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후견개시 심판

한정후견개시 심판은 질병, 장애, 노령, 그 밖의 사유로 정신적 제약이 있어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부족한 사람에게 한정후견인을 두는 가정법원 절차다(민법 제12조·민법 제959조의2).

쉽게 말하면 — 혼자서 모든 계약이나 재산관리를 하기에는 불안하지만, 판단능력이 전부 없어진 것은 아닌 사람에게 필요한 범위만 후견인의 도움을 붙이는 절차입니다.

성년후견과 무엇이 다른가

한정후견은 사무처리 능력이 “부족”한 경우를 전제로 한다(민법 제12조). 성년후견이 사무처리 능력의 지속적 결여를 전제로 하는 것과 달리, 한정후견은 남아 있는 판단능력을 전제로 필요한 범위만 보충하는 제도다(민법 제9조·민법 제12조).

한정후견개시 심판이 있으면 그 심판을 받은 사람에게 한정후견인을 두어야 한다(민법 제959조의2). 다만 피한정후견인은 모든 법률행위가 당연히 제한되는 것이 아니라, 가정법원이 정한 범위에서 한정후견인의 동의가 필요한 구조가 된다(민법 제13조).

대법원도 성년후견과 한정후견은 정도의 차이가 문제 되므로, 가정법원이 청구 취지와 본인의 의사, 제도의 목적을 고려해 필요한 보호 유형을 정할 수 있다고 본다(2020스596). 따라서 성년후견을 청구했더라도 한정후견이 더 맞을 수 있고, 한정후견을 청구했더라도 성년후견 요건이 분명하면 성년후견이 문제 될 수 있다.

한정후견개시의 원인이 소멸하면 본인, 배우자, 4촌 이내의 친족, 한정후견인, 한정후견감독인, 검사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청구로 한정후견종료 심판을 한다(민법 제14조). 피한정후견인에 대해 성년후견개시 심판을 할 때에는 종전 한정후견의 종료 심판을 함께 하고, 피성년후견인에 대해 한정후견개시 심판을 할 때에도 같다(민법 제14조의3).

성년후견은 보호 강도가 큰 절차이고, 한정후견은 필요한 부분만 제한하는 절차입니다. 처음부터 어느 이름으로 신청할지만 볼 것이 아니라, 실제 판단능력과 필요한 도움의 범위를 같이 봐야 합니다.

청구권자와 관할

한정후견개시 심판은 본인, 배우자, 4촌 이내의 친족, 미성년후견인, 미성년후견감독인, 성년후견인, 성년후견감독인, 특정후견인, 특정후견감독인, 검사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청구할 수 있다(민법 제12조).

후견 사건은 원칙적으로 피후견인 또는 피후견인이 될 사람의 주소지 가정법원이 관할한다(가사소송법 제44조). 심판청구서에는 당사자의 인적사항, 청구 취지와 청구 원인, 청구 연월일, 가정법원의 표시를 적는다(가사소송법 제36조).

청구권자가 맞는지와 관할이 맞는지는 접수 전 확인해야 한다. 특히 가족 중 실제 돌봄을 맡고 있는 사람이 있더라도 법에서 정한 청구권자에 해당하지 않으면 직접 청구할 수 없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민법 제12조).

감정, 진술청취, 자료

가정법원은 한정후견개시 심판을 할 때 본인의 의사를 고려해야 한다(민법 제12조). 또 성년후견개시 또는 한정후견개시 심판을 할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의사에게 정신상태 감정을 시켜야 한다. 다만 정신상태를 판단할 만한 다른 충분한 자료가 있으면 감정을 생략할 수 있다(가사소송법 제45조의2).

대법원은 감정 규정이 의사의 감정결과만으로 후견개시 요건을 결정하라는 뜻은 아니라고 본다. 진료기록, 장기요양 자료, 가사조사 자료, 생활상 의사결정 곤란 자료 등으로 정신상태를 판단할 수 있으면 의사의 감정 없이도 성년후견이나 한정후견을 개시할 수 있다(2020스596).

