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불이행의 귀책사유는 채무 내용대로 이행하지 못한 결과를 채무자에게 책임지울 수 있는 고의·과실 등의 사유를 말한다. 채무의 존재와 내용, 그 위반을 먼저 확인한 뒤 귀책사유가 있는지를 따로 판단해야 한다(민법 제390조).
쉽게 말하면 — 약속한 일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과 그것이 채무자의 잘못인지는 같은 질문이 아닙니다. 무엇을 약속했는지와 어겼는지를 먼저 정하고, 그다음 채무자가 자기 잘못이 아니었다고 증명하는지를 봅니다.
누가 귀책사유를 증명해야 하는가?
채무불이행책임에서는 채무자의 귀책사유가 추정되므로, 자기에게 귀책사유가 없음을 주장·증명해야 하는 쪽은 채무자다(2022다290297 판시사항 [3] 및 이유).
채무의 내용에 좇은 이행이 없으면 채권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채무자가 고의나 과실 없이 이행할 수 없게 되었다면 책임을 지지 않는다(민법 제390조). 판례가 말하는 귀책사유의 추정과 무귀책 증명은 채무불이행 손해배상책임 일반에서 문제 된다. 이 추정은 채무의 내용과 위반 자체까지 대신 증명해 주는 것은 아니다. 채권자는 어떤 채무가 있었고 무엇이 이행되지 않았는지, 그로 인해 어떤 손해가 발생했는지를 청구에서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손해의 발생 사실과 손해액은 원칙적으로 채권자가 주장·증명해야 한다. 법원은 당사자가 주장하지 않은 손해를 기초로 배상액을 산정할 수 없다(99다49644 판결요지 [1]).
다른 사람에게 이행을 맡기면 그 사람의 잘못도 책임지는가?
법정대리인이나 채무자가 사용한 사람의 고의·과실은 채무자의 고의·과실로 본다(민법 제391조). 이행보조자는 채무자의 의사 관여 아래 해당 채무의 이행행위에 속하는 활동을 하는 사람이면 충분하다. 채무자의 지시·감독을 받거나 종속적인 지위에 있을 필요는 없다(2022다292361 판시사항 [2] 및 이유).
반대로 채무자와 관계가 있는 제3자라고 해서 모두 이행보조자는 아니다. 별도의 계약에 따라 자기 이익을 위해 한 활동이 문제 된 채무의 이행행위에 속하지 않으면 제391조의 이행보조자로 볼 수 없다(2011다2142 판결요지 [1]·[2]).
이행보조자가 다시 제3자를 사용한 경우에는 채무자가 그 사용을 승낙했거나 적어도 묵시적으로 동의했는지를 확인한다. 그 조건을 갖추면 복이행보조자의 고의·과실도 채무자에게 귀속된다(2011다1330 판결요지 [2]). 제3자를 사용했다는 사실만으로 언제나 복이행보조자의 과실이 귀속되는 것은 아니다.
귀책사유가 없어도 책임지는 경우가 있는가?
법률이 책임을 가중한 경우에는 단순히 과실이 없었다는 이유만으로 면책되지 않는다.
- 이미 이행지체에 빠진 뒤에 생긴 손해는 채무자에게 과실이 없어도 배상하여야 한다. 다만 이행기에 이행했어도 그 손해를 면할 수 없었다면 책임지지 않는다(민법 제392조). 지체가 언제 시작되는지는 민법 제387조로 확인한다.
- 금전채무 불이행의 손해배상액은 법정이율에 따르고, 법령의 제한에 어긋나지 않는 약정이율이 있으면 그 이율에 따른다. 채권자는 손해를 증명할 필요가 없고 채무자는 과실 없음을 항변하지 못한다(민법 제397조 제1항·제2항).
금전채무의 특칙도 청구 자체를 대신하지는 않는다. 채권자는 지연이자 상당의 손해를 청구한다는 취지를 주장해야 하며, 주장하지 않은 지연이자를 법원이 직권으로 인용할 수는 없다(99다49644 판결요지 [2]).
채권자가 이행을 받지 않을 때도 같은가?
같지 않다. 채권자가 이행을 받을 수 없거나 받지 않으면 이행의 제공이 있는 때부터 채권자에게 지체책임이 있다(민법 제400조). 변제는 원칙적으로 채무 내용에 따른 현실제공으로 해야 하지만, 채권자가 미리 받기를 거절했거나 채무 이행에 채권자의 행위가 필요한 경우에는 변제준비를 마쳤다고 통지하고 수령을 최고하면 된다(민법 제460조).
채권자지체 중에는 채무자에게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으면 불이행으로 인한 모든 책임이 없다(민법 제401조). 이자 있는 채권이라도 그 기간에는 이자를 지급할 의무가 없다(민법 제402조). 보통 과실까지 언제나 책임진다는 일반 원칙을 이 기간에 그대로 적용해서는 안 된다. 채무자가 적법한 이행제공을 했는지와 채권자가 수령할 수 없거나 거절했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위험부담과는 무엇이 다른가?
귀책사유는 손해배상책임의 성립을 판단하는 기준이고, 위험부담은 쌍무계약에서 한쪽 급부가 불가능해졌을 때 반대급부를 청구할 수 있는지를 정한다. 쌍방에게 책임 없는 사유로 불가능해졌다면 민법 제537조가 문제 된다. 채권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로 불가능해졌거나 채권자지체 중에 쌍방의 책임 없는 사유로 불가능해졌다면 제538조가 문제 된다. 두 제도의 효과와 세부 요건은 위험부담에서 다룬다(민법 제537조, 민법 제538조).
실무에서는 무엇을 나누어 확인해야 하는가?
- 채무의 내용, 이행하지 않은 사실, 손해와 인과관계를 먼저 정리한 뒤 채무자의 무귀책 항변을 따로 확인한다(민법 제390조, 2022다290297).
- 제3자가 관여했다면 그 활동이 문제 된 채무의 이행에 속하는지와 채무자의 의사 관여가 있었는지를 확인한다(민법 제391조, 2011다2142).
- 복이행보조자의 행위라면 채무자가 그 사용을 명시적으로 승낙했거나 묵시적으로 동의했는지 확인한다(2011다1330).
- 이행지체, 금전채무, 채권자지체가 문제 되면 각각 제392조, 제397조, 제400조·제401조의 특칙을 따로 적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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