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법상 무기명채권은 양수인에게 증서를 교부하면 양도의 효력이 생기는 채권이다(민법 제523조). 배서가 필요한 지시채권과 달리 교부가 법정 양도방식이다.
쉽게 말하면 — 증서에 받을 사람의 이름을 적는 대신 “소지인에게 지급한다”고 정해, 그 증서를 가진 사람에게 지급하도록 만든 채권입니다. 넘길 때는 배서보다 증서 자체를 건네는 일이 핵심입니다.
어떻게 양도하나
무기명채권은 양수인에게 증서를 교부하면 양도의 효력이 생긴다(민법 제523조). 지시채권처럼 증서에 배서해야 한다는 규정은 적용되지 않는다.
이 글은 증권·증서가 발행된 무기명채권을 다룬다. 전자등록주식등은 계좌부에 등록된 자를 권리자로 추정하고, 양도는 계좌간 대체등록으로, 입질은 질권 설정등록으로 효력이 생긴다. 계좌부를 선의·무중과실로 신뢰해 등록된 자는 권리를 적법하게 취득한다(전자증권법 제35조 제1항부터 제3항·제5항).
전자등록주식등에는 증권·증서를 발행할 수 없고, 이를 위반해 발행한 증권·증서는 효력이 없다. 기존 증권·증서는 신규 전자등록의 기준일부터 원칙적으로 효력을 잃지만, 그때 공시최고절차가 계속 중이었다면 제권판결 확정 등 법정 사유가 생긴 날부터 효력을 잃는다(전자증권법 제36조).
| 구분 | 지시채권 | 무기명채권 |
|---|---|---|
| 양도방식 | 배서와 증서 교부 | 증서 교부 |
| 근거 | 민법 제508조 | 민법 제523조 |
| 적법한 소지인 판단 | 배서의 연속으로 권리를 증명하면 적법한 소지인으로 봄(민법 제513조) | 배서가 없으므로 배서 연속을 증명할 필요가 없고, 제513조가 준용될 대상도 없음. 적법한 소지인의 보호는 제514조 이하의 준용에 따름(민법 제524조) |
민법은 채권자를 지정하면서도 소지인에게 변제한다고 덧붙인 증서를 지명소지인출급채권이라 하고, 무기명채권과 같은 효력을 부여한다(민법 제525조). 이름이 적혀 있다는 사실만 보지 말고, 소지인에게도 지급한다는 문언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금전 지급청구권 등을 표시하는 상사 유가증권에는 다른 법률의 특별규정이 없으면 민법 제508조부터 제525조까지가 적용된다. 이때 어음법 제12조 제1항·제2항도 준용되므로 조건부 배서는 조건을 적지 않은 것으로 보고 일부배서는 무효다(상법 제65조). 개별 증권에 특별법이 있으면 그 법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
소지인은 어떤 보호를 받나
적법한 소지인에게는 증서 반환 청구가 제한되고, 채무자의 인적항변도 제한된다. 민법 제514조부터 제522조까지가 무기명채권에 준용되기 때문이다(민법 제524조).
누구든지 증서의 적법한 소지인에게 반환을 청구하지 못한다. 다만 소지인이 취득할 때 양도인에게 권리가 없다는 사실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했다면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민법 제514조 · 민법 제524조).
악의·중과실은 증서를 취득한 때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2005다56940은 강취된 무기명채권을 매수한 사람을 선의취득자로 보면서도, 뒤에 제권판결로 증서가 무효가 된 데 따른 매도인의 채무불이행책임을 별도로 판단했다.
채무자는 앞선 소지인과의 인적관계에서 생긴 항변으로 현재 소지인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다만 소지인이 채무자를 해할 줄 알고 취득한 때에는 그 인적항변을 주장할 수 있다(민법 제515조 · 민법 제524조).
증서를 들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언제나 보호받는 것은 아닙니다. 넘긴 사람에게 권리가 없다는 사실을 알았거나, 권리가 없다는 점이 분명한데도 크게 주의를 게을리했다면 증서 반환을 요구받을 수 있습니다.
변제할 때 무엇을 확인하나
무기명채권에는 배서가 없으므로 배서의 연속 여부를 조사할 문제는 없다. 채무자는 소지인의 진위를 조사할 권리는 있지만 의무는 없다. 다만 채무자가 변제할 때 소지인이 권리자가 아님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했다면 그 변제는 무효다(민법 제518조 · 민법 제524조). 채무자는 증서와 교환해서만 변제할 의무가 있다(민법 제519조 · 민법 제524조).
변제장소가 증서에 없으면 채무자의 현재 영업소, 영업소가 없으면 현재 주소에서 변제한다(민법 제516조 · 민법 제524조). 변제기가 지나도 소지인이 증서를 제시해 이행을 청구한 때부터 채무자가 지체책임을 진다(민법 제517조 · 민법 제524조).
채무자는 변제할 때 소지인에게 증서에 영수를 증명하는 기재를 해 달라고 청구할 수 있다. 일부변제라면 채무자가 청구할 때 채권자는 그 뜻을 증서에 적어야 한다(민법 제520조 · 민법 제524조).
