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임대차조사서와 임차인의 손해배상책임

임차인이 임대차조사서를 부주의하게 작성해 대출기관에 손해를 입혔다면, 경매에서 보증금을 배당받을 권리와 별개로 손해배상책임을 질 수 있다(2000가단8695 이유 2.가·나). 책임을 정할 때는 서명 당시의 상황, 대출기관의 확인 과정, 조사서 때문에 생긴 손해를 함께 살핀다(민법 제750조, 같은 법 제763조).

쉽게 말하면 — 집주인이 내민 임대차조사서에 이름과 도장만 남겼는데, 집주인이 보증금을 줄여 적어 대출받은 경우입니다. 실제 보증금을 배당받더라도, 빈칸으로 건넨 잘못 때문에 대출기관이 손해를 봤다면 배상해야 할 수 있습니다. 다만 대출기관이 확인을 소홀히 한 사정도 배상액에 반영됩니다(2000가단8695 이유 2.가·나).

배당받을 권리가 있어도 손해배상책임을 질 수 있나?

임차인은 보증금을 배당받을 권리가 인정되더라도 조사서 작성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질 수 있다(2000가단8695 이유 2.가·나). 배당은 경매대금을 채권자에게 나누는 절차다. 이때 얼마를 받을 권리가 있는지와, 임차인의 행동 때문에 대출기관이 손해를 입었는지는 서로 다른 문제다.

서울지법 동부지원의 하급심 확정 판결인 2000가단8695 사건에서 실제 보증금은 각 3,900만 원, 조사서에는 각 2,800만 원으로 적혀 있었다(이유 1·2.가). 보험회사는 먼저 각 차액 1,100만 원을 임차인들의 배당액에서 빼 자신에게 배당하도록 배당표를 고쳐 달라고 청구했다. 이것이 주위적 청구다. 이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같은 차액을 손해배상으로 달라는 예비적 청구도 했다(2000가단8695 청구취지, 이유 2.가·나).

법원은 배당표를 고쳐 달라는 청구를 기각하고 예비적 배상청구만 일부 받아들였다. 보험회사가 차액을 배당으로 추가 회수하면서 같은 금액을 배상받은 결과가 아니다(2000가단8695 주문, 이유 3).

배상을 청구하는 대출기관은 임차인의 고의나 과실에 따른 위법행위, 손해, 둘 사이의 인과관계를 뒷받침해야 한다(민법 제750조). 인과관계란 문제의 행동이 손해를 생기게 한 원인이라는 관계다. 서명 사실만 확인할 것이 아니라, 조사서가 담보가치 평가와 대출에 어떻게 쓰였고 어떤 금액을 회수하지 못했는지 살펴야 한다.

백지 조사서에 이름과 도장만 남기면 책임이 없나?

임차인이 빈 조사서에 이름과 도장만 남긴 경위는 배당권과 배상책임에서 다르게 평가될 수 있다(2000가단8695 이유 2.가·나).

이 사건에서 금융기관이나 감정평가기관 직원은 임차인들을 직접 만나 확인하지 않았다. 건물 소유자가 공란에 들어갈 내용을 설명하지 않고 서명·날인만 받았으며, 나중에 보증금액을 임의로 적었다. 법원은 이런 경위에서 임차인들이 실제 보증금으로 배당을 요구하는 것은 금반언이나 신의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보았다(2000가단8695 이유 2.가). 금반언은 스스로 상대방의 신뢰를 만들어 놓고 그에 어긋난 주장을 하는 문제를 말한다.

그러나 조사서 상단에는 담보 제공을 위한 감정을 실시하면서 임차인을 보호하려고 임대차내용을 조사한다는 취지가 적혀 있었다. 임대차금액 등 기재할 항목도 표시되어 있었다. 법원은 임차인들이 서식을 읽고 정확히 적었어야 하는데도 금액란을 비워 건네 허위기재를 가능하게 한 과실을 인정했다(2000가단8695 이유 2.나). 그 과실이 임대인의 불법행위와 함께 보험회사의 미회수 손해를 일으켰다고 판단했다(2000가단8695 이유 2.나).

