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행인수

이행인수는 인수인이 채무자와 약정하여 그 채무를 이행하기로 하는 계약이다. 인수인은 채무자에게 채무를 이행하여 면책시킬 의무를 부담하지만, 이 약정만으로 채권자에게 직접 의무를 지지는 않는다. 기존 채무자가 채권자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나는 면책적 채무인수와 구별된다(2015다239744, 2024다215542 판결요지 [2]).

쉽게 말하면 — “내 빚을 대신 갚아 달라”는 약속과 “이제 채권자가 당신에게 직접 청구하고 나는 빠진다”는 약속은 다릅니다. 이행인수에서는 대신 갚기로 한 사람과 원래 채무자 사이의 약속이 생기고, 채권자는 여전히 원래 채무자에게 청구합니다(2015다239744).

채권자가 인수인에게 직접 청구할 수 있는가?

이행인수 약정만으로는 채권자가 인수인에게 직접 이행을 청구할 권리를 얻지 않는다. 계약의 상대방인 채무자에 대한 의무와 채권자에 대한 의무가 다르기 때문이다. 인수인이 채권자에게도 책임을 지기로 별도로 약정했는지는 계약 내용에 따라 구별할 문제다(2015다239744).

면책적 채무인수는 기존 채무자가 빠지고, 병존적 채무인수는 기존 채무자가 남으면서 인수인도 채권자에게 책임지는 구조다. 이행인수는 채무자에 대한 내부 이행의무를 정하므로, 어느 유형인지는 약정 내용에 따라 구별한다(2015다239744, 2024다215542 판결요지 [2]·이유 3.나).

채권자에게 직접 채권을 취득시킬 의사가 있었는지는 문언뿐 아니라 계약 체결의 동기·경위·목적, 당사자의 지위와 이해관계, 거래관행 등을 종합하여 판단한다. 채무를 “책임지고 변제한다”는 문구만으로 병존적 채무인수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2006다40515 이유 2). 면책적 인수인지 병존적 인수인지 불분명할 때는 병존적으로 본다(2024다215542 이유 3.나.1).

채무자와 제삼자가 기존 채무자를 면책시키는 채무인수 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채권자의 승낙으로 그 효력이 생긴다. 승낙 또는 거절은 채무자나 제삼자를 상대방으로 할 수 있다. 채권자가 승낙하지 않았다면 기존 채무자는 면책되지 않지만, 당사자 사이에서는 이행인수 등으로서의 효력이 남는다(민법 제454조, 2009다88303 판결요지 [1]).

채무자와 인수인이 채권자에게 직접 권리를 주는 병존적 채무인수를 약정하면 제삼자를 위한 계약이 될 수 있다. 그 경우 채권자는 수익의 의사표시를 하여 인수인에게 직접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 대법원은 주택건설 공동사업주체들이 기존 계약의 권리를 공동사업에 이용하면서 그 채무도 함께 이행하기로 한 약정을 이러한 구조로 판단했다(민법 제539조, 2005다52214 판결요지 [4]).

채권자에게 인수인을 상대로 권리를 행사할 다른 방법이 있는가?

채권자는 채권자대위권의 요건을 갖추면 채무자의 인수인에 대한 이행청구권을 대위행사할 수 있다. 이행인수 약정 자체에서 생기는 고유한 직접청구권과는 다른 경로다. 대법원은 무자력인 채무자를 대위하여 인수인에게 채권자 앞으로 이행할 것을 청구한 사건에서 이를 인정하고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민법 제404조, 2008다75072 이유 1 및 주문).

대위행사에는 자신의 채권을 보전할 필요 등 채권자대위권의 요건이 필요하다. 피보전채권의 기한이 오기 전에는 원칙적으로 법원의 허가가 필요하지만 보전행위는 예외다. 채무자의 이행청구권에 관한 승소판결은 금전채권 집행 규정을 준용하여 강제집행할 수 있다(민법 제404조, 2008다75072).

담보대출을 매매대금에서 빼기로 하면 잔금은 어떻게 되는가?

부동산 매수인이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를 인수하고 그 금액을 매매대금에서 공제하기로 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제한 나머지를 지급하여 잔금지급의무를 다한다. 이러한 약정은 다른 특별한 약정이 없는 한 이행인수로 보므로, 대출을 실제로 갚아야만 잔금을 지급한 것이 되는 것은 아니다(2004다13083 판결요지 [3]).

이 판결에서는 채무 인수가 이행인수에 그쳤으므로 매수인이 근저당권의 채무자를 자기 명의로 바꾸는 절차를 이행할 의무도 인정하지 않았다(2004다13083 이유 3).

이 판결에서 매도인은 공제하기로 한 대출금까지 현금 잔금에 포함하여 지급을 요구했다. 대법원은 계약상 지급할 잔금을 현저히 초과하여 요구하고 그보다 적은 급부는 받지 않겠다는 의사가 분명한 최고에 터 잡은 해제를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초과액이 비교적 적거나 본래 급부를 청구하려는 취지의 과다 최고라면 본래 채무 범위에서 유효할 수 있으므로, 액수가 틀린 최고가 모두 무효인 것은 아니다(2004다13083).

매수인이 대출을 방치하면 매도인은 어떻게 구제받는가?

단순히 인수채무를 갚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는 없고, 매매대금 일부 미지급과 동일하게 평가할 특별한 사유가 있어야 한다. 계약 체결 경위와 매도인에게 생기는 구체적 불이익의 내용·정도를 종합하여 판단한다(2006다69479, 69486).

