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채무자의 파산선고 전에 파산채권을 근거로 파산재단에 속하는 재산을 압류했고, 그로 인한 보증채권의 시효중단사유가 선고 당시에도 계속 중이었다면, 파산취소·동시폐지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파산절차 종료 때부터 시효가 다시 진행한다(2023다306885). 파산선고로 압류가 파산재단에 대하여 효력을 잃었다는 이유만으로 선고일부터 계산하지 않는다.
쉽게 말하면 — 대출을 보증한 사람이 오래 지난 뒤 독촉을 받았다면, 대출자가 언제 파산했는지만 확인해서는 부족합니다. 은행이 파산 전에 대출자의 재산을 압류했고, 그 재산이 파산재단에 속하며 선고 당시에도 시효중단사유가 계속 중이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파산절차가 끝난 때부터 보증채권의 시효를 다시 계산합니다. 파산을 선고한 결정문과 나중에 절차를 끝낸 결정문을 함께 봐야 합니다(2023다306885).
어떤 경우에 파산절차 종료 때부터 다시 계산하나?
주채무자에 대한 파산선고 전에 파산채권을 근거로 파산재단에 속하는 재산에 한 강제집행으로 보증채권의 시효가 중단됐고, 선고 당시에도 그 중단사유가 계속 중이던 경우다. 대법원 2025. 12. 4. 선고 2023다306885 판결은 파산취소나 파산선고와 동시에 이루어지는 파산폐지결정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파산절차가 종료된 때 시효중단사유가 종료된다고 판단했다.
시효중단은 그때까지 경과한 기간을 계산에서 빼고, 중단사유가 끝난 때부터 새 기간을 계산하는 것이다(민법 제178조 제1항). 압류는 시효중단사유이고(같은 법 제168조 제2호), 주채무자에 대한 시효중단은 보증인에게도 효력이 있다(같은 법 제440조). 보증인에게 별도로 압류하지 않았더라도 주채무자에 대한 중단이 영향을 줄 수 있는 이유다.
따라서 먼저 확인할 것은 파산 이전의 집행으로 시효가 실제로 중단됐는지다. 파산선고 전에 압류가 해제되거나 집행절차가 이미 종료됐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압류에 의한 중단사유는 압류가 해제되거나 집행절차가 종료될 때 끝나므로, 과거에 압류한 사실만으로 파산절차 종료 때까지 중단이 유지된다고 볼 수는 없다(2023다306885 이유 3. 가.). 권리자의 청구로 압류가 취소됐거나 법률 규정에 따르지 않아 취소됐다면 시효중단 효력이 없다(같은 법 제175조). 이런 경우와 파산선고 때문에 파산재단에 대한 집행 효력이 사라진 경우를 구별해야 한다.
압류가 효력을 잃는데 왜 시효중단은 유지되나?
파산선고에 따른 집행의 효력 상실은 파산재단과의 관계에 한정된다. 파산채권에 기하여 파산재단에 속하는 재산에 한 강제집행·가압류·가처분은 파산재단에 대하여 효력을 잃지만, 파산관재인은 파산재단을 위하여 강제집행절차를 속행할 수 있다(채무자회생법 제348조 제1항). 파산관재인이 공동으로 나눌 재산을 관리하는 데 방해되는 개별 집행을 제한하면서, 재단에 유리한 집행은 이용할 수 있게 한 구조다.
대법원 2000. 12. 22. 선고 2000다39780 판결도 구 파산법 제61조 제1항을 모든 당사자 사이에서 집행이 절대적으로 무효가 된다는 뜻으로 읽지 않았다. 그 규정에 대응하는 현행 조문이 같은 법 제348조 제1항이고, 2023다306885 판결은 이 상대적 효력 상실의 법리를 인용해 시효중단 문제를 판단했다.
