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청구 후 잔부청구

하나의 가분채권 중 일부만 먼저 소로 청구한 뒤 나머지(잔부)를 다시 청구할 수 있는지는, 앞 소송에서 일부청구임을 명시했는지에 따라 나뉜다. 일부청구임을 명시한 경우에는 그 확정판결의 기판력이 잔부청구에 미치지 않아 잔부를 별소로 청구할 수 있다(대법원 2016. 7. 27. 선고 2013다96165 판결). 명시하지 않은 경우에는 기판력이 잔부청구에까지 미쳐 나머지를 다시 청구할 수 없다(2013다96165).

쉽게 말하면 — 받을 돈의 일부만 떼어 먼저 소송할 수 있습니다. 다만 “전체 중 일부만 우선 청구한다”는 점을 소송에서 밝혀 두어야, 판결이 확정된 뒤에 나머지를 다시 청구할 수 있습니다. 밝히지 않은 채 판결이 확정되면 나머지 부분까지 그 판결에 묶여 다시 청구할 수 없습니다.

명시적 일부청구와 묵시적 일부청구는 어떻게 나뉘나

가분채권의 일부에 대한 이행청구의 소를 제기하면서, 나머지를 유보하고 일부만을 청구한다는 취지를 밝혔는지가 기준이다(2013다96165). 그 취지를 밝힌 경우가 명시적 일부청구이고, 밝히지 않은 경우가 묵시적 일부청구다.

명시 방법에 정해진 형식은 없다. 반드시 전체 채권액을 특정하여 그중 일부만을 청구하고 나머지에 대한 청구를 유보하는 취지임을 밝힐 필요는 없다(2013다96165). 일부청구하는 채권의 범위를 잔부청구와 구별하여 심리의 범위를 특정할 수 있는 정도의 표시를 하고, 전체 채권의 일부로서 우선 청구하고 있음을 밝히면 충분하다(대법원 2016. 6. 10. 선고 2016다203025 판결). 명시했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소장, 준비서면 등의 기재뿐 아니라 소송의 경과 등도 함께 살펴본다(2013다96165). 아래 표는 2013다96165의 판결요지를 정리한 것이다.

구분명시적 일부청구묵시적 일부청구
표시전체 채권의 일부로서 우선 청구함을 표시잔부를 유보한다는 취지의 표시 없음
기판력 범위청구한 일부에만 미침잔부청구에까지 미침
잔부청구별소로 청구 가능기판력에 저촉되어 허용되지 않음

확정판결의 기판력은 잔부에 어디까지 미치나

확정판결은 주문에 포함된 것에 한하여 기판력을 가진다(민사소송법 제216조 제1항). 기판력의 일반론과 상계 항변의 예외는 기판력의 객관적 범위에서 다룬다.

일부청구임을 명시하지 않은 채 판결이 확정되면, 그 기판력은 청구하고 남은 잔부청구에까지 미친다(2013다96165). 그래서 나머지 부분을 별도로 다시 청구할 수 없다.

반대로 채권자가 일부청구임을 명시하여 그 채권의 일부만을 청구한 경우, 그 일부청구에 대한 판결의 기판력은 나머지 부분의 청구에 미치지 않는다(2016다203025). 잔부청구가 기판력에 저촉되는지는 결국 앞 소송에서의 명시 여부로 정해진다.

잔부청구가 허용된 사안과 차단된 사안은 어떤 모습인가

2013다96165 사안에서 원고들은 의료사고 손해배상 조정신청이 소송으로 이행된 뒤, 신체감정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자백간주에 의한 전부승소판결을 받아 확정되었다. 위자료 부분은 청구의 일부를 유보하고 나머지만 청구한다는 취지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고, 기재된 액수도 통상의 의료소송에서 받을 수 있는 위자료보다 적다고 보기 어려웠다. 대법원은 위자료 및 그 지연손해금 채권 전부에 확정판결의 기판력이 미친다고 보아, 후소의 위자료 잔부청구를 부적법하다고 판단했다.

반면 같은 사안의 적극적 손해 부분은 결론이 달랐다. 원고가 기왕치료비 등 개별 항목과 금액을 특정하면서, 향후치료비는 향후 소송 시 신체감정 결과에 따라 확정하여 청구한다는 취지를 밝혔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이 부분을 명시적 일부청구로 보아, 신체감정 결과 등에 의하여 밝혀진 별도의 치료비·개호비에 관한 후소 청구에는 기판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2016다203025 사안에서는 소 제기 당시가 아니라 항소심 단계에서 명시가 이루어졌다. 원고는 선행소송 항소심 준비서면에서 전체 미지급 배달수수료가 45,408,000원이라고 주장하여, 제1심에서 인용된 8,624,000원이 그 일부임을 밝혔다. 대법원은 이를 심리 범위를 특정할 수 있는 정도의 표시로 보아, 확정판결의 기판력이 나머지 배달수수료 청구에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일부청구 명시의 증거가 없다는 전제에서 후소를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고 본 원심은 파기되었다.

