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계권(도산)은 회생·파산·개인회생절차에서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부담하는 채무와 자기 도산채권을 절차 밖에서 대등액으로 소멸시키는 권리다. 일반 상계(상계)의 담보적 기능을 도산절차 안에서도 일정 범위 보호하되, 다른 채권자의 평등을 해치는 상계는 제한한다(회생 채무자회생법 제144조·채무자회생법 제145조, 파산 채무자회생법 제416조·채무자회생법 제422조, 개인회생 채무자회생법 제587조).
쉽게 말하면 — 도산한 사람에게 받을 돈과 줄 돈이 함께 있을 때 둘을 맞비기는 제도입니다. 다만 상계는 사실상 먼저 변제받는 효과가 있으므로, 도산 직전에 일부러 상계 기회를 만든 경우에는 제한됩니다.
왜 특별한가
상계는 도산절차에서 담보와 비슷하게 작동한다. 채권자가 자기 채무는 전액 이행하면서 자기 채권은 회생계획이나 배당으로 일부만 받는 불공평을 막아 준다. 그래서 도산법은 상계를 원칙적으로 인정한다.
하지만 상계는 다른 채권자보다 먼저 만족을 얻는 효과가 있다. 지급정지나 도산신청을 알고도 채무자에게 새 채무를 부담하거나, 다른 사람의 채권을 사들여 상계하는 방식은 채권자평등을 해칠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회생 채무자회생법 제145조, 파산 채무자회생법 제422조, 개인회생 채무자회생법 제587조로 제한된다.
회생절차
회생절차에서는 상계의 시한이 강하다. 회생채권자 또는 회생담보권자가 회생절차개시 당시 채무자에게 채무를 부담하고 있고, 채권과 채무 쌍방이 채권신고기간 만료 전에 상계할 수 있게 된 때에는 그 신고기간 안에서만 상계할 수 있다(채무자회생법 제144조 제1항). 신고기간을 넘기면 회생계획 작성의 전제가 흔들리므로 상계권 행사가 제한된다.
회생에서 기한부 채무는 기한이 도래하지 않았더라도 상계할 수 있다(채무자회생법 제144조 제1항 후문). 회생절차개시 후의 차임채무는 당기와 차기분의 상계가 원칙이고, 보증금이 있으면 그 후 차임채무에도 상계할 수 있다(같은 조 제2항). 지료에도 같은 구조가 준용된다(같은 조 제3항).
회생에서는 “신고기간 안에 상계할 수 있었는지”가 1차 기준입니다. 상계권을 가진 채권자라도 신고기간을 놓치면 회생절차 밖에서 마음대로 맞비기 어렵습니다.
파산절차
파산절차에서는 파산채권자가 파산선고 당시 채무자에게 채무를 부담하고 있으면 파산절차에 의하지 않고 상계할 수 있다(채무자회생법 제416조). 회생의 채권신고기간과 같은 행사시한 규정은 없지만, “파산선고 당시”의 상호 채권·채무 관계와 상계금지 규정이 출발점이다.
파산에서는 상계 가능 범위가 민법보다 넓다. 자동채권이 기한부·해제조건부이거나 비금전채권·불확정채권·외국통화채권이어도 상계 대상이 될 수 있고, 수동채무도 기한부·조건부 또는 장래 청구권일 수 있다(채무자회생법 제417조, 채무자회생법 제426조). 비금전채권과 불확정채권은 파산선고 당시의 평가액을 기준으로 금전화된다(같은 조).
임대차 차임은 당기와 차기분 상계가 원칙이고, 보증금이 있으면 그 후 차임도 상계할 수 있다. 지료에도 같은 구조가 적용된다(채무자회생법 제421조).
개인회생절차
개인회생절차는 파산 상계 규정을 준용한다(채무자회생법 제587조). 따라서 채무자회생법 제416조부터 채무자회생법 제422조까지의 구조가 개인회생에도 적용되고, 조문상 “파산선고”는 개인회생절차개시결정으로, “파산신청”은 개인회생절차개시신청으로 바꾸어 읽는다(같은 조).
그래서 개인회생에서도 회생절차처럼 채권신고기간 안에만 상계해야 한다고 단정하면 안 된다. 다만 아무 때나 자유롭게 상계할 수 있다는 뜻도 아니다. 개인회생절차개시결정 당시의 상호 채권·채무인지, 그리고 채무자회생법 제422조의 상계금지 사유가 채무자회생법 제587조에 따라 적용되는지를 먼저 보아야 한다.
