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임차인의 지상물매수청구권은 건물 소유 등을 목적으로 빌린 토지의 임대차가 끝날 때, 남아 있는 건물·수목 등 지상시설을 임대인에게 사 달라고 청구하는 권리다. 민법상 기간 만료와 갱신 거절 등 요건을 갖추면 상당한 가액으로 매수를 청구할 수 있다(민법 제643조, 같은 법 제283조). 임차인의 채무불이행으로 해지된 경우에는 인정되지 않는다(2003다7685).
쉽게 말하면 — 남의 땅을 빌려 건물을 세워 쓰다가 계약기간이 끝났다고 항상 건물을 헐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건물 소유를 위한 토지임대차였고 매수청구의 요건을 갖추었다면 건물을 사 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차임을 밀리는 등 임차인의 잘못으로 계약이 해지되었다면 결론이 달라집니다(민법 제643조, 2003다7685).
어떤 토지임대차에서 매수를 청구할 수 있는가?
건물·공작물의 소유나 식목·채염·목축을 목적으로 한 토지임대차의 기간이 만료하고 건물·수목 등 지상시설이 남아 있으면 민법 제283조의 갱신·매수청구 규정이 준용된다. 기간 만료에 따른 통상적인 경우에는 갱신을 청구하고 임대인이 갱신을 원하지 않으면 상당한 가액으로 매수를 청구한다(민법 제643조, 같은 법 제283조).
갱신청구의 시기도 늦추지 않도록 유의한다. 제643조가 준용하는 제283조에 관해, 대법원은 지상권 갱신청구는 존속기간 만료 후 지체 없이 해야 하고 이를 하지 않아 갱신청구권이 소멸하면 매수청구권도 발생하지 않는다고 보았다(2022다306642 판결요지·이유 2). 이 판결은 지상권 사건에 관한 판단이므로 토지임대차의 구체적인 행사기간을 직접 정한 판결과는 구별한다. 기간 만료에 따른 갱신청구·거절 여부를 확인하되, 기간을 정하지 않은 임대인의 해지통고로 끝난 경우에는 다음 절의 예외를 본다(민법 제643조, 2009다70012).
계약서에 적힌 최초 목적과 실제 변경된 계약 내용을 함께 보아야 한다. 대법원 2002년 11월 13일 선고 2002다46003 판결은 토지와 기존 건물을 함께 빌린 뒤 임대인의 동의로 기존 건물을 철거하고 상당한 비용을 들여 건물을 신축한 사안을 다뤘다. 대법원은 잔존 임대차기간과 신축 경위 등을 고려해, 건물 소유를 목적으로 하는 토지임대차로 변경되었다는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2002다46003 이유 2).
임차인이 빌린 건물에 부속한 물건의 매수청구는 부속물매수청구권에서 설명한다(민법 제646조). 반면 임차인이 빌린 토지 위에 소유한 건물에 그 필요에 따라 설치한 부속물·부속시설은 아래에서 보는 요건을 갖추면 매수청구 대상인 건물에 포함된다(2002다46003 판결요지 [4]). 계약이 끝난 뒤 건물을 철거해야 하는지는 앞서 본 토지임대차의 목적과 매수청구 요건에 따라 판단한다(민법 제643조).
기간을 정하지 않았다면 갱신을 먼저 청구해야 하는가?
건물 소유를 위한 기간의 약정 없는 토지임대차가 임대인의 해지통고로 끝난 경우에는 갱신청구 여부와 관계없이 건물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대법원 2009년 11월 26일 선고 2009다70012 판결은 그 매수청구 취지인지를 심리하지 않고 건물철거·토지인도를 명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2009다70012 이유).
기간을 정하지 않은 임대차에서는 당사자가 언제든지 해지를 통고할 수 있지만, 토지의 경우 임대인이 통고하면 상대방이 받은 날부터 6개월, 임차인이 통고하면 받은 날부터 1개월이 지나야 효력이 생긴다(민법 제635조). 기간 만료인지 해지통고인지, 통고가 언제 도달했는지와 매수청구 의사표시가 있었는지를 구별하여 확인한다.
무허가·미등기 건물도 매수 대상인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무허가 건물도 매수청구 대상이 될 수 있다. 종전 임차인에게서 미등기 무허가 건물을 매수하여 점유하는 토지임차인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2013다48364 판결요지).
