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의 주의의무 위반으로 환자의 신체기능이 회복불가능하게 손상되고 그 뒤 후유증 치료만 이어졌다면, 병원은 수술비와 치료비를 청구할 수 없다(2011다28939 판결요지). 환자 쪽 귀책사유 없이 공평의 원칙상 병원의 배상책임을 제한해도 같다. 앞선 소송에서 향후치료비 청구를 빠뜨렸어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같다(2017다288115 판결요지).
쉽게 말하면 — 척추 시술 중 의료진의 과실로 사지가 회복될 수 없게 마비되었고, 그 뒤 같은 병원에서 후유증을 치유하거나 더 나빠지지 않게 막는 정도의 치료만 계속 받는 경우입니다. 이 치료는 병원이 자기 과실로 생긴 손해를 메워 주는 것에 불과하다고 보아, 병원은 그 치료비를 환자에게 청구할 수 없습니다(2011다28939 판결요지). 환자의 체질적 소인 등을 이유로 병원의 배상책임이 일부로 제한되어도 결론은 같습니다. 반대로 의사가 주의의무를 다했는데도 병이 낫지 않았다면 병원은 치료비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92다15031 판결요지 다).
의료과실로 생긴 증상을 치료한 진료비를 병원이 받을 수 있나?
의사의 주의의무 위반으로 신체기능이 회복불가능하게 손상되고 그 뒤 후유증 치료만 이어졌다면, 병원은 수술비와 치료비를 청구할 수 없다(2011다28939 판결요지). 여기서 의사의 주의의무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말한다. 후유증 치료는 손상 이후 후유증세의 치유 또는 더 이상의 악화를 방지하는 정도의 치료만이 계속되어 온 경우를 가리킨다(같은 판결요지).
대법원은 이런 치료행위가 진료채무의 본지에 따른 것이 되지 못하거나 손해전보의 일환으로 행하여진 것에 불과하다고 본다(2011다28939 판결요지). 진료채무의 본지란 진료계약에 따른 진료채무의 본래 내용을 말한다(2015다55397 이유 2). 손해전보란 가해자가 자기 잘못으로 생긴 손해를 메워 주는 것이다.
병원이 이 진료비 채권으로 환자의 손해배상채권과 상계하겠다고 주장해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상계는 서로 같은 종류의 채무를 진 두 사람이 대등액에서 채무를 소멸시키는 것이다(민법 제492조 제1항; 같은 법 제493조 제2항). 대법원은 진료비 채권의 존재를 전제로 상계한 원심을 법리오해로 파기했다(2015다55397 이유 2). 치료비를 자동채권으로 한 병원의 상계항변을 배척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보았다(2011다28939 이유 1.라).
진료비를 누가 부담하는 계약당사자인지는 이와 별개 문제다. 보호자나 시설이 진료를 의뢰한 경우는 환자 아닌 사람이 진료를 의뢰한 경우의 진료비 채무에서 다룬다.
병원의 책임이 일부로 제한되면 진료비는?
손해의 발생이나 확대에 피해자 측의 귀책사유가 없는데도 공평의 원칙상 병원의 배상책임을 제한하는 경우에도, 병원은 수술비와 치료비를 청구할 수 없다(2011다28939 판결요지). 이때 책임제한은 피해자의 체질적 소인이나 질병과 수술 등 치료의 위험도 등을 고려한 것을 말한다(같은 판결요지).
폐암 오진에 따른 입원·수술에 의료상 과실이 인정되고, 병원의 책임범위가 30%로 제한된 사건이 있다(2015다64551 이유 1.나.5)). 대법원은 그렇더라도 병원이 진료비채권 중 책임제한비율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한 진료비를 청구할 수 없다고 보았다(2015다64551 이유 1.다). 이 사건에서 병원은 환자의 상속인들과, 입원 때 진료비 채무를 연대보증한 자녀를 상대로 청구했다(2015다64551 이유 1.나.3)).
치료비가 많이 들었거나 치료기간이 길어졌다는 사정은 책임을 줄이는 사유가 되지 않는다. 대법원은 이를 의료진의 과실로 발생한 손해전보의 일환일 뿐이고, 손해의 발생·확대에 기여한 피해자 측의 요인이 아니라고 보았다(2011다28939 이유 2.나.(3)).
과실상계와 책임제한은 어떻게 다른가?
과실상계는 피해자에게 과실이 있을 때, 책임제한은 피해자의 귀책사유와 무관한 요인이 손해에 기여했을 때 배상액 산정에 참작하는 것이다(민법 제396조, 2015다55397 판결요지 [1]). 의료사고 손해배상 청구 전반은 의료사고 손해배상 소송에서 다룬다.
과실상계
채무불이행에 관하여 채권자에게 과실이 있는 때에는 법원은 손해배상의 책임과 그 금액을 정할 때 이를 참작하여야 한다(민법 제396조). 이 규정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에도 준용된다(같은 법 제763조). 그래서 환자가 진료계약 위반(같은 법 제390조)을 이유로 청구하든 불법행위를 이유로 청구하든 같은 규정이 적용된다.
책임제한
책임제한은 체질적 소인이나 질병의 위험도처럼 피해자 측의 귀책사유와 무관한 요인이 손해의 발생·확대에 기여한 경우의 문제다(2015다55397 판결요지 [1]). 질환의 태양·정도 등에 비추어 손해 전부를 배상하게 하는 것이 공평의 이념에 반하면, 법원은 과실상계의 법리를 유추적용하여 그 요인을 참작할 수 있다(같은 판결요지 [1]). 다만 책임제한의 사실인정이나 비율이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하게 불합리해서는 안 된다(같은 판결요지 [1]).
