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혼 해소와 재산분할은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지만 부부공동생활의 실체가 있던 관계가 끝난 뒤, 함께 형성한 재산을 어떻게 청산할 것인지의 문제다. 대법원은 사실혼에도 혼인신고를 전제로 하는 규정은 그대로 적용할 수 없지만, 부부재산 청산의 의미를 갖는 재산분할 규정은 사실혼 관계에도 유추적용할 수 있다고 본다(94므1379).
따라서 사실혼이 인정되면 일방은 상대방에게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 재산분할의 기본 조문은 민법 제839조의2이고, 재판상 이혼에는 민법 제843조가 이를 준용한다. 사실혼에서는 이 조문들이 직접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부부공동생활이라는 실질에 맞추어 유추적용된다(94므1379·2020스561).
쉽게 말하면 —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해서 함께 모은 재산이 무조건 명의자 혼자 것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부부처럼 살았고 그 과정에서 재산을 함께 만들거나 유지했다면, 관계가 끝날 때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단순 동거였는지 사실혼이었는지부터 먼저 입증해야 합니다.
사실혼인지부터 정리해야 한다
사실혼 재산분할의 출발점은 사실혼 자체의 인정이다. 대법원은 사실혼을 당사자 사이에 혼인의 의사가 있고, 객관적으로 사회관념상 부부공동생활을 인정할 만한 혼인생활의 실체가 있는 경우라고 본다(94므1379). 단순히 오래 만났거나 한 집에 살았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서로 부부로 생활하려는 의사와 실제 공동생활의 모습이 함께 필요하다.
사실혼이 다투어지는 사건에서는 동거기간, 결혼식이나 가족 소개 여부, 주민등록상 주소, 생활비 부담, 자녀 양육, 양가 가족과의 관계, 주변에서 부부로 인식했는지, 각종 계약·금융·보험에서 배우자처럼 표시했는지 등이 문제 된다. 이 사정들은 모두 “혼인의 의사”와 “부부공동생활의 실체”를 뒷받침하기 위한 자료다(94므1379).
사실혼관계 자체가 다투어지면 사실상 혼인관계 존부 확인이 문제 될 수 있다. 사실상 혼인관계 존부 확인은 가사소송사건 중 나류 사건으로 가정법원의 관장 사항이다(가사소송법 제2조). 재산분할만 바로 청구할 수도 있지만, 상대방이 “사실혼이 아니었다”고 다투는 사건에서는 사실혼의 성립과 해소 경위를 먼저 정리해야 한다.
다만 법률혼이 존속 중인 사람이 제3자와 맺은 중혼적 사실혼은 원칙적으로 보호받지 못한다. 대법원은 이런 경우 사실혼 해소에 따른 재산분할이나 손해배상 청구를 배척했고, 법률혼이 사실상 이혼상태라는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예외적으로 보호된다고 보았다(96므530).
“사실혼이었다”는 것부터 인정받아야 재산분할도 됩니다. 오래 사귀었거나 한집에 산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서로 부부로 살 뜻이 있었고 실제로 부부처럼 지냈다는 점이 드러나야 합니다. 결혼식·양가 왕래·부부로 표시한 서류 같은 자료가 그 증거입니다.
사실혼에도 재산분할이 인정되는 이유
재산분할은 혼인 중 형성된 공동재산을 청산·분배하는 제도다. 민법 제839조의2는 협의상 이혼한 일방이 다른 일방에게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고, 협의가 되지 않으면 가정법원이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의 액수와 그 밖의 사정을 참작해 분할의 액수와 방법을 정한다고 규정한다.
사실혼에는 혼인신고가 없으므로, 법률혼을 전제로 한 모든 효과가 그대로 생기지는 않는다. 그러나 대법원은 재산분할이 부부재산 청산의 의미를 갖고, 그 근거가 부부의 생활공동체라는 실질에 있으므로 사실혼관계에도 준용 또는 유추적용할 수 있다고 보았다(94므1379). 이후 대법원은 사실혼 관계에 재산분할 규정이 유추적용된다는 전제에서, 사실혼 해소 후 재산분할청구에도 2년의 제척기간이 적용된다고 판시했다(2020스561).
