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감리자가 발견할 수 있었던 미시공·변경시공 하자를 놓치거나 필요한 통지·시정 요청을 하지 않아 손해가 생기면, 감리계약을 체결한 건축주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책임은 하자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정하지 않고, 감리자가 당시의 기술수준과 경험으로 발견할 수 있었는지와 의무위반으로 어떤 손해가 생겼는지를 살펴 판단한다(2014다229023 판결요지 [1]).
쉽게 말하면 — 설계도와 다른 자재를 썼는데 감리자가 확인할 수 있었고도 적합하다고 보고했다면, 시공자뿐 아니라 감리자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다만 건물에 하자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감리자가 모든 하자 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아닙니다. 무엇을 확인해야 했는지, 발견할 수 있었는지, 그 잘못 때문에 어떤 손해가 생겼는지가 필요합니다(2014다229023).
감리자는 무엇을 확인하고 조치해야 하는가?
건축법상 감리자는 설계도서에 맞는 시공과 적합한 건축자재 사용을 확인해야 한다. 위반사항을 발견하거나 설계도서대로 시공하지 않는 경우에는 건축주에게 알린 뒤 시공자에게 시정·재시공을 요청해야 한다(건축법 시행령 제19조 제9항·건축법 제25조 제3항). 시공을 맡은 사람과 이를 확인·지도하는 감리자의 역할은 구별된다.
시공자가 시정·재시공 요청에 따르지 않으면 감리자는 서면으로 공사중지를 요청할 수 있다. 시공자는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즉시 중지해야 한다. 시정·재시공 요청에 따르지 않거나 공사중지 요청을 받고도 계속하는 경우에는 감리자가 허가권자에게 보고해야 한다(건축법 제25조 제3항·제4항). 중지 요청 권한과 보고 의무를 같은 것으로 보지 않는다.
주택법상 사업계획승인 대상 등의 감리는 해당 법령을 적용한다(건축법 제25조 제10항). 주택법상 감리자가 위반사항을 발견하면 지체 없이 시공자와 사업주체에게 시정을 통지하고, 7일 이내에 승인권자에게 보고해야 한다. 시공자와 사업주체는 즉시 공사를 중지해 시정한 뒤 감리자의 확인을 받아야 하며, 통지에 이의가 있더라도 먼저 공사를 중지하고 승인권자에게 서면으로 이의신청할 수 있다(주택법 제44조 제3항·제4항).
하자가 있으면 감리자가 언제나 배상하는가?
감리자의 책임은 당시 발견을 기대할 수 있었던 하자인지에 따라 판단한다. 대법원은 일반적인 감리자의 기술수준과 경험, 하자의 위치·내용, 공사 규모를 살펴 감리계약상 의무를 이행했는지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한다(2014다229023 판결요지 [1]). 미시공 하자는 설계대로 해야 할 시공을 하지 않은 경우이고, 변경시공 하자는 설계 내용을 임의로 바꾸어 시공한 경우다.
설계와 감리를 함께 맡은 건축사가 옥상 자재의 재질·규격 차이와 하수관의 규격 차이를 놓친 사안에서는 책임을 인정했다. 해당 자재는 옥상이나 맨홀에서 확인할 수 있었고 공사도 비교적 소규모였다. 그런데 감리자는 적합 의견의 보고서를 작성했다. 대법원은 이 의무위반이 하자 손해의 한 원인이라고 판단하며 책임을 부정한 원심 부분을 파기했다(2014다229023 이유 1. 다.).
같은 하자라도 어디에 있었고 언제 확인할 수 있었는지가 중요하다. 청구인은 설계도와 실제 시공의 차이뿐 아니라 감리 당시의 확인 가능성을 보여 주는 사진·감리기록·공정 자료를 준비한다. 감리계약이 정한 업무와 실제 수행기록도 함께 대조한다(2014다229023).
설계오류를 놓친 경우와 잘못된 감리보고는 어떻게 판단하는가?
