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한 보전처분으로 인한 손해배상이란 채권자가 부당하게 받아 집행한 가압류·가처분으로 채무자나 제3자가 입은 손해를 채권자가 불법행위로 배상하는 것이다(민법 제750조). 채권자가 본안소송에서 패소 확정되면 특별한 반증이 없는 한 고의·과실이 추정된다(98다52513).
쉽게 말하면 — 가압류·가처분으로 재산을 묶었는데 정작 본안소송에서 채권자가 졌다면, 그 처분은 부당했던 셈입니다. 이때 채무자가 입은 손해를 채권자가 물어주는 것이 이 손해배상입니다. 본안에서 지면 채권자의 잘못이 일단 추정됩니다.
고의·과실은 어떻게 정해지나?
본안 패소가 확정되면 채권자의 고의 또는 과실이 추정되지만, 상당한 이유가 있었음을 증명하면 그 추정이 번복될 수 있다.
고의·과실의 추정
보전처분은 소명만으로 채권자의 책임 아래 발령되므로, 채권자가 본안에서 패소 확정되면 고의 또는 과실이 추정된다(민법 제750조, 98다52513). 이 추정은 쉽게 번복되지 않는다. 실용신안권에 기한 제조·판매금지 가처분 사건에서 대법원은 번복을 인정한 원심을 파기했다. 가처분법원이 본안 수준으로 심리했고, 채권자가 오랫동안 전용실시권에 기해 제품을 만들어 팔았으며, 변리사의 침해 감정까지 받았다는 사정만으로는 과실 추정이 번복되지 않는다고 보았다(2000다46184). 쟁점에 관한 명시적 대법원판례가 없었고 가처분법원이 채권자의 신청을 인용했다는 사정만으로도 추정은 번복되지 않는다(2012다34764).
추정의 번복과 책임 제한
다만 이 추정은 사실상 추정이어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번복될 수 있다(2009다82046). 번복이 인정된 예를 보면, 본안 패소가 사실관계의 차이가 아니라 법적 해석·평가의 차이에서 비롯된 사안이 많다. 종중 상임이사가 회칙에 어긋나는 회장의 재산 처분을 막으려고 가처분을 신청했다가 본안이 확인의 이익 없음으로 각하 확정된 사안에서 추정 번복이 인정되었다(2005다31033). 급박한 자기주식 매각의 공정성을 의심한 주주들이 의결권행사금지 가처분을 집행했다가 확인의 이익·제소권에 관한 법적 평가의 차이로 패소한 사안도 같다(2012다29373). 하급심에도 피보전권리의 존부가 매매계약 해제에 관한 법적 해석의 차이에서 비롯됐고 채권자의 법적 견해가 보전처분법원과 본안 제2심에서 받아들여진 적이 있다면 과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본 사례가 있다(2008가합11750). 특허권침해를 이유로 한 가처분에서도 번복이 인정된 사례가 있다. 채권자가 상대방의 실시를 자기 특허권 침해로 믿었고 그렇게 믿을 만한 충분한 근거가 있었으며, 가처분법원이 결정 전에 쌍방의 주장을 듣고 충분히 심리했다는 사정을 들어 고의·과실을 부정한 원심 판단을 대법원이 수긍했다. 그 가처분결정이 뒤에 판결로 취소·확정되고 채권자가 관련 민사소송에서 패소 확정된 뒤였다(2006다46360 판시사항 [3]).
가압류 금액을 실제 채권보다 지나치게 부풀려 받은 경우에는, 본안에서 피보전권리가 없다고 확인된 범위에서 고의·과실이 추정된다(98다3757). 이때도 채권자가 가압류 신청 당시 주장하는 채권이 있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면 추정이 번복되어 배상책임이 인정되지 않는다. 본안에서 채무자의 손해배상책임이 일단 전액 인정되었다가 신의칙으로 감액된 사안에서, 채권자가 감액 전 금액 전부를 청구할 권리가 있다고 믿은 데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 추정이 번복되었다(2011다13241). 추정이 번복되지 않더라도, 보전처분과 본안소송에서 판단이 달라진 경위와 대상, 해당 판단 요소들의 성격, 판단의 난이도 등 여러 사정에 비추어 손해 전부를 배상하게 하는 것이 공평의 이념에 반한다고 평가되면 채권자의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할 수 있다(2020다242935).
한편 채권자가 본안에서 패소 확정되면 그 보전처분의 집행 자체가 피보전권리 없이 행해진 위법한 집행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보전처분 발령 뒤에 채권자가 민사상 책임을 묻지 않기로 하는 특약을 체결하는 등 피보전권리가 나중에 소멸해 본안의 소가 각하 확정된 사안에서는, 가압류가 신청·집행 당시부터 위법한 것이었다고 볼 수 없다고 하였다(2005다34919).
