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구의 기초 동일성

원고가 소송 중에 청구를 바꾸려면 변경 전후 청구가 같은 생활사실이나 같은 경제적 이익에 관한 분쟁이어야 한다(2010다28338 판결요지 [1]). 이를 청구의 기초가 같다고 한다. 기초가 같아도 소송절차를 현저히 지연시키면 변경은 허용되지 않는다(민사소송법 제262조 제1항).

쉽게 말하면 — 원고가 아파트 한 세대에 관해 상대방 명의 등기의 말소를 구하다가, 같은 세대를 대물변제로 받기로 했다며 소유권이전등기를 구하는 것으로 청구를 바꾼 경우입니다. 구하는 내용과 이유는 달라졌지만, 대법원은 같은 아파트를 둘러싼 분쟁에서 해결 방법만 바꾼 것이라 보아 이 변경을 받아들였습니다(96다32133 판결요지 [1], 이유 1). 다만 새 청구를 심리하려면 종전 자료를 대부분 쓸 수 없고 따로 증거조사를 해야 해 절차가 현저히 늦어진다면, 법원은 변경을 허가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2017다211146 판결요지). 그때 새 청구는 별도의 소로 판단받아야 합니다(같은 판결 이유 3.라).

청구의 기초가 같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나?

변경 전후의 청구가 동일한 생활사실 또는 동일한 경제적 이익에 관한 분쟁에서 해결 방법만 다르면 청구의 기초가 같다(2010다28338 판결요지 [1]).

원고는 청구의 기초가 바뀌지 아니하는 한도 안에서만 청구의 취지 또는 원인을 바꿀 수 있다(민사소송법 제262조 제1항). 청구취지는 원고가 어떤 판결을 구하는지를, 청구원인은 그 청구를 뒷받침하는 사실관계를 적은 부분이다(청구취지와 청구원인). 조문은 「청구의 기초」가 무엇인지 정의하지 않는다. 위 기준은 구 민사소송법 당시부터 대법원이 써 온 것이다(97다44416 판결요지 [1]).

청구의 기초가 같은지와 소송물이 같은지는 다른 문제다. 소송물이란 법원이 심판하는 대상인 청구를 말한다(소송물). 대법원은 대물변제예약에 기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과 매매계약에 기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은 소송물이 서로 다르다고 보았다(96다32133 판결요지 [2]). 그러면서도 같은 판결에서 같은 아파트 한 세대를 두고 이 두 원인 사이에서 청구를 바꾼 변경은 청구의 기초가 같다고 보았다(같은 판결 판결요지 [1], 이유 1). 소송물을 비교하는 기준은 소송물의 동일성에서 다룬다.

어떤 변경이 청구의 기초가 같다고 인정됐나?

대법원은 같은 물건이나 같은 손해를 두고 청구원인이나 구하는 방법만 바꾼 변경을 청구의 기초가 같다고 보았다(2010다28338 판결요지 [2]).

판단은 변경 전후의 청구를 비교해서 한다(같은 판결 판결요지 [2]). 아래는 판례가 기초가 같다고 본 사안이며, 각 판단은 그 사안의 사실관계에 한정된다.

  • 무단점유로 생긴 손해: 회사가 반소로 상대방들이 부동산과 와인을 무단점유해 입은 영업손실의 배상을 구하다가, 항소심에서 와인 손상에 따른 배상으로 교환적으로 변경했다. 두 청구 모두 무단점유 상태에서 회사가 입은 손해의 배상을 구하는 것이어서 해결 방법만 다르다고 보았다(2010다28338 판결요지 [2]).
  • 등기 말소의 원인: 원고가 상대방 명의 이전등기가 위조 증여계약서에 의한 원인무효 등기라며 말소를 구해 제1심에서 이겼다. 그 뒤 항소심에서 명의신탁해지를 원인으로 한 말소청구를 예비적으로 추가했다. 대법원은 기초가 바뀌지 않았고 종전 소송자료를 대부분 쓸 수 있어 지연도 현저하지 않다고 보았다(구법 당시, 97다44416 판결요지 [2]).
  • 같은 아파트 세대의 등기: 원고가 같은 아파트 세대를 두고 등기말소에서 대물변제 원인 이전등기로, 다시 매매 원인 이전등기로 청구를 바꿨다. 대법원은 이 변경을 받아들인 조치가 정당하다고 보았다(구법 당시, 96다32133 판결요지 [1], 이유 1). 이 판결은 매매 성립을 인정한 부분 등 다른 상고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했다(같은 판결 이유 2·4).