설계오류를 사전에 발견할 수 있었는지와, 잘못된 보고가 손해의 원인인지는 각각 확인해야 한다. 대법원은 구 건축법·건설기술관리법·주택건설촉진법 등 공사관계 법규를 종합해 감리자의 설계도서·시공계획 검토와 문제점 발견 시 시공자·발주자에 대한 시정 통지 의무를 설명했다. 인근 옹벽의 위험을 다룬 사안에서는 감리자가 위험발생 가능성을 예견하고도 시공을 강행하도록 조치한 잘못을 인정했다(99다70365 이유 1.). 현행 일반 건축감리의 업무에는 시공계획·공사관리의 적정성 확인, 안전관리 지도, 설계변경의 적정성 검토·확인도 포함된다(건축법 시행규칙 제19조의2 제1항 제2호·제3호·제8호). 주택법상 감리자는 설계도서가 지형 등에 적합한지 확인하고 시공계획·예정공정표·시공도면 등을 검토·확인한다(주택법 시행령 제49조 제1항 제1호·제3호).
현재 설계도서를 제출받은 건설엔지니어링사업자 등은 시공 전에 이를 검토해 결과를 발주청에 보고해야 한다(건설기술 진흥법 제48조 제2항). 건축법상 일반 감리와 공공공사의 건설사업관리 업무는 적용 법령과 계약 범위를 구별한다.
구법상 책임감리를 다룬 대법원 판결에서는, 전례 없는 신공법의 설계오류를 당시 일반적인 감리자가 발견할 수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시운전 실패 뒤 전문가들이 제시한 진단과 대안만으로 시공 전 발견가능성을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반면 임의 변경된 설비의 승인서류를 필요한 확인 없이 승인한 시공단계의 의무위반은 손해의 원인으로 인정했다(2012다89320 이유 1. 가. 3)·4)).
그 판결은 준공단계의 부적절한 보고도 따로 보았다. 설계·시공·감리의 앞선 잘못으로 시설의 가동불능이 이미 생겼다면, 뒤의 준공검사원 제출이 그 가동불능의 원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보고가 잘못됐다는 점과 청구하는 손해의 인과관계는 구별해야 한다(2012다89320 이유 1. 가. 4)).
건축주와 이웃 피해자는 누구에게 청구할 수 있는가?
감리계약을 체결한 건축주는 감리자를 상대로 계약상 의무위반에 따른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시공자의 도급계약상 배상채무와 감리자의 배상채무는 서로 별개의 원인으로 생기지만, 같은 손해를 배상하는 중첩 부분에서는 부진정연대채무 관계에 있다(2014다229023 판결요지 [1]·민법 제390조). 이는 중첩된 손해를 각각 이중으로 받는다는 뜻이 아니다.
감리자와 계약하지 않은 이웃도 감리자의 고의·과실에 의한 위법행위로 손해를 입었다면 불법행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민법 제750조). 인근 아파트 옹벽의 위험을 예견하고도 시공을 강행하게 한 사안에서는 감리자와 시공자 등의 공동불법행위책임을 인정했다(99다70365 이유 1.). 계약의 상대방인지, 제3자 피해자인지에 따라 청구 근거와 필요한 사실을 구별한다.
공동불법행위가 인정되면 가해자 중 감리자의 관여가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이유만으로 피해자에 대한 책임을 일부로 제한할 수는 없다. 공동행위 전체를 평가해 정한 손해에 각 가해자가 전부 책임을 진다(99다70365 판결요지 [3]·민법 제760조). 감리자의 개별 의무위반과 공동불법행위 요건이 성립하는지는 그보다 앞서 확인해야 한다.
다만 과실상계 등으로 가해자별 배상액이 달리 정해졌다면, 피해자는 각자의 책임범위 안에서 청구해야 한다. 금액이 다른 부진정연대채무에서 더 많은 채무를 부담한 사람이 일부 변제한 경우에는 그 사람이 단독 부담하는 부분부터 소멸한다. 예컨대 시공자가 다액채무자라면, 시공자가 단독으로 부담하는 부분을 넘어서 변제해야 중첩 부분에서 감리자의 채무도 소멸한다. 받은 금액을 두 채무에 비례해 나누어 공제하는 방식이 아니다(2012다74236 전원합의체 판결요지·이유 4.·5.).