가정법원은 한정후견개시 심판을 할 때 피한정후견인이 될 사람의 진술을 들어야 한다(가사소송법 제45조의3 제1항 제1호). 후견계약이 등기되어 있는 경우에는 피임의후견인과 임의후견인의 진술을 듣는다(같은 호 단서).

한정후견개시 심판도 감정과 진술 청취를 거치므로 시간이 걸린다. 그 사이 본인 보호나 재산 보전이 급하면 가정법원은 임시후견인 선임 등 사전처분을 할 수 있다(가사소송법 제62조 제1항). 사전처분은 심판 확정까지의 잠정 조치다.

동의권과 대리권을 구별한다

한정후견에서 가장 중요한 실무 포인트는 동의권과 대리권을 구별하는 것이다. 가정법원은 피한정후견인이 한정후견인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행위의 범위를 정할 수 있다(민법 제13조). 동의가 필요한 행위를 동의 없이 하면 취소 문제가 생기지만, 일상생활에 필요하고 대가가 과도하지 않은 행위는 취소할 수 없다(민법 제13조).

가정법원은 청구에 의하여 동의가 필요한 행위의 범위를 변경할 수도 있다(민법 제13조 제2항). 그리고 한정후견인이 피한정후견인의 이익이 침해될 염려가 있는데도 동의를 하지 않으면, 피한정후견인은 가정법원에 한정후견인의 동의를 갈음하는 허가를 청구할 수 있다(같은 조 제3항). 동의권이 본인의 자기결정을 부당하게 막는 수단이 되지 않도록 한 장치다.

한정후견인이 피한정후견인을 대신해 계약을 체결하려면 별도의 대리권 수여 심판이 필요하다(민법 제959조의4). 한정후견인이 선임되었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계약을 대신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금융거래, 부동산 처분, 소송행위처럼 실제 대리가 필요한 영역은 심판문에서 대리권 범위를 확인해야 한다.

한정후견인이 대리권을 받았더라도 신상에 관한 중대한 사항은 별도로 가정법원의 허가가 필요하다. 피한정후견인을 치료 목적으로 격리하거나, 사망·중대 장애 위험이 있는 의료행위에 대신 동의하거나, 피한정후견인이 거주하는 건물이나 그 대지를 매도·임대·저당권 설정 등으로 처분하려면 법원 허가를 받아야 한다(민법 제959조의6이 준용하는 민법 제947조의2). 한정후견감독인이 선임돼 있으면 영업, 금전 차용, 부동산 등 중요재산 처분, 소송행위, 상속의 승인·포기 등에는 감독인의 동의도 필요하다(민법 제959조의6이 준용하는 민법 제950조).

한정후견인도 피한정후견인과 이해가 충돌하는 행위에서는 그대로 대리할 수 없다. 한정후견인에 대해서도 이해상반행위와 특별대리인 관련 규정이 준용된다(민법 제959조의3·민법 제949조의3).

한정후견인이 있다고 해서 모든 일을 대신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일은 동의만 할 수 있고, 어떤 일은 법원이 대리권을 따로 줘야 대신 처리할 수 있습니다. 한정후견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동의를 해 주지 않으면, 본인이 법원에 동의를 대신해 달라고 청구할 수도 있습니다.

누가 한정후견인이 되는가

한정후견인은 청구인이 지정하는 것이 아니라 가정법원이 직권으로 선임한다(민법 제959조의3 제1항). 복수·법인 후견인, 선임 기준, 결격사유, 사임·변경 규정이 한정후견인에 준용된다(같은 조 제2항이 준용하는 민법 제930조 제2항·제3항, 민법 제936조 제2항부터 제4항까지, 민법 제937조, 민법 제940조). 가족 사이 다툼이 있거나 중립성·전문성이 필요한 사건에서는 전문가나 법인이 선임되기도 한다. 선임된 뒤의 변경은 피후견인의 복리를 위하여 변경할 필요가 인정되어야 하며, 대법원은 성년후견 사건에서 그 필요를 좁게 본다(민법 제940조 준용, 2020스647 참조).

