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권은 원칙적으로 본인의 사망 또는 대리인의 사망·성년후견 개시·파산으로 소멸한다(민법 제127조). 법률행위로 준 대리권은 그 원인이 된 법률관계가 끝나거나 본인이 수권행위를 철회한 경우에도 소멸한다(민법 제128조). 다만 상사·소송대리에는 존속 특칙이 있고, 소멸 사실을 거래상대방에게 주장할 수 있는지는 별도로 판단한다.
쉽게 말하면 — 예전에 위임장을 받았다고 해서 계속 대신 계약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맡긴 일이 끝났는지, 권한을 철회했는지, 본인이나 대리인에게 사망 등 사유가 생겼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다만 영업상 대리나 소송대리는 본인이 사망해도 권한이 이어질 수 있고, 권한 종료를 모르고 거래한 상대방이 보호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누구에게 어떤 일이 생기면 대리권이 끝나나?
본인이 사망하거나 대리인이 사망·성년후견 개시·파산에 이르면 대리권은 원칙적으로 소멸한다. 본인의 성년후견 개시나 파산은 제127조에 직접 열거되어 있지 않다(민법 제127조). 다음 표는 제127조·제128조의 일반적인 소멸사유를 정리한 것이다.
| 사유 | 민법상 처리 | 근거 |
|---|---|---|
| 본인의 사망 | 원칙적으로 대리권 소멸 | 민법 제127조 제1호 |
| 대리인의 사망·성년후견 개시·파산 | 대리권 소멸 | 민법 제127조 제2호 |
| 임의대리의 원인관계 종료 | 그에 따라 대리권 소멸 | 민법 제128조 전단 |
| 본인의 수권행위 철회 | 원인관계 종료 전에도 대리권 소멸 | 민법 제128조 후단 |
본인의 파산이 제127조에 없다고 해서 모든 대리권이 그대로 남는다는 뜻은 아니다. 대리권의 기초가 위임계약이라면 당사자 한쪽의 파산으로 위임이 끝나는 규정도 함께 살펴야 한다(민법 제690조). 또한 파산재단 재산의 관리·처분권은 파산관재인에게 있으므로, 종전 대리권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재산을 처분할 수는 없다(채무자회생법 제384조).
민법 제690조가 성년후견 개시를 위임의 종료 사유로 삼는 것은 수임인이 심판을 받은 경우다(민법 제690조). 다만 임의후견계약에는 아래에서 설명하는 별도 종료 규정이 있다.
사망 뒤에도 대리권을 유지하기로 약정할 수 있나?
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는 소멸사유를 완화하거나 배제하는 약정을 대리권의 내용으로 정할 수 있다(96다56122 판결요지 [2]). 따라서 본인 사망 후의 존속 특약이 있는지도 수권행위에서 확인해야 한다. 이 판결은 해당 사건에서 특약이 실제 존재한다고 확정한 것이 아니라, 특약에 관한 재항변이나 표현대리의 성립을 심리하도록 파기환송한 것이다.
위임계약의 종료와 대리권 철회는 같은가?
위임은 사무를 맡기는 계약이고, 대리권은 본인에게 효과가 귀속되는 행위를 할 권한이므로 구별된다(민법 제680조, 같은 법 제114조). 위임관계가 종료되어 대리권이 없어질 수 있지만, 원인관계가 끝나기 전에 수권행위만 철회할 수도 있다(민법 제128조).
위임계약은 원칙적으로 각 당사자가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다. 다만 부득이한 사유 없이 상대방에게 불리한 시기에 해지하면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민법 제689조). 같은 조 제1항은 임의규정이므로 해지사유·절차를 달리 약정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약정을 따라야 한다(2017다286003). 대리권을 끝내려는 의사와 별도로 보수·비용·해지 손해배상 등 내부 정산 문제가 남을 수 있다.
임의후견인의 대리권은 어떻게 끝나나?
임의후견은 일반 위임과 달리 계약 종료 방법과 대리권 소멸의 등기를 따로 확인해야 한다. 임의후견감독인 선임 전에는 본인 또는 임의후견인이 공증인의 인증을 받은 서면으로 후견계약의 의사표시를 철회할 수 있다. 선임 후에는 정당한 사유가 있을 때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 계약을 종료할 수 있다(민법 제959조의18).
후견계약이 등기된 경우, 본인에 대하여 성년후견 또는 한정후견 개시심판을 하면 후견계약이 종료한다(민법 제959조의20 제1항). 이는 임의후견감독인이 이미 선임되었는지와 관계없다(2020으547 판결요지 [2]). 특정후견 개시까지 같은 종료 효과로 묶어서는 안 된다. 임의후견인의 대리권 소멸은 등기하지 않으면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민법 제959조의19).
영업상 대리권은 본인이 사망해도 남나?