어떤 손해를 얼마나 청구할 수 있는가?
감리자의 해당 의무위반과 인과관계가 있는 손해를 특정해야 한다. 공사 전체가 실패했다는 이유만으로 공사비·설계비·감리비 전액을 감리자에게 청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설계오류로 필요한 보완비용과 변경시공으로 필요한 교체비용을 구별하고, 각 책임자의 의무위반과 연결되는 손해를 따로 심리하도록 했다(2012다89320 이유 1. 나.).
계약상 배상은 통상손해가 원칙이며, 특별한 사정으로 생긴 손해는 감리자가 그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지를 확인한다(민법 제393조). 건축주에게 채무불이행과 관련한 과실이 있다면 법원은 책임과 금액을 정할 때 이를 참작해야 한다(같은 법 제396조). 하자별 보수·교체 견적과 실제 지출을 나누고, 시공자 등에게 이미 배상받은 내용도 정리한다.
배상청구의 시효는 어떻게 확인하는가?
계약상 손해배상과 불법행위 손해배상의 시효를 구별한다. 일반 채권은 10년이며, 상행위로 인한 채권은 다른 단기시효 규정이 없다면 5년이다. 소멸시효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부터 진행한다(민법 제162조·상법 제64조·민법 제166조). 계약의 상행위성과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 시점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
불법행위 손해배상은 피해자나 법정대리인이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 불법행위를 한 날부터 10년이라는 기준을 적용한다(민법 제766조 제1항·제2항). 여기서 ‘불법행위를 한 날’은 가해행위로 인한 손해의 결과가 현실적인 것으로 된 때다. 피해자가 손해 발생을 알았거나 예상할 수 있었는지와 관계없이 그때부터 10년의 시효가 진행하므로, 감리행위 날짜를 곧바로 기산점으로 삼지 않는다(2025다211537,211538 판결요지 [1]). 하자를 발견한 날, 감리자의 잘못을 확인한 날, 손해가 현실적으로 발생한 날을 구별한다. 보수 청구와 배상 청구도 서로 다른 채권이므로 각각의 시효와 청구 내용을 정리한다.
국가·지방자치단체가 감리자에게 금전 배상을 청구하는 경우에는 5년의 시효 특칙도 적용한다(국가재정법 제96조 제1항·지방재정법 제82조 제1항). 다른 법률의 더 짧은 시효가 있으면 그 규정을 따르므로, 불법행위 청구의 손해·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이라는 기준은 함께 확인한다. 일반 민사채권의 10년을 국가·지자체의 배상채권에 그대로 대입하지 않는다(민법 제766조 제1항·67다751·77다1048). 이 두 판결은 구 예산회계법·구 지방재정법의 금전채권 시효를 해석한 판례다. 공기업 등 별도 법인인 발주자와 국가·지자체 자체를 구별해야 한다.
실무 체크포인트
배상 요청 전에 다음 자료를 하자와 의무위반별로 모은다.
- 설계도서·실제 시공 사진·검측 자료로 미시공과 변경시공의 내용을 특정하고, 감리 당시 확인할 수 있었는지를 검토한다(2014다229023).
- 감리계약·감리일지·시정 요청·감리보고서로 감리자의 업무와 실제 조치를 확인한다(건축법 제25조·2014다229023).
- 설계검토·변경시공 승인·준공보고를 시간순으로 정리하고, 각 행위 때문에 생긴 손해를 구별한다(2012다89320).
- 시공자 등에게 받은 배상과 보수·교체비용을 구별하여 같은 손해를 중복 계산하지 않는다(2014다229023).
- 청구의 상대방과 근거를 정한 뒤 권리행사 가능 시점, 손해·가해자를 안 시점과 시효중단 조치를 확인한다(민법 제166조·같은 법 제766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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