2023다306885 판결은 파산절차 역시 여러 채권자를 위한 포괄적 강제집행의 성격을 지닌다는 점을 함께 고려했다. 또한 압류에 시효중단의 효력을 부여하는 근거는 강제집행 자체의 효과보다 채권자가 자신의 권리를 행사했다는 점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이유로 선행 압류로 이미 생긴 시효중단을 파산선고 자체로 없애거나 곧바로 시효를 다시 진행시키지 않고, 파산절차가 끝나면 압류 목적물을 포함한 재단 재산에 대한 강제집행도 함께 종료된 것으로 본 것이다. 개별 압류의 실효와 시효중단의 종료는 이처럼 구별된다.
파산채권을 신고하지 못했어도 중단이 유지되나?
파산선고 전 압류로 생긴 중단은 파산채권 신고에 의한 중단과 별도로 판단한다. 2023다306885 사건에서는 주채무자가 채권자목록에 대출금채무를 적었지만, 법원이 채권신고기간과 채권조사기일을 따로 정하지 않아 은행이 파산채권을 신고하지 못했다. 이처럼 채권을 신고하지 못한 사실관계에서, 대법원은 선행 압류에 따른 보증채권의 시효중단이 파산폐지결정 확정 때 종료됐다고 판단했다(2023다306885 이유 3. 나.).
파산절차참가 자체에도 시효중단 효력이 있다. 다만 파산채권자가 신고를 취하하거나 신고가 각하된 때에는 그 효력이 없다(채무자회생법 제32조 제2호). 앞 판결의 결론은 선행 압류에 의한 중단을 판단한 것이므로, 파산신청이나 채무자가 작성한 채권자목록만으로 언제나 보증채권의 시효가 중단된다는 뜻은 아니다. 도산절차 참가에 따른 중단은 소멸시효 중단(도산)에서, 신고 방법은 파산채권 신고와 조사확정 절차에서 설명한다.
실제 판결에서는 어느 날을 기준으로 삼았나?
2023다306885 판결은 주채무자에 대한 파산폐지결정이 확정되어 파산절차가 종료된 때를 기준으로 삼았다. 파산폐지는 절차를 계속하지 않고 끝내는 결정으로, 이 사건에서는 파산선고와 동시에 폐지된 것이 아니라 선고 뒤 별도의 절차가 진행됐다. 파산선고 후 절차를 진행하다 폐지하는 경우를 이시폐지라고 한다. 이 판결의 구체적 사안은 이시폐지결정이 확정된 경우이고, 배당을 마친 뒤 파산종결로 끝난 사건의 구체적인 재진행 시점을 판단한 것은 아니다.
사건의 순서는 다음과 같다. 날짜와 각 결정의 효과는 모두 2023다306885 판결 이유에 따른다.
| 사건 경과 | 시효 판단에서의 의미 |
|---|---|
| 2010. 12. 20. 주채무자의 예금·보험금채권에 압류 및 추심명령, 그 무렵 제3채무자에게 송달 | 이 집행으로 보증채권의 시효가 중단됐다(2023다306885) |
| 2015. 11. 13. 주채무자 파산선고 | 대법원은 이 날부터 시효가 재진행한다고 본 원심을 파기했다(2023다306885) |
| 2017. 6. 16. 파산폐지결정, 그 무렵 확정 | 폐지결정 확정으로 파산절차가 끝나 시효가 다시 진행했다(2023다306885) |
| 2017. 6. 21. 면책결정, 그 무렵 확정 | 판결이 시효 재진행의 기준으로 삼은 폐지결정 확정과 구별되는 후속 결정이다(2023다306885) |
대법원은 지급명령 신청 당시 파산폐지결정 확정일부터 상사시효 5년이 지나지 않았으므로 보증채권이 시효로 소멸하지 않았다고 판단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했다(2023다306885 이유 3. 나.). 비용부족으로 인한 이시폐지결정에는 즉시항고를 할 수 있고, 그 항고에는 원칙적으로 집행정지의 효력이 있다(채무자회생법 제545조 제3항, 같은 법 제13조 제3항). 이 사건에서 시효가 다시 진행한 기준도 폐지결정의 확정이므로, 결정일과 확정일을 구별하고 사건기록의 확정증명 등으로 확정일을 확인한다(2023다306885 이유 3. 나.).
