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실책임주의

과실책임주의는 고의나 과실이 있는 사람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부담시키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채무불이행은 민법 제390조, 일반 불법행위는 민법 제750조가 각각 고의·과실을 책임의 기초로 삼는다.

쉽게 말하면 — 손해가 생겼다는 이유만으로 언제나 배상하는 것은 아닙니다. 원칙적으로 약속을 어기거나 남에게 손해를 낸 사람에게 잘못이 있어야 하지만, 법이 위험을 부담시키기 위해 예외적으로 무과실책임을 정한 경우도 있습니다.

계약책임과 불법행위책임은 무엇이 다른가?

둘의 차이는 고의·과실을 누가 증명해야 하는지에서 먼저 드러난다. 채무자가 채무 내용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채권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고의나 과실 없이 이행할 수 없게 된 때에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민법 제390조). 판례는 채무불이행이 인정되면 채무자의 귀책사유가 추정되고, 채무자가 자기에게 귀책사유가 없음을 주장·증명해야 면책될 수 있다고 본다(2022다290297 판시사항 [3] 및 이유). 이 사건은 위약벌 청구 사건이므로 위 명제는 채무불이행책임의 귀책사유 추정 법리에 한정해 읽어야 한다.

일반 불법행위에서는 피해자가 가해자의 고의·과실에 따른 위법행위, 손해와 인과관계를 주장·증명하는 것이 원칙이다(민법 제750조). 대법원도 상호 역혼동 손해배상 사건에서 고의·과실에 기한 가해행위와 손해 발생의 증명책임은 이를 주장하는 사람에게 있다고 확인했다(2001다73879). 그 사건의 중심 쟁점은 상호 역혼동이므로, 이 판시는 일반 불법행위의 입증책임 명제에 한정해 읽어야 한다.

같은 손해가 계약 위반과 불법행위의 요건을 모두 충족하면 두 손해배상청구권이 병존하여 그중 하나를 선택해 행사할 수 있다(82다카1533). 어느 청구를 선택하는지에 따라 증명할 사실과 소멸시효 등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일반 채권의 시효는 민법 제162조, 불법행위 손해배상의 시효는 민법 제766조에서 각각 확인한다.

누구의 과실까지 책임지나?

자기 과실만 책임지는 것은 아니다. 채무자의 법정대리인이 대신 이행하거나 채무자가 다른 사람을 써서 이행하는 경우, 그 법정대리인이나 보조자의 고의·과실은 채무자의 고의·과실로 본다(민법 제391조). 다른 사람에게 일을 맡겼다는 이유만으로 채무불이행 책임을 피할 수 없다.

타인을 사용하여 사무에 종사하게 한 자는 피용자가 그 사무집행에 관하여 제3자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한다. 다만 선임과 사무감독에 상당한 주의를 했거나, 그런 주의를 해도 손해가 생겼을 경우에는 면책된다(민법 제756조 제1항). 이는 면책 가능성이 있는 과실추정 구조이므로, 조문상 면책 기회가 없는 순수한 무과실책임과 구별해야 한다.

민법 제753조 또는 민법 제754조에 따라 책임이 없는 사람이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그 법정감독의무자는 감독의무를 게을리하지 않았음을 증명하면 면책된다(민법 제755조 제1항). 동물이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에도 점유자는 그 종류와 성질에 따라 보관에 상당한 주의를 게을리하지 않았음을 증명하면 면책된다(민법 제759조 제1항). 감독의무자나 사용자를 갈음하여 감독하는 자, 점유자를 갈음하여 동물을 보관한 자도 각 조문에 따라 같은 책임을 진다.

고의·과실이 없어도 책임지는 경우가 있나?

법률이 특별히 정하면 있다.

  • 이행지체 중 생긴 손해는 채무자가 과실 없이 발생했다고 해도 배상해야 한다. 다만 제때 이행했어도 피할 수 없었던 손해라면 책임지지 않는다(민법 제392조).
  • 금전채무 불이행의 손해배상액은 법정이율에 따른다. 법령의 제한에 어긋나지 않는 약정이율이 있으면 그 이율에 따르고, 이 손해배상에 관하여는 채권자가 손해를 증명할 필요가 없으며 채무자는 과실 없음을 항변하지 못한다(민법 제397조 제1항·제2항).
  • 공작물 설치·보존의 하자로 손해가 나고 점유자가 손해 방지에 필요한 주의를 다했다면 소유자가 배상한다. 제1항 문언상 소유자에게는 점유자와 같은 주의 면책이 없다(민법 제758조).

대법원은 공작물 소유자의 책임을 위험책임에 기초한 무과실책임이라고 보았다. 다만 무과실책임이라고 해서 모든 손해를 제한 없이 전부 부담한다는 뜻은 아니며, 피해자의 과실이나 가해자의 책임을 제한할 사유가 있으면 배상 범위를 정할 때 이를 참작하여야 한다고 판시했다(2022다233713 판결요지 [1]·[2]).

과실추정과 무과실책임은 왜 구별해야 하나?

과실이 추정되는 경우에는 책임을 지는 쪽이 상당한 주의를 다했거나 귀책사유가 없음을 증명해 면책될 수 있다. 무과실책임은 법이 정한 책임요건이 충족되면 과실이 없다는 사정만으로 면책되지 않는다. 다만 무과실책임에도 하자, 손해, 인과관계 같은 다른 요건은 여전히 필요하고, 법정 면책사유나 책임제한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입증책임이 바뀌었다”는 사실만으로 무과실책임이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어떤 법률이 누구에게 어떤 위험을 부담시키고 어떤 면책사유를 두었는지 조문별로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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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수정 2026년 9월 5일 ·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이고 개별 사안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최종 수정일 기준으로 작성됐으며 이후 법령 개정이나 판례 변경으로 현행과 달라질 수 있고, 법령·판례의 문언은 정본이 우선합니다. 내용만을 근거로 한 판단으로 생긴 손해에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면책 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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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우법무사

신우법무사

법무사 김정걸은 1994년 제2회 법무사시험에 합격해 32년간 법무사 업무를 해 왔습니다. 1984년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했습니다. 외국인 상속등기 · 한정승인 · 상속포기, 상속관련 소송 · 비송, 회사등기, 강제집행 등을 주업무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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