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변경 등에 따른 보전처분 취소란 피보전권리나 보전의 필요성에 관한 사정이 바뀌거나 법원이 정한 담보가 제공되는 등 민사집행법 제288조 제1항의 사유가 생겼을 때 채무자가 보전처분의 취소를 신청하는 제도다. 가처분에도 이 규정이 준용된다(민사집행법 제301조). 보전이의와는 별개의 취소 절차지만, 발령 뒤 생긴 피보전권리의 부존재·소멸 사유는 보전이의에서도 주장할 수 있다(민사집행법 제283조, 민사집행법 제301조).
쉽게 말하면 — 가압류나 가처분을 받을 당시엔 맞았더라도, 그 뒤 빚을 다 갚았거나 본안판결로 피보전권리의 부존재가 확정됐다면 더 묶어둘 이유가 없습니다. 이렇게 사정이 바뀐 것을 들어 처분을 풀어달라고 신청하는 것입니다.
어떤 사정변경이 취소사유가 되나?
제288조 제1항이 정한 취소사유는 세 가지다. 가압류이유가 소멸하거나 그 밖에 사정이 바뀐 때, 법원이 정한 담보를 제공한 때, 가압류가 집행된 뒤 3년간 본안의 소를 제기하지 않은 때다(민사집행법 제288조 제1항). 조문 본문은 이 사유가 있으면 「가압류가 인가된 뒤에도」 취소를 신청할 수 있다고 정한다. 한편 이 신청의 재판에는 민사집행법 제286조 제5항이 준용되지 않으므로(같은 조 제3항), 취소를 인가하면서 담보 제공을 명하는 근거는 조문에 없다.
피보전권리에 관한 사정변경으로는 변제로 피보전권리가 소멸한 경우가 있다. 소멸한 피보전권리와 다른 권리를 보전하기 위해 기존 가압류를 유용할 수도 없다(93므1259). 채권자가 본안소송에서 실체법상 이유로 패소한 판결이 확정된 경우도 보통 사정변경이 된다. 다만 장래채권의 기초적 법률관계가 남아 있고 아직 그 권리의 부존재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청구가 기각된 경우에는 그 확정판결만으로 사정변경이 생겼다고 단정할 수 없다(2003다18005).
본안 확정판결에 이르지 않았더라도 피보전권리의 부존재가 분명하게 된 경우는 제288조 제1항 제1호의 사정변경에 해당한다(2014마1379). 반면 본안소송이 소송법상의 이유로 각하된 것만으로는 원칙적으로 사정변경에 해당하지 않는다(2004다53715). 다만 제288조 제1항 제3호의 기간 안에 다시 소를 제기해 흠결을 보완하기가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달라질 수 있고, 이는 취소신청 사건의 사실심 종결시를 기준으로 판단한다(2017마5829).
담보제공·해방공탁은 어떻게 되나
법원이 정한 담보를 제공한 때는 사정변경과 별개로 제288조 제1항 제2호가 직접 정한 취소사유다. 채권자가 보전의사를 포기하거나 상실했다고 볼 사정은 제1호의 사정변경이 될 수 있다(2020마7039). 다만 채무자가 가압류명령에 정한 해방금액을 공탁하는 것은 명령 자체의 취소가 아니라 집행만 푸는 별개 절차다(민사집행법 제299조). 가처분에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때 담보를 제공하게 하고 취소할 수 있는 별도의 특칙도 있다(민사집행법 제307조).
빚을 갚거나 법원이 정한 담보를 제공한 경우, 상대가 본안소송에서 실체법상 이유로 패소하여 피보전권리의 부존재가 확정된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반대로 단순히 소송이 각하된 경우(절차상 이유)는 원칙적으로 사정변경으로 보지 않습니다.
본안 미제기 3년도 취소사유다
보전집행 뒤 3년 동안 채권자가 본안의 소를 제기하지 않으면 취소사유가 된다(민사집행법 제288조 제1항 제3호). 이 경우에는 채무자뿐 아니라 이해관계인도 취소를 신청할 수 있다. 다만 가압류 집행 전에 이미 본안의 소가 제기되었거나 확정판결을 받은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제3호가 적용되지 않는다(2020마7039).
3년을 기다려야만 취소를 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채무자가 본안의 제소명령을 신청한 뒤 채권자가 법원이 정한 2주 이상의 기간 안에 본안 제기 또는 소송계속을 증명하는 서류를 내지 않으면, 법원은 채무자의 신청에 따라 가압류를 취소해야 한다(민사집행법 제287조). 기간 안에 본안의 소를 제기했더라도 그 기간 안에 소송계속을 증명하는 서류까지 제출하지 않으면 마찬가지이고, 기간이 지난 뒤 서류를 내거나 청구취지를 변경해 본안의 소를 추가해도 불이행은 치유되지 않는다(2023마7931).
본안의 소 제기는 형식적인 소송 제기로만 한정되지 않는다. 가압류채권자가 집행증서를 취득했거나 조정·재판상 화해로 집행권원을 취득하여 채권의 실현·회수 의사가 명백하면, 가압류 집행 뒤 3년 안에 별도의 본안소송을 내지 않았더라도 제3호의 취소사유가 성립하지 않을 수 있다. 다만 그 집행권원에 표시된 권리와 가압류의 피보전권리 사이에 청구기초의 동일성이 있어야 한다(2013마1412).
누가 신청하나?