시효가 다시 진행하면 기간도 주채무와 같아지나?
중단의 효력이 보증인에게 미치는 것과 보증채권의 시효기간이 주채무와 같아지는 것은 다르다. 대법원 1986. 11. 25. 선고 86다카1569 판결은 주채무가 확정판결 등으로 시효기간 10년이 됐더라도, 그 당사자가 아닌 연대보증인에 대한 보증채권은 종전의 시효기간에 따른다고 판단했다. 주채무자에 대한 중단은 별도 조치 없이 보증인에게 미치지만, 중단 뒤의 기간까지 당연히 이전되는 것은 아니라는 이유다.
상행위로 생긴 채권은 상법에 다른 규정이 없으면 원칙적으로 5년간 행사하지 않을 때 시효가 완성하고, 다른 법령이 더 짧은 시효를 정하면 그 규정을 따른다(상법 제64조). 2023다306885 사건의 보증채권은 상사채권으로 판단됐지만, 모든 보증채권의 시효기간을 그 사건과 같게 정할 수는 없다. 보증채권 자체의 성질과 그 채권에 대한 판결·절차상 확정 여부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 일반적인 기간과 단기시효는 소멸시효에서 설명한다.
판결로 확정된 채권은 단기시효에 해당하더라도 10년이 되고, 파산절차로 확정된 채권이나 재판상 화해·조정 등 판결과 같은 효력이 있는 것으로 확정된 채권도 같다. 다만 판결확정 당시 변제기가 오지 않은 채권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민법 제165조).
주채무자가 면책받으면 보증인도 지급을 거절할 수 있나?
주채무자의 면책만으로는 보증인에 대한 채권자의 권리가 없어지지 않는다. 면책은 파산채권자가 채무자의 보증인이나 함께 채무를 부담하는 자에게 가진 권리, 채권자를 위하여 제공한 담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채무자회생법 제567조). 따라서 주채무자의 면책결정과 보증채권의 시효 완성 여부를 따로 판단해야 한다.
보증인 입장에서는 파산선고일부터 기간이 지났다는 사정만으로 시효 항변을 결정하지 말고, 선행 압류의 중단과 파산절차 종료 시점, 이후의 추가 중단사유를 확인해야 한다. 채권자도 파산절차가 끝난 뒤에는 시효가 새로 진행하므로 보증채권에 필요한 권리행사를 점검해야 한다(2023다306885, 민법 제178조). 면책과 보증책임의 전체 관계는 주채무자 면책과 보증인의 책임에서 설명한다.
실무 체크포인트
- 파산선고 전 압류·추심명령과 송달·집행기록을 확보해 시효중단 발생과 계속 여부를 확인한다. 선고 전에 압류가 해제되거나 집행절차가 이미 끝났는지도 살핀다(2023다306885).
- 파산선고 결정과 절차 종료 결정을 함께 확인한다. 이시폐지 사건이라면 폐지결정의 결정일과 확정일을 구별한다(2023다306885).
- 파산취소나 동시폐지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 확인한다. 이런 경우를 선고 뒤 절차가 계속된 판결 사안과 같게 계산하지 않는다(2023다306885).
- 보증채권 자체의 시효기간과 추가 중단사유를 확인한다. 주채무에 대한 확정판결의 10년을 보증채권에 자동으로 적용하지 않는다(86다카1569).
- 주채무자의 면책결정만으로 보증인에 대한 독촉이 잘못됐다고 판단하지 않는다. 보증채권의 기간·중단·종료를 따로 대조한다(채무자회생법 제567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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