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부인이란 지급정지나 도산신청 뒤 또는 법이 정한 직전 기간에 이루어진 일정한 행위를 관리인·파산관재인이 부인하는 유형이다. 회생절차에서는 채무자회생법 제100조 제1항 제2호·제3호, 파산절차에서는 채무자회생법 제391조 제2호·제3호가 근거다. 채권자를 해하는 행위와 담보의 제공·채무의 소멸에 관한 행위가 대상이고, 제1호의 고의부인과 달리 채무자가 해함을 알았을 것을 문언상 요구하지 않는다. 대신 상대방의 인식이나 행위의 비본지성 같은 별도 요건이 붙는다.
쉽게 말하면 — 빚을 못 갚는 사정이 겉으로 드러난 뒤에 특정 채권자에게만 담보를 잡아 주거나 빚을 갚아 준 행위를, 나중에 관리인이나 파산관재인이 뒤집어 재산을 되찾아 오는 제도입니다. 원래 갚을 의무가 있던 변제라도 상대방이 위기 상황을 알고 받았다면 부인될 수 있습니다. 의무에 없던 담보 제공이나 앞당긴 변제는 위기가 드러나기 60일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 부인될 수 있습니다(채무자회생법 제100조, 채무자회생법 제391조).
제2호 부인과 제3호 부인은 어떻게 다른가?
두 호 모두 위기시기의 행위를 겨냥하지만 대상 행위, 시기 요건, 상대방의 주관적 요건이 다르다. 회생편은 지급의 정지, 회생절차개시의 신청 또는 파산의 신청을 묶어 “지급의 정지등”이라 부른다(채무자회생법 제100조 제1항 제2호). 이 약칭은 제100조부터 제103조까지 통용된다. 파산편의 위기시기 표지는 지급정지 또는 파산신청이다(채무자회생법 제391조 제2호·제3호). 무엇이 지급의 정지에 해당하는지는 법이 정의하지 않으며, 그 판단 기준은 판례에 맡겨져 있고 이 글에서 다루지 않는다.
한편 회생편에는 적용 배제가 하나 있다. 채무자회생법 제140조 제1항·제2항의 청구권(벌금·조세 등)에 관하여 징수의 권한을 가진 자가 상대방인 경우다. 채무자가 그에게 한 담보의 제공 또는 채무의 소멸에 관한 행위에는 제1항을 적용하지 아니한다(채무자회생법 제100조 제2항). 파산편의 채무자회생법 제391조에는 이런 적용 배제 조항이 없다.
본지행위 부인(제2호)
부인 대상은 채무자가 지급의 정지등이 있은 후에 한 두 부류의 행위다. 하나는 회생채권자 또는 회생담보권자를 해하는 행위, 다른 하나는 담보의 제공 또는 채무의 소멸에 관한 행위다(채무자회생법 제100조 제1항 제2호). 파산에서는 지급정지 또는 파산신청이 있은 후에 한 파산채권자를 해하는 행위와 담보의 제공 또는 채무소멸에 관한 행위가 대상이다(채무자회생법 제391조 제2호). 시기 요건은 위기시기 이후의 행위라는 것뿐이고 소급 기간은 없다. 제3호와 달리 행위가 채무자의 의무에 속하는지를 묻지 않으므로, 변제기가 된 채무를 약정대로 갚은 본지변제도 문언상 대상에 포함된다.
판례도 같다. 구 파산법 제64조 제2호 사안의 판결요지에 따르면, 위기부인 대상인 「파산채권자를 해하는 행위」에는 일반재산을 절대적으로 감소시키는 사해행위 외에 채권자 사이의 평등을 저해하는 편파행위도 포함된다(2001다78898). 변제기가 도래한 채권을 갚는 본지변제도 위기시기에 이루어지면 불평등 변제로서 위기부인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같은 판결요지다. 현행법으로는 채무자회생법 제391조 제2호에 대응한다.
