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로 생긴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매도인의 동의나 승낙을 받아야 양수인이 행사할 수 있다. 양도 사실을 통지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동의·승낙 없는 양도는 원칙적으로 효력이 없다는 것이 판례다(2024다248290 판결요지·이유 1).
쉽게 말하면 — 집주인 갑에게 집을 산 을이 아직 등기를 받기 전에, 등기 받을 권리를 병에게 넘겼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병은 을과 양도계약을 맺었다는 이유만으로 갑에게 등기를 요구할 수는 없습니다. 갑이 그 권리 양도에 동의했는지도 확인해야 합니다(2024다248290 판결요지). 또 등기청구권을 받은 것만으로 병이 매매계약의 매수인이 되어 을의 지위를 모두 넘겨받는 것은 아닙니다(2004다67653,67660 판결요지 [2]).
왜 매도인의 동의나 승낙이 필요한가?
매매계약의 이행에는 매도인과 매수인 사이의 신뢰가 따르기 때문이다. 매도인은 매수인의 자력·신용을 보고 계약을 유지할지 판단할 수 있고, 양쪽은 서로 동시이행관계에 있는 의무를 부담한다. 이 때문에 매매상 등기청구권에는 통상의 채권양도와 다른 제한이 있다(2015다36167 판결요지 [2]).
일반 지명채권은 양도인의 통지 또는 채무자의 승낙으로 대항요건을 갖춘다(민법 제450조 제1항). 반면 매매상 등기청구권을 양도받은 사람은 매도인이 동의하지 않으면 그 양도를 근거로 직접 이전등기를 청구할 수 없다. 이는 별도의 양도금지특약만의 문제가 아니라 권리의 성질에 따른 제한이다(민법 제449조 제1항, 2000다51216 판결요지 [1]·이유 1).
대금을 이미 지급했다는 사정만으로 승낙이 필요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2022다297632는 매매대금이 지급되었다는 등의 이유로 채무자의 동의·승낙을 요구하지 않은 원심 판단을 잘못이라고 보았다(판시사항 [2]·이유 2. 라.).
등기청구권을 받으면 매수인 지위도 넘어오는가?
등기청구권만 양수한 사람은 그 사실만으로 매매계약의 매수인이 되지는 않는다. 분양계약상 매수인의 지위까지 양수하려면 계약 상대방인 매도인과의 합의가 있어야 한다(2004다67653,67660 판결요지 [2]).
| 받은 권리나 지위 | 매도인에게 직접 요구할 때 확인할 사항 |
|---|---|
| 매매상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 | 해당 채권양도에 매도인이 동의·승낙했는지 확인한다(2004다67653,67660 판결요지 [1]). |
| 분양계약상 매수인의 지위 | 매도인이 계약상 지위의 승계에 합의했는지 확인한다(2004다67653,67660 판결요지 [2]). |
| 부동산을 다시 매수한 최종 매수인의 지위 | 최초 매도인에게 직접 등기를 구하려면 중간생략등기 합의 등 특별한 사정이 필요하다(2004다67653,67660 이유 2. 가.). |
부동산이 순차로 매매된 경우, 중간생략등기 합의를 근거로 직접 청구하려면 관계 당사자 전원의 의사가 일치해야 한다. 최초 매도인과 중간자 사이의 동의에 더하여 최초 매도인과 최종 양수인 사이에도 중간등기 생략의 합의가 필요하다. 중간자로부터 등기청구권을 양도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이 요건을 대신할 수 없다(2018다280316 판결요지·이유 2. 가.).
명의신탁을 해지하여 생긴 청구권도 같은가?
유효한 명의신탁약정을 해지하여 생긴 등기청구권도 수탁자의 동의·승낙 없이 양수인이 직접 행사할 수 없다. 2018다280316은 종중이 명의신탁 해지에 따른 등기청구권을 양도한 사안에 이 법리를 적용하였다(판결요지·이유 2. 다.).
그 사건에서는 종중이 먼저 수탁자를 상대로 이전등기 승소판결을 확정받았지만 자기 명의로 등기하지 않은 채 토지를 매도하였다. 양수인이 등기청구권을 양도받아 통지한 뒤에도 수탁자가 동의하지 않았으므로, 대법원은 양수인의 직접 청구를 인용한 원심을 파기하였다(2018다280316 이유 2. 나.·다.).
여기서 전제는 유효한 명의신탁약정의 해지이다. 종중이 보유한 부동산을 종중 외의 자 명의로 등기한 경우에도 조세 포탈·강제집행 면탈·법령상 제한 회피 목적이 없어야 부동산실명법상 특례가 적용된다(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제8조 제1호). 약정의 유효 여부와 무효인 경우의 회복 방법은 명의신탁에서 다룬다.
