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절차의 성패는 회생계획안이 채권자들의 표결을 통과하고 법원의 인가를 받느냐에 달려 있다. 이 해설은 회생계획안이 어떤 단계를 거쳐 인가에 이르는지를 절차와 기한 중심으로 정리한다. 누가 언제까지 안을 제출하는지, 관계인집회에서 조별로 몇 퍼센트의 동의를 받아야 가결되는지, 일부 조가 반대해도 법원이 인가할 수 있는지, 인가결정이 나면 무엇이 달라지는지가 핵심이다. 회생계획안의 필수 기재사항과 공정·형평 원칙은 개념 회생계획안·회생계획에서 다루므로 여기서는 되풀이하지 않는다.
쉽게 말하면 — 빚 정리 설계도(회생계획안)를 만들어 채권자 표결에 부치고, 통과되면 법원이 도장을 찍는 과정입니다. 설계도를 누가 언제까지 내는지, 표결에서 그룹별로 몇 퍼센트가 찬성해야 통과인지, 반대하는 그룹이 있어도 법원이 밀어붙일 수 있는지, 도장을 찍으면 빚이 실제로 어떻게 바뀌는지가 이 글의 내용입니다.
누가 언제까지 제출하나
회생계획안을 반드시 작성·제출할 의무는 관리인에게 있다. 관리인은 법원이 정한 기간 안에 회생계획안을 작성해 법원에 제출해야 하고, 그 기간 안에 작성할 수 없으면 그 사실을 기간 안에 법원에 보고해야 한다(채무자회생법 제220조). 채무자, 목록에 기재되어 있거나 신고한 회생채권자·회생담보권자·주주·지분권자도 같은 기간 안에 회생계획안을 제출할 수 있으나, 이들에게는 제출 의무가 아니라 권한만 있다(채무자회생법 제221조).
제출기간 자체는 법원이 회생절차개시결정과 함께 정하며, 그 상한과 연장 한도는 개념 회생계획안에서 다룬다.
설계도를 꼭 만들어야 하는 사람은 관리인입니다. 기간 안에 못 만들면 그 사실을 기간 안에 보고해야 하지만, 보고만으로 제출 의무나 폐지를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법원이 정한 기간 또는 연장기간 안에 계획안이 제출되지 않으면 법원은 직권으로 회생절차를 폐지해야 합니다(채무자회생법 제286조).
청산할 때의 가치가 사업을 계속할 때의 가치보다 크다고 법원이 인정하면, 관리인·채무자·신고 채권자 등의 신청으로 청산(영업양도·물적분할 포함)을 내용으로 하는 회생계획안 작성을 허가할 수 있다. 다만 채권자 일반의 이익을 해하면 허가하지 않는다(채무자회생법 제222조).
채무자는 개시 전에 미리 안을 낼 수도 있다. 부채의 2분의 1 이상에 해당하는 채권을 가진 채권자, 또는 그 동의를 얻은 채무자는 회생절차개시 신청 후 개시 전까지 사전계획안을 제출할 수 있다(채무자회생법 제223조). 사전계획안을 제출하거나 동의한 채권자는 결의에서 그 안이 가결되면 동의한 것으로 보지만, 그 채권자에게 불리한 수정·현저한 사정변경·그 밖의 중대한 사유가 있으면 관계인집회 기일 전날까지 법원의 허가를 받아 동의를 철회할 수 있다(채무자회생법 제223조 제7항).
심리·결의에 부치기 전 — 배제
제출된 계획안이라고 모두 표결에 부쳐지는 것은 아니다. 법원은 회생계획안이 (1) 법률의 규정을 위반한 경우, (2) 공정하지 아니하거나 형평에 맞지 아니한 경우, (3) 수행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관계인집회의 심리 또는 결의에 부치지 아니할 수 있다(채무자회생법 제231조). 부적법하거나 실현 가능성이 없는 안을 표결 단계까지 끌고 가지 않도록 하는 사전 여과 장치다.
관계인집회의 결의와 가결요건
심리를 거친 회생계획안에 수정명령을 하지 않으면, 법원은 결의를 위한 관계인집회 기일을 정해 소집하고 계획안 사본 또는 요지를 관리인·채무자·의결권 있는 신고 채권자 등에게 미리 송달한다(채무자회생법 제232조).
표결은 이해관계인 전체가 한꺼번에 하는 것이 아니라 조(組)별로 한다. 회생채권자·회생담보권자·주주·지분권자는 회생담보권자 조, 우선권 있는 회생채권자 조, 그 밖의 회생채권자 조, 우선적 내용의 주식을 가진 주주 조, 그 밖의 주주 조로 나뉘어 조별로 결의한다(채무자회생법 제236조). 다만 벌금·과료 등 제140조 제1항의 청구권과 3년 이하의 징수유예 등을 정한 같은 조 제2항의 청구권을 가진 자는 이 조별 분류에서 제외된다. 회생담보권자·회생채권자·주주·지분권자는 각각 다른 조로 분류해야 한다(채무자회생법 제236조 제3항 단서).