따라서 자신의 경우에도 조사 목적을 알 수 있었는지, 어떤 칸이 비어 있었는지, 누가 내용을 채웠는지를 조사서 원본과 당시 대화로 확인해야 한다. 이 판결의 결론은 이러한 서식과 작성 경위를 전제로 한다.

임대차가 없다는 확인 내용을 나중에 뒤집으면 어떻게 되나?

임대차가 없고 보증금 권리도 주장하지 않겠다고 확인해 대출을 유발한 임차인의 반대 배당요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허용되지 않는다(97다12211 이유).

대법원 97다12211 사건의 임차인은 임대차가 없고 보증금 권리도 주장하지 않겠다는 확인서를 직접 작성했다. 인감증명서와 함께 제출한 확인서를 믿은 신용금고가 담보가치를 높게 평가해 대출했다. 대법원은 임차인이 뒤에 이를 뒤집어 금고보다 우선하는 배당을 요구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금반언·신의칙에 위반된다고 보았다(이유).

99마4307은 배당액이 아니라 집을 넘겨 달라는 인도명령을 다툰 사건이다. 대출받은 점유자는 임대차가 없고 일체의 권리를 주장하지 않겠다는 확인서를 두 차례 작성했다. 채권자는 이를 믿고 대출했으며 보증금을 고려하지 않은 가격으로 입찰한 것으로 볼 수 있었다(이유). 대법원은 이런 확인을 번복해 임차권으로 인도명령을 다투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아 원심을 파기환송했다(99마4307 이유·주문).

적극적인 확인 내용과 그것을 믿고 이루어진 대출·입찰이 판단의 핵심이다. 무상거주확인서와 경매 매수인에 대한 대항 문제는 무상거주확인서를 써 준 임차인의 대항력에서 이어서 설명한다.

손해배상액이 줄어들 수 있나?

법원은 실제 손해와 임차인의 책임을 판단한 뒤, 대출기관의 과실도 배상책임과 금액에 참작하여야 한다(민법 제763조, 같은 법 제396조). 피해자의 과실을 이처럼 반영하는 것이 과실상계다.

조사서 사건에서 법원은 각 임차인의 과실이 임대인의 허위기재와 함께 그 임차인에 관한 미회수 손해를 일으켰다고 보았다. 이에 각 임차인이 자신에 관한 손해를 임대인과 각자 배상할 책임을 인정했다(2000가단8695 이유 2.나).

다만 보험회사도 소유자가 가져온 조사서만 믿고 별도 확인을 하지 않았다. 법원은 이 과실과 작성 경위 등을 고려해 각 임차인의 책임을 자신에 관한 차액 손해의 40%로 제한했다. 각자의 보증금 차액인 1,100만 원에 40%를 곱한 440만 원씩을 배상하도록 했다(2000가단8695 이유 2.나). 이 비율은 그 사건의 사정을 평가한 결과다.

배상 범위에는 통상손해가 포함되고, 특별한 사정으로 생긴 손해는 가해자가 그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 배상책임이 있다(민법 제763조, 같은 법 제393조). 대출금 전액이나 임차인이 배당받은 보증금 전액을 곧바로 조사서 때문에 생긴 손해로 잡아서는 안 된다.

임차인은 다음 두 조건을 모두 갖추면 법원에 배상액 경감을 청구할 수 있다(민법 제765조 제1항).

  • 손해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에 따른 것이 아니어야 한다.
  • 배상으로 임차인의 생계에 중대한 영향이 생기는 경우여야 한다.

법원은 양쪽의 경제상태와 손해의 원인 등을 고려해 감액할 수 있다. 조건을 갖추었다고 자동으로 감액되는 것은 아니다(민법 제765조 제2항).

언제까지 청구하고 어떤 자료를 확인해야 하나?