구 회사정리법 사안에서 대법원은 이유 중 판단으로 이 구조를 보여 준 바 있다. 채무자 회사가 정리절차개시신청이 있음을 알고 있는 채권자에게 어음 매입을 의뢰하고, 채권자가 그 매입대금을 자기 채권의 변제에 충당한 사안이다. 대법원 1993. 9. 14. 선고 92다12728 판결은 이를 결과적으로 회사의 채무를 소멸시키는 행위로 보았다. 정리절차개시결정이 있으면 구 회사정리법 제78조 제1항의 부인권 대상이 되어 변제충당이 효력을 잃게 되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판결요지가 아니라 보증인 면책항변을 배척하는 이유 중의 판단이고, 현행법으로는 채무자회생법 제100조 제1항 제2호에 대응한다.
비본지행위 부인(제3호)
제3호의 대상은 채무자가 지급의 정지등이 있은 후 또는 그 전 60일 이내에 한 담보의 제공 또는 채무의 소멸에 관한 행위다. 다만 그 전부가 아니라, 채무자의 의무에 속하지 아니하거나 그 방법이나 시기가 채무자의 의무에 속하지 아니한 것에 한한다(채무자회생법 제100조 제1항 제3호). 파산도 같은 구조이고 문언은 “그 방법 또는 시기가 채무자의 의무에 속하지 아니하는 것”이다(채무자회생법 제391조 제3호). 위기시기 이후만이 아니라 그 전 60일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는 점이 제2호와 다르다.
담보를 잡아 줄 의무가 없는데도 기존 채무에 새로 담보를 제공한 경우가 “채무자의 의무에 속하지 아니한” 행위의 예다. 변제기가 오기 전에 미리 갚은 경우는 “시기가 채무자의 의무에 속하지 아니한” 행위의 예로, 약정에 없던 다른 물건으로 갚는 대물변제는 “방법이 채무자의 의무에 속하지 아니한” 행위의 예로 볼 수 있다. 이 예시는 문언을 적용한 풀이이고, 개별 사안의 해당 여부는 결국 의무의 존부와 내용에 따라 정해진다.
담보의 제공이나 채무의 소멸이 강제집행에 의한 것이라도 부인할 수 있다. 부인권은 부인하고자 하는 행위에 집행력 있는 집행권원이 있는 때 또는 그 행위가 집행행위에 의한 것인 때에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채무자회생법 제104조, 파산은 채무자회생법 제395조). 이 조문은 부인 유형을 나누지 않으므로 제3호만이 아니라 제1호·제2호·제4호의 부인에도 같이 적용된다.
쉽게 말하면 — 어느 호를 볼지는 행위의 성격과 시점으로 나뉩니다. 원래 의무대로 한 변제나 담보 제공은 주로 제2호가 문제되고, 위기가 드러난 뒤의 행위여야 하며, 상대방이 위기를 알았어야 부인됩니다. 반대로 의무에 없던 담보 제공이나 변제기 전에 앞당겨 갚은 행위는 제3호가 잡습니다. 이때는 위기가 드러나기 60일 전(채무자회생법 제100조, 채무자회생법 제391조)부터 특수관계인 상대방의 경우 1년 전(채무자회생법 제101조, 채무자회생법 제392조)까지 소급하고, 상대방이 스스로 몰랐다는 사정을 내세워야 부인을 벗어납니다.
상대방의 악의는 누가 증명하나?
제2호는 상대방의 악의를 부인의 성립 쪽에 놓는다. 회생 단서는 이익을 받은 자의 인식을 요구한다. 그가 행위 당시 “지급의 정지등이 있는 것 또는 회생채권자나 회생담보권자를 해하는 사실”을 알고 있은 때에 한하여 부인할 수 있다(채무자회생법 제100조 제1항 제2호 단서). 파산 단서는 이익을 받은 자가 행위 당시 “지급정지 또는 파산신청이 있은 것”을 알고 있은 때에 한한다고만 정한다(채무자회생법 제391조 제2호 단서). 회생편은 위기 인식과 사해사실 인식을 선택적으로 들고, 파산편 문언은 위기 인식만 든다. “알고 있은 때에 한한다”는 문언 구조상, 부인하는 관리인·파산관재인 쪽이 상대방의 악의를 증명하는 구조로 읽힌다.
다만 위탁자인 채무자의 신탁행위를 수탁자를 상대로 부인할 때에는 제2호·제3호 단서를 적용하지 않는다(채무자회생법 제113조의2 제1항·제2항). 수익자·전득자를 상대로 하는 경우와 수탁자의 원상회복 책임에는 같은 조의 별도 요건이 적용되고, 파산절차에는 채무자회생법 제406조의2가 이를 준용한다.
