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합의금이 피해자의 손해를 배상한 돈이면 민사 손해배상과 정산되지만, 위자료인지 재산상 배상인지와 청구권을 얼마나 남겼는지에 따라 결과가 나뉜다(민법 제750조, 91다18712 이유 2, 93다42979 이유 1). 책임보험·운전자보험에서의 보상과 보험자대위 관계는 별도 기준에 따라 판단한다.
쉽게 말하면 — 사고 피해자가 가해자의 선처를 바라며 돈을 받았더라도, 그 돈이 민사배상과 늘 별개인 것은 아닙니다. 특히 위자료로 받았다는 등의 사정이 없다면 재산상 손해배상금의 일부로 보며, 위자료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재산상 손해에서 빼는 대신 위자료 액수를 정할 때 참작할 수 있습니다(91다18712 이유 2, 2000다46894 이유 제4점). 따라서 합의서에서는 돈의 명목과 함께 남겨 둘 민사·보험회사 상대 청구를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합니다(93다42979 이유 1).
형사합의금을 받으면 민사배상이 줄어드나?
피해자가 받은 형사합의금은 특히 위자료 명목이라는 등의 사정이 없으면 재산상 손해배상금의 일부로 본다(91다18712 이유 2). 이는 가해자의 수사나 형사재판 중 돈을 받고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합의를 한 경우의 판단이다. 형사상 선처를 위한 지급이라는 이유만으로 민사배상에서 항상 제외되는 것은 아니다.
고의·과실로 위법하게 손해를 입힌 가해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민법 제750조). 형사합의를 하면서 지급한 돈이 그 배상금의 일부라면, 피해자는 이미 받은 부분까지 거듭 배상받는 것이 아니다. 가해자와 책임보험회사에 대한 청구는 같은 피해를 배상하려는 것이므로, 한쪽에서 만족을 얻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다른 쪽도 그 범위에서 목적을 달성한다(99다34499 판결요지 [1]).
남은 금액을 확인할 때에는 합의서와 송금 내역에서 다음 사정을 함께 살핀다. 합의 명칭만으로 정산 결과를 확정하지 말고, 지급한 돈과 청구하는 손해가 대응하는지 확인한다.
- 누구에게 지급했는지 확인한다. 피해자 본인의 손해인지, 유족 자신의 정신적 손해인지 구별한다.
- 무엇을 배상했는지 확인한다. 치료비·일실수입 등 재산상 손해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나눈다.
- 누가 이미 지급했는지 확인한다. 가해자 지급액과 책임보험회사 지급액을 함께 놓고 같은 손해가 거듭 포함됐는지 살핀다.
위로금이나 위자료라고 쓰면 공제되지 않나?
피해자가 위자료로 받은 돈은 재산상 손해에서 바로 공제하지 않고 위자료 산정에 참작할 수 있지만, 명목과 실제 합의내용을 함께 보아야 한다(2000다46894 이유 제4점). 위자료는 정신적 고통을 배상하는 돈이며, 이것도 민사상 손해배상이다(민법 제751조 제1항).
대법원은 가해자 가족이 깊은 속죄의 뜻으로 돈을 지급하고 국가 상대 손해배상청구는 별개로 둔 합의의 내용을 살폈다. 그 사안에서는 받은 돈을 재산상 손해배상금에서 빼지 않고 위자료 액수에 참작한 판단을 받아들였다(2000다46894 이유 제4점). 피해자 유족이 위로금 명목의 공탁금을 출급한 사건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판단했다(99다34499 판결요지 [2]).
합의서에 특정 표현이 없더라도 당시 정황에서 위자료 지급 의사가 인정될 수 있다. 구속된 운전자가 사망 피해자의 아버지에게 지급한 형사합의금에 관하여, 대법원은 합의 당시 정황에 따른 위자료 지급 의사를 인정했다(91다18712 이유 2). 반대로 ‘위로금’이라고 썼다는 사정만으로 민사배상과 무관한 돈이 되는 것도 아니며, 손해 항목별 공제 원칙은 손익상계에서 설명한다.
사망 피해자의 직계존속·직계비속·배우자는 재산상 손해가 없어도 자기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민법 제752조). 합의금을 아버지가 받았다면 그 돈이 아버지 자신의 위자료인지, 망인의 재산상 손해배상금인지 확인한다. 다른 유족의 청구까지 합의에 포함했는지와 그들을 대신할 권한이 있었는지도 합의서·위임자료로 확인해야 한다.
민형사상 일체의 청구를 포기하면 나머지 배상도 못 받나?
합의서에 ‘민·형사상 일체의 청구를 포기한다’는 문구가 있더라도, 배상청구권 자체를 포기했는지와 강제집행만 하지 않기로 한 약정인지에 따라 결과가 나뉜다(93다42979 이유 1). 손해배상청구권 자체를 포기한 것으로 보면 보험회사에 대한 직접청구권도 함께 소멸하지만, 보험회사 상대 소송을 남긴 경우에는 가해자 개인 재산에 대한 부집행 약정으로 해석될 수 있다(93다42979 이유 1). 선처 문구만 보지 말고 민사청구·보험회사 청구·소송·강제집행에 관한 조항을 함께 읽어야 한다.