본안에서 지면 채권자 잘못으로 일단 봅니다. 하지만 사실관계가 아니라 법 해석이 어긋나서 진 것일 뿐 채권자가 그렇게 믿을 만했다는 사정을 증명하면 책임을 면할 수 있고, 판단이 어려웠던 사정이 있으면 책임이 줄어들 수도 있습니다.
누구에게 책임지나?
부당한 가압류에 관하여 고의 또는 과실이 있는 채권자는 채무자뿐 아니라 그 집행으로 손해를 입은 제3자에게도 배상책임을 진다(2006다24872). 가압류채권자가 아닌 사람이라도 신청이 사실적·법률적 근거가 없음을 알면서, 또는 통상인이면 쉽게 알 수 있었는데도 그 신청을 방조해 재판제도의 취지와 목적에 비추어 현저하게 상당성을 잃었다고 인정되는 보전처분 신청을 하게 만들었다면 공동불법행위 책임을 진다(민법 제760조 제3항, 2002다35461).
손해의 범위는 어떻게 정하나?
목적물의 종류에 따라 통상손해와 특별손해를 나눠 본다. 특별손해는 채권자가 그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만 배상한다(민법 제393조 제2항, 같은 법 제763조).
- 금전채권 가압류: 그 채권금에 대한 민사법정이율(연 5%) 지연이자 상당액이 통상손해다. 채무자가 그 돈을 굴려 얻을 금융이익은 특별손해다(98다3757). 다만 집행기간 동안 기한의 미도래나 조건의 불성취 등으로 채무자가 제3채무자에게서 채권을 바로 지급받을 수 없는 사정이 있었다면 가압류 집행으로 인한 손해 자체가 없다(2006다10408). 하급심은 채권의 존부·액수에 관한 다툼 때문에 제3채무자가 변제하지 않은 기간의 법정이자 손해를 부정한 사례가 있다. 다만 그 다툼이 판결로 정리된 뒤에는, 제3채무자가 지연손해금 배상책임을 지더라도 채무자가 이를 현실로 지급받을 개연성이 없다면 가압류로 인한 손해를 인정했다(2003가합10948).
- 부동산 가압류: 처분금지적 효력은 상대적이어서 처분의 법률상 장애는 아니지만, 채무자가 처분을 계획하거나 시도했는데 처분하지 못했고 그것이 가압류 집행 때문임이 입증되면 가압류와 처분 지연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2005다34919). 소유자가 그 부동산을 계속 사용·수익한 경우에는 처분 지연으로 인한 손해가 사용·수익 이익과 상쇄되어 손해가 없다고 볼 수 있고, 이를 초과하는 손해는 특별손해다(2008다79524). 토지 가압류로 그 지상 건물 신축 공사도급계약이 해제된 손해도 특별손해이고, 목적물 가압류를 위약금 지급 사유로 삼는 약정이 없는데도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지급한 위약금은 가압류 집행과 상당인과관계가 없다(2006다84874).
- 등기청구권을 보전하기 위한 부동산 처분금지가처분: 채무자가 목적물을 계속 사용·수익할 수 있고 처분도 할 수 있으므로, 처분기회 상실이나 대가 수령 지연이 사용·수익으로 얻은 이익을 넘지 않으면 손해로 보기 어렵다. 이를 넘는 손해도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여서 가처분채권자가 그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만 배상한다(2002다35461).
- 주식 가압류: 하급심은 처분이 지연된 기간의 처분대금에 대한 법정이율 이자 상당액을 통상손해로 인정한 사례가 있다. 집행기간 중 최고가액과 집행 당시 시가의 차액은 특별손해로 보아, 채무자가 최고가 시점에 매도해 이익을 확실히 얻을 수 있었고 채권자도 집행 당시 그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경우에만 배상책임을 인정했다(2008가합105251).
- 해방공탁이나 가집행정지 담보공탁을 한 경우: 민사법정이율 이자와 공탁금이율 이자의 차액 상당이 통상손해다(98다3757). 하급심에는 가압류된 유체동산(소)이 채무자 자신의 사육포기신청에 따라 긴급매각·공탁된 사안에서, 경매와 공탁이 가압류가 아니라 사육포기신청에서 비롯됐다는 이유로 공탁금 수령 지연 기간의 이자 차액 손해를 부정한 사례가 있다(2002나9507).
- 위자료: 재산적 손해 배상으로도 회복되지 않는 정신적 손해는 민법 제751조에 따라 별도로 판단한다.