개인회생은 파산 상계 규정을 빌려 씁니다. 따라서 “개시결정 당시 서로 받을 돈과 줄 돈이 있었는지”와 “상계금지 사유가 있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상계 금지
회생과 파산의 상계금지는 같은 방향이다. 회생은 채무자회생법 제145조, 파산은 채무자회생법 제422조, 개인회생은 채무자회생법 제587조에 따른 준용으로 판단한다.
| 유형 | 회생 | 파산·개인회생 |
|---|---|---|
| 절차개시·선고·개시결정 후 채무를 부담한 경우 | 상계 금지 | 상계 금지 |
| 지급정지·도산신청을 알고 채무를 부담한 경우 | 원칙적 상계 금지 | 원칙적 상계 금지 |
| 절차개시·선고·개시결정 후 다른 사람의 도산채권을 취득한 경우 | 상계 금지 | 상계 금지 |
| 지급정지·도산신청을 알고 다른 사람의 도산채권을 취득한 경우 | 원칙적 상계 금지 | 원칙적 상계 금지 |
다만 법정원인에 의한 때, 지급정지나 파산신청이 있었음을 알기 전에 생긴 원인에 의한 때, 파산선고 1년 전에 생긴 원인에 의한 때에는 상계가 허용된다(채무자회생법 제145조, 채무자회생법 제422조 제2호 단서). 여기서 “알기 전에 생긴 원인”은 넓게 보지 않는다. 판례는 그 원인이 채권자에게 구체적인 상계 기대를 발생시킬 정도로 직접적인 법률관계여야 하고, 상계의 담보적 작용에 대한 신뢰가 보호할 가치가 있는 정당한 것이어야 예외를 인정한다고 본다(2003다61931). 이 기준은 뒤에 2005다24981에서도 그대로 원용됐다.
도산이 임박했다는 사실을 알고 상계 자리를 새로 만드는 것은 위험합니다. 단순히 거래의 배경이 있었다는 정도로는 “알기 전에 생긴 원인” 예외가 쉽게 인정되지 않습니다.
상계처럼 보여도 다른 경우
상계라는 이름이 붙어 있어도 실질이 상계가 아닐 수 있다. 생명보험 약관대출에서 보험회사가 해약환급금에서 대출 원리금을 공제하는 것은, 약관 구조에 따라 해약환급금의 선급금을 제외하고 나머지만 지급하는 것으로 보아 민법상 상계와 다르게 취급될 수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보험약관대출과 해약환급금 사이에는 상계 법리가 적용되지 않고, 구 회사정리법의 상계시한 규정도 적용될 여지가 없다고 보았다(2005다15598).
이 법리는 개인회생에서 보험약관대출이나 예금담보대출을 볼 때도 중요하다. 겉으로는 금융기관이 상계하는 것처럼 보여도, 먼저 계약 구조상 담보 실행인지, 공제·정산인지, 도산법상 상계권 행사인지를 구별해야 한다.
보전처분 단계와 개시 후
회생절차개시 전 보전처분 단계와 회생절차개시 후 상계제한은 구별해야 한다. 구 회사정리법 사안에서 대법원은 보전처분으로 회사의 변제가 금지되었더라도 그 효력은 원칙적으로 회사에만 미치므로, 보전처분만으로 회사채권자의 상계가 당연히 금지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92다12728).
다만 회생절차가 개시되면 채무자회생법 제144조와 채무자회생법 제145조의 체계로 들어간다. 보전처분 단계에서 허용될 수 있는 상계와, 회생절차개시 후 신고기간·상계금지 규정의 적용을 받는 상계는 분리해서 판단해야 한다.
실무 체크포인트
- 먼저 절차를 구분한다. 회생은 채무자회생법 제144조, 파산은 채무자회생법 제416조, 개인회생은 채무자회생법 제587조가 출발점이다.
- 회생에서는 채권신고기간 만료 전 상계적상과 기간 내 의사표시를 확인한다.
- 파산·개인회생에서는 파산선고 또는 개인회생절차개시결정 당시 상호 채권·채무가 있었는지 확인한다.
- 지급정지, 회생·파산·개인회생 신청, 채권취득일, 채무부담일을 시간순으로 정리해 채무자회생법 제145조·채무자회생법 제422조의 금지 사유를 점검한다.
- 차임·지료·보증금은 별도 제한이 있으므로 채무자회생법 제144조 제2항·제3항과 채무자회생법 제421조를 따로 본다.
- 보험약관대출, 예금담보대출, 공제 약정은 실제 상계권 행사인지 계약상 정산인지 먼저 분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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