임의후견계약이 있는 경우

본인에 대해 후견계약이 등기되어 있으면, 가정법원은 본인의 이익을 위하여 특별히 필요할 때에만 한정후견개시 심판을 할 수 있다(민법 제959조의20). 임의후견은 본인이 미리 정한 보호 방식이므로, 법정후견보다 우선 존중되는 구조다.

대법원은 한정후견개시심판 청구 후 심판 확정 전에 후견계약이 등기된 경우에도 이 원칙이 적용된다고 본다(2017스515). 따라서 후견계약이 있는 사건에서는 계약의 내용, 임의후견인의 적합성, 본인의 상태, 계약만으로 보호가 충분한지를 함께 검토해야 한다(2017스515).

본인이 판단능력이 있을 때 ‘나중에 나를 누구에게 맡기겠다’는 후견계약을 맺어 등기해 두었다면 법원은 그 계약을 우선 존중합니다. 그 계약만으로 보호가 부족한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한정후견을 시작합니다.

한정후견개시 심판, 동의를 받아야 하는 행위의 범위 결정·변경, 대리권 수여·범위 변경 심판 등은 후견등기부기록 촉탁 대상이다(가사소송규칙 제5조의2 제1항 제2호). 심판 확정 뒤에는 등기 촉탁과 후속 허가·감독 사항을 함께 점검한다.

실무 인사이트 — 한정후견 사건의 실질 쟁점은 개시 여부보다 동의유보 범위와 대리권 범위를 어떻게 짜느냐에 있다. 개시만 받고 대리권 수여 심판을 빠뜨리면 금융·부동산 실거래에서 한정후견인이 아무 일도 처리하지 못하는 공백이 생기고, 반대로 동의유보를 넓게 잡으면 남아 있는 판단능력을 불필요하게 제약한다. 청구 단계에서 어떤 행위에 동의가 필요하고 어떤 행위에 대리가 필요한지 목록으로 정리해 심판 취지에 반영해 두는 것이 뒤의 공백과 분쟁을 줄인다.

실무 체크포인트

  • 성년후견과 한정후견을 먼저 구별한다. 판단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된 상태인지, 부족한 상태인지가 출발점이다(민법 제9조·민법 제12조).
  • 동의권과 대리권을 나누어 본다. 한정후견인의 동의가 필요한 행위와 대리권이 필요한 행위는 별개다(민법 제13조·민법 제959조의4).
  • 본인의 의사를 정리한다. 한정후견개시 심판에서도 본인의 의사는 중요한 고려요소다(민법 제12조).
  • 감정자료와 생활자료를 함께 준비한다. 진단서만이 아니라 실제 계약·금융·의료 결정에서 어려웠던 자료를 정리한다(가사소송법 제45조의2).
  • 임의후견계약 등기 여부를 확인한다. 후견계약이 등기되어 있으면 한정후견은 특별히 필요할 때만 문제 된다(민법 제959조의20·2017스515).
  • 급한 보호가 필요하면 사전처분을 신청한다. 심판 확정까지 시간이 걸리므로 임시후견인 선임 등 사전처분을 함께 검토한다(가사소송법 제62조).
  • 후견인 후보자의 적합성을 정리한다. 한정후견인은 법원이 직권으로 선임하며 복수·법인도 가능하다(민법 제959조의3·민법 제930조·민법 제936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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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우법무사

신우법무사

법무사 김정걸은 1994년 제2회 법무사시험에 합격해 32년간 법무사 업무를 해 왔습니다. 1984년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했습니다. 외국인 상속등기 · 한정승인 · 상속포기, 상속관련 소송 · 비송, 회사등기, 강제집행 등을 주업무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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