제3호는 반대로 상대방의 선의를 부인을 막는 예외로 놓는다. 회생 단서는 채권자가 행위 당시 다른 회생채권자 또는 회생담보권자와의 평등을 해하게 되는 것을 알지 못한 경우에는 부인하지 못한다고 정한다. 그 행위가 지급의 정지등이 있은 후에 행한 것인 때에는 지급의 정지등이 있은 것도 알지 못한 경우에 한하여 예외가 인정된다(채무자회생법 제100조 제1항 제3호 단서). 파산 단서는 채권자가 행위 당시 “지급정지나 파산신청이 있은 것 또는 파산채권자를 해하게 되는 사실”을 알지 못한 경우를 제외한다고 정한다(채무자회생법 제391조 제3호 단서). “알지 못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는 구조이므로, 선의는 부인을 벗어나려는 상대방이 증명할 사정으로 읽힌다.
회생 제3호 단서에서 상대방이 벗어나려면 두 겹의 부지가 필요하다. 평등을 해하게 되는 것을 알지 못하였어야 하고, 지급의 정지등이 있은 후의 행위이면 지급의 정지등이 있은 것도 알지 못하였어야 한다. 뒤에서 보는 특수관계인 추정은 이 가운데 평등 해함의 인식만 추정하고, 지급의 정지등 인식은 추정 문언에 들어 있지 않다(채무자회생법 제101조 제2항).
요건을 갖춰도 부인이 안 되는 경우가 있나?
판례는 상당성이라는 예외를 인정한다. 구 파산법 사안의 판결요지에 따르면, 부인 대상 행위가 유해하더라도 행위 당시의 개별적·구체적 사정에 비추어 사회적으로 필요하고 상당하였거나 불가피하였다고 인정되는 예외적인 경우에는 부인권 행사의 대상이 될 수 없다(2001다78898). 상당성 여부는 채무자의 재산·영업 상태, 행위의 목적·의도와 동기, 변제자금의 원천, 채권자의 통모·강요 여부 등을 신의칙과 공평의 이념에 비추어 구체적으로 판단한다. 상당성(부당성 흠결)의 주장·증명책임은 상대방인 수익자에게 있다. 이 법리는 현행 파산·회생 절차에서도 유지된다(2017다287648, 2016다257572).
지정된 지급결제제도·청산결제제도와 적격금융거래의 종료·정산에는 법정 부인 배제 특칙이 있다(채무자회생법 제120조, 파산은 채무자회생법 제336조 준용). 다만 적격금융거래의 경우 채무자가 상대방과 공모하여 회생채권자 또는 회생담보권자를 해할 목적으로 거래한 때에는 부인 규정이 다시 적용된다(채무자회생법 제120조 제3항 단서). 파산에 준용할 때 이 단서의 「회생채권자 또는 회생담보권자」는 「파산채권자 또는 별제권자」로 본다(채무자회생법 제336조).
특수관계인이 상대방이면 무엇이 달라지나?
특수관계인의 범위는 채무자회생법 시행령 제4조가 정한다. 본인이 개인이면 배우자(사실상의 혼인관계에 있는 자를 포함한다), 8촌 이내의 혈족이거나 4촌 이내의 인척, 본인의 재산으로 생계를 유지하거나 본인과 생계를 함께 하는 자가 들어간다. 단독으로 또는 그들과 합하여 100분의 30 이상을 출자하거나 임원의 임면 등으로 법인·단체의 주요 경영사항에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에는 그 법인·단체와 임원도 포함된다. 본인이 법인·단체이면 임원, 공정거래법상 계열회사와 그 임원, 본인에게 같은 정도로 출자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 등이 특수관계인이다.
이익을 받은 자가 채무자와 대통령령이 정하는 범위의 특수관계에 있으면 두 가지가 달라진다. 첫째, 제2호 단서를 적용할 때 특수관계인의 악의는 추정된다. 회생에서는 행위 당시 지급의 정지등이 있은 것과 회생채권자 또는 회생담보권자를 해하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한다(채무자회생법 제101조 제1항). 파산에서는 행위 당시 지급정지 또는 파산신청이 있은 것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한다(채무자회생법 제392조 제1항). 증명책임이 뒤집히는 셈이고, 추정 규정이므로 특수관계인 쪽에서 몰랐다는 사실을 증명하면 깨진다.
