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시적 갱신이란 당사자의 새 합의 없이 법률이 정한 요건에 따라 전 임대차와 동일한 조건으로 계약이 이어지는 제도이다(민법 제639조,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 제4항). 민법상 일반 임대차는 기간 만료 후 임차인의 사용·수익 계속과 임대인의 상당한 기간 내 무이의를 요구하는 등 성립요건은 법마다 다르며, 이런 갱신을 법정갱신이라고도 부른다.
계약 기간이 끝났는데 집주인도 세입자도 아무 말 없이 그냥 지내면, 법이 알아서 “같은 조건으로 계약이 다시 됐다”고 봐 줍니다. 이것이 묵시적 갱신(법정갱신)입니다. 다만 어떤 임대차냐에 따라 늘어나는 기간과 해지 방법이 다르므로, 내 계약이 어느 법의 적용을 받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어느 법이 적용되나
목적물에 따라 근거 조문과 통지기간이 다르다. 일시사용을 위한 임대차임이 명백한 경우에는 주택·상가 두 법이 적용되지 않으므로(주택임대차보호법 제11조,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6조) 각 법의 묵시적 갱신 규정도 적용되지 않는다.
- 주택: 임대인이 기간 만료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 갱신거절·조건변경 통지를 하지 않으면 묵시적 갱신이 된다. 임차인도 2개월 전까지 통지하지 않으면 같다(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 제1항). 「2개월」 기준은 2020. 6. 9. 개정(법률 제17363호)으로 종전 1개월에서 바뀐 것이고, 부칙 제2조에 따라 시행일인 2020. 12. 10. 이후 최초로 체결되거나 갱신된 임대차부터 적용된다 — 그 전에 체결·갱신되고 이후 갱신된 적 없는 계약은 1개월 기준이다.
- 상가건물: 임대인이 기간 만료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 갱신거절·조건변경 통지를 하지 않으면, 임대차기간이 만료된 때에 묵시적 갱신이 된다(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 제4항 — 조문의 요건은 임대인의 통지다). 임차인에게는 통지기간 제한이 없어서, 임차인이 임대차기간 만료 전에 갱신거절을 통지하면 묵시적 갱신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은 판례가 더한 해석이다(2023다307024). 다만 환산보증금이 지역 기준액을 넘는 임대차에는 제10조 제4항·제5항이 적용되지 않는다 —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2조 제3항이 초과 임대차에 다시 적용하는 조문 목록(제10조 제1항·제2항·제3항 본문 등)에 제4항·제5항이 없기 때문이다. 이 경우 묵시적 갱신은 민법 제639조로 돌아가고, 제10조 제5항에 따른 일반적인 임차인 3개월 해지권도 없다. 그때의 해지는 민법을 따른다 — 묵시의 갱신 뒤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임대차가 되어 임차인이 해지통고 후 1개월, 임대인이 통고 후 6개월이 지나면 효력이 생긴다(민법 제635조 제2항). 다만 감염병 관련 집합 제한·금지 조치를 총 3개월 이상 받아 중대한 경제사정 변동으로 폐업한 임차인의 별도 해지권은 환산보증금 초과 임대차에도 적용되고, 통지 도달 후 3개월이 지나면 효력이 생긴다(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1조의2).
- 일반 임대차(민법): 기간 만료 후 임차인이 사용·수익을 계속하는데 임대인이 상당한 기간 내에 이의하지 않으면 묵시의 갱신이 된다(민법 제639조 제1항).
- 농지: 임대인이 기간 만료 3개월 전까지 통지하지 않으면 이전 계약과 같은 조건으로 다시 계약한 것으로 본다(농지법 제25조). 다만 국유재산·공유재산인 농지에는 이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농지법 제27조).
- 건물 전세권: 설정자가 만료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 통지하지 않으면 법정갱신이 되고, 물권변동이 법률 규정으로 생기므로 갱신 등기 없이도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민법 제312조 제4항, 88다카21029). 다만 갱신된 전세권을 양도하거나 담보로 제공하는 등 처분하려면 등기를 먼저 해야 한다(민법 제187조 단서). 이 법정갱신은 건물 전세권에만 있다(제312조 제4항 문언).
갱신되면 조건과 기간은 어떻게 되나
전 임대차와 동일한 조건으로 다시 계약한 것으로 보되, 존속기간은 법마다 다르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가 적용되는 주택은 2년(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 제2항),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 제4항이 적용되는 상가는 1년(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 제4항)으로 본다. 민법상 묵시의 갱신에서는 단서가 제635조의 해지통고를 허용하므로(민법 제639조 제1항 단서), 기간의 정함이 없는 임대차와 같이 각 당사자가 해지통고를 할 수 있고(민법 제635조), 건물 전세권의 법정갱신도 존속기간의 정함이 없는 것으로 본다(민법 제312조 제4항). 농지는 “같은 조건”에 임대차 기간도 포함되므로 종전과 같은 기간으로 갱신된다(2010다81254). 이와 별개로 현행법은 갱신·재계약에도 이모작용 8개월 임대를 제외하고 3년(다년생식물 재배지 등은 5년)의 최소기간을 그대로 적용한다(농지법 제24조의2 제1항·제4항). 예외는 따로 있다 — 임차인은 최소기간 미만으로 정한 기간이 유효함을 주장할 수 있고(같은 조 제2항 단서), 임대인은 질병·징집 등 불가피한 사유가 있으면 최소기간 미만으로 정할 수 있다(같은 조 제3항). 한편 민법상 묵시의 갱신이 되면 전 임대차를 위해 제3자가 제공한 담보는 기간 만료로 소멸한다(민법 제639조 제2항).