취득시효로 생긴 등기청구권은 어떻게 다른가?
취득시효 완성으로 생긴 등기청구권에는 매매상 등기청구권의 양도제한 법리가 적용되지 않는다.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에 계약·신뢰관계가 없고, 채권자가 반대급부로 부담할 의무도 없기 때문이다(2015다36167 판결요지 [2]).
따라서 이 경우에는 통지 또는 승낙에 관한 일반 대항요건을 적용한다(민법 제450조). 다만 양도받았다는 사정이 취득시효 완성 자체를 증명하는 것은 아니다. 2015다36167에서도 일부 피고에 대한 청구는 양도인이 자주점유한 것으로 볼 수 없어 배척되었다(이유 1. 나.).
“등기청구권”이라는 이름만 같다고 양도 조건까지 같지는 않습니다. 매매나 유효한 명의신탁 해지로 생긴 청구권은 원칙적으로 상대방의 동의·승낙이 필요합니다. 취득시효 완성으로 생긴 청구권에는 그 제한이 없습니다.
동의 없이 이미 등기까지 마쳤다면 유효한가?
양수인 명의의 등기를 마쳤더라도 매도인의 동의·승낙이 없어 유효한 실체관계가 없다면 원인무효가 될 수 있다. 2024다248290은 양수인 앞으로 마친 가등기 이전의 부기등기와 가등기에 기한 본등기를 모두 원인무효로 보았다(판결요지·이유 1·2).
등기가 실체관계에 부합한다는 것은 등기절차에 하자가 있어도 그 밖의 법률행위가 적법·유효하여 진정한 권리관계와 맞는다는 뜻이다. 해당 사건의 양수인은 매도인에게 등기청구권을 행사할 법률관계 자체가 없었으므로 이 법리로 보호받지 못했다. 등기를 말소하게 되었다는 사정만으로 매도인의 양수인에 대한 매매대금 반환의무가 곧바로 인정되는 것도 아니라고 보았다(2024다248290 판결요지·이유 2).
가처분이나 압류가 있으면 양도에 어떤 영향이 있나?
등기청구권의 처분금지가처분은 임의 양도를 막지만 뒤의 압류보다 우선하지는 않는다(2000다51216 판결요지 [2]). 압류 후의 처분은 압류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고, 앞선 양도는 유효한 양도인지와 제3자 대항요건을 확인해야 한다(민사집행법 제227조 제1항·제3항, 민법 제450조, 2024다248290 판결요지).
처분금지가처분과 뒤의 압류
등기청구권의 양도 등 처분을 금지하는 가처분은 채무자의 임의처분을 막지만 뒤의 가압류·압류에 우선하지 않는다. 2000다51216은 채무자에게 등기청구권의 양도를 금지하고 제3채무자에게 이전등기 이행을 금지한 가처분을 다뤘다. 그 가처분 뒤 이루어진 압류도 가처분채권자와의 관계에서 유효하다고 판단하였다(판결요지 [2]·이유 2).
등기청구권에 압류·가압류 또는 처분금지가처분이 있어도 그 채무자는 제3채무자를 상대로 이전등기 이행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다만 법원은 해당 처분의 해제를 조건으로 해야 이전등기 이행을 명할 수 있다. 무조건 이행판결이 확정되면 채무자가 단독으로 등기를 신청할 수 있어 처분제한을 지킬 수 없기 때문이다(98다42615 판시사항 [1]·판결요지 [1]).
채무자의 이행청구와 압류채권자의 청구는 구별해야 한다. 2000다51216은 뒤에 압류한 채권자의 청구에 대해 선행 가처분의 해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배척하면서, 위 판결과 사안이 다르다고 밝혔다(이유 2).
압류의 효력과 양수인의 대항요건
등기청구권 압류는 제3채무자에게 압류명령이 송달되면 효력이 생긴다. 그 뒤 채무자가 압류된 청구권을 처분하더라도 압류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민사집행법 제242조, 같은 법 제227조 제1항·제3항). 압류명령 신청에 관한 재판에는 즉시항고를 할 수 있다(민사집행법 제227조 제4항).
앞서 양도받았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매도인의 동의·승낙과 제3자에 대한 대항요건을 확인해야 한다. 제3자에게 대항하려면 통지·승낙이 확정일자 있는 증서로 이루어져야 한다(민법 제450조 제2항). 매매상 청구권의 양도 통지만으로 매도인에 대한 대항력이 생기지는 않는다(2000다51216 이유 1. 다.).