대법원 2013년 11월 28일 선고 2013다48364 판결은 등기가 없어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한 임차인도 그 권리의 범위에서 그 건물에 법률상 또는 사실상의 처분권을 가진다는 점과 제도의 보호 목적을 함께 보았다. 원심이 그 임차인들을 소유자라고 본 것은 잘못이지만, 매수청구권을 인정한 결론은 정당하다고 판단하여 상고를 기각했다(2013다48364 이유 2).
건물의 구성에 포함하여 평가할 시설의 범위도 확인해야 한다. 쉽게 분리할 수 없고 건물 사용에 객관적 편익을 주는 부속물·시설은 포함되지만, 임차인의 특수한 용도나 사업을 위해 설치한 물건·시설은 대상이 아니다(2002다46003 판결요지 [4]). 실제 설치 상태와 용도를 시설별로 정리하면 매수가격의 평가 대상을 확인할 수 있다.
토지 소유자가 바뀌었으면 누구에게 청구하는가?
원칙적으로 임차권 소멸 당시 토지 소유권을 가진 임대인에게 청구한다. 임대인이 토지를 양도했다면 임대인 지위가 승계되거나 임차인이 새 소유자에게 임차권을 대항할 수 있는 경우 새 소유자에게 청구할 수 있다(2014다72449 판결요지 [1]).
토지 소유자가 아닌 사람이 자기 이름으로 토지를 임대했다면, 특별한 사정 없이 실제 토지 소유자에게 바로 청구할 수 없다. 다만 그 사람이 소유자를 적법하게 대리했거나 소유자가 무권대리행위를 추인하여 임대차 효과가 소유자에게 귀속되었다면 소유자가 임대인으로서 상대방이 된다(2014다72449 판결요지 [1]).
대법원 2017년 4월 26일 선고 2014다72449 판결은 임차인이 계약한 사람이 토지 소유자의 아버지였던 사건에서 상대방을 구별했다. 소유자가 임대인 지위를 승계한 특별한 사정 등이 없다면 그 소유자에게 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보아 원심을 파기환송했다(2014다72449 이유 3·4). 토지 등기와 계약서의 당사자, 대리·승계 자료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
임차권의 대항력은 등기 자료에서도 확인한다. 토지임대차를 등기하면 그때부터 제3자에게 효력이 생긴다(민법 제621조 제2항). 건물 소유 목적의 토지임대차를 등기하지 않았어도 임차인이 지상건물을 등기하면 제3자에게 임대차의 효력이 생기지만, 임대차기간 만료 전에 건물이 멸실 또는 후폐하면 이 효력을 잃는다(같은 법 제622조). 새 소유자의 취득 시점과 등기 시점을 함께 확인하며, 미등기 건물의 매수청구 자격과 새 소유자에게 임차권을 주장할 수 있는지는 구별한다(2013다48364, 2014다72449).
포기약정이나 철거약정이 있으면 청구하지 못하는가?
매수청구권 규정에 위반하여 임차인이나 전차인에게 불리한 약정은 효력이 없다. 민법 제652조는 제643조를 보호 대상에 포함한다(민법 제652조). 다만 계약 조건, 체결 경위와 제반 사정을 종합해 실질적으로 불리하지 않은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강행규정에 저촉되지 않을 수 있다(2011다1231 판결요지 [1]).
따라서 포기·철거라는 단어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언제나 유효하거나 무효라고 정하지 않는다. 대법원 2011년 5월 26일 선고 2011다1231 판결은 식목 목적의 대부계약에서, 수목은 지상건물과 달리 이식으로 인한 가치 저하가 적다는 점과 사용 조건 등 사정을 고려해 포기약정이 실질적으로 불리한지 더 심리해야 한다고 보았다(2011다1231 이유 2). 반면 2023다309020의 토지와 기존 주택을 빌린 임차인이 임대차기간 중 건물을 신축한 사건에서는, 포기 특약이 무효이고 실질적으로 불리하지 않은 특별한 사정도 없다는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2023다309020 이유 2 가). 각 계약의 사정을 종합한 판단이며 모든 대부계약의 포기약정을 유효로 정한 것은 아니다.
