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추정이란 법규가 아니라 경험칙에 기대어 하나의 사실에서 다른 사실을 추인하는 것이다(경험칙). 법률상 추정과 달리 증명책임이 전환되지 않으므로, 다투는 쪽이 반증을 들어 법원에 의심을 품게 하면 추정이 깨진다(96재다462 판결요지 [2]). 문서의 진정성립을 둘러싸고 자주 문제 된다(민사소송법 제356조, 민사소송법 제358조).
쉽게 말하면 — “보통 이러면 저렇다”는 경험에 기대어 사실을 미루어 짐작하는 것입니다. 법이 정한 추정이 아니라서, 깨기가 상대적으로 쉽습니다.
법률상 추정과의 차이
사실상 추정은 법률상 추정과 근거·번복 방법이 다르다.
- 근거: 법률상 추정은 법규가 정한다. 사실상 추정은 경험칙이 근거다(경험칙).
- 번복: 법률상 추정은 반대사실을 본증으로 증명해야 깨진다. 사실상 추정은 추정된 사실에 의심이 들게 하는 반증으로 족하다(본증과 반증).
- 증명책임: 법률상 추정은 증명책임을 전환한다. 사실상 추정은 전환하지 않는다.
예컨대 문서의 작성방식과 취지에 의하여 공무원이 직무상 작성한 것으로 인정한 때에는 진정한 공문서로 추정되는데(민사소송법 제356조 제1항), 위조 또는 변조 등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볼 만한 반증이 있으면 그 추정은 깨진다(2017다292244 판결요지 [2]). 반대사실의 본증까지는 필요 없다. 공문서가 진정한지 의심스러운 때에는 법원이 직권으로 해당 공공기관에 조회할 수 있다(같은 조 제2항).
법이 정한 추정은 “그렇지 않다”를 확실히 증명해야 깨지지만, 경험에 기댄 추정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심만 일으켜도 흔들립니다.
일응의 추정과 표현증명
사실상 추정 중 고도의 개연성 있는 경험칙으로 사실을 추인하는 경우를 강학상 일응의 추정 또는 표현증명이라 부른다. 인과관계·과실처럼 직접 증명이 어려운 사실에서, 정형적 사상경과를 보이면 그 사실이 일응 추정된다는 설명이다. 의료·제조물처럼 증명 곤란이 큰 유형에서 논의되는 개념이고, 여기서 다루는 인영·공문서 추정과는 자리가 다르다. 상대방은 그 경과를 의심하게 하는 특별한 사정을 반증하면 추정을 깰 수 있다.
사실상 추정은 그 추론을 뒷받침하는 경험칙이 있어야 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다수의견은 시효완성 후 채무를 승인하면 시효완성 사실을 알고 시효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추정하던 종전 법리를, 그러한 인식과 의사표시를 뒷받침할 경험칙이 없거나 오히려 경험칙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폐기하였다(2023다240299). 따라서 간접사실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언제나 정형적인 추정을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같은 판결의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은, 사실상 추정이 이루어져도 증명책임이 전환되지는 않지만 요증사실의 증명 부담이 완화되고 그에 대응해 상대방이 추정 번복의 부담을 지게 된다고 설명한다.
사문서의 인영이 작성명의인의 인장에 의한 것이면 날인행위가 본인 의사에 기한 것으로 추정되는데(1단계 추정), 판례는 이를 사실상 추정으로 보아 반증으로 깰 수 있다고 한다(96재다462).
도장이 본인 것이면 본인이 찍었다고 일단 봅니다. 하지만 도장을 도용당했다는 사정 등을 보이면 이 추정은 무너집니다.
문서에서 겹쳐 일어나는 사실상 추정
1단계에서 인영의 진정성립이 인정되면 2단계로 문서 전체의 진정성립이 추정된다(민사소송법 제358조). 여기에 사실상 추정이 한 겹 더 얹힌다. 인영 부분 등의 진정성립이 인정된다면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문서는 전체가 완성되어 있는 상태에서 작성명의인이 서명·날인·무인을 하였다고 추정할 수 있다(2001다11406 판결요지 [2]).
이 추정은 반증으로 흔들린다. 작성명의인이 인영 부분의 성립을 인정하더라도 반증으로 추정이 번복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문서 전체의 진정성립이 인정되지 않는다(같은 판례 판결요지 [1]).
서면의 외형에서 끌어내는 추정
매도증서에 의용 부동산등기법에 따른 등기번호, 등기순위, 등기제 등의 기재와 등기소인이 날인되어 있는 사실이 인정된다면, 이는 등기 신청 시 등기원인을 증명하는 서면으로 제출되었다가 등기가 완료된 뒤 환부된 것으로 볼 수 있다(2017다292244 판결요지 [1]). 그래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서면에 기재된 부동산에 관하여 그 기재의 등기번호와 순위번호에 따른 등기가 마쳐졌다고 인정하여야 한다(같은 판결요지 [1]). 서면 자체의 형식에서 절차의 경과를 사실상 추인하는 예다. 다만 매도증서에 등기제 기재가 더해져 사문서와 공문서로 구성된 문서가 된 경우, 공문서 부분의 성립이 인정된다고 해서 사문서인 매도증서 자체의 진정성립까지 추정되거나 인정되지는 않는다(같은 판결요지 [3]).
실무 체크포인트
- 상대방 사문서의 진정성립을 다툴 때 인영의 동일성만 인정하고 날인 경위를 다투는 경우(인장 도용·백지보충 등)는 사실상 추정의 번복 문제다. 반증으로 의심을 품게 할 간접사실을 준비서면에 구체적으로 적는다.
- 서증 인부에서 ‘인영 인정’인지 ‘날인사실 인정’인지에 따라 1단계 추정부터 적용될지가 나뉘므로, 인부 진술의 의미를 정확히 확인한다.
- 인영 인정으로 생기는 ‘완성된 문서’ 추정은 반증으로 깨진다. 백지 상태 서명이었다는 정황을 모은다(2001다11406).
- 구 등기 서면의 형식 기재는 절차 경과의 유력한 정황이 된다(2017다292244).
관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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