가결되려면 모든 조가 각각 법정 동의비율을 채워야 한다(채무자회생법 제237조). 조별 정족수는 다음과 같다.
회생채권자의 조: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회생채권자의 의결권 총액의 3분의 2 이상에 해당하는 의결권을 가진 자의 동의(채무자회생법 제237조 제1호)
회생담보권자의 조: 제220조에 의한 통상의 회생계획안은 의결권 총액의 4분의 3 이상, 제222조에 의한 청산·영업양도형 회생계획안은 의결권 총액의 5분의 4 이상에 해당하는 의결권을 가진 자의 동의(채무자회생법 제237조 제2호)
주주·지분권자의 조: 의결권을 행사하는 주주·지분권자의 의결권 총수의 2분의 1 이상에 해당하는 의결권을 가진 자의 동의(채무자회생법 제237조 제3호)
회생채권자 조와 회생담보권자 조는 “의결권 총액”을 기준으로 하고, 주주 조는 “의결권 총수”를 기준으로 한다는 점, 그리고 청산형은 회생담보권자 조의 문턱이 4분의 3에서 5분의 4로 올라간다는 점에 주의한다.
채권자·주주가 그룹으로 나뉘어 각각 표결합니다. 회생담보권자 그룹은 4분의 3(청산형은 5분의 4), 일반 회생채권자 그룹은 3분의 2, 주주 그룹은 2분의 1 이상이 찬성해야 그 그룹이 통과입니다. 그룹 하나라도 문턱을 못 넘으면 표결상 전체 안은 가결되지 않습니다. 다만 아래에서 설명하는 권리보호조항에 따른 강제인가는 별도입니다.
관계인집회에 직접 모이는 대신 서면결의로 표결할 수도 있다. 법원이 상당하다고 인정하면 회생계획안을 서면결의에 부치는 결정을 하고, 회신기간(결정일부터 2월 이내) 안에 서면으로 동의를 회신한 의결권자의 동의가 제237조의 가결요건을 충족하면 그 계획안은 가결된 것으로 본다(채무자회생법 제240조).
계획안이 가결되지 않았더라도 회생채권자 조 3분의 1 이상, 회생담보권자 조 2분의 1 이상, 주주·지분권자 조 3분의 1 이상에 해당하는 의결권자가 모두 속행에 동의하면 법원은 신청 또는 직권으로 속행기일을 정할 수 있다(채무자회생법 제238조). 가결은 원칙적으로 결의를 위한 관계인집회 제1기일부터 2월 이내(연장은 1월 이내), 회생절차개시일부터 1년 이내(불가피한 사유가 있으면 6월 이내 연장)에 이루어져야 한다(채무자회생법 제239조).
인가·불인가와 강제인가
관계인집회에서 계획안이 가결되면 법원은 그 기일에 또는 즉시로 선고한 기일에 회생계획의 인가 여부를 결정한다(채무자회생법 제242조). 인가 여부의 결정은 선고하고, 그 주문·이유의 요지와 회생계획(또는 그 요지)을 공고한다(서면결의였다면 송달)(채무자회생법 제245조).
인가요건은 법원이 직권으로 조사하며 그 판단은 인가 여부 결정 시를 기준으로 하므로, 인가결정에 즉시항고가 있으면 항고심 결정 시까지 제출된 자료로 흠결 여부를 판단한다(2016마5352). 법원이 인가할 수 있는 요건은 다음과 같다(채무자회생법 제243조 제1항).
회생절차 또는 회생계획이 법률의 규정에 적합할 것
회생계획이 공정하고 형평에 맞으며 수행이 가능할 것
결의를 성실·공정한 방법으로 하였을 것
변제방법이 사업을 청산할 때 각 채권자에게 변제하는 것보다 불리하지 아니할 것(청산가치 보장의 원칙, 다만 채권자가 동의하면 예외)
합병·분할합병, 주식의 포괄적 교환 등을 내용으로 하는 경우 상대 회사의 승인결의 등 관련 요건을 갖출 것
행정청의 허가·인가·면허 등이 필요한 사항은 미리 들은 행정청의 의견과 중요한 점에서 차이가 없을 것
절차에 법률 위반이 있어도, 그 위반 정도와 채무자의 현황 등 모든 사정을 고려해 인가하지 않는 것이 부적당하다고 인정되면 법원은 인가결정을 할 수 있다(채무자회생법 제243조 제2항).