원칙적으로 채무자가 신청한다. 제288조 제1항 제3호의 3년간 본안 미제기를 이유로 할 때에만 법문이 이해관계인의 신청도 명시한다(민사집행법 제288조 제1항). 그러나 가처분이 집행된 뒤 그 목적물을 양수하여 가처분의 대항을 받는 사람은 가처분절차상 채무자의 지위에 있으므로, 사정변경에 따른 가처분취소의 신청인적격이 있다(2004다50235).
보전처분이 집행된 뒤에 그 보전처분의 대항을 받는 물권을 취득한 목적물 양수인도 마찬가지로 신청인적격이 있고, 그러한 양수인에 대한 채권자는 제288조 제1항 후문의 이해관계인에 해당한다(2014마1413).
채무자의 채권자는 채권자대위권의 요건을 갖추면 채무자를 대위하여 제소명령이나 사정변경에 따른 취소를 신청할 수 있다(2011마1258).
가압류가 본압류로 이행하여 본집행이 유효하게 진행 중이면 원칙적으로 가압류취소를 구할 이익이 없다. 다만 이미 경매절차가 개시된 부동산에 대한 배당요구 종기 뒤의 경매신청으로 본압류가 이행되어 가압류집행이 본집행에 포섭되지 않는 경우에는 채무자나 이해관계인이 가압류취소를 구할 이익이 있다(2013마1412). 반대로 해당 가압류에 기한 집행절차가 아닌 경매절차의 매각으로 가압류등기가 직권말소되더라도 가압류결정의 효력은 남으므로, 결정이 유효하게 존재하고 신청의 이익이 있으면 제288조 제1항 제3호에 따른 취소를 구할 수 있다(2018마1006).
관할은 보전처분을 명한 법원이지만, 본안이 이미 계속 중이면 본안법원이 관할한다(민사집행법 제288조). 여기서 본안법원은 원칙적으로 제1심법원이고, 본안이 제2심에 계속 중이면 그 법원이다(민사집행법 제311조). 신청서를 어떻게 쓰고 인지를 얼마 붙이며 결정 뒤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는 사정변경에 따른 가압류취소 신청 절차에서 다룬다.
취소되면 어떻게 되나?
법원은 변론기일이나 양쪽 당사자가 참여할 수 있는 심문기일을 정해 통지해야 한다. 심리를 종결하려면 상당한 유예기간을 두고 종결기일을 고지하되, 해당 변론·심문기일에서는 즉시 종결할 수 있다. 재판은 이유를 적은 결정으로 한다(민사집행법 제286조 제1항부터 제4항, 민사집행법 제288조 제3항).
법원이 취소신청을 받아들이면 보전처분을 취소한다. 법원은 채권자가 고지받은 날부터 2주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결정의 효력 발생을 미루는 선언을 할 수 있다(민사집행법 제286조 제6항, 민사집행법 제288조 제3항). 효력이 생긴 취소결정의 정본을 집행기관에 제출하면 이미 한 집행처분을 취소한다(민사집행법 제49조 제1호, 민사집행법 제50조 제1항, 민사집행법 제291조).
가처분에 따라 채권자가 물건을 인도받거나 금전을 지급받거나 물건을 사용·보관하고 있다면, 채무자는 가처분취소 재판에서 그 물건이나 금전의 반환을 함께 신청할 수 있다(민사집행법 제308조).
취소신청을 인용·기각·각하한 결정에는 즉시항고할 수 있지만, 즉시항고 자체에는 집행정지 효력이 없다(민사집행법 제286조 제7항, 민사집행법 제288조 제3항, 2019다226975). 채권자는 회복할 수 없는 손해의 위험 등 법정 요건을 소명해 취소결정의 효력정지를 별도로 신청할 수 있다(민사집행법 제289조). 가처분 취소신청이 계속 중인 경우에는 만족적 가처분에 관해 민사집행법 제309조의 집행정지·취소 제도가 준용된다(민사집행법 제310조).
가압류취소결정이 항고심에서 취소되고 법원이 가압류의 집행기관인 경우에는 항고법원이 직권으로 가압류를 다시 집행한다(민사집행법 제298조, 2021마7088). 다만 그 항고법원이 대법원이면 채권자의 신청에 따라 제1심법원이 집행한다(민사집행법 제298조).
취소돼도 효력 발생을 확인해야 합니다. 법원은 효력 발생을 2주까지 미룰 수 있고, 채권자는 즉시항고와 효력정지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민사집행법 제286조 제6항, 민사집행법 제289조). 효력이 생긴 결정문을 집행기관에 내야 집행이 취소됩니다.
실무 체크포인트
- 사정변경 취소는 제288조 제1항의 법정 취소사유를 주장하는 독립 절차다. 같은 사정을 보전이의절차에서 주장할 수도 있으나 두 절차는 별도 사건으로 진행된다.
- 채권자가 본안을 제기하지 않았다면 3년 도과만 기다리지 말고 제287조의 본안 제소명령과 불이행 취소가 가능한지 확인한다(민사집행법 제287조, 민사집행법 제288조).
- 본안소송이 소송법상 이유로 각하된 것은 원칙적으로 사정변경이 아니다. 본안 패소가 “실체 판단”인지 “절차 각하”인지 먼저 구별하고, 절차 각하라면 흠결 보완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 확인한다(2017마5829).
- 취소결정에 즉시항고해도 효력이 자동으로 멈추지 않는다. 효력유예선언이나 별도 효력정지 결정이 있는지 확인한다(민사집행법 제286조 제6항, 민사집행법 제289조).
- 만족적 가처분의 취소신청 중 집행을 먼저 멈춰야 한다면 제309조·제310조의 요건에 따른 집행정지 신청을 함께 검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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