사실혼 재산분할은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으니 법률혼과 똑같다”는 뜻이 아닙니다. 상속이나 친족관계처럼 혼인신고를 전제로 하는 효과는 별도로 보아야 합니다. 다만 함께 산 생활공동체 안에서 형성한 재산을 청산하는 문제에서는 법률혼 이혼의 재산분할 법리를 가져와 적용한다는 뜻입니다.
생전 해소와 사망으로 인한 해소는 다르다
지금까지의 재산분할은 사실혼이 생전에 해소된 경우의 이야기다. 사실혼이 일방 당사자의 사망으로 끝난 경우에는 생존한 상대방에게 재산분할청구권이 인정되지 않는다(2005두15595). 생전 해소에 재산분할 규정을 유추적용하는 법리가 사망으로 인한 종료에는 확장되지 않는다.
이유는 사실혼 배우자에게 상속권이 없기 때문이다. 법률혼 배우자는 상속인이 되지만(민법 제1003조), 혼인신고가 없는 사실혼 배우자는 상속인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래서 사망으로 재산관계를 정리하는 국면은 상속 문제인데, 사실혼 배우자는 그 상속에서 배제된다.
대신 사망 시에는 다른 경로를 검토한다. 상속인이 전혀 없으면 피상속인과 생계를 같이했거나 요양간호를 한 사실혼 배우자가 특별연고자로서 상속재산 분여를 청구할 수 있고(민법 제1057조의2), 유족연금·주택임차권 승계처럼 개별 법률이 사실혼 배우자를 따로 보호하는 제도도 있다. 다만 이는 재산분할과 요건·절차가 전혀 다르다.
생전 해소와 사망 종료의 경계가 문제 될 때도 있다. 사실혼은 당사자 일방의 의사로도 해소되므로, 상대방이 의식불명인 상태에서 일방이 사실혼 해소를 주장하며 재산분할심판을 청구하면 그 사실혼은 생전에 해소된 것으로 보아 재산분할청구권이 인정될 수 있다(2008스105). 즉 상대방이 사망하기 전에 해소 의사를 밝혔는지가 갈림길이 된다.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여기까지의 재산분할은 두 사람이 살아 있을 때 헤어진 경우입니다. 사실혼 상대방이 사망한 경우에는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없습니다. 사실혼 배우자는 상속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때는 상속인이 없으면 특별연고자로서 재산을 나눠 달라고 청구하거나, 유족연금·전세(임차)권 승계 같은 별도 제도를 알아봐야 합니다.
무엇을 나눌 수 있는가
분할대상은 사실혼 기간 중 쌍방의 협력으로 형성하거나 유지한 재산이다. 민법 제839조의2는 “당사자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을 기준으로 재산분할의 액수와 방법을 정하도록 한다. 사실혼에서도 이 기준이 유추적용된다(94므1379).
부동산, 예금, 임대차보증금, 사업체 재산, 차량, 보험, 주식, 퇴직금 성격의 급여 등이 문제 될 수 있다. 명의가 한쪽 앞으로 되어 있어도 사실혼 기간 중 공동생활과 경제활동, 가사노동, 내조, 자녀 양육, 사업 보조 등을 통해 형성·유지된 재산이면 분할대상이 될 수 있다(민법 제839조의2·94므1379). 나아가 제3자 명의로 된 재산도 일방이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부부 공동의 협력으로 형성된 것이면 분할대상이 될 수 있다(2008스111).
분할대상과 가액을 정하는 기준시점은 사실혼이 해소된 날이다(2017므11856). 해소 이후 재판이 끝날 때까지 부동산 등에 생긴 외부적·후발적 사정은 한정적으로만 가액 산정에 참작된다. 따라서 해소 시점의 재산상태를 기준으로 목록과 가액을 정리해야 한다.
