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급인의 임의해제는 수급인이 일을 완성하기 전에 도급인이 손해를 배상하고 계약을 끝낼 수 있는 권리다(민법 제673조). 수급인의 계약 위반을 이유로 하는 해제와 달리, 일을 맡긴 도급인이 수급인의 손해를 부담한다.
쉽게 말하면 — 맡긴 일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면 도급인은 계약을 해제해 끝낼 수 있습니다. 대신 상대방이 쓴 비용뿐 아니라 일을 마쳤다면 얻었을 이익도 정산해야 합니다. 해제 때문에 아끼거나 다른 곳에서 회수할 수 있는 이익은 함께 따집니다.
언제 해제할 수 있는가?
수급인이 일을 완성하기 전이어야 제673조의 해제권을 행사할 수 있다(민법 제673조). 도급은 당사자 일방이 어느 일을 완성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그 일의 결과에 대하여 보수를 지급할 것을 약정하는 계약이다(같은 법 제664조). 계약의 성질은 이름이 아니라 약정한 내용으로 정한다. 계약의 성질을 나누는 기준은 도급과 위임에서 다룬다.
해제는 상대방에 대한 의사표시로 하고 그 의사표시는 철회하지 못한다(민법 제543조). 당사자 일방이나 쌍방이 여러 명이면 전원이 행사하거나 상대방 전원에게 해제해야 하며, 한 사람에 대한 해제권 소멸은 다른 당사자에게도 미친다(같은 법 제547조). 상대방이 있는 의사표시는 도달한 때 효력이 생기므로 통지의 내용과 도달일을 남겨 두어야 한다(같은 법 제111조 제1항). 별도 해제·정산 약정이 있다면 그 내용도 확인한다(같은 법 제105조).
불이행 해제가 인정되지 않으면 임의해제가 되는가?
도급인이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해제를 통보했으나 그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 당사자 사이에 분쟁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임의해제의 의사가 포함되었다고 볼 수 없다(2022다246757 판결요지).
같은 사건에서는 도급인이 제673조에 따른 해제를 주장하지 않았는데도 원심이 이를 인정한 것이 변론주의에도 반한다고 판단하였다(2022다246757 이유 2 다).
통보 당시의 내용과 의사에 임의해제의 뜻이 포함되었는지를 먼저 판단한다(2024다282177 이유 3 나). 대법원은 수급인의 불이행만을 이유로 든 통보에서, 도급인이 손해를 배상하면서 완성 전 계약을 해제한다는 의사가 드러나지 않았다고 판단하였다(2024다282177 이유 3 나 1).
해제 통보 뒤 업무를 중단하고 계약을 유지하지 않겠다는 의사가 서로 맞았다는 등의 사정만으로, 통보 당시 없던 임의해제와 손해배상의 뜻까지 포함되어 있었다고 확장해석할 수는 없다(2024다282177 이유 3 나 2).
수급인에게 얼마를 배상해야 하는가?
배상 범위는 수급인이 이미 지출한 비용과 일을 완성했더라면 얻었을 이익을 합한 금액이다(2000다37296 판결요지 [1]). 그 계약의 공사가격내역서에 따라 미완성 부분의 공사대금을 산정한 뒤 완공에 필요했을 비용을 공제한 원심의 산정 방법이 수긍된 사례가 있다(2012다39769 이유 2 나 2).
도급인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과실상계나 손해배상예정액의 감액을 주장할 수 없다(2000다37296 판결요지 [1]). 이 법리는 수급인에게 과실이 있거나 약정 도급액이 과다하다는 사정만으로 달라지지 않는다(2000다37296 이유 2 나).
이미 한 공사와 받은 돈은 어떻게 정산하는가?
해제되면 원칙적으로 원상회복이 이루어지고, 예외적으로 기성 부분에 대한 보수 지급으로 정산한다. 건축공사 도급계약에서 공사가 상당히 진척되어 원상회복이 중대한 사회적·경제적 손실을 초래하고 완성 부분이 도급인에게 이익이 되면, 계약은 미완성 부분에 대해서만 실효된다. 이때 수급인은 해제된 상태 그대로 건물을 인도하고 도급인은 인도받은 건물에 기성고 등을 참작한 상당한 보수를 지급한다(96다43454 판결요지).
공사를 완성하지 못한 채 계약이 해제되어 기성고에 따른 공사비를 정산할 경우, 그 공사비는 총공사비 중 공사를 중단할 당시의 기성고 비율에 의한 금액이다. 다만 기성 부분의 보수에 관한 약정이 있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달리 산정할 수 있다(2012다39769 이유 2 나 1). 기성 부분의 정산과 미완성 부분의 이행이익 배상은 별개로 계산한다(2012다39769 이유 2 나 2).
위 예외에 해당하지 않으면 해제의 원상회복이 그대로 작동한다. 원상회복은 제3자의 권리를 해하지 못하며, 반환할 금전에는 받은 날부터 이자를 가한다(민법 제548조). 쌍방의 원상회복에는 동시이행 규정이 준용되므로 상대방의 반환 제공과 함께 이행 여부를 확인한다(같은 법 제549조, 같은 법 제536조). 조형물 제작계약 사건에서는 원심이 반환할 계약금 등 기지급금을 지출비와 이행이익의 합계에서 공제하여 정산하였다(2000다37296 이유 1).
해제로 절약하거나 회수한 이익은 공제하는가?
해제로 남은 노력을 다른 일에 사용하여 얻은 소득, 또는 얻을 수 있었으나 태만이나 과실로 얻지 못한 소득은 당사자의 주장을 기다리지 않고 손해액에서 공제한다(2000다37296 판결요지 [2]).
준비해 둔 재료를 다른 곳에 사용하거나 처분하여 얻을 수 있는 대가도 공제 대상이다(2000다37296 판결요지 [2]).
조형물 제작계약 사건에서 대법원은 지출비와 이행이익에 관한 원심의 사실인정을 수긍했지만, 다른 일로 얻을 소득과 원석·좌대의 활용 대가를 심리하여 공제하지 않은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했다(2000다37296 이유 2 가·다 및 주문).
도급인이 파산한 경우에도 같은 손해를 배상하는가?
도급인의 파산을 이유로 수급인이나 파산관재인이 해제하는 경우에는 각 당사자가 상대방에게 해제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못한다(민법 제674조 제2항). 이때 수급인은 완성한 부분의 보수와 보수에 포함되지 않은 비용에 관하여 파산재단의 배당에 가입할 수 있다(같은 조 제1항). 해제한 사람과 그 근거를 구분해야 정산 항목도 정할 수 있다.
실무 체크포인트
- 완성 여부와 통지 도달일을 맞춘다. 해제 통지 당시 남아 있던 일을 계약서·진행 기록으로 확인한다.
- 해제 근거를 특정한다. 수급인의 불이행을 주장하는지, 손해를 부담하는 임의해제인지 통지와 소송 주장을 대조한다.
- 손해를 항목별로 정리한다. 지출비, 남은 비용, 완성 시 예상 이익, 다른 일의 소득과 재료 처분 대가를 구분한다.
- 이미 받은 돈을 함께 정산한다. 선급금과 기성금, 기존에 이행한 부분의 대금은 도급대금 청구 소송의 정산 자료와 맞춘다.
- 종료 원인을 확인한다. 파산에 따른 해제인지, 그 밖의 사유에 따른 해제인지 별도로 검토한다.
관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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