞서 누가 누구를 대리했는지와 권한이 있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민법 제114조, 같은 법 제130조).

실무 체크포인트

  • 교섭 당시 자료를 사람별로 나눈다. 본인과 대리인이 각자 받은 설명·알고 있던 사실·지시 내용을 구별한다(민법 제116조).
  • 본인 지시 예외의 조건을 확인한다. 특정 행위의 위임인지, 대리인이 그 지시대로 실행했는지 함께 본다(민법 제116조 제2항).
  • 하자와 효과를 구별한다. 대리인을 기준으로 판단하더라도 착오·사기의 취소 요건과 선의의 제3자 보호를 따로 확인한다(민법 제109조, 같은 법 제110조).
  • 사자라는 명칭에만 기대지 않는다. 최종 승인권뿐 아니라 실제 교섭 역할과 재량을 확인한다(2023다225580 판결요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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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수정 2026년 9월 7일 ·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이고 개별 사안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최종 수정일 기준으로 작성됐으며 이후 법령 개정이나 판례 변경으로 현행과 달라질 수 있고, 법령·판례의 문언은 정본이 우선합니다. 내용만을 근거로 한 판단으로 생긴 손해에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면책 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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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우법무사

신우법무사

법무사 김정걸은 1994년 제2회 법무사시험에 합격해 32년간 법무사 업무를 해 왔습니다. 1984년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했습니다. 외국인 상속등기 · 한정승인 · 상속포기, 상속관련 소송 · 비송, 회사등기, 강제집행 등을 주업무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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