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권 남용

대표권 남용은 주식회사의 대표이사가 객관적으로 대표권 범위에 속하는 행위를 하면서, 회사의 영리 목적과 관계없이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하는 것을 말한다. 대표이사의 그런 목적만으로 거래가 곧바로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 거래상대방이 그 진의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 회사에 대하여 무효가 된다(민법 제107조 제1항, 97다18059, 2005다3649).

쉽게 말하면 — 대표이사가 회사 이름으로 계약할 권한은 있지만, 그 권한을 자기 빚을 없애거나 다른 사람에게 이익을 주는 데 쓴 경우입니다. 상대방이 그런 사정을 몰랐다면 거래는 원칙적으로 유지됩니다. 상대방이 그 진의를 알았거나 보통의 주의를 기울이면 알 수 있는 사정이었다면, 그 거래는 회사에 대하여 무효가 됩니다.

어떤 때 대표권 남용이 되는가?

대표권 남용은 대표이사가 권한 범위 안에서 회사 명의로 행위했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 그 행위가 회사의 영리 목적과 관계없이 대표이사 자신이나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하려는 것이었는지 살핀다. 회사에 손실이 생겼다는 결과만 볼 것이 아니라 거래의 목적·대가·경위와 대표이사 및 상대방의 관계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97다18059, 2016다222453).

대표권 자체가 없거나 공동대표이사 한 사람이 단독으로 행위한 경우는 대표권 남용과 출발점이 다르다. 이때는 권한 없는 대표행위나 공동대표 방식 위반의 효력이 먼저 문제된다(공동대표). 대표이사에게 권한은 있지만 정관·이사회 결의 등 내부 절차를 어긴 경우에는 대표권 제한 문제를 먼저 확인한다.

회사에 대한 효력은 어떻게 정해지는가?

대표권 남용행위도 원칙적으로 회사의 행위로서 유효하다. 다만 거래상대방이 대표이사의 진의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면 회사에 대하여 무효가 된다(97다18059, 2005다3649). 이는 대표이사의 내부 목적만으로 거래 안전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남용 사실을 인식할 수 있었던 상대방의 권리행사는 보호하지 않는 기준이다.

상대방이 남용 사실을 안 경우를 전제로 회사가 신의칙에 따라 효력을 부인하려면, 회사가 그 악의를 입증해야 한다. 2016다222453은 이러한 법리를 판시했다. 이 판결은 상대방이 전 대표이사이자 문제된 약정의 당사자로서 남용행위에 가담한 사안을 다뤘다.

대표권 제한과 무엇이 다른가?

대표권 남용과 대표권 제한은 대표이사의 권한과 상대방의 인식 대상이 다르다. 남용에서는 대표이사가 권한을 보유하지만 그 목적이 회사 이익에 어긋난다. 제한에서는 정관·이사회 규정이나 법률이 요구하는 이사회 결의 때문에 대표권 행사가 제한된다(상법 제209조, 상법 제389조, 상법 제393조).

구분대표권 남용대표권 제한
대표이사의 권한객관적으로 권한 범위 안의 행위내부 규정이나 법률상 절차로 권한 행사가 제한됨
문제되는 사정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한 목적이사회 결의 등 제한의 위반
회사가 효력을 부인할 수 있는 경우상대방이 대표이사의 진의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상대방이 제한을 알았거나, 알지 못한 데 중대한 과실이 있을 때
중심 판례97다18059 · 2005다36492015다45451 전원합의체

2015다45451 전원합의체 판결은 대표권 제한의 경우 상대방이 선의 외에 무과실까지 갖출 필요는 없다고 보았다. 다만 이사회 결의가 없음을 알지 못한 데 중대한 과실이 있으면 거래가 무효다. 의심할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상대방에게 이사회 결의 여부를 일반적으로 확인할 의무까지 있는 것은 아니다.

판례는 어떤 거래를 판단했는가?

2016다222453에서 대표이사는 회사가 전 대표이사에게 가진 단기매매차익금 반환채권을 사실상 면제하는 약정을 했다. 그 대가로 대표이사 개인의 경영권 양수대금 채무가 소멸했고, 상대방인 전 대표이사도 남용행위에 가담했다. 대법원은 약정 내용과 전 대표이사의 가담 지위를 근거로 상대방이 약정의 유효를 주장하는 것은 신의칙상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아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했다. 이 사건은 회사의 채권을 압류한 뒤 추심명령을 받은 채권자가 그 주장을 한 사안이다.

반면 2005다3649는 중요한 회사 부동산을 이사회 결의 없이 매도하고 대표권 남용도 주장된 사안이다. 대법원은 거래상대방이 대표이사의 남용 목적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아 거래의 효력을 유지했다. 대표이사에게 회사 이익과 다른 목적이 있었다는 주장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점을 보여 준다.

거래가 유효하면 대표이사 책임도 없는가?

거래의 대외적 효력과 대표이사의 회사에 대한 책임은 별개다.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 및 주주를 위하여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여야 한다(상법 제382조의3 제1항). 이사가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 또는 정관을 위반하거나 임무를 게을리하여 회사에 손해를 입히면 회사에 대하여 연대하여 배상할 책임이 있다(상법 제399조 제1항). 2016다222453도 회사의 채권을 일방적으로 면제하는 약정이 이사의 충실의무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상대방이 보호되어 거래가 회사에 유효하더라도 대표이사의 내부 책임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회사는 거래 효력을 부인하는 주장과 대표이사에게 책임을 묻는 문제를 나누어 검토해야 한다. 상대방이 남용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지는 거래 당시의 자료와 관계를 기준으로 확인한다.

실무 체크포인트

  • 권한의 존재부터 확인한다. 대표권이 없거나 공동대표 방식을 어긴 경우에는 남용 법리보다 무권대표·공동대표 규정이 먼저 적용될 수 있다.
  • 거래 목적과 대가를 남긴다. 회사가 얻는 이익과 부담하는 위험, 대표이사나 제3자가 얻는 개인적 이익을 계약서·이사회 자료·회계자료로 대조한다.
  • 상대방의 인식 자료를 확보한다. 대표이사와 상대방의 관계, 비정상적으로 유리한 조건, 대표이사 개인 채무와의 연결, 협상 경위를 확인한다(2016다222453).
  • 대표권 제한과 섞지 않는다. 이사회 결의가 없었다면 2015다45451의 악의·중과실 기준을, 권한을 개인 목적에 사용했다면 대표권 남용의 인식 기준을 각각 검토한다.
  • 대외적 효력과 내부 책임을 나눈다. 거래가 유효하더라도 대표이사의 충실의무 위반과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은 남을 수 있다(상법 제382조의3, 상법 제399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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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수정 2026년 9월 3일 ·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이고 개별 사안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최종 수정일 기준으로 작성됐으며 이후 법령 개정이나 판례 변경으로 현행과 달라질 수 있고, 법령·판례의 문언은 정본이 우선합니다. 내용만을 근거로 한 판단으로 생긴 손해에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면책 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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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우법무사

신우법무사

법무사 김정걸은 1994년 제2회 법무사시험에 합격해 32년간 법무사 업무를 해 왔습니다. 1984년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했습니다. 외국인 상속등기 · 한정승인 · 상속포기, 상속관련 소송 · 비송, 회사등기, 강제집행 등을 주업무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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