상인이 영업에 관하여 준 대리권은 본인이 사망해도 소멸하지 않는다(상법 제50조). 상인이라는 신분만으로 모든 개인적 위임이 포함되는 것은 아니므로, 영업에 관한 수권인지 확인해야 한다. 사망 후라는 사정만으로 그 영업상 대리행위를 무권대리라고 단정할 수 없다.
지배인의 대리권이 다른 사유로 소멸하면 그 사실을 등기해야 한다(상법 제13조). 등기 전에는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하고, 등기 후에도 제3자가 정당한 사유로 알지 못했다면 대항하지 못한다(같은 법 제37조). 아래 민법 제129조의 보호 요건과 구별해야 한다.
소송대리권도 당사자 사망으로 끝나나?
소송대리권은 당사자의 사망이나 소송능력 상실만으로 소멸하지 않는다. 당사자인 법인의 합병에 의한 소멸 등에도 존속하는 특칙이 있다(민사소송법 제95조). 이는 소송절차의 대리에 관한 규정이지, 소송대리인에게 본인의 모든 재산을 처분할 권한까지 계속 준다는 뜻은 아니다. 구체적인 권한은 소송상 대리권에서 따로 확인한다.
소송절차 진행 중 소송대리권이 소멸했다면 본인 또는 대리인이 상대방에게 통지하지 않는 한 소멸의 효력을 주장하지 못한다(민사소송법 제97조, 같은 법 제63조 제1항). 다만 법원에 소멸 사실이 알려진 뒤에는 종전 대리인이 소의 취하·화해 등 같은 법 제56조 제2항의 소송행위를 할 수 없다(제63조 제1항 단서). 외부 거래상대방의 선의·무과실을 판단하는 민법 제129조와는 다른 규정이다.
위임이 끝난 뒤에도 급한 사무를 처리해야 하나?
위임이 끝나더라도 급박한 사정이 있으면 수임인·그 상속인·법정대리인은 일정 기간 사무 처리를 계속해야 한다. 위임인이나 그 상속인·법정대리인이 사무를 처리할 수 있을 때까지이며, 이 범위에서는 위임의 존속과 같은 효력이 있다(민법 제691조). 긴급처리를 새 계약을 자유롭게 체결할 수 있는 포괄적 권한으로 넓혀서는 안 된다.
위임 종료의 사유는 상대방에게 통지하거나 상대방이 이를 안 때가 아니면 그 상대방에게 대항하지 못한다(민법 제692조). 여기의 상대방은 위임계약의 상대방이다. 종료한 대리인과 거래한 외부 상대방의 보호 문제는 다음의 표현대리 규정과 구별한다.
권한 종료를 모른 거래상대방도 보호되나?
대리권의 소멸은 이를 모르는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다만 제3자가 과실로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면 보호되지 않는다(민법 제129조). 따라서 권한을 내부적으로 철회하는 것과 거래상대방에게 종료 사실을 알리는 것은 서로 다른 문제다.
이 보호는 임의대리권이 끝난 경우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대법원은 자녀가 성년이 된 뒤에도 어머니가 자녀의 토지를 처분한 사안에서 법정대리권 소멸에도 제129조가 적용된다고 보았다(74다1199). 성년이 된 자녀의 재산을 부모가 계속 처분할 일반적 권한이 있다는 뜻은 아니다. 권한은 종료되었지만 상대방을 보호할 요건이 있는지 판단하는 것이다.
권한 소멸 후 계약에 표현대리가 성립하지 않으면 본인의 추인이 없는 한 본인에게 효력이 없다(민법 제130조). 처음부터 권한이 없었던 경우와 종료 후의 경우를 나누고, 현명주의에 따른 본인 표시 여부도 확인해야 한다. 표현대리의 구체적 성립 요건은 별도 글에서 다룬다.
실무 체크포인트
- 권한 부여와 종료의 자료를 함께 확인한다. 과거 위임장뿐 아니라 위임의 종료·철회 여부와 행위 시점을 대조한다(민법 제128조).
- 존속·해지 특약도 읽는다. 소멸사유를 달리 정했는지와 위임의 해지사유·절차 약정이 있는지 확인한다(96다56122, 2017다286003).
- 사망 당사자를 구별한다. 본인의 사망인지 대리인의 사망인지, 상사·소송대리 특칙이 있는지 확인한다(민법 제127조, 상법 제50조, 민사소송법 제95조).
- 종료 통지의 상대방을 나누어 관리한다. 수임인에 대한 위임 종료 통지와 외부 거래상대방의 인식은 별개로 확인한다(민법 제692조, 같은 법 제129조).
- 등기·소송 통지의 특칙을 확인한다. 임의후견인의 대리권 소멸등기, 지배인의 소멸등기, 소송대리권 소멸통지를 일반 표현대리 요건으로 대신하지 않는다(민법 제959조의19, 상법 제13조, 같은 법 제37조, 민사소송법 제97조, 같은 법 제63조).
- 긴급처리 범위를 남긴다. 어떤 급박한 사정 때문에 누구를 위하여 언제까지 처리했는지 기록한다(민법 제691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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