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의 진술을 명한 판결이 조건 없이 확정되면, 채무자가 따로 의사표시를 하지 않아도 그 판결로 의사를 진술한 것으로 본다(민사집행법 제263조 제1항). 이를 의사표시 의제라 하며, 그로써 강제집행은 끝나 별도 집행절차는 필요 없다(95다37568). 반대의무가 붙은 판결은 그 이행 뒤 집행문을 내어 준 때 효력이 생긴다(민사집행법 제263조 제2항).
쉽게 말하면 — 짓다 만 건물을 산 갑이 판 사람에게 건축주 명의변경에 동의해 달라고 했지만 거절당한 경우입니다. 갑이 동의의 의사표시를 명하는 판결을 받고 그 판결이 조건 없이 확정되면, 판 사람이 동의서에 도장을 찍지 않아도 그때 동의한 것으로 봅니다(2012다23863·민사집행법 제263조 제1항).
어떤 판결이 의사표시 의제의 대상이 되나
채무가 법률행위를 목적으로 할 때 채권자가 청구하는, 채무자의 의사표시에 갈음할 재판이 대상이다(민법 제389조 제2항). 대법원이 이런 판결로 본 예는 다음과 같다(일부 예시).
- 소유권이전등기를 명하는 판결(2009다60077, 97다45532).
- 구 토지구획정리사업법(2000년 폐지)이 적용되는 체비지의 체비지대장상 소유자명의변경을 명하는 판결(2009다60077).
- 회사성립 후 또는 신주의 납입기일 후 6개월이 지난 주권발행 전 주식의 양도를 명하는 판결. 그때부터는 주권 없이 당사자의 의사표시만으로 그 주식을 양도할 수 있다는 것이 이유다(2017다3222).
- 대지 수분양자 명의변경 절차의 이행을 명하는 판결(95다37568).
- 건축 중인 건물의 양도인이 건축주 명의변경에 동의하지 않을 때 양수인이 받는 판결. 공동건축주이면 변경 전 건축주 전원의 동의가 필요하고, 부동의하는 건축주별로 피고로 삼아 판결을 받을 수 있다(2012다23863).
반대 예로, 대법원은 토지 소유자에게 수도 시설공사에 필요한 토지 사용을 승낙한다는 진술을 구한 소는 시설공사에 필요한 증명자료를 소로 구하는 것에 불과해 이 재판 청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수도 등 시설권은 법정 요건을 갖추면 당연히 인정되므로 토지 소유자의 승낙은 그 권리에 영향을 주는 법률행위나 준법률행위가 아니고, 이때는 시설권이 있다는 확인을 구하는 소 등을 내 승소판결을 받은 다음 이를 증명자료로 내면 된다(2015다247325, 민법 제218조 수도 등 시설권 사안).
의사표시가 아닌 일을 시키는 채무의 강제 방법은 대체집행·간접강제를 본다.
인낙조서나 화해·조정조서로도 의사표시가 의제되나
채무자가 권리관계의 성립을 인낙한 때에는 그 조서로 권리관계의 성립을 인낙하거나 의사를 진술한 것으로 본다(민사집행법 제263조 제1항).
집행권원이란 강제집행의 근거가 되는 판결·조서 같은 문서다. 화해조서·화해권고결정·민사조정조서·조정에 갈음하는 결정 등 집행권원에 등기의무자의 등기신청 의사표시가 적혀 있으면, 등기권리자가 단독으로 등기를 신청할 수 있다(등기예규 제1786호 2.다.1)).
반면 공증인이 작성한 공정증서는 등기신청의무를 이행한다는 조항이 있어도, 가처분결정은 등기절차 이행 조항이 있어도 그것으로 단독 신청할 수 없다(같은 예규 2.다.3)·4)). 조서와 달리 화해권고결정·조정에 갈음하는 결정은 확정증명서를 붙여 내며(같은 예규 5.가.2)·3)), 등기원인 기재는 같은 예규 4.다를 본다.
판결 대상 권리가 가압류·가처분돼 있으면 어떻게 되나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이나 주권발행 전 주식의 양도청구권이 가압류돼 있으면, 법원은 가압류의 해제를 조건으로 하지 않는 한 그 이행 청구를 인용해서는 안 된다(2009다60077, 2017다3222). 구 토지구획정리사업법이 적용되는 체비지의 체비지대장상 소유자명의변경 청구도 같다(2009다60077).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에 처분금지가처분이 있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2009다60077, 97다45532).
법원이 이렇게 보는 것은 의사의 진술을 명하는 판결이 확정되면 원고가 일방적으로 이전등기를 신청하거나 주식 양수인의 지위를 갖게 되고, 제3채무자는 이를 저지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이 가압류는 가압류된 청구권을 가진 원고(채무자)가 의무자(제3채무자)에게서 현실로 급부를 추심하는 것을 금지할 뿐이어서, 원고는 이행의 소 자체는 낼 수 있다(2009다60077, 2017다3222).
의사표시는 언제 한 것으로 보나
판결 주문에 반대의무나 조건이 붙어 있는지에 따라 효력 시점이 나뉜다. 반대의무란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먼저 또는 동시에 이행할 의무(예: 매매대금 지급)다.