경합하는 양도나 가압류와의 우열은 확정일자가 찍힌 날짜만으로 정하지 않는다. 일반 채권양도에서는 확정일자 있는 통지의 도달 시각이나 승낙 시각을 비교하고, 가압류와는 가압류결정 정본이 제3채무자에게 도달한 시각을 비교한다(93다24223 판결요지 가.). 매매상 등기청구권에서는 이러한 제3자 대항요건에 앞서 매도인의 동의·승낙에 따른 유효한 양도인지도 확인해야 한다(2024다248290 판결요지).
압류로 등기청구권을 확보한 채권자가 곧바로 자기 명의로 이전등기를 받는 것도 아니다. 부동산 권리이전청구권의 집행에는 보관인을 통한 채무자 명의의 등기 절차가 있고, 전부명령은 허용되지 않는다(민사집행법 제244조, 같은 법 제245조). 신청과 집행의 상세는 부동산청구권 압류 신청 절차에서 다룬다.
양도 전에 어떤 서류와 약정을 확인해야 하나?
양도계약서와 함께 매도인이 무엇에 동의했는지를 확인할 자료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등기청구권의 양도인지 계약상 지위의 승계인지 구분하고, 대상 부동산과 당사자·잔금 부담·직접 등기 이행에 관한 합의 내용을 명확하게 남긴다(2004다67653,67660 판결요지 [1]·[2], 이유 2·3).
동의서라는 제목의 문서가 있는지만으로 결론을 내리지는 않는다. 2004다67653,67660은 당사자들이 함께 만나 양도를 알렸고 평소 친분이 있었다는 사정 외에도 계약의 승인·신고 조항과 실제 증거를 심리해야 한다고 보았다. 양도 당사자 사이의 인증서만으로 매도인의 승낙을 인정한 원심 판단도 받아들이지 않았다(이유 2. 나.).
다른 사람에게 넘길 때 등기신청 기한은 언제인가?
매도인의 동의를 받더라도 법률상 등기신청 기한은 따로 지켜야 한다. 소유권을 이전받기로 한 계약에서 서로 대가적인 채무를 부담한다면 반대급부를 마친 날부터, 한쪽만 채무를 부담한다면 계약의 효력이 발생한 날부터 60일 이내에 이전등기를 신청하여야 한다. 계약이 취소·해제되거나 무효인 경우는 제외된다(부동산등기 특별조치법 제2조 제1항).
이 기준일 이후 제3자와 소유권이전이나 계약상 지위 이전 계약을 체결하려면, 60일이 남았더라도 새 계약 전에 선행 계약의 이전등기를 신청하여야 한다(부동산등기 특별조치법 제2조 제2항). 반면 기준일 전에 제3자와 소유권이전계약을 체결했다면, 반대급부를 마친 날이나 계약의 효력이 발생한 날부터 60일 이내에 선행 계약의 이전등기를 신청하여야 한다(부동산등기 특별조치법 제2조 제3항).
이러한 등기신청 의무에 저촉된다는 사정만으로 등기청구권 양도계약의 사법상 효력이 당연히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98다22543 판결요지 [1]).
사법상 효력과 별개로 등기신청 의무 위반에는 제재가 따른다. 조세부과를 면하거나 시점 간 가격변동의 이득을 얻거나 권리변동을 규제하는 법령의 제한을 회피할 목적으로 제2조 제2항·제3항을 위반하면 형사처벌 대상이다(부동산등기 특별조치법 제8조 제1호). 등기권리자가 상당한 사유 없이 제2조의 등기신청을 해태하면 과태료 대상이 된다. 다만 부동산실명법 제10조 제1항에 따른 과징금이 부과된 경우에는 이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는다(부동산등기 특별조치법 제11조 제1항).
실무 체크포인트
- 청구권의 발생원인을 먼저 확인한다. 매매와 취득시효 완성은 양도 제한이 다르다(2015다36167 판결요지 [2]).
- 매도인의 동의·승낙을 확인한다. 대금 지급이나 양도 통지만으로 대신할 수 없다(2022다297632 이유 2. 라.).
- 매수인 지위까지 승계하는지를 계약에 명확히 남긴다. 채권만 양수한 것과 계약상 지위를 넘겨받은 것은 다르다(2004다67653,67660 판결요지 [2]).
- 처분제한 명령의 내용·송달일과 대항요건을 확인한다. 선행 가처분이 뒤의 압류에 당연히 우선하지 않는다(2000다51216 판결요지 [2], 민법 제450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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