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의 제3자에 대한 책임이란 이사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임무를 게을리해 제3자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그 이사가 제3자에게 연대해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다(상법 제401조 제1항). 회사에 대한 책임(상법 제399조)과는 별개로, 회사 밖의 채권자 등 제3자를 보호하기 위한 책임이다.
쉽게 말하면 — 원래 회사 일로 생긴 빚은 회사가 갚습니다. 그런데 이사가 일을 일부러 또는 심하게 부주의하게 처리해 거래 상대방 같은 외부인이 손해를 봤다면, 그 이사 개인에게도 직접 손해를 물릴 수 있게 한 규정입니다.
법적 성질 — 회사에 대한 책임과 무엇이 다른가
이 책임은 불법행위책임과 별개로 상법이 제3자 보호를 위해 정한 법정책임이다(통설·판례). 그래서 일반 불법행위처럼 이사의 가해행위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이사가 회사에 대한 임무를 고의·중과실로 위반한 결과 제3자가 손해를 본 구조다.
핵심 차이는 과실의 정도다. 회사에 대한 책임은 경과실(단순 임무해태)로도 성립하지만(상법 제399조 제1항), 제3자에 대한 책임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어야만 성립한다(상법 제401조 제1항). 경과실만으로는 이사가 제3자에게 직접 책임지지 않는다. 법문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고, 판례는 흔히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표현하는데 여기서 악의는 고의를 가리킨다.
회사에 대한 책임은 가벼운 실수로도 생기지만, 외부인에 대한 책임은 일부러 그랬거나 누가 봐도 심하게 부주의했을 때만 생깁니다. 가벼운 실수만으로는 이사 개인이 외부인에게 직접 책임지지 않습니다.
어떤 요건이 필요한가
성립 요건은 세 가지다.
- 이사의 고의·중과실 임무해태: 이사가 회사에 대한 임무를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게을리해야 한다(상법 제401조 제1항).
- 제3자의 손해: 그 임무해태로 제3자가 손해를 입어야 한다.
- 상당인과관계: 임무해태와 제3자의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임무해태는 회사에 대한 임무를 게을리한 것을 말한다. 제3자에 대한 가해 자체가 요건이 아니라, 회사에 대한 임무를 고의·중과실로 위반한 결과 제3자가 손해를 본 것이어야 한다.
회사가 채무를 갚지 못한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이사가 책임지는 것은 아니다. 회사의 단순한 채무불이행(예: 이행지체)은 그 자체로는 제401조의 임무해태에 해당하지 않고, 이사의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에 의한 임무해태가 따로 있어야 한다(84다카2490). 한편 제401조는 “제3자”라고만 정하므로, 제3자의 선의·악의는 책임 성립의 요건이 아니다.
회사가 빚을 못 갚는다고 곧바로 이사에게 청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사가 일부러 또는 심하게 부주의하게 일을 그르친 사정이 따로 있어야 합니다.
직접손해와 간접손해 — 어디까지 청구되나
제3자가 입은 손해가 직접손해인지 간접손해인지에 따라 결론이 나뉜다. 이것이 이 책임에서 가장 다툼이 많은 지점이다.
직접손해는 제401조로 청구할 수 있다. 이사의 임무해태로 제3자가 곧바로 입은 손해다.
간접손해는 청구할 수 없다. 이사가 회사재산을 횡령해 회사가 손해를 입고, 그 결과 주주의 주식 가치가 떨어지는 것과 같은 손해는 제401조 제1항의 손해 개념에 포함되지 않는다(2003다29661). 회사가 입은 손해는 회사가 이사에게 물어야 할 몫이지, 주주가 제401조로 직접 받아낼 것이 아니다.
다만 형식이 주가 하락이라도 직접손해로 인정되는 경우가 있다. 이사가 악의·중과실로 부실공시를 해 주가가 정상가보다 높게 형성되고, 그 사실을 모른 사람이 주식을 취득했다가 공표로 주가가 하락한 경우, 주주는 정상가보다 비싸게 산 만큼 직접손해를 입은 것이므로 제401조로 청구할 수 있다(2010다77743). 이때 어느 부실공시로 몇 주를 얼마나 비싸게 취득했는지 등 상당인과관계는 구체적으로 심리해야 한다.