반대로 사실혼 전부터 한쪽이 가지고 있던 재산, 상속·증여로 취득한 재산, 공동생활과 무관하게 형성된 재산은 원칙적으로 그 사람의 고유재산으로 주장될 수 있다. 다만 그 재산의 유지·증식에 상대방의 기여가 있었는지에 따라 분할에서 고려될 수 있으므로, 취득 시점과 자금 출처, 유지·관리 경위, 대출 상환 경위를 함께 정리해야 한다(민법 제839조의2).
채무도 함께 봐야 한다. 공동생활비, 주거 마련, 사업 운영, 재산 취득·유지에 들어간 대출은 재산분할에서 고려될 수 있다. 다만 개인적 소비, 도박, 별도 채무처럼 공동생활과 무관한 채무는 상대방에게 당연히 나눌 수 있는 채무가 아니다. 결국 채무도 발생 시점, 사용처, 누가 이익을 얻었는지를 자료로 설명해야 한다(민법 제839조의2).
혼인신고를 안 했어도, 함께 사는 동안 같이 모으거나 지킨 재산은 나눌 수 있습니다. 통장·집이 한 사람 명의여도 그 재산을 만드는 데 기여했다면 분할 대상이 됩니다. 반대로 사귀기 전부터 갖고 있던 재산이나 상속·증여로 받은 재산은 원칙적으로 그 사람 것입니다.
2년 안에 법원에 청구해야 한다
재산분할청구권은 이혼한 날부터 2년을 경과하면 소멸한다(민법 제839조의2 제3항). 사실혼은 “이혼한 날”이라는 형식적 기준이 없으므로, 관계가 해소된 때를 기준으로 2년을 계산하는 문제가 된다. 대법원은 사실혼 관계가 해소된 때부터 2년의 제척기간이 지난 뒤 제기한 재산분할심판 청구를 부적법하다고 본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2020스561).
이 2년은 단순한 소멸시효가 아니라 제척기간이고, 그 기간 안에 재산분할심판을 청구해야 하는 출소기간이다(2020스561). 상대방에게 문자나 내용증명으로 “재산을 나누자”고 요구했다는 사정만으로 안전하지 않다. 협의가 끝나지 않으면 기간 안에 가정법원에 재산분할심판을 청구해야 한다(같은 결정).
사실혼이 끝난 뒤 오래 협상만 하다가 2년이 지나면 위험합니다. 재산목록을 아직 다 못 찾았더라도, 기간이 임박하면 먼저 법원에 재산분할심판을 청구해 두고 절차 안에서 자료를 확보하는 방식까지 검토해야 합니다.
사실혼 해소와 위자료는 구별한다
사실혼이 부당하게 파기되면 손해배상청구가 문제 될 수 있다. 가사소송법은 약혼 해제 또는 사실혼관계 부당 파기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와 원상회복청구를 가사소송사건 중 다류 사건으로 정하고 있다(가사소송법 제2조). 약혼 해제의 손해배상 규정인 민법 제806조도 사실혼 파기 사건에서 위자료 논의의 출발점으로 함께 검토된다. 대법원은 사실혼 배우자가 동거·부양·협조의무(민법 제826조 제1항)를 저버린 경우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고 보았다(97므544).
하지만 위자료와 재산분할은 목적이 다르다. 위자료는 사실혼 파탄에 책임 있는 행위로 입은 정신적 손해의 배상 문제이고, 재산분할은 사실혼 기간 중 함께 형성한 재산의 청산 문제다. 대법원도 94므1379 사건에서 사실혼 파탄 경위와 위자료 문제를 보면서도, 별도로 재산분할 대상 재산과 기여도, 사실혼기간, 가족관계 등을 참작하여 재산분할금을 판단했다.