매수인의 변제 지체로 근저당권 실행에 따른 경매가 개시되고 매도인이 이를 막기 위해 피담보채무를 변제했다면, 매도인은 손해배상채권을 취득하는 외에 이를 이유로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단순히 대출이 남아 있다는 사정과, 인수채무 불이행으로 경매를 막기 위한 변제가 필요해진 사정은 구별된다(2004다13083).

이행지체를 이유로 하는 해제는 원칙적으로 상당한 기간을 정한 이행최고와 그 기간 내의 불이행을 전제로 한다. 채무자가 미리 이행하지 않을 의사를 표시했다면 최고를 요하지 않는다. 앞의 판결이 인정한 구제 가능성도 매수인의 인수채무 불이행과 해제요건을 살펴 판단할 문제다(민법 제544조, 2004다13083).

손해배상청구권은 언제 생기는가?

이행인수 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청구권은 손해가 현실적으로 발생한 때 성립하므로, 인수의무의 이행기만으로 시효 기산을 단정해서는 안 된다. 매수인이 인수한 근저당채무를 변제하지 않아 원리금이 늘어났다면 그 원리금이 원칙적으로 통상손해가 된다(민법 제166조, 같은 법 제390조, 같은 법 제393조, 2020다294516 판결요지 [1]·[2]).

제삼자에 대한 채무 부담을 손해로 청구하려면 그 부담이 현실적·확정적이어서 실제로 변제해야 할 성질의 것이어야 한다. 대법원은 원채무자가 이자를 지급하여 매도인이 그에게 배상채무를 부담하게 된 시점을 심리하도록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나중에 추가한 채권자대위 청구는 그 내용이 법원에 제출된 때의 시효중단 여부를 따로 살펴야 한다고 보았다(2020다294516 판결요지 [2]·[3], 이유 3.다 및 주문).

대신 갚은 돈과 소유권이전등기는 맞교환 관계인가?

매매와 함께 이행인수가 이루어지고 매도인이 인수채무를 대신 변제했다면, 그에 따른 매수인의 손해배상채무 또는 구상채무는 매도인의 소유권이전등기의무와 동시이행 관계에 있다. 매매대금에 갈음한 인수채무가 변형된 것이어서 대가적 관련성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이 법리는 매수인의 불이행으로 매도인이 갚은 경우뿐 아니라 매도인이 임의로 대신 변제한 경우도 포함한다(2004다13083).

그러나 이 판결의 실제 사안에서는 매도인이 대출금을 대신 변제했다는 증거나 경매가 개시되었거나 개시될 염려가 있다는 자료가 없었다. 대법원은 대출금 상환 자체와 이전등기를 동시이행 관계로 보지 않고, 공제 후의 잔금과 이전등기의 동시이행을 인정한 원심을 유지하여 상고를 기각했다. 동시이행의 항변은 원칙적으로 상대방 채무의 변제기가 도래해야 하고, 선이행의무자에게는 상대방 이행이 곤란할 현저한 사유에 관한 별도 규정이 있다(2004다13083, 민법 제536조).

이행인수인이 변제하면 채권과 담보를 대위하는가?

이행인수인은 약정한 변제를 하지 않으면 채무자에게 불이행책임을 지므로, 변제할 정당한 이익이 있는 자로서 법정대위할 수 있다. 선박대리점이 용선자 부담 비용을 자기 재산으로 선지급한 사건에서는 본인의 변제로 평가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제삼자의 변제에 해당한다고 보았다(민법 제469조, 같은 법 제481조, 2009마461 판결요지 [2]·[3]·[4]).

대위한 채권과 담보에 관한 권리는 자신의 권리에 따라 구상할 수 있는 범위에서 행사한다. 따라서 자기 재산으로 변제했다는 이유만으로 약정상 자신이 최종 부담하기로 한 돈까지 원래 채무자에게 청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실제 구상관계와 대위자 사이의 제한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민법 제482조). 일부만 변제했다면 채권자와 함께 권리를 행사하는 범위와 해제·해지권의 귀속은 변제자대위에서 별도로 살펴야 한다(민법 제483조).

인수인이 빚을 인정하면 원래 채무의 시효도 중단되는가?

이행인수인이 채권자에게 채무를 인정했다는 사정만으로 원래 채무의 소멸시효가 중단되지는 않는다. 승인은 소멸시효의 중단사유이지만, 시효이익을 받을 당사자나 그 대리인이 해야 한다. 인수인이 그 지위도 가지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는 별도로 확인한다(민법 제168조, 2015다239744).

2015다239744 사건의 분양자는 처음부터 수분양자의 대출채무를 연대보증하고 이자를 부담했다. 대법원은 분양계약 해제 후 대출금을 책임지기로 한 약정을 내부 책임관계의 정리로 보아, 채권자에 대한 관계에서 주채무의 이행인수까지 약정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설령 이행인수인의 지위에서 채무를 승인했더라도 주채무의 시효중단 효력은 생기지 않는다고 보아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기존 연대보증에 따른 책임과 이행인수인의 승인에 따른 시효중단 여부는 별개의 문제다(2015다239744 이유 1~3 및 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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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수정 2026년 9월 9일 ·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이고 개별 사안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최종 수정일 기준으로 작성됐으며 이후 법령 개정이나 판례 변경으로 현행과 달라질 수 있고, 법령·판례의 문언은 정본이 우선합니다. 내용만을 근거로 한 판단으로 생긴 손해에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면책 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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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우법무사

신우법무사

법무사 김정걸은 1994년 제2회 법무사시험에 합격해 32년간 법무사 업무를 해 왔습니다. 1984년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했습니다. 외국인 상속등기 · 한정승인 · 상속포기, 상속관련 소송 · 비송, 회사등기, 강제집행 등을 주업무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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