배상 대상은 집행 시점의 손해에 그치지 않는다. 채권자가 집행의 유지로 채무자에게 손해가 발생하리라는 사정을 집행 완료 뒤에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데도 상당한 기간 안에 집행 해제 등의 조치를 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해 손해가 발생했다면, 그 손해도 배상해야 한다(2009다49681).
부당한 가처분을 취소하기 위해 지출한 변호사보수 등도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범위에서 손해가 될 수 있다. 소송비용액확정절차에서 상환되는 부분과의 중복 여부 및 인정 범위는 개별 사안에서 확인한다(민법 제750조). 하급심은 공사금지가처분의 채무자가 본안소송에 응소하려고 지출한 변호사 보수 전액을 곧바로 부당가처분의 손해로 보지는 않았다. 본안 제소 자체가 부당하다는 주장을 배척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처분 집행에서 벗어나려면 본안 승소가 적절한 방법인 점, 가처분과 본안의 내용이 거의 같은 점과 가처분이의 사건에서는 따로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은 점을 고려하여 지출비용의 2분의 1을 상당인과관계 있는 손해로 인정했다(2003나8619). 또 가압류이의 등 보전처분 관련 사건에 지출한 변호사 비용을 통상손해로 보고, 채권자가 자신의 주장이 법률상 근거 없음을 알았거나 통상인이라면 쉽게 알 수 있었는데도 본안소송을 제기한 사안에서 본안 변호사 비용 상당액까지 배상을 인정한 하급심 사례가 있다(2008가합105251).
과실상계도 적용되나?
된다(민법 제763조, 같은 법 제396조). 채무자가 손해 확대를 막을 수 있었는데 방치한 경우 등에는 과실상계로 배상액이 줄어든다.
채권자가 제공한 담보에서 회수할 수 있나?
보전처분을 위하여 법원의 담보제공명령으로 제공된 담보는 부당한 보전처분으로 채무자가 입을 손해를 위한 것이다. 채무자는 민사집행법 제19조 제3항이 준용하는 민사소송법 제123조에 따라 그 공탁금에 대하여 질권자와 같은 권리를 가지므로, 손해배상 집행권원을 얻어 담보에서 우선 회수하는 길을 검토한다. 소송이 완결된 뒤 담보제공자인 채권자가 신청하면 법원은 담보권리자인 채무자에게 일정한 기간 안에 권리를 행사하도록 최고한다. 채무자가 그 기간 안에 손해배상청구의 소 제기 등으로 권리를 행사하지 않으면 담보취소에 동의한 것으로 본다(민사소송법 제125조 제3항). 담보 제공을 조건으로 한 가처분 취소는 민사집행법 제307조의 별도 문제다.
담보가 공탁보증보험증권으로 제공된 경우에는 보험약관이 정한 요건을 갖춰야 한다. 피보험자인 채무자가 약관에서 정한 집행권원(손해배상청구권의 존재를 확인하는 것으로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있는 것 포함)을 갖추지 못하면, 보증보험자의 책임에 관한 상법 제726조의5를 근거로도 보험자에게 보험금 지급책임을 물을 수 없다. 채권자가 파산절차에서 면책결정을 받아 손해배상 이행의 소가 부적법한 경우에도 같고, 이때 채무자는 채권자를 상대로 구체적인 금액의 손해배상채권 존재를 확인하는 확정판결을 받아 집행권원을 확보할 수 있다(2025다220126).
채권자가 가압류를 걸며 법원에 맡긴 보증금이 있으면, 채무자는 손해배상 판결을 받아 그 돈에서 우선 받아갈 수 있습니다. 보증금 대신 보증보험증권이 제출된 경우에는 보험사에 청구해야 하는데, 약관이 정한 확정판결 같은 서류를 갖춰야만 보험금이 나옵니다.
실무 체크포인트
- 일부 승소 사건에서는 초과 집행 부분을 따로 본다. 본안소송에서 인정된 손해배상액을 초과해 가압류가 집행된 부분은 부당한 보전집행으로서 집행채권자의 고의·과실이 추정되고, 그 추정이 번복되지 않으면 초과 집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다고 본 하급심 재판례가 있다(2018나2068927).
- 채권자 패소 확정이 출발점이다. 채무자 대리 시 패소 확정 시점·피보전권리 부존재 범위를 먼저 특정한다.
- 금전채권 통상손해는 연 5% 지연이자 상당이고, 실제 금융이익은 특별손해라 별도 입증이 필요하다. 무엇이 통상·특별인지 정리하지 않으면 청구가 깎인다.
- 담보가 공탁보증보험증권이면 약관상 집행권원(확정판결 또는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있는 손해배상채권 존재 확인) 확보가 선행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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