둘째, 제3호를 적용할 때 특수관계인을 상대방으로 하는 행위는 본문의 “60일”을 “1년”으로 한다(채무자회생법 제101조 제2항, 채무자회생법 제392조 제2항). 아울러 단서를 적용할 때 회생에서는 그 특수관계인이 행위 당시 평등을 해하게 되는 것을 알았던 것으로 추정한다. 파산에서는 지급정지 또는 파산신청이 있은 것과 파산채권자를 해하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한다. 소급 기간 연장과 선의 증명 부담 가중이 겹치는 구조다. 무상부인의 기간 연장(각 조 제3항)은 무상부인에서 다룬다.
어음 지급은 왜 부인하지 못하나?
채무자로부터 어음의 지급을 받은 자가 그 지급을 받지 아니하면 채무자의 1인 또는 여럿에 대한 어음상의 권리를 상실하게 된 경우가 있다. 이 경우에는 제100조 제1항을 적용하지 아니한다(채무자회생법 제102조 제1항). 파산도 같다(채무자회생법 제393조 제1항). 지급을 거절하면 어음상 권리를 잃게 되는 지위의 소지인을 보호하는 예외다.
대신 책임은 어음의 뒤로 넘어간다. 최종의 상환의무자 또는 어음의 발행을 위탁한 자가 발행 당시 지급의 정지등이 있는 것을 알았거나 과실로 인하여 알지 못한 경우다. 이때 관리인은 그로 하여금 채무자가 지급한 금액을 상환하게 할 수 있다(채무자회생법 제102조 제2항). 파산에서는 파산관재인이 같은 상환을 시킬 수 있다(채무자회생법 제393조 제2항). 위기부인 본체의 단서들과 달리 이 조항은 과실로 알지 못한 경우까지 잡는다.
오래전 행위까지 지급정지를 이유로 부인할 수 있나?
지급정지 인식을 이유로 하는 부인에는 시간적 한계가 있다. 회생에서는 회생절차개시의 신청이 있은 날부터 1년 전에 한 행위를 지급정지의 사실을 안 것을 이유로 하여 부인하지 못한다(채무자회생법 제111조). 파산에서는 파산선고가 있은 날부터 1년 전에 한 행위를 지급정지의 사실을 안 것을 이유로 하여 부인할 수 없다(채무자회생법 제404조). 기산점이 다르다. 회생은 개시신청일, 파산은 선고일 기준이다.
문언은 지급정지 인식을 이유로 하는 부인만 제한한다. 회생절차개시신청이나 파산신청이 있은 것을 안 사실을 이유로 하는 부인은 이 조항의 문언에 들어 있지 않다. 부인권 자체의 행사기간은 개시일 또는 선고일부터 2년, 행위일부터 10년이다(채무자회생법 제112조, 채무자회생법 제405조). 개인회생에서는 파산편 부인권 규정이 준용되어 채무자가 부인권을 행사하고, 기간은 개시결정일부터 1년, 채무자회생법 제391조 각 호의 행위를 한 날부터 5년이다(채무자회생법 제584조 제1항·제2항·제5항). 상세는 부인권에서 다룬다.
실무 체크포인트
- 제3호의 소급 기간은 지급의 정지등(파산은 지급정지·파산신청) 전 60일이고, 특수관계인 상대방이면 1년이다(채무자회생법 제100조 제1항 제3호, 채무자회생법 제101조 제2항, 채무자회생법 제392조 제2항).
- 제2호 부인에서 상대방 악의는 관리인·파산관재인이 증명할 구조이나, 특수관계인은 악의가 추정된다(채무자회생법 제101조 제1항, 채무자회생법 제392조 제1항).
- 지급정지를 안 것을 이유로 한 부인은 회생은 개시신청일, 파산은 선고일부터 1년 전 행위에 미치지 않는다(채무자회생법 제111조, 채무자회생법 제404조).
- 어음 지급을 받은 소지인은 부인당하지 않으나, 발행 당시 악의 또는 과실 있는 최종상환의무자 등이 상환 부담을 진다(채무자회생법 제102조, 채무자회생법 제393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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