일부청구임을 소송에서 어떻게 명시하나

기본은 소장의 청구취지와 청구원인(민사소송법 제249조 제1항)에 전체 채권 중 일부로서 우선 청구한다는 취지를 적는 방법이다. 전체 채권액을 특정하고 나머지 청구를 유보한다고 적으면 명시 여부를 다툴 여지가 가장 적지만, 그 방식이 필수는 아니다(2013다96165). 법원은 당사자가 신청하지 아니한 사항에 대하여는 판결하지 못하므로(민사소송법 제203조), 일부청구 소송의 심판 대상은 청구한 일부에 한정된다.

소장에서 밝히지 못했더라도 소송 중의 주장으로 명시가 인정될 수 있다. 2016다203025에서는 항소심 변론종결 전에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전체 채권액을 주장하며 청구금액이 그 일부임을 밝힌 것으로 명시를 인정했다. 명시 여부는 소장·준비서면의 기재와 소송의 경과를 함께 살펴 판단하기 때문이다(2013다96165).

잔부는 언제 어떻게 청구하나

잔부청구는 명시적 일부청구였다면 앞 소송 판결이 확정된 뒤에도 제기할 수 있다. 2016다203025 사안에서는 선행 확정판결 정본을 송달받은 뒤 약 1개월 후에 제기한 잔부청구가 허용되었다. 잔부를 앞 소송이 끝나기 전에 따로 내면 중복된 소제기의 문제가 열리므로(민사소송법 제259조), 잔부는 확정 뒤의 별소가 기본이다.

명시적 일부청구라고 하여 잔부의 소멸시효가 당연히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소장에서 장차 청구금액을 확장할 뜻을 표시했으나 소송이 종료될 때까지 실제로 확장하지 않았다면, 잔부에는 재판상 청구로 인한 시효중단의 효력이 생기지 않는다(2019다223723). 다만 소송이 계속 중인 동안에는 잔부에 대하여 최고로 권리를 행사하고 있는 상태가 이어지므로, 채권자는 그 소송이 종료된 때부터 6월 내에 재판상 청구 등 민법 제174조의 조치를 취해 잔부의 소멸시효를 중단시킬 수 있다(같은 판결).

판결 확정 전이라면 잔부를 별소로 돌릴 것 없이 같은 소송에서 청구취지를 확장하는 길이 있다. 원고는 청구의 기초가 바뀌지 아니하는 한도 안에서 변론을 종결할 때까지 청구의 취지를 바꿀 수 있고, 소송절차를 현저히 지연시키는 경우가 아니어야 한다(민사소송법 제262조 제1항). 청구취지의 변경은 서면으로 신청한다(같은 조 제2항). 다만 이 길은 패소하거나 일부패소한 원고에게 열린다. 전부승소한 당사자는 상소의 이익이 없어 독립 상소를 할 수 없으므로(상소의 이익), 확정 전에 청구를 늘릴 심급이 남지 않는다. 2013다96165 사안이 자백간주에 의한 전부승소판결을 받고 항소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된 경우다.

가장 안전한 방법은 소장에 “전체 채권 ○○원 중 일부로서 우선 ○○원을 청구하고, 나머지는 유보한다”고 적는 것입니다. 소장에서 빠뜨렸다면 사실심 변론종결 전에 준비서면으로 전체 금액과 일부 청구라는 점을 명확히 밝혀야 합니다. 변론 없이 하는 판결에서는 판결 선고 때까지 청구취지를 변경할 수 있습니다.

실무 체크포인트

  • 가분채권의 일부만 먼저 청구할 때는 청구취지·청구원인에 전체 채권의 일부로서 우선 청구한다는 취지를 적는다(2013다96165).
  • 전체 채권액 특정과 잔부 유보 문구까지 요구되지는 않으나, 심리 범위를 잔부청구와 구별하여 특정할 수 있는 정도의 표시는 있어야 한다(2016다203025).
  • 소장에 명시가 빠졌으면 변론종결 전에 준비서면으로 전체 채권액과 그중 일부 청구임을 밝혀 둔다(2016다203025).
  • 명시 없이 판결이 확정되면 잔부청구는 기판력에 저촉되어 허용되지 않는다(2013다96165 · 민사소송법 제216조).
  • 항목을 특정하지 않고 금액만 적은 위자료 청구는 유보 취지가 없다고 보아 채권 전부에 기판력이 미칠 수 있다(2013다96165).

관련

최종 수정 2026년 8월 20일 ·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이고 개별 사안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최종 수정일 기준으로 작성됐으며 이후 법령 개정이나 판례 변경으로 현행과 달라질 수 있고, 법령·판례의 문언은 정본이 우선합니다. 내용만을 근거로 한 판단으로 생긴 손해에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면책 고지
🚩 오류 신고·수정 제안

잘못된 내용이나 법 개정으로 바뀐 부분을 발견하셨나요? 알려주시면 검토해 반영합니다.

공유하기
신우법무사

신우법무사

법무사 김정걸은 1994년 제2회 법무사시험에 합격해 32년간 법무사 업무를 해 왔습니다. 1984년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했습니다. 외국인 상속등기 · 한정승인 · 상속포기, 상속관련 소송 · 비송, 회사등기, 강제집행 등을 주업무로 하고 있습니다.

업무위임 · Q&A

법률문제로 고민하고 계신가요?

혼자 고민하지 마시고 명쾌한 해답을 찾아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