질병의 특성, 치료방법의 한계 등으로 의료행위에 수반되는 위험을 감내해야 한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을 수 있다. 그런 상태에서 의사나 간호사 등이 통상적인 주의의무를 소홀히 하여 피해가 생겼다면, 치료 과정에서 손해가 생겼다는 막연한 이유만으로 책임을 제한할 것은 아니다(2015다55397 판결요지 [1]).
두 경우의 진료비
진료비 청구 제한 판례는 피해자 측의 귀책사유가 없는데도 공평의 원칙상 책임을 제한한 경우까지 그 법리가 미친다고 판시했다(2011다28939 판결요지). 환자 자신의 과실로 과실상계가 된 경우의 진료비 처리는 위 판결들이 판단하지 않았다.
앞선 소송에서 향후치료비를 빠뜨렸다면?
앞선 손해배상 소송에서 향후치료비 청구를 빠뜨렸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병원은 그 치료비를 청구할 수 없다(2017다288115 판결요지). 이는 그 향후치료비를 종전 소송에서 충분히 청구할 수 있었고, 청구했다면 적극적 손해의 일부로 당연히 받아들여졌을 경우다(같은 판결요지).
기판력은 확정판결이 주문에 포함된 것에 한하여 가지는 효력이다(민사소송법 제216조 제1항). 대법원은 환자가 누락한 향후치료비를 별도의 소송으로 청구하는 것이 기판력에 저촉되어 허용되지 않는 경우에도 위 법리가 적용된다고 보았다(2017다288115 판결요지). 그 이유로 별소가 허용되지 않더라도 해당 청구권이 실체법상 소멸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2017다288115 이유 3.나).
예외로 남긴 특별한 사정은 환자가 종전 소송에서 해당 청구를 누락한 것이 그 청구권을 포기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 등의 사정이다(2017다288115 판결요지). 이 사건에서는 환자가 치료비를 병원으로부터 실제로 변제받았다거나 청구권을 포기했다는 등의 사정이 없었다(2017다288115 이유 3.다).
사안은 의료진의 과실로 식물인간 상태가 된 환자가 예상 여명을 넘겨 같은 병원에 입원해 있던 경우다(2017다288115 이유 2.가·나). 환자의 세 번째 손해배상 소송에서 향후치료비 청구 부분은 앞선 확정판결의 기판력에 저촉된다고 보아 각하되었다(같은 판결 이유 2.다). 그 뒤 병원이 입원 진료비를 청구하자, 대법원은 병원의 치료가 여전히 손해전보에 불과하다고 보았다(같은 판결 이유 3.다).
의료과실이 있으면 모든 진료비를 청구할 수 없나?
주의의무를 다한 진료의 치료비는 병이 낫지 않았어도 청구할 수 있다(92다15031 판결요지 다). 청구가 막히는 것은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아 신체기능이 회복불가능하게 손상되고 그 뒤 후유증 치유나 악화 방지 정도의 치료만 이어진 경우의 수술비와 치료비다(같은 판결요지 다). 대법원은 진료채무를 결과채무가 아니라 수단채무로 본다(같은 판결요지 다).
수단채무란 질병의 치료라는 결과를 반드시 달성할 채무가 아니라, 환자의 치유를 위하여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가지고 현재의 의학 수준에 비추어 필요하고 적절한 진료조치를 다해야 할 채무다(92다15031 판결요지 다). 이 판단의 참조조문은 수임인의 보수청구권 조문이다(민법 제686조). 진료비 판례들은 수임인의 선관의무 조문도 참조조문으로 든다(같은 법 제681조, 2011다28939 참조조문).
같은 취지로, 의사의 주의의무 위반으로 의료사고가 발생한 이후 그로 인한 증상을 치료한 비용도 청구할 수 없다고 본 판결이 있다(2015다55397 이유 2). 오진에 따른 입원과 수술 등 일련의 진료행위 자체에 과실이 인정된 사건에서는, 입원일부터 사망일까지 받지 못한 진료비 전체가 다투어졌다(2015다64551 이유 1.나.3)·다). 의료사고와 무관한 별개 질병의 치료비는 위 판결들이 판단하지 않았다.
실무 체크포인트
- 병원에서 진료비 청구를 받으면, 청구 기간이 의료사고 이후 그로 인한 증상을 치료한 기간인지 진료기록과 대조한다(2015다55397 이유 2).
- 손해배상 판결에서 병원의 책임이 일부로 제한되었더라도, 피해자 측 귀책사유 없는 책임제한이라면 진료비 청구 제한은 그대로다(2011다28939 판결요지).
- 앞선 소송에서 향후치료비를 어느 시점까지 청구했는지 판결문으로 확인하고, 청구권을 포기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있었는지 살핀다(2017다288115 판결요지).
- 입원 때 진료비 연대보증을 한 가족이 함께 청구받은 사건에서도 대법원은 병원이 진료비를 청구할 수 없다고 보았다(2015다64551 이유 1.나.3)·다).
- 병원이 진료비 채권으로 배상금과 상계하겠다고 하면, 그 진료비가 과실로 생긴 손상 뒤의 치료비인지 확인한다(2011다28939 이유 1.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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