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명도와 간접반증

민사소송에서 사실을 인정받으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통상인이 의심을 품지 않을 정도의 고도의 개연성을 증명해야 한다(2008다6755 판결요지 [1]). 경험칙에 따른 추정이 생기면 상대방은 그 경험칙이 들어맞지 않는 별개의 사정을 증명해 추정을 깨뜨릴 수 있고, 판례는 이를 간접반증이라 부른다(2018다41986 판결요지 [1]).

쉽게 말하면 — 화재로 손해를 입은 사람들이 다른 회사 직원들의 담뱃불이 원인이라며 배상을 청구한 경우입니다. 담뱃불일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의심만으로는 부족하고, 보통 사람이 의심하지 않을 정도로 증명해야 합니다(2008다6755 판결요지 [1]·[2]). 그 정도에 이르지 못하면 담뱃불 화재를 전제로 한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반대로 경험칙에 따른 추정이 생기면, 상대방은 그 경험칙이 들어맞지 않는 별개의 사정을 증명하는 간접반증으로 추정을 깨뜨릴 수도 있습니다(2018다41986 판결요지 [1]).

민사소송에서 사실이 증명됐다고 보려면 어느 정도여야 하나?

증명하는 당사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통상인이 의심을 품지 않을 정도로 고도의 개연성을 증명해야 한다(2008다6755 판결요지 [1]). 증명도란 법원이 사실을 인정하는 데 필요한 증명의 정도를 말한다. 이 증명은 추호의 의혹도 있어서는 안 되는 자연과학적 증명은 아니다(같은 판결요지 [1]). 법원은 경험칙에 비추어 모든 증거를 종합 검토해 그 사실이 있었다고 시인할 수 있는지 본다(같은 판결요지 [1]).

인과관계도 같은 기준으로 증명한다. 교통사고로 다친 피해자가 수술 때 전신마취를 받은 뒤 사망한 사안에서 대법원은 인과관계의 입증을 고도의 개연성 증명으로 보았다. 그 판정은 통상인이라면 의심을 품지 않을 정도로 진실성의 확신을 가질 수 있는 것이 「필요하고 또 그것으로 족하다」고 했다(89다카7730 판결요지).

법원은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의 결과를 참작해 자유로운 심증으로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라 사실주장이 진실한지 판단한다(민사소송법 제202조). 증명도는 그 판단에서 넘어야 할 기준이고, 심증을 형성하는 방식은 자유심증주의에서 다룬다.

증명도에 이르지 못하면 어떻게 되나?

증명책임을 진 당사자가 고도의 개연성까지 증명하지 못하면 법원은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2008다6755 판결요지 [1]·[2]). 증명책임이란 어떤 사실이 증명되지 않았을 때 그 불이익을 지는 당사자의 부담을 말한다. 불법행위 손해배상 사건에서는 일반적으로 손해의 발생과 인과관계를 청구자인 피해자가 증명해야 한다(2018다41986 판결요지 [1]).

화재가 다른 회사 직원들이 피운 담뱃불로 발생했을 상당한 가능성이 의심되는 사안이 있었다. 대법원은 그 의심만으로는 담뱃불로 인한 화재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본 원심판단을 수긍했다(2008다6755 판결요지 [2]). 화재 원인이 그 직원들의 과실에 있음을 증명할 책임은 원고에게 있다는 이유도 함께 들었고, 담뱃불 화재를 전제로 한 원고들의 주장은 배척됐다(같은 판결요지 [2]).

어떤 사실을 누가 증명하는지는 증명책임과 증명책임의 분배에서 다룬다.

소명은 증명과 어떻게 다른가?

소명하는 당사자는 즉시 조사할 수 있는 증거로 해야 하고, 법원은 보증금 공탁이나 선서로 소명을 갈음하게 할 수 있다(민사소송법 제299조). 소명이란 법률이 증명 대신 요구하는 경우에 사실을 밝히는 방법을 말한다. 보증금 공탁이나 선서는 법원이 당사자 또는 법정대리인에게 하게 한다(같은 조 제2항). 그 선서에는 같은 법 제320조, 제321조 제1항·제3항·제4항, 제322조를 준용한다(같은 조 제3항).

이 조는 소명의 방법만 정하고, 소명에 필요한 심증의 정도는 문언으로 정하지 않는다. 증명과 소명의 심증 정도 비교는 증명과 소명에서, 소명이 요구되는 경우는 소명에서 다룬다.

간접반증은 반증과 어떻게 다른가?

대법원은 추정의 전제가 된 사실 자체를 다투는 반증과, 그와 별개의 사정을 증명해 추정을 깨뜨리는 간접반증을 나누어 쓴다(2009다84608 판결요지 [4]). 반증이란 증명책임이 없는 당사자가 상대방의 주장 사실을 다투려고 내는 증거를 말한다(본증과 반증). 간접사실이란 주요사실이 있었는지를 추인하게 하는 사실이다(주요사실과 간접사실).