조건 없는 판결
반대의무 이행 같은 조건 없이 단순하게 의사의 표시를 명한 판결은 판결 확정 시에 의사표시가 있는 것으로 본다(2017그100). 이 판결로 등기를 신청할 때는 원칙적으로 집행문을 붙이지 않는다(등기예규 제1786호 5.나.1)).
반대의무·조건이 붙은 판결
조건이 붙은 의사표시 채무는 채권자가 조건 성취를 증명해 재판장의 명령으로 집행문을 받아야 의제 효과가 생긴다(2011다73021). 집행문이란 집행권원으로 강제집행을 할 수 있음을 확인해 붙여 주는 문언이다. 순서는 다음과 같다.
- 채권자가 반대의무를 이행한다. 다른 조건이 붙었다면 그 조건이 성취돼야 한다.
- 채권자가 반대의무가 이행되었음(조건이면 그 성취)을 증명하는 서류를 내고 집행문을 신청한다(민사집행법 제30조 제2항 본문).
- 재판장의 명령이 있어야 집행문을 내어 준다(민사집행법 제32조 제1항).
- 집행문을 내어 준 때 의사표시의 효력이 생긴다(민사집행법 제263조 제2항).
선이행·상환이행·조건부이행판결로 등기를 신청할 때는 집행문을 첨부해야 한다(등기예규 제1786호 5.나.2)). 다만 주문에 등기절차의 이행과 반대급부의 이행이 각각 독립적으로 적혀 있으면 첨부하지 않아도 된다(같은 예규 5.나.2) 단서). 신청 방법은 조건부 집행권원·집행문을 본다.
조건이 성취되지 않았는데 집행문이 잘못 부여되면 그 집행문부여는 무효다. 그 집행문부여로 강제집행이 끝나 더 남은 집행 문제가 없으므로, 채무자는 집행문부여에 대한 이의신청이나 집행문부여에 대한 이의의 소를 낼 이익이 없다. 채무자는 의제된 등기신청 의사표시가 무효라고 주장하거나, 그에 따라 된 등기의 말소 또는 회복을 구하는 소를 내야 한다(2011다73021,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 사안).
의제된 뒤에는 무엇을 하고, 무엇을 다툴 수 없나
채권자와 채무자의 처지에 따라 할 일이 나뉜다.
등기 신청
등기절차의 이행을 명하는 판결에 의한 등기는 승소한 등기권리자 또는 승소한 등기의무자가 단독으로 신청한다(부동산등기법 제23조 제4항, 등기예규 제1786호 3.가.1)). 패소한 등기의무자는 그 판결로 직접 등기권리자 명의의 등기를 신청하거나 승소한 등기권리자를 대위해 신청할 수 없다(같은 예규 3.가.2)). 주문에 등기원인과 그 연월일이 없으면 등기원인은 「확정판결」, 연월일은 「판결선고일」로 적는다(같은 예규 4.가.2)).
의제 효과가 생긴 뒤 등기권리자의 지위가 승계되면, 부동산등기법 규정에 따라 등기절차를 이행할 수 있을 뿐이고 원칙적으로 승계집행문은 부여될 수 없다(2017그100). 이 판시는 등기권리자 쪽 승계다.
등기의무자 쪽에서 변론종결 뒤 등기신청 전에 피고 등기를 기초로 승계인(제3자) 명의 등기가 됐다면, 원고는 그 제3자에 대한 승계집행문을 받는다. 그러면 그 등기의 말소와 판결에서 명한 등기를 단독으로 신청할 수 있고, 둘은 동시에 신청하여야 한다(같은 예규 5.다.1)가)). 권리이전등기 판결 뒤 그 권리가 제3자에게 이전된 경우는 예규가 따로 정한다. 첨부서류와 신청 방법은 판결에 의한 등기를 본다.
청구이의의 소
청구이의의 소란 채무자가 집행권원의 집행력을 없애 달라고 내는 소다. 의제 뒤에 집행절차가 계속됨을 전제로 집행력 배제를 구하는 청구이의의 소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허용되지 않는다(95다37568). 요건은 청구이의의 소를 본다.
실무 체크포인트
- 판결 주문에 반대의무(예: 대금을 받음과 동시에)나 조건이 붙어 있는지 확인한다(민사집행법 제263조 제2항).
- 붙어 있으면 반대의무가 이행되었음을 증명해 재판장의 명령으로 집행문을 받는다(민사집행법 제30조 제2항, 같은 법 제32조 제1항).
- 붙어 있지 않은 등기 판결이면 확정 뒤 판결정본과 확정증명서를 갖춰 단독으로 등기를 신청한다(부동산등기법 제23조 제4항, 등기예규 제1786호 5.가.1)).
- 소를 내기 전에 내가 상대에게 가진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이 내 채권자에게 가압류·가처분돼 있는지, 주권발행 전 주식의 양도청구권이 가압류돼 있는지 확인한다. 돼 있으면 법원은 그 해제를 조건으로 하지 않는 한 청구를 인용해서는 안 된다(2009다60077, 97다45532, 2017다3222).
- 채무자라면 의제 뒤에 집행절차가 계속됨을 전제로 집행력 배제를 구하는 청구이의의 소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낼 수 없다(95다37568). 조건 미성취인데 집행문이 나왔다면 의사표시 무효 주장이나 등기의 말소 또는 회복을 구하는 소를 준비한다(2011다73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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