청구 포기와 강제집행 불이행 약정의 구별
당사자들이 서로 양보하여 분쟁을 끝내기로 약정한 것이 화해다(민법 제731조). 화해로 양보한 권리는 소멸하는 효력이 있으므로, 나머지 배상을 포기하는 합의를 하면 그 범위의 청구를 잃을 수 있다(같은 법 제732조).
대법원은 자동차종합보험에 가입한 가해자 측과 합의하면서 소송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내용과 함께 보험회사에서 배상받으면 가해자가 먼저 지급한 재산상 배상금을 반환한다는 조항을 둔 사안을 심리했다(93다42979 이유 1). 이때 가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 자체를 포기한 것으로 보면 자동차종합보험약관에 따른 보험회사 직접청구권까지 포기한 결과가 되어 피해자의 진의에 반한다(93다42979 이유 1). 따라서 보험회사 상대 청구는 남기되 가해자 개인 재산에 대해서만 강제집행을 하지 않기로 한 부집행 약정으로 해석함이 타당하다고 보았다(93다42979 이유 1).
부집행 약정은 특정 채권에 관한 판결 등 집행권원에 기하여 강제집행을 하지 않기로 하는 사법상의 계약으로서, 소송절차에서 그 약정을 들어 판결의 집행력 자체를 배제할 수는 없다(93다42979 이유 2). 따라서 채무를 없애는 것인지,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 것인지, 집행만 하지 않는 것인지가 서로 모순되지 않도록 합의문 전체를 확인해야 한다.
합의 뒤 드러난 중대한 손해와 소멸시효
피해자가 나머지 청구를 포기하고 합의했다면 뒤에 손해가 더 생겼다는 이유만으로 다시 청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다음 사정이 모두 인정되면 예상하지 못한 후발손해에는 포기의 효력이 미치지 않을 수 있다(99다42797 판결요지 [3]).
- 합의할 당시 손해의 범위를 정확히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 합의 당시의 사정으로는 뒤의 손해를 예상할 수 없었다.
- 그 손해를 예상했다면 사회통념상 그 합의금액으로 화해하지 않았을 만큼 중대한 손해였다.
해당 판결은 확정판결 뒤 합의한 피해자가 앞으로 살 것으로 예측된 기간(여명)이 크게 늘어난 사건이다. 그 사안에서 추가로 산정할 일실수입은 종전 예측 여명기간이 지난 다음 날부터 일할 수 있다고 보는 나이의 한계(가동연한)까지의 생계비 상당액이었다(99다42797 이유 2.가). 나머지 일실수입에는 합의의 효력이 남아 있어, 일실수입 전부를 나중에 오른 노임으로 다시 계산할 수는 없었다(99다42797 이유 2.가).
추가로 필요해진 개호비도 후발손해로 문제 됐다(99다42797 이유 1.다). 개호비는 다른 사람의 조력·감독·보호에 드는 비용으로, 신체적 조력뿐 아니라 지적·정신적 장해에 따른 감독·보호도 포함한다(99다42797 이유 2.나). 대법원은 그 필요성과 기간·정도를 더 심리해야 한다며 개호비 청구를 기각한 부분을 파기환송했다(99다42797 이유 2.나·3).
화해 자체를 착오로 취소하는 문제도 구별한다. 화해는 원칙적으로 착오를 이유로 취소할 수 없지만, 당사자의 자격이나 화해의 목적인 분쟁 이외의 사항에 착오가 있으면 예외가 된다(민법 제733조). 합의의 효력과 취소의 구별은 화해에서 설명한다.
민법상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피해자나 법정대리인이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 불법행위를 한 날(가해행위로 인한 손해가 현실화한 때)부터 10년의 시효가 적용되며, 미성년자가 성적 침해를 당한 경우에는 성년이 될 때까지 시효가 진행하지 않는다(민법 제766조 제1~3항, 2021다220642 이유 1). 통상의 상해는 상해를 입었을 때 손해를 안 것으로 보나, 당시 전혀 예견할 수 없던 새 손해가 생기거나 예상 밖으로 손해가 확대됐다면 그 부분의 3년은 그러한 사유가 판명된 때부터 진행한다(99다42797 판결요지 [2]). 일반 소멸시효의 진행과 중단 사유는 소멸시효·소멸시효 중단에서 설명한다.
공탁하면 합의가 되고, 출급하면 나머지를 포기한 것인가?
가해자의 공탁과 피해자의 합의는 다르므로, 변제공탁의 면책 요건(민법 제487조)과 피해자가 공탁금을 출급했을 때의 일부 변제 충당 효과(96다14616 판결요지 [4]·[5])를 구별해 판단한다. 출급은 공탁소에 맡겨진 돈을 수령하는 것이다. 공탁이 적법한 전액 변제인지, 일부 금액만 맡긴 것인지부터 나누어야 한다.