기초가 같아도 변경이 거부되는 경우는?

청구의 기초가 같아도 소송절차를 현저히 지연시키는 변경은 허용되지 않는다(민사소송법 제262조 제1항 단서).

새 청구를 심리하려면 종전의 소송자료를 대부분 이용할 수 없고 별도의 증거제출과 심리가 필요한 경우가 있다. 대법원은 그로 인해 소송절차를 현저히 지연시키면 법원이 변경을 허용하지 않는 결정을 할 수 있다고 본다(2017다211146 판결요지). 반대로 종전의 소송자료를 대부분 이용할 수 있으면 소송절차를 지연케 함이 현저하다고 할 수 없다(97다44416 판결요지 [1]).

법원은 청구의 변경이 옳지 아니하다고 인정한 때에는 직권으로 또는 상대방의 신청에 따라 변경을 허가하지 아니하는 결정을 하여야 한다(민사소송법 제263조). 따라서 상대방이 신청하지 않아도 법원이 불허가 결정을 할 수 있다.

불허된 사례

아래 두 사안은 항소심 법원이 변경을 허가하지 않았고, 대법원이 그 조치를 정당하다고 본 경우다.

  • 이사 책임 청구의 추가: 회사가 항소심에서 사내이사로 등기된 상대방들에게 이사로서 직무를 집행하지 않은 책임을 묻는 예비적 청구를 추가했다. 그 전에는 그런 주장과 증거가 없었고, 직무 수행 정도·인과관계·손해 범위를 새로 심리해야 했다. 대법원은 이런 경우 새 청구를 별도의 소로 판단받게 해도 부당하거나 소송경제에 반하지 않는다고 했다(2017다211146 이유 3.다·라).
  • 조합 지분계산 청구에 별개 채권 추가: 조합 탈퇴를 원인으로 지분계산을 구하던 원고가 조합이나 상대방들에 대한 별개의 채권을 청구원인으로 추가했다. 원심은 청구의 기초가 같다고 보기 어렵고 종전 자료를 대부분 이용할 수 없어 절차를 현저히 지연시킨다는 이유로 추가를 허가하지 않았다(2014다89287 이유 1.나).

기초가 바뀌었는데 상대방이 다투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

상대방이 지체 없이 이의하지 않고 변경된 청구에 관한 본안의 변론을 하면, 그 뒤에는 청구 변경의 적법 여부를 다투지 못한다(2009다33655 판결요지 [1]).

이 결과는 소송절차에 관한 이의권에서 나온다. 이의권이란 당사자가 소송절차에 관한 규정에 어긋난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권리다. 당사자는 어긋난 것을 알거나 알 수 있었는데 바로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그 권리를 잃는다(민사소송법 제151조 본문). 다만 그 권리가 포기할 수 없는 것이면 그렇지 않다(같은 조 단서). 이의권의 범위는 이의권의 포기와 상실에서 다룬다.

구법 당시 판결도 같은 취지다. 청구의 기초가 변경됐지만 피고가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변경이 그대로 받아들여지고 제1심과 제2심 판결이 선고된 이상, 피고는 책문권을 상실해 더 다툴 수 없다고 했다(92다33831 판결요지 가.). 책문권은 판결이 이의권을 부르던 말이다.

언제까지, 어느 심급에서 바꿀 수 있나?

원고는 변론을 종결할 때까지, 변론 없이 한 판결이면 판결을 선고할 때까지 청구를 바꿀 수 있다(민사소송법 제262조 제1항).

대법원은 이 시한을 「사실심의 변론종결시」로 적는다(2010다28338 판결요지 [1]). 항소심에서 한 변경을 허용한 사례(97다44416 판결요지 [2])와 허가하지 않은 사례(2017다211146 이유 3.라)가 모두 있다. 항소심 심리 범위 일반은 항소심의 심판범위에서 다룬다.

반소란 소송 중에 피고가 원고를 상대로 제기하는 소다(반소). 제1심에서 적법하게 반소를 제기한 당사자가 항소심에서 그 반소를 교환적으로 변경하는 것도 허용된다. 이때 변경 전후 청구의 실질적인 쟁점이 동일해 청구의 기초에 변경이 없어야 한다(2010다28338 판결요지 [1]). 항소심에서 반소를 새로 제기하는 것은 다르다. 상대방의 심급의 이익을 해할 우려가 없거나 상대방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민사소송법 제412조 제1항).

