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의 창설적 효력은 분쟁 당사자가 서로 양보하여 화해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분쟁에 관한 종전 권리의무관계가 화해 내용에 따른 새로운 관계로 바뀌는 효력이다. 민법은 양보한 권리가 소멸하고 상대방이 화해로 그 권리를 취득한다고 정한다(민법 제731조, 같은 법 제732조, 2017다21411 판결요지 [2]).
쉽게 말하면 — 서로 다투던 권리관계를 합의로 정리했다면, 원래 누가 옳았는지를 다시 따지는 대신 합의한 내용이 기준이 됩니다. 다만 무엇을 합의로 끝냈고 무엇을 남겨 두었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합의가 있으면 모든 권리관계가 바뀌는가
효력이 미치는 대상은 화해로 종결한 분쟁이다. 화해는 당사자가 상호 양보하여 분쟁을 끝내기로 하는 계약이므로, 단순한 지급 약속이라는 이유만으로 언제나 화해의 창설적 효력이 생긴다고 단정할 수 없다(민법 제731조).
화해 내용에서 별도 정산을 남겨 두었다면 그 유보 내용도 따라야 한다. 대법원이 화해로 인정한 아파트 공동사업 정산 합의에서는 추가 이익금 지급과 함께 추후 확정되는 개발부담금에 따른 정산을 정했다. 판결은 합의를 통해 정한 새로운 권리관계를 인정한 것이지, 당사자 사이의 모든 장래 정산이 없어진다고 판단한 것이 아니다(2017다21411 이유 1 나·2).
따라서 원래의 계약만 읽거나 합의서의 청구 포기 문구만 떼어 읽어서는 범위를 판단하기 어렵다. 분쟁 대상, 상호 양보한 내용과 명시적으로 남겨 둔 청구를 함께 확인한다(민법 제731조, 2017다21411).
원래 채권이 없었거나 금액을 잘못 알았다고 취소할 수 있는가
분쟁 대상인 법률관계 자체에 관한 착오로는 화해를 취소할 수 없다. 민법은 화해의 착오 취소를 원칙적으로 제한하고, 당사자의 자격이나 분쟁 이외 사항에 관한 착오를 예외로 둔다(민법 제733조).
대법원은 공동사업의 손익배분을 둘러싼 정산금 채권의 존재와 범위가 바로 분쟁 대상이었으므로, 이에 관한 착오로 합의를 취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2017다21411 이유 2). 처음 다투던 쟁점이 나중에 자기에게 유리하게 밝혀졌다는 사정만으로 그 쟁점을 정리한 화해를 되돌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분쟁의 전제에 관한 착오는 어떻게 구별하는가
분쟁 이외 사항은 쌍방 당사자가 예정한 것으로서, 다툼 없는 사실로 받아들여 상호 양보의 내용으로 삼지 않은 전제나 기초를 뜻한다. 합의로 양보한 분쟁 대상인지, 쌍방이 다투지 않은 전제인지를 구별해야 한다(2002다18435 판결요지 [1]).
분쟁 이외의 사항에 착오가 있더라도 민법 총칙의 취소 요건은 따로 갖추어야 한다. 내용의 중요부분에 착오가 있어야 하고, 표의자의 중대한 과실이 있으면 원칙적으로 취소할 수 없으며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민법 제109조, 같은 법 제733조).
상대방이 착오를 알고 이용했다면 중대한 과실이 있어도 취소할 수 있다(2017다227264 판결요지 [1]). 취소권은 추인할 수 있는 날부터 3년 내이면서 법률행위를 한 날부터 10년 내에 행사해야 한다(민법 제146조).
지식재산권 침해 분쟁을 합의한 사건에서 원심은 권리의 효력이 대부분 유지되고 있어 전제사실에 관한 중요부분의 착오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자신의 제품이 권리범위에 속하지 않는다는 주장은 분쟁 자체에 관한 착오로 구별했고, 대법원은 이 판단을 유지했다. 전제사실과 다투던 쟁점을 사건별로 나누어야 한다는 사례다(2002다18435 이유 1).