수도권매립지 침출처리수로 어장 피해가 생겼다며 어민들이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대법원은 인과관계가 일응 증명됐다고 보았다(같은 판결요지 [4]). 일응 증명이란 피해자 쪽 증명으로 일단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게 된 상태를 판례가 가리키는 말이다. 이때 매립지 운영 공사가 인과관계를 부정하려면 다음 어느 하나를 증명해야 한다고 했다(같은 판결요지 [4]).

  • 반증: 공사가 배출한 침출처리수에 어장 피해를 일으킨 원인물질이 들어 있지 않거나, 들어 있더라도 안전농도 범위 내에 속한다는 사실.
  • 간접반증: 어장에 발생한 피해가 침출처리수가 아닌 다른 원인이 전적으로 작용해 발생했다는 사실.

같은 공해 법리를 적용한 여천공단 재첩 양식장 사건은 「전적으로 다른 원인」에 의한 피해라는 증명까지 「반증으로」 하는 방법에 묶어 적었다(2003다2123 판결요지 [2]). 두 판결 모두 가해자 쪽이 증명할 사실은 원인물질의 부존재, 피해를 일으킬 농도에 못 미침, 전적으로 다른 원인의 세 가지다.

간접반증은 어떤 경우에 문제 되나?

간접반증은 상대방이 간접사실과 경험칙으로 추정을 받아 낸 뒤 그 추정을 깨뜨려야 하는 당사자에게 문제 된다(2018다41986 판결요지 [1]). 사실상 추정이란 법률 규정이 아니라 경험칙에 터 잡아 어떤 사실로부터 다른 사실을 추인하는 것을 말한다(사실상 추정). 그런 추정이 생겨도 상대방은 해당 사실이 경험칙 적용의 대상이 되지 못하는 사정을 증명해 추정을 깨뜨릴 수 있다(같은 판결요지 [1] ①).

판례가 간접반증을 말한 경우로는 다음이 있다(일부 예시이며, 공해 인과관계는 아래 절에서 본다).

  • 쟁의행위 고정비용 손해: 위법한 쟁의행위로 조업을 못 한 제조업체는 적자제품이거나 불황·제품 결함 등으로 판매가능성이 없다는 등 특별한 사정의 간접반증이 없는 한 판매와 고정비용 회수가 추정된다(2018다41986 판결요지 [1]).
  • 쟁의행위 뒤 생산 만회: 쟁의행위 종료 뒤 매출 감소를 초래하지 않을 정도의 상당한 기간 안에 추가 생산으로 부족 생산량이 만회됐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범위에서 손해 발생을 인정하기 어렵다(같은 판결요지 [1]). 다만 제조업체는 생산량 회복이 쟁의행위와 무관한 다른 요인 때문이라는 사정 등을 증명해 다시 추정이 유지되게 할 수 있다(같은 판결요지 [1] ②).
  • 완성문서 추정: 인영 부분 등의 진정성립이 인정되면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문서 전체가 완성된 상태에서 서명·날인했다고 추정한다(2001다11406 판결요지 [2]). 이 추정력을 뒤집으려면 그럴 만한 합리적인 이유와 이를 뒷받침할 간접반증 등의 증거가 필요하다(같은 판결요지 [3]).

완성문서 추정이 번복돼 작성명의자가 아닌 사람이 백지나 미완성 부분을 보충한 사정이 밝혀질 수 있다. 그 보충이 정당한 권한에 기한 것이라는 점은 그 문서의 진정성립을 주장하는 자 또는 문서제출자가 증명해야 한다(2001다11406 판결요지 [3]).

쟁의행위 사건에서 종료 후 적시에 생산량을 만회해 매출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개연성이 있으면, 법원은 근로자에게 그 사정을 증명할 기회를 부여하는 등 필요한 심리를 해야 한다(2018다41986 판결요지 [1] ③).

공해 사건에서 인과관계는 어떻게 증명하나?

가해기업이 유해한 원인물질을 배출하고 그것이 피해물건에 도달해 손해가 발생했다면, 가해자 쪽은 무해함을 증명하지 못하는 한 책임을 면하지 못한다(2009다84608 판결요지 [1]). 이 판시는 대기오염이나 수질오염에 의한 공해로 인한 손해배상 소송에 관한 것이다(같은 판결요지 [1]). 일반 불법행위에서는 가해행위와 손해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청구자인 피해자가 증명해야 한다(같은 판결요지 [1]).

대법원은 증명을 이렇게 완화한 이유를 다음처럼 들었다(같은 판결요지 [1]). 모두 함께 이유로 든 사정이다.