증서를 잃으면 어떻게 되나
멸실했거나 소지인의 점유를 벗어난 증서는 공시최고절차로 무효로 할 수 있다(민법 제521조 · 민법 제524조). 공시최고가 신청되면 채무자로 하여금 목적물을 공탁하게 할 수 있고, 소지인이 상당한 담보를 제공하면 변제하게 할 수 있다(민법 제522조 · 민법 제524조).
도난·분실되거나 없어진 증권은 공시최고로 무효선고를 구할 수 있고, 무기명증권은 최종소지인이 신청할 수 있다(민사소송법 제492조 · 민사소송법 제493조). 분실·도난 신고나 공시최고 신청만으로 증서가 무효가 되거나 발행인의 상환의무가 없어지지는 않는다. 대법원은 이 법리를 선례에서 확인해 왔고, 무효는 제권판결로 선고된다(민법 제521조 · 민사소송법 제496조 · 2005다56940 이유). 제권판결이 내려지면 신청인은 증권·증서의 의무자에게 그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민사소송법 제497조).
제권판결은 신청인에게 증서를 소지한 것과 같은 지위를 회복시킬 뿐, 신청인이 실질적 권리자임을 확정하지는 않는다. 2011다112247은 주권 재발행 사안에서 제권판결 취소판결이 확정되면 제권판결과 재발행 주권이 소급해 효력을 잃고 그 주권을 선의취득할 수도 없다고 보았다. 분실 뒤의 구체적인 신청권자·관할·불복기간은 공시최고에서 다룬다.
2005다56940은 무엇을 판단했나
2005다56940 판결요지 [1]의 채권은 매매 당시 공시최고가 진행 중이었고, 뒤에 제권판결로 무효가 되었다. 대법원은 하자 없는 목적물을 이전할 의무를 다하지 못한 매도인에게 채무불이행책임이 있다고 보았다.
매수인은 증권예탁결제원에 사고신고 접수 여부를 조회하고 발행인에게 위조 여부까지 확인했지만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다. 대법원은 관할법원에 공시최고 진행 여부까지 조회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매도인의 책임을 제한할 수 없다고 했다. 이는 해당 확인을 마친 사안의 판단이지 모든 거래에서 공시최고 확인이 불필요하다는 뜻은 아니다.
같은 판결은 해당 채권이 구 증권거래법상 예탁대상유가증권인지 확정하지 않았다. 원심이 그 점부터 가린 뒤, 예탁대상이면 법령상 통지 의무 위반 여부를, 아니면 신의칙상 사고신고 처리 의무 위반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보아 파기환송했다. 판결요지 [2]의 “예탁대상이 아닌 경우”는 조건부 법리다.
현행법상 예탁대상증권등의 발행인은 압류·가압류·가처분 통지나 도난·분실·멸실 사고신고를 접수하면 예탁결제원에 지체 없이 통지해야 하고, 예탁결제원은 이를 공표해야 한다(자본시장법 제323조 제2항·제3항). 예탁대상이 아닌 무기명채권에는 법령이나 약정이 없는 한 같은 의무가 없지만, 발행인이 내부규정에 따라 사고신고를 처리해 왔다면 그 범위에서 신의칙상 의무가 인정될 여지가 있다(2005다56940 판결요지 [2]).
담보로 제공하거나 강제집행할 때
무기명채권에 질권을 설정하려면 증서를 질권자에게 교부해야 효력이 생긴다(민법 제351조). 전자등록주식등의 입질은 증서 교부가 아니라 질권 설정의 전자등록으로 효력이 생기므로 구별해야 한다(전자증권법 제35조 제3항).
배서가 금지되지 않은 유가증권은 민사집행법상 유체동산으로 보며, 집행관이 점유하는 방식으로 압류한다(민사집행법 제189조 제1항·제2항 제3호). 개별 증권의 특별법이나 전자등록 여부에 따라 집행방법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증서의 종류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면책증서와 무엇이 다른가
채무자가 증서소지인에게 변제하여 책임을 면하려고 발행한 면책증서에는 변제장소, 제시와 이행지체, 영수 기입 규정만 준용된다(민법 제526조). 민법 제519조는 준용되지 않으므로, 무기명채권처럼 증서와 교환해서만 변제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다. 선의취득·인적항변 제한·증서 실효에 관한 규정도 준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소지인에게 지급하도록 되어 있다는 외형만으로 면책증서를 무기명채권과 같다고 단정할 수 없다. 그 증서가 권리 자체를 나타내는지, 아니면 소지인에게 지급한 채무자를 면책시키려는 문서인지 구별해야 한다.
실무 체크포인트
- 양도에서는 증서가 실제로 교부되었는지 확인한다(민법 제523조).
- 담보로 받을 때에는 증서가 질권자에게 교부되었는지 확인하고, 전자등록 대상이면 질권 설정등록 여부를 확인한다(민법 제351조 · 전자증권법 제35조 제3항).
- 변제할 때 채무자가 소지인이 권리자가 아님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하면 변제가 무효임을 유의하고, 증서와 맞바꾸어 지급한다. 영수 기재는 청구할 수 있다(민법 제518조 · 민법 제519조 · 민법 제520조 · 민법 제524조).
- 강제집행에서는 증서 압류인지 전자등록권리 집행인지 구분한다(민사집행법 제189조).
- 분실한 증서는 최종소지인의 공시최고 신청과 제권판결에 의한 실효 가능성을 검토한다(민법 제521조 · 민법 제524조 · 민사소송법 제493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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