합의 뒤 예상하지 못한 손해가 생기면 어떻게 되는가
나머지 손해배상청구를 포기하는 합의를 했다면 손해가 더 발생했다는 이유만으로 추가 배상을 청구할 수는 없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합의 당시 손해범위를 정확히 확인하기 어려웠고, 당시 사정으로 예상할 수 없었던 후발손해이며, 예상했다면 그 금액으로 화해하지 않았을 만큼 중대한 손해라면 그 손해까지 포기한 것으로 보지 않는다(99다42797 판결요지 [3]).
대법원은 중증 뇌손상 피해자가 당초 감정과 달리 의식을 회복하여 예상보다 생존기간이 크게 늘어난 사건에서, 그에 따라 추가되는 일정한 손해에는 종전 합의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보았다(99다42797 판결요지 [4]). 이는 착오를 이유로 화해 전부를 취소한 판단이 아니라 청구권 포기 합의의 적용범위를 해석한 판단이다.
합의 밖의 후발손해라도 소멸시효는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예상할 수 없었던 새로운 손해나 손해 확대는 그 사유가 판명된 때를 기준으로 손해를 알았는지 판단한다(99다42797 판결요지 [2], 민법 제766조).
기존 합의가 나머지 손해에 미치는 효력은 유지된다. 따라서 모든 손해를 새 기준으로 다시 계산한 뒤 기존 지급액을 빼는 방식으로 처리할 수는 없고, 합의에 포함되지 않은 추가 손해 부분을 구분해야 한다(99다42797 이유 2 가).
일부에 문제가 있으면 합의 전부가 없어지는가
일부에 취소 사유가 있다고 해서 곧바로 합의 전체 또는 그 일부가 취소되는 것은 아니다. 민법 제137조는 일부무효를 규정하고, 판례는 일부취소에도 나머지 부분을 유지할 수 있는 요건을 제시한다. 일부취소는 법률행위가 나눌 수 있거나 목적물 일부를 특정할 수 있고, 나머지를 유지하려는 당사자의 가정적 의사가 인정되는 경우에 가능하다(2002다18435 판결요지 [2], 민법 제137조).
대법원은 여러 권리 침해에 관한 손해를 포괄적으로 보상한 합의에서 권리별 피해금액을 따로 산정하지 않았으므로, 그 합의가 가분적이거나 목적물 일부를 특정할 수 있는 경우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2002다18435 이유 3). 일부 전제의 오류를 주장하려면 취소 요건과 함께 합의 내용을 나눌 수 있는지도 확인한다.
재판상 화해와 같은 문제인가
재판상 화해에도 창설적 효력이 있고, 조서의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 및 이를 다투는 절차가 함께 문제된다. 대법원은 제소전화해에 관하여 종전 권리의무관계가 소멸하고 화해에 따른 관계가 기준이 된다고 판단했다(85다카1792 판결요지 나). 소송상 화해를 변론조서·변론준비기일조서에 적으면 조서는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이 있고, 법정 사유가 있으면 준재심 규정에 따라 다툴 수 있다(민사소송법 제220조, 같은 법 제461조). 사법상 합의의 착오나 범위만으로 이 절차상 효력까지 결론내리지 않아야 한다. 화해의 유형과 절차는 화해에서 함께 확인한다.
실무 체크포인트
- 합의로 끝내려던 분쟁과 남겨 둔 정산·청구를 구분한다(민법 제731조, 2017다21411).
- 착오의 대상이 다투던 권리관계 자체인지, 쌍방이 다툼 없이 받아들인 전제인지 확인한다(민법 제733조, 2002다18435).
- 후발손해는 예상 가능성·중대성과 종전 합의의 적용범위를 따로 확인한다(99다427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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