  • 원인물질이 대기나 물을 매체로 간접적으로 손해를 끼치는 수가 많다.
  • 현재 과학수준으로도 해명할 수 없는 분야가 있어 인과관계의 고리 하나하나를 자연과학적으로 증명하기가 매우 곤란하거나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 피해자에게 과학적으로 엄밀한 증명을 요구하면 공해로 인한 사법적 구제를 사실상 거부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 가해기업은 기술적·경제적으로 피해자보다 원인조사가 훨씬 쉬운 경우가 많고 원인을 은폐할 염려가 있다.

공사장에서 배출된 황토 등이 양식어장에 유입돼 농어가 폐사한 사안이 있었다. 대법원은 「폐수가 배출되어 유입된 경로와 그 후 농어가 폐사하였다는 사실」이 입증됐다면 개연성이론으로 인과관계가 증명됐다고 본 원심을 수긍했다(95다2692 판결요지 [2]).

가해자 쪽이 인과관계를 깨뜨리는 방법은 위 「간접반증은 반증과 어떻게 다른가?」 절에서 보았다. 시설의 적법성, 특별법 적용, 청구 준비는 공해소송의 인과관계 입증과 환경오염 배상책임에서 다룬다.

손해액 증명이 어려우면 법원은 어떻게 하나?

손해 발생은 인정되나 액수 증명이 사안의 성질상 매우 어려우면, 법원은 모든 사정을 종합해 상당한 금액을 손해액으로 정할 수 있다(민사소송법 제202조의2). 이 조는 「손해가 발생한 사실은 인정되나」를 전제로 하므로 손해 발생 자체는 따로 증명돼야 한다(같은 조). 법원이 종합하는 사정은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의 결과로 인정되는 것이다(같은 조).

판례는 이 조가 생기기 전부터 같은 법리를 민사소송법 제202조의 자유심증주의 아래에서 인정했다. 불법행위로 재산적 손해가 발생했으나 액수 증명이 사안의 성질상 곤란하면, 법원은 관련된 모든 간접사실을 종합해 손해액을 판단할 수 있다(2006다3561 판결요지 [2]). 이 법리는 증명도·심증도를 경감하려는 것이지, 법관에게 손해액 산정의 자유재량을 준 것이 아니다(같은 판결요지 [2]).

그래서 법원은 손해액 산정의 근거가 되는 간접사실의 탐색에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같은 판결요지 [2]). 찾아낸 간접사실을 합리적으로 평가해 객관적으로 수긍할 수 있는 손해액을 산정해야 한다(같은 판결요지 [2]).

채무불이행 손해배상에도 같은 법리가 적용된다(2020다277306 판결 이유 2.가).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면 법원은 손해액 주장·증명이 미흡하더라도 적극적으로 석명권을 행사해 증명을 촉구해야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직권으로 심리·판단해야 한다(같은 부분). 석명권이란 법원이 당사자에게 주장·증명을 보충하도록 묻고 촉구하는 권한을 말한다(석명권).

추정치를 쓸 수밖에 없는 때에도 그 추정치가 현실과 크게 동떨어진 전제에서 나왔거나 통계적·확률적으로 합리적인 범위를 넘어서는 안 된다(2020다277306 판결 이유 2.가). 상대방 직원이 제시한 자료의 이용건수를 그대로 실제 이용건수로 추정한 원심판결은 이 점 때문에 파기됐다(같은 판결 이유 2.다).

실무 체크포인트

  • 직접증거가 없는 사실은 간접사실과 경험칙을 모아 통상인이 의심을 품지 않을 정도에 이르는지 점검한다(2008다6755 판결요지 [1]).
  • 공해 사건에서 추정을 받은 가해자 쪽이면 원인물질·농도를 다투는 반증과 전적으로 다른 원인을 증명하는 간접반증 중 무엇을 증명할지 정한다(2009다84608 판결요지 [4]).
  • 손해 발생은 인정되나 구체적 액수의 증명이 사안의 성질상 매우 어려우면 민사소송법 제202조의2에 따른 산정을 구하면서, 당사자 관계·손해 경위·손해의 성격 같은 간접사실 자료를 함께 낸다(2020다277306 판결 이유 2.가).
  • 소명이 요구되는 절차에서는 법원이 즉시 조사할 수 있는 증거를 준비한다(민사소송법 제299조 제1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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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수정 2026년 10월 20일 ·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이고 개별 사안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최종 수정일 기준으로 작성됐으며 이후 법령 개정이나 판례 변경으로 현행과 달라질 수 있고, 법령·판례의 문언은 정본이 우선합니다. 내용만을 근거로 한 판단으로 생긴 손해에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면책 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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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우법무사

신우법무사

법무사 김정걸은 1994년 제2회 법무사시험에 합격해 32년간 법무사 업무를 해 왔습니다. 1984년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했습니다. 외국인 상속등기 · 한정승인 · 상속포기, 상속관련 소송 · 비송, 회사등기, 강제집행 등을 주업무로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