청구를 바꾸면 시효중단·기간 준수는 언제 기준인가?

시효중단이나 법률상 기간 준수에 필요한 재판상 청구는 청구취지 변경 서면을 법원에 제출한 때 효력이 생긴다(민사소송법 제265조).

기준은 서면을 법원에 낸 날이다. 그 서면을 상대방에게 송달하는 것은 별도 절차다(민사소송법 제262조 제2항·제3항). 같은 법 제265조가 기준으로 드는 서면은 제262조 제2항의 청구취지 변경 서면 등이다.

교환적 변경이란 종전 청구 대신 새 청구를 내는 변경이다(청구의 교환적 변경). 교환적 변경이면 종전 청구는 취하된 것으로 본다(2010다17284 판결요지). 재판상의 청구는 취하의 경우 시효중단의 효력이 없다(민법 제170조 제1항). 다만 취하 뒤 6월 내에 재판상의 청구, 파산절차참가, 압류 또는 가압류, 가처분을 하면 최초의 재판상 청구로 중단된 것으로 본다(같은 법 제170조 제2항).

시효중단 효력이 유지된 사례

대법원은 채권자대위권에 기해 청구를 하던 원고가 그 피대위채권 자체를 양수해 양수금청구로 바꾼 사안에서, 당초 대위소송의 시효중단 효력이 소멸하지 않는다고 보았다(2010다17284 판결요지). 대법원이 든 사정은 다음과 같고, 이를 종합한 판단이다.

  • 대위소송의 소송물은 채무자의 제3채무자에 대한 계약금반환청구권이고, 양수금청구는 그 권리 자체를 양수한 것이다. 두 청구는 동일한 소송물에 관한 특정승계가 있을 뿐 소송물은 동일하다.
  • 시효중단의 효력은 특정승계인에게도 미친다. 소송 중 권리를 승계한 특정승계인이 소송참가하거나 소송인수하면 소송이 처음 계속된 때로 소급해 시효중단 효력이 생긴다.
  • 원고는 같은 채권을 대위로 행사하다가 양수받아 직접 행사했으므로 권리 위에 잠자는 자로 볼 수 없다.

이 판결은 교환적 변경으로 종전 청구가 취하된 것으로 보면서도 위 사정을 이유로 결론을 정한 사례다. 위 사정이 없는 교환적 변경에는 민법 제170조의 원칙이 적용된다.

실무 체크포인트

  • 원고는 변경 전후 청구를 나란히 놓고, 같은 생활사실 또는 같은 경제적 이익에 관한 분쟁에서 해결 방법만 달라졌는지 확인한다(2010다28338 판결요지 [1]·[2]).
  • 원고는 새 청구에 종전 증거를 얼마나 쓸 수 있는지 본다. 대부분 새 증거와 심리가 필요하고 그로 인해 소송절차를 현저히 지연시키면 법원은 변경을 허가하지 않을 수 있다(2017다211146 판결요지).
  • 상대방은 기초가 달라졌다고 보면 변경된 청구의 본안을 변론하기 전에 지체 없이 이의하고, 불허가 결정을 신청한다(2009다33655 판결요지 [1], 민사소송법 제263조).
  • 시효나 제소기간이 임박했으면 청구취지 변경 서면을 법원에 먼저 제출한다. 효력은 제출한 때 생긴다(민사소송법 제265조).
  • 교환적 변경으로 종전 청구를 거두면 그 청구의 시효중단 효력이 없어지는지, 6월 내 후속 조치가 필요한지 확인한다(민법 제170조 제1항·제2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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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수정 2026년 10월 20일 ·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이고 개별 사안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최종 수정일 기준으로 작성됐으며 이후 법령 개정이나 판례 변경으로 현행과 달라질 수 있고, 법령·판례의 문언은 정본이 우선합니다. 내용만을 근거로 한 판단으로 생긴 손해에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면책 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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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우법무사

신우법무사

법무사 김정걸은 1994년 제2회 법무사시험에 합격해 32년간 법무사 업무를 해 왔습니다. 1984년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했습니다. 외국인 상속등기 · 한정승인 · 상속포기, 상속관련 소송 · 비송, 회사등기, 강제집행 등을 주업무로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