전액 공탁과 일부 유보 수령
채권자가 돈을 받지 않거나 받을 수 없을 때, 변제자는 채권자를 위해 돈을 공탁하여 채무를 면할 수 있다. 과실 없이 채권자를 알 수 없는 경우도 같다(민법 제487조). 형사사건의 피고인이 법령 등에 따라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알 수 없다면, 사건이 계속 중인 법원 소재지 공탁소에 하는 특례를 이용할 수 있다(공탁법 제5조의2 제1항). 이 특례의 대상은 형사재판의 피고인이며 수사 중인 피의자까지 포함하는 것은 아니다.
적법한 변제공탁은 피해자가 실제 출급했는지와 관계없이 공탁한 때 변제의 효력이 생긴다(2011다11580 판결요지 [2]). 그러나 채무액 일부만 공탁했다면 원칙적으로 그 일부에 대해서도 변제 효력이 없다. 일부 제공을 유효하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있거나 채권자가 수락하는 경우는 예외다(2011다11580 판결요지 [1]).
피해자가 공탁금을 자기 채권의 일부에 충당한다는 뜻을 유보하고 수령하면 그 돈은 일부 변제로 충당된다(96다14616 판결요지 [4]). 이 경우 수령만으로 나머지 손해 전부를 포기했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공탁원인인 채무와 다른 채무의 변제라고 주장하며 출급했고 그 다른 채무도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는 일부 변제로도 유효하지 않으며, 법률상 원인 없는 수령이 되어 출급한 공탁금을 공탁자에게 반환해야 한다(96다14616 판결요지 [5]).
따라서 수령 전에는 공탁서의 원인사실·채무 성질·금액을 확인한다. 일부 배상으로 받으려면 그 취지와 남은 청구에 관한 의사를 분명히 하고, 출급 서류와 수령 내역을 보관한다. 공탁금 수령권은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부터 10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시효로 소멸한다(공탁법 제9조 제3항). 공탁 신청과 동일인 확인·출급의 구체적인 절차는 형사공탁·변제공탁에서 설명한다.
형사피해 변제공탁의 회수 제한
가해자가 형사사건 피해자를 위해 변제공탁한 돈은 일반 공탁처럼 자유롭게 되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공탁자는 일반적인 회수권이나 공탁원인 소멸을 이유로 회수할 수 없고, 다음 어느 하나의 사실을 증명해야 그 제한의 예외로 회수할 수 있다(공탁법 제9조의2 제1항).
- 수령인으로 지정된 사람이 회수에 동의하거나, 수령을 거절한다는 의사를 공탁소에 통고했다.
- 공탁원인이 된 형사사건에서 무죄판결이 확정되거나 불기소 결정이 있었다. 기소유예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 제한은 2025년 1월 17일 이후 형사사건 피해자를 위하여 변제공탁한 경우부터 적용한다(공탁법 부칙 제1조(2024.10.16), 같은 법 부칙 제2조(2024.10.16)). 착오로 공탁한 경우의 회수 사유까지 위 조항이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아니다(같은 법 제9조 제2항 제2호, 같은 법 제9조의2 제1항). 피해자가 수령 거절을 공탁소에 통고하면 회수 제한의 예외가 될 수 있다는 점도 수령 여부를 정할 때 함께 살펴야 한다.
가해자가 지급한 형사합의금과 책임보험·운전자보험·보험자대위는 어떻게 정산하나?
가해자가 지급한 형사합의금에 대하여 책임보험금·운전자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는지와 피해자가 보험금·산재보험급여를 지급받았을 때의 공제·대위·구상 계산은 보험의 종류와 지급 선후에 따라 기준이 나뉜다. 책임보험·운전자보험 특약의 보상 요건과 보험자대위 및 심사 중 소멸시효 관리는 형사합의금과 책임보험·운전자보험·보험자대위의 정산에서 다룬다.
실무 체크포인트
합의서 서명이나 공탁금 수령 전에는 다음 자료와 문구를 함께 확인한다.
- 합의서에는 배상하는 손해 항목과 돈을 받을 사람을 구별한다. 특히 위자료 명목이라는 사정이 없으면 재산상 손해배상금의 일부로 참작될 수 있고, 위자료로 받은 돈은 위자료 산정에 참작된다(91다18712 이유 2, 2000다46894 이유 제4점).
- 청구 포기 조항과 보험회사 상대 권리 유보 조항을 함께 읽는다. 배상채무 자체를 없애는 합의와 보험회사 상대 소송은 남기고 가해자 개인 재산에 강제집행하지 않는 합의는 구별한다(93다42979 이유 1·2).
- 합의 당시 예상할 수 없던 중대한 후발손해가 드러났다면 합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 3가지 요건(99다42797 판결요지 [3])과 그 사유가 판명된 때부터 진행하는 3년 단기 소멸시효(99다42797 판결요지 [2])를 함께 확인한다.
- 공탁금은 공탁원인과 실제 채권의 성질을 맞춰 보고 수령 취지를 남긴다. 채권 일부에 충당한다는 유보 수령과 다른 채무라고 다투는 수령(무효 시 반환의무 발생)은 같지 않다(96다14616 판결요지 [4]·[5]).
- 책임보험·운전자보험 청구와 보험자대위 및 보험회사 심사 중 시효 보전은 형사합의금과 책임보험·운전자보험·보험자대위의 정산에서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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