갱신되면 보증금·월세 등 조건은 그대로입니다. 기간은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적용되는 주택이면 2년,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 제4항이 적용되는 상가면 1년이 새로 보장됩니다. 민법은 일반 임대차의 묵시적 갱신에서 남(제3자)이 세워 준 보증·담보가 기간 만료로 사라진다고 명문으로 정합니다. 주택·상가의 법정갱신에는 그런 명문이 없지만, 보증인이 있는 계약이라면 어느 경우든 갱신 때 보증이 이어지는지 확인하고 필요하면 다시 세우는 것이 안전합니다.
묵시적 갱신 후 해지는 어떻게 하나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와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 제4항에 따라 묵시적으로 갱신된 경우에는 임차인만 언제든지 해지를 통지할 수 있고, 임대인이 통지를 받은 날부터 3개월이 지나면 효력이 생긴다(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2,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 제5항). 이들 규정에는 임대인에게 같은 해지권이 없으므로 임대인은 갱신된 기간(주택 2년·상가 1년)에 구속된다. 다만 갱신 뒤에도 임차인의 차임연체액이 건물 임대차는 2기의 차임액(민법 제640조), 상가건물은 3기의 차임액(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8)에 이르면 임대인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민법상 묵시의 갱신에서는 임대인·임차인 모두 해지통고를 할 수 있고, 건물·토지 임대차 기준으로 임대인이 통고하면 6개월, 임차인이 통고하면 1개월이 지나 효력이 생긴다(민법 제635조 제2항). 법정갱신된 건물 전세권도 각 당사자가 언제든지 소멸통고를 할 수 있고, 상대방이 통고를 받은 날부터 6개월이 지나면 소멸한다(민법 제313조).
주택이나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 제4항이 적용되는 상가에서 묵시적 갱신이 되면 세입자는 언제든 “나가겠다”고 통지할 수 있고, 통지가 집주인에게 도착한 날부터 3개월이 지나면 계약이 끝납니다. 그 3개월 동안의 월세는 내야 합니다. 반대로 집주인은 기간 중에 마음대로 해지할 수 없습니다. 다만 밀린 차임 합계가 2개월치 차임 금액(상가는 3개월치 금액)에 이르면 그와 별개로 계약을 해지당할 수 있습니다.
임차인이 만기 직전에 갱신거절을 통지하면
상가건물 임차인은 통지기간 제한이 없으므로, 기간 만료 1개월 전부터 만료일 사이에 갱신거절을 통지해도 묵시적 갱신이 되지 않고 임대차는 만료일에 종료한다(2023다307024). 반면 주택은 임차인의 통지기간도 만료 2개월 전까지로 정해져 있어(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 제1항 후문), 그 뒤에 한 갱신거절 통지로는 묵시적 갱신을 막지 못한다.
상가는 만기 전날 “연장 안 합니다”라고 통지해도 계약이 만기에 끝납니다. 주택은 만기 2개월 전을 넘기면 세입자가 통지해도 갱신을 막지 못하고, 갱신된 뒤 해지 통지로 3개월 후에 끝내는 방법만 남습니다.
실무 체크포인트
- 묵시적 갱신과 계약갱신요구권 행사에 따른 갱신은 별개 제도다. 임차인이 갱신요구권을 행사하지 않았어도 임대인이 통지기간을 놓치면 묵시적 갱신이 성립한다.
- 주택은 2기의 차임액에 달하도록 연체했거나 의무를 현저히 위반한 임차인에게 묵시적 갱신이 적용되지 않는다(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 제3항). 상가건물의 제10조 제4항에는 그런 배제 문언이 없지만, 묵시적 갱신 후에도 연체액이 3기의 차임액에 이르면 임대인이 해지할 수 있다(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8).
- 주택·상가의 묵시적 갱신에는 횟수 제한이 없다. 갱신요구권의 1회 한정(주택,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제2항)·전체 10년 한도(상가,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 제2항)는 갱신요구권에만 붙는 제한이다. 제6조의3 제2항의 문언은 「제1항에 따른 계약갱신요구권」의 행사만 세므로, 묵시적으로 갱신된 뒤에도 주택 임차인의 갱신요구권 1회는 그대로 남는다.
- 갱신요구권 행사로 갱신된 임대차의 해지에도 제6조의2가 준용되어, 임차인은 언제든지 해지를 통지할 수 있고 도달일부터 3개월 후 효력이 생긴다(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제4항, 2023다258672).
- 갱신거절 통지는 도달 시점이 다투어지므로 내용증명 등 도달을 증명할 방법으로 한다.
- 보증금 반환 시점을 계산할 때 주택·상가의 임차인 해지는 통지 도달일부터 3개월 후 효력이 생기는 점을 기준으로 잡는다(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2,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 제5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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