회사가 손해를 보고 그 바람에 내 주식값이 떨어진 것(간접손해)은 이 조문으로 못 받습니다. 그건 회사가 이사에게 받아낼 몫입니다. 반대로 이사가 거짓 공시를 해서 내가 비싼 값에 주식을 산 것(직접손해)은 이 조문으로 받을 수 있습니다.
누가 책임지나 — 감시의무와 명목상 이사
대표이사·평이사도 다른 이사의 업무집행을 감시할 의무가 있다. 다른 이사의 업무집행이 위법하다고 의심할 사유가 있는데도 악의·중과실로 감시의무를 위반해 방치하면, 그로 인한 제3자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2006다68636). 대규모 회사에서 사무분장으로 전문 분야를 나눠 맡았더라도 다른 이사 업무에 대한 감시의무를 면하지 못하고, 내부통제·보고시스템을 구축하고 작동시킬 의무가 각 이사에게 있다.
명의만 빌려준 이사나 직무를 방임한 대표이사도 책임을 진다. 대표이사가 업무 일체를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자신의 직무를 전혀 집행하지 않거나, 부정행위·임무해태를 방치·간과한 것도 제401조의 임무해태에 해당한다(2002다70044, 2009다95981). 명목상 대표이사·감사의 책임은 명목상 대표이사·감사의 임무해태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에서 더 본다.
감사도 같은 책임을 진다. 감사가 직무 수행 의사 없이 명의만 빌려줘 이사가 분식재무제표를 작성·이용해 제3자에게 손해를 입히도록 묵인·방치하면 악의·중과실 임무해태에 해당한다(2006다82601). 다만 결산 업무를 실제로 하다 분식을 과실로 못 본 경우에는, 조금만 주의했으면 발견했을 사정이 있어야 중과실이 인정된다. 감사의 제3자에 대한 책임은 상법 제401조가 아니라 상법 제414조 제2항이 직접 근거이고, 이사와 감사가 모두 책임지면 연대한다(같은 조 제3항).
정식 이사가 아니어도 업무집행지시자·표현이사는 이 책임에서 “이사”로 보아 같은 책임을 진다(상법 제401조의2, 업무집행지시자 등의 책임). 집행임원 설치회사의 집행임원도 고의·중과실로 임무를 게을리하면 제3자에 대해 같은 책임을 진다(상법 제408조의8 제2항).
직접 사고를 친 이사만 책임지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이사의 잘못을 알고도 방치한 이사, 이름만 빌려준 명목상 이사·감사도 책임질 수 있습니다. 등기상 이사가 아니어도 실제로 회사를 좌우한 사람은 이사로 취급됩니다.
효과는 무엇인가
책임이 성립하면 이사는 제3자에게 손해를 배상한다(상법 제401조 제1항). 임무해태에 관여한 이사가 여럿이면 연대해 책임지고, 이사회 결의에 찬성한 이사도 책임진다(같은 조 제2항이 준용하는 상법 제399조 제2항·제3항).
상법 제401조 책임만 묻는 경우, 이 책임의 소멸시효는 10년이다(2006다82601). 제401조 책임은 상법이 정한 법정책임이므로, 일반 불법행위의 단기소멸시효나 외부감사법상 단기소멸시효가 적용되지 않는다. 다만 같은 사건에서 외부감사법·자본시장법상 별도 책임을 함께 묻는 경우에는 그 책임의 소멸시효를 따로 본다.
실무 체크포인트
- 책임 요건이 “고의·중과실”이라는 점이 회사에 대한 책임(경과실 포함)과 다르다. 두 책임을 혼동하지 않는다.
- 주주가 입은 손해가 간접손해이면 제401조로 청구할 수 없다(2003다29661). 직접손해(예: 부실공시로 비싸게 취득)인지 먼저 가린다(2010다77743).
- 사외이사·기타비상무이사, 명의만 빌려준 이사·감사도 대외 책임에서 예외가 아니다(2006다82601). 임원 변경등기를 안내할 때 함께 짚어두면 좋다.
- 제401조 책임의 소멸시효는 10년이다(2006다82601).
관련
- 개념·해설
- 법령
- 판례·선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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