따라서 사실혼 해소 사건에서는 “왜 헤어졌는가”와 “무엇을 함께 만들었는가”를 나누어 써야 한다. 파탄 책임은 위자료와 재산분할 비율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재산분할의 핵심은 여전히 공동재산의 형성과 유지에 대한 기여다(민법 제839조의2·94므1379).
“헤어진 책임”과 “함께 모은 재산”은 다른 문제입니다. 상대방이 바람을 피웠거나 일방적으로 관계를 깬 데 대한 배상은 위자료이고, 함께 만든 재산을 나누는 것은 재산분할입니다. 두 가지는 요건이 달라 따로 따져야 하고, 위자료가 인정돼도 재산분할은 기여도로 별도 판단됩니다.
증거는 생활관계와 재산관계를 나누어 준비한다
사실혼 재산분할 사건의 증거는 두 묶음으로 정리하는 것이 좋다. 첫째는 사실혼 성립 증거다. 동거 사실, 결혼식·상견례·가족행사, 주민등록, 가족·지인의 진술, 사진, 자녀 관련 자료, 보험·병원·직장 서류에서 배우자로 표시된 자료 등이 여기에 들어간다. 이는 혼인의 의사와 부부공동생활의 실체를 설명하기 위한 자료다(94므1379).
둘째는 재산 형성 증거다. 부동산 등기, 임대차계약서, 예금거래내역, 대출내역, 사업자등록과 매출자료, 보험·주식·퇴직급여 자료, 생활비 송금내역, 카드 사용내역, 가사·육아·사업 보조 자료를 모아야 한다. 법원이 재산분할의 액수와 방법을 정할 때는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의 액수와 그 밖의 사정을 보므로, 재산목록과 기여도를 함께 설명해야 한다(민법 제839조의2).
상대방 명의 재산이 많거나 자료 접근이 어려운 경우에는 절차상 확보 방법을 활용한다. 재산분할은 마류 가사비송사건으로, 상대방의 보통재판적이 있는 가정법원에 청구하고(가사소송법 제46조) 원칙적으로 먼저 조정을 거친다(가사소송법 제50조). 상대방 명의 재산 파악을 위해 재산명시나 재산조회를 신청할 수 있고(가사소송법 제48조의2·가사소송법 제48조의3), 상대방이 재산을 빼돌릴 우려가 있으면 사전처분으로 처분을 막을 수 있다(가사소송법 제62조). 특히 사실혼은 가족관계등록부상 배우자 표시가 없으므로, 법률혼 이혼보다 사실혼 자체와 재산 기여를 입증하는 자료 준비가 더 중요하다(94므1379).
실무 체크포인트
- 사실혼 성립부터 입증한다. 혼인의 의사와 부부공동생활의 실체가 핵심이다(94므1379).
- 단순 동거와 사실혼을 구별한다. 동거기간만으로 부족하고, 가족·사회관계에서 부부로 생활했는지까지 본다(94므1379).
- 재산목록을 해소 시점 기준으로 넓게 잡는다. 부동산, 예금, 보증금, 사업체, 보험, 주식, 차량, 채무를 모두 적는다(민법 제839조의2).
- 명의보다 기여를 설명한다. 한쪽 명의 재산도 사실혼 기간 중 공동생활과 협력으로 형성·유지됐다면 분할대상이 될 수 있다(94므1379).
- 생전 해소인지 사망 해소인지 먼저 구분한다. 사망으로 끝난 사실혼은 재산분할이 아니라 상속·특별연고자 분여 문제다(2005두15595).
- 2년 제척기간을 넘기지 않는다. 사실혼 해소 후 재산분할도 2년 안에 법원에 청구해야 한다(2020스561).
- 위자료와 재산분할을 분리해 쓴다. 부당파기 손해배상은 파탄 책임의 문제이고, 재산분할은 공동재산 청산의 문제다(가사소송법 제2조·민법 제839조의2).
- 협의가 길어지면 심판청구를 먼저 검토한다. 재판 밖 요구만으로는 2년 출소기간 준수에 충분하지 않다(2020스5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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