일부 조가 가결요건을 채우지 못한 경우에도 회생을 살릴 길이 있다. 법정 정족수 이상의 동의를 얻지 못한 조가 있어도, 법원은 회생계획안을 변경해 그 조의 권리자를 위한 권리보호조항을 정하고 인가결정을 할 수 있다(채무자회생법 제244조). 이를 강제인가라 한다. 강제인가 여부는 법원의 재량이므로, 부동의한 조가 있는데도 법원이 권리보호조항을 정해 인가하지 않았다는 것만을 이유로 다툴 수는 없다(2013마2488). 권리보호조항은 부동의한 조의 권리자에게 권리가 본질적으로 침해되지 않고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실질적 가치를 부여해야 하며, 최소한 청산가치 이상을 분배해야 한다. 부결된 계획안 자체가 이 기준을 충족하면 법원은 그 조항을 그대로 권리보호조항으로 정해 인가할 수도 있다(2007마919). 권리보호의 방법은 채무자회생법 제244조 제1항 각 호 중 하나여야 한다.
- 담보권의 목적재산을 권리가 존속하도록 이전·유보하는 방법
- 재산을 공정한 거래가격 이상으로 매각해 그 대금으로 변제·분배·공탁하는 방법
- 공정한 거래가액을 권리자에게 지급하는 방법
- 그 밖에 이에 준하여 공정·형평하게 보호하는 방법
가결요건 충족에 필요한 동의를 얻지 못할 것이 명백한 조가 있으면, 계획안 작성자의 신청으로 미리 권리보호조항을 정한 계획안 작성을 허가받을 수도 있다(채무자회생법 제244조 제2항).
표결을 통과해도 법원 요건을 못 맞추면 인가가 안 나옵니다. 특히 “회생계획대로 갚는 것이 회사를 청산할 때 받는 것보다 불리하면 안 된다”는 청산가치 보장이 핵심입니다. 반대로 한 그룹이 반대해 부결됐어도 법원은 권리보호조항을 정해 인가할 수 있는데(강제인가), 이때 부동의한 그룹의 권리자에게 최소한 청산 때 받을 가치 이상의 실질적 가치를 보장해야 합니다.
인가결정의 효력 — 면책과 권리변경
회생계획은 인가결정이 있은 때부터 효력이 생긴다(채무자회생법 제246조). 확정을 기다리지 않고 인가 시점에 곧바로 효력이 발생하는 점이 중요하다.
인가결정의 두 축은 면책과 권리변경이다. 인가결정이 있으면 회생계획이나 법이 인정한 권리를 제외하고 채무자는 모든 회생채권·회생담보권에 관하여 책임을 면하며, 주주·지분권자의 권리와 채무자 재산상의 담보권도 소멸한다. 다만 벌금·과료 등 제140조 제1항의 청구권은 면책되지 않는다(채무자회생법 제251조). 동시에 회생채권자·회생담보권자·주주·지분권자의 권리는 회생계획에 따라 실체적으로 변경된다(채무자회생법 제252조). 채무 감면, 기한 유예, 출자전환이 그 구체적 모습이다.
다만 인가로 면책·권리변경이 이루어져도 보증인·연대채무자에 대한 채권자의 권리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채무자회생법 제250조, 개념 회생계획 참조). 주채무가 깎여도 보증인의 책임은 그대로 남으므로 실무에서 별도로 챙긴다.
실무 체크포인트
가결은 조별 요건을 각각 충족해야 한다. 회생담보권자 조 4분의 3(청산·영업양도형은 5분의 4), 회생채권자 조 3분의 2, 주주 조 2분의 1이며, 한 조라도 미달이면 전체가 부결이다(채무자회생법 제237조).
인가의 실질 관문은 청산가치 보장이다. 변제방법이 청산 시 배당보다 불리하면 채권자 동의가 없는 한 인가받지 못한다(채무자회생법 제243조 제1항 제4호).
한 조가 부결됐다고 곧바로 절차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권리보호조항을 정한 강제인가(채무자회생법 제244조)가 가능한지, 각 조에서 채무자회생법 제238조의 동의 문턱을 충족해 속행기일을 지정할 수 있는지 먼저 검토한다.
회생계획의 효력은 인가결정 시점에 바로 생기고(채무자회생법 제246조), 확정을 기다리지 않는다. 인가 즉시 면책·권리변경이 일어나므로, 시점을 전제로 한 후속 조치(등기·변제 개시 등)의 기산점을 이때로 잡는다.
인가 여부 결정에는 즉시항고할 수 있지만, 목록에 기재되지 않았거나 신고하지 않은 회생채권자·회생담보권자·주주·지분권자는 즉시항고할 수 없다. 인가결정에 대한 항고만으로 계획 수행이 멈추지는 않으며, 항고에 이유가 있고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예방할 긴급한 필요가 있음을 소명해야 신청에 따라 항고법원 또는 회생계속법원이 수행정지 등 필요한 처분을 할 수 있다(채무자회생법 제247조).
조세 등 우선징수 청구권에 관하여 3년을 초과하는 징수유예·체납처분에 의한 환가유예, 채무 승계, 조세 감면 또는 그 밖의 권리변경을 계획에 넣으려면 징수권자의 동의가 필요하다(채무자회생법 제140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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