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행위의 과실

불법행위의 과실은 행위 당시 부담하던 구체적인 주의의무를 지키지 않은 잘못이다. 손해가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 과실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며, 일반 불법행위에서는 피해자가 과실에 따른 위법행위와 손해를 주장·증명하는 것이 원칙이다(민법 제750조, 2001다73879).

쉽게 말하면 — 사고가 났다는 결과만 보고 곧바로 “조심하지 않았다”고 결론내리지는 않습니다. 그 사람이 그때 무엇을 확인하거나 피했어야 했는지, 그렇게 할 수 있었는지를 먼저 따집니다.

손해가 생기면 과실도 인정되는가?

손해 발생과 과실은 서로 다른 요건이다. 피해자는 가해자가 부담한 주의의무의 내용과 그 위반을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대법원은 역혼동 손해배상 사건의 이유에서 불법행위의 고의·과실에 기한 가해행위와 그로 인한 손해 발생의 증명책임은 이를 주장하는 사람에게 있다고 보았다(2001다73879).

책임까지 인정되려면 과실 외에 손해와의 상당인과관계도 별도로 필요하다. 그 판단은 상당인과관계에서 다룬다. 법률이 책임을 추정하거나 과실을 요구하지 않는 경우에는 일반 원칙과 다른 구조가 적용된다.

주의의무의 내용은 어떻게 정하는가?

직업상 주의의무는 해당 역할에 있는 평균인이 보통 갖추어야 할 통상의 주의를 기준으로 삼는다. 문제 된 업무나 거래, 당시 알 수 있었던 위험과 이를 피할 수단에 따라 그 구체적인 내용은 달라진다.

대법원은 등기관의 국가배상책임을 판단하면서, 위조서류에 의한 신청을 수리한 모든 경우에 과실이 있다고 할 수는 없다고 보았다. 평균적인 등기관이 통상의 주의를 기울였으면 위조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었는데도 이를 간과한 경우에 과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2006다21675). 이는 등기관의 형식적 심사 업무에 관한 판시이므로, 그 구체적인 기준을 다른 직업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다른 사람의 불법행위를 과실로 도와도 책임지는가?

타인의 불법행위를 돕지 말아야 할 주의의무가 있는데 이를 위반하면 과실방조에 따른 공동불법행위책임이 성립할 수 있다(민법 제760조 제3항, 2023다288703).

그러나 타인의 범행을 예상할 수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책임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상당인과관계를 판단할 때에는 과실 행위로 그 불법행위를 쉽게 한다는 사정에 관한 예견가능성과 그 행위가 피해 발생에 끼친 영향을 종합한다. 피해자의 신뢰 형성에 기여한 정도와 피해자가 스스로 쉽게 피해를 막을 수 있었는지도 고려하여 책임이 지나치게 확대되지 않도록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2023다288703).

누군가의 사기를 미리 알아채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언제나 공범처럼 배상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 사람에게 사기를 돕지 않을 구체적인 의무가 있었는지와 그 행동이 실제 피해에 얼마나 영향을 주었는지를 함께 봅니다.

일반 원칙과 다른 책임 규정도 있는가?

법률이 증명책임을 바꾸거나 더 무거운 잘못을 요구하거나 과실 없이도 책임을 지우는 경우가 있다. 사용자는 피용자의 선임·감독에 상당한 주의를 했음을 증명하면 면책될 수 있다(민법 제756조 제1항). 도급인은 수급인이 그 일에 관하여 제3자에게 가한 손해를 원칙적으로 배상하지 않지만, 도급 또는 지시에 관하여 도급인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으면 책임을 진다(민법 제757조). 공작물 소유자의 책임에는 조문상 과실 없음을 이유로 한 면책 규정이 없다(민법 제758조).

이러한 특수한 책임은 제750조의 일반 과실을 설명하는 이 글과 적용요건이 다르다. 손해액을 정할 때 참작하는 피해자의 과실도 가해자의 과실과 기준이 다르며 과실상계에서 다룬다(2022다233713 판결요지 [2]). 과실 추정과 무과실책임의 구별은 과실책임주의, 행위자의 판단능력은 불법행위 책임능력, 각 특수책임은 사용자책임·공작물책임 등에서 다룬다.

실무에서는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가?

  • 손해의 결과만 적지 말고 행위 당시 가해자가 부담한 구체적인 주의의무와 그 위반을 나누어 확인한다(민법 제750조).
  • 직업이나 업무에 따른 주의의무를 주장한다면 당시 적용된 법령, 계약, 업무기준과 실제로 취할 수 있었던 예방조치를 함께 확보한다.
  • 과실방조를 주장할 때에는 방조를 피할 의무, 예견가능성, 피해 발생에 대한 영향과 상당인과관계를 각각 확인한다(2023다288703).
  • 일반 불법행위인지 별도의 특수책임인지 먼저 구별한다. 적용 조문에 따라 필요한 과실의 정도와 증명책임이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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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수정 2026년 9월 5일 ·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이고 개별 사안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최종 수정일 기준으로 작성됐으며 이후 법령 개정이나 판례 변경으로 현행과 달라질 수 있고, 법령·판례의 문언은 정본이 우선합니다. 내용만을 근거로 한 판단으로 생긴 손해에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면책 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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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우법무사

신우법무사

법무사 김정걸은 1994년 제2회 법무사시험에 합격해 32년간 법무사 업무를 해 왔습니다. 1984년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했습니다. 외국인 상속등기 · 한정승인 · 상속포기, 상속관련 소송 · 비송, 회사등기, 강제집행 등을 주업무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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