일시사용을 위한 임대차나 전대차임이 명백하면 제652조의 보호는 적용되지 않는다(민법 제653조). 반면 임차인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토지임대차가 해지되면 매수청구권 자체가 인정되지 않는다. 2003다7685 판결은 이 경우 임차인이 건물을 임대인에게 양도하기로 한 약정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법 제643조에 위반되지 않아 유효하다고 보았다(2003다7685 이유 2). 기간 만료에서의 포기약정 판단과 구별해야 한다.
매수가격은 공사비인가, 현재의 시가인가?
매수청구권 행사 당시 건물이 현재하는 상태에서 평가한 시가가 기준이다. 건물 자체의 가격뿐 아니라 위치와 주변 토지의 사정 등을 종합한다. 요건을 갖추어 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임대인이 매수에 동의하지 않아도 곧바로 그 시가를 대금으로 하는 매매계약과 같은 효과가 생기며, 당사자 사이에 가격 합의가 없다고 법원이 인정된 시가를 임의로 증감할 수는 없다(2023다309020 판결요지).
대법원 2024년 4월 12일 선고 2023다309020 판결은 건물 시가를 인정하고도 다른 사정을 들어 감액한 원심 판단을 파기환송했다(2023다309020 이유 3 가). 공사비를 쓴 액수와 행사 당시의 시가도 구별한다. 대법원은 신축 공사비가 시가 산정의 중요한 요소이지만 건물의 위치와 주변 토지 사정도 참작해야 하고, 건축공사비를 기초로 감정할 때에는 총내구연수 중 실제 경과한 연수에 따라 낮아지는 가격비율을 참작해야 한다고 보았다(2002다46003 이유 3 가). 임대인이 임차인의 신축비와 기존 건물 철거비 등 지출 비용 전부를 보상하는 제도도 아니다(2002다46003 판결요지 [3]).
건물에 근저당권이 있어도 매수청구권은 인정된다. 매수가격에서 채권최고액이나 피담보채무액을 공제하여 가격을 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근저당권을 말소하지 않으면 토지 소유자는 말소 때까지 그 채권최고액 상당 대금의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2007다4356 판결요지). 민법 제588조 단서는 매도인이 상당한 담보를 제공한 때에는 지급을 거절할 수 없다고 정한다(민법 제588조 단서).
매수청구 뒤 건물 인도와 토지 사용료는 어떻게 되는가?
매수청구권이 인정되면 건물대금 지급과 건물 인도를 함께 이행하는 관계를 고려해야 한다. 2009다70012 판결은 매수청구권이 인정될 경우 대금 지급과 상환으로 건물 인도를 구하지 않은 철거·인도 청구는 기각될 수밖에 없다고 보았다(2009다70012 이유).
그렇다고 토지를 계속 쓰는 이익이 무료가 되는 것은 아니다. 건물 소유를 목적으로 한 토지임대차 종료 후 임차인이 반환할 부당이득은 당시의 실제 임료 상당액이다. 임차보증금이 남아 있다면 보증금 없는 경우의 임료를 기준으로 계산할 수 없고, 종전 약정 차임이 항상 그대로 기준이 되는 것도 아니다(2002다46003 이유 4). 매수대금, 반환 시점과 종료 후 토지 사용이익을 각각 구별하여 정리한다.
실무 체크포인트
- 임대차 목적과 변경 내역, 종료 원인, 갱신 거절과 매수청구 의사표시를 확인한다(민법 제643조, 2002다46003 이유 2, 2003다7685).
- 토지 소유자와 계약상 임대인, 대리·지위 승계의 자료를 대조한다(2014다72449 판결요지 [1]). 임차권을 대항하려면 토지임대차 등기·지상건물 등기와 시점을 확인하고, 건물의 멸실·후폐 여부도 살핀다(민법 제621조, 같은 법 제622조).
- 무허가·미등기 여부만으로 제외하지 말고, 종전 임차인에게서 매수한 경위와 점유·처분권을 확인한다(2013다48364).
- 포기약정의 조건과 체결 경위, 실질적 유불리를 확인한다(2011다1231). 일시사용 여부도 구별한다(민법 제653조).
- 매수청구 행사 시점을 기준으로 시가를 평가하고, 근저당 말소와 대금 지급거절을 별도로 확인한다(2023다309020, 2007다4356, 민법 제588조).
- 매매대금과 토지 사용이익을 나누어 계산하고, 남은 보증금에 맞는 실제 임료를 확인한다(2002다46003 판결요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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