대출기관은 손해와 가해자를 안 때,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 손해가 현실화한 때를 구별해 청구기한을 계산해야 한다(민법 제166조 제1항, 같은 법 제766조 제1항·제2항, 2021다220642 이유 1). 소멸시효는 권리를 일정 기간 행사하지 않아 권리가 소멸하는 제도다.

시효의 시작과 기간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간 청구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시효로 소멸한다(민법 제766조 제1항). 여기서 안다는 것은 단순한 의심이 아니다. 위법한 행위, 손해 발생, 그 둘의 인과관계를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인식해야 한다(2023다285162 다수의견 이유 2.가.1).

권리를 행사할 수 있어야 시효가 진행한다. 이를 막는 사유는 일반적으로 법률상 장애를 뜻한다. 개인적 사정이나 권리의 발생·행사 가능성을 몰랐다는 사실상 장애만으로 시효의 진행이 멈추지는 않는다(2023다285162 다수의견 이유 2.가.2·3).

다만 일반적인 법률상 장애가 아니더라도, 객관적·합리적으로 권리행사를 기대할 수 없는 사유가 있으면 단기시효는 진행하지 않는다. 권리의 성격, 당사자의 특성과 관계, 사건의 맥락 등을 당시의 일반인 기준으로 판단한다(2023다285162 다수의견 이유 2.가.2~4). 다만 일반적인 법률의 부지나 잘못된 법률해석만으로 기산점이 늦어지는 것은 아니다(2023다285162 다수의견 이유 2.가.6).

한편 불법행위를 한 날부터 10년이 지나도 시효로 소멸한다(민법 제766조 제2항). 이때 시작일은 행위 날짜 자체가 아니라 손해 발생이 현실화한 때다. 피해자가 손해를 알거나 예상했는지와 관계없이 진행하므로, 조사서 서명일만으로 계산해서는 안 된다(2021다220642 이유 1).

계속된 불법행위라도 개별 행위를 특정할 수 있으면 각 손해별로 시효가 진행한다. 불법행위 손해배상채권에는 일반 상사시효가 적용되지 않으므로, 대출기관의 청구라는 이유로 5년으로 계산하지 않는다(2021다220642 이유 1).

청구와 증거 자료

내용증명으로 배상을 요구하는 최고를 하더라도, 그 자체로 시효 문제가 계속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최고 후 6개월 안에 재판상 청구, 파산절차참가, 화해를 위한 소환, 임의출석, 압류·가압류·가처분 중 법이 정한 조치를 하지 않으면 시효중단의 효력이 없다(민법 제174조). 다만 최고 후 6개월 안에 채무자가 채무를 승인한 경우에도, 대법원은 같은 규정을 유추적용해 최고가 도달한 때의 시효중단을 인정한다(2020다46663 이유 3.가~다).

후속 조치에도 시효중단의 효력을 유지하기 위한 조건이 있다.

  • 재판상 청구는 소송이 각하·기각·취하되면 시효중단의 효력이 없다(민법 제170조 제1항). 다만 그 경우 6개월 안에 재판상 청구, 파산절차참가, 압류·가압류·가처분을 하면 최초의 재판상 청구로 시효가 중단된 것으로 본다(같은 조 제2항).
  • 화해를 위한 소환에서 상대방이 출석하지 않거나 화해가 성립하지 않으면, 그때부터 1개월 안에 소를 제기하지 않는 한 시효중단의 효력이 없다. 임의출석에서 화해가 성립하지 않은 때도 같다(민법 제173조).

당사자는 다음 자료를 주장 내용과 맞추어 확인한다. 조사서 작성 경위와 대출·배당 결과를 구분해 살핀 판결에 따른 확인 항목이다(2000가단8695 이유 1·2).

  • 조사서 원본과 당시 대화·설명 자료로 서명할 때의 공란, 조사 목적의 표시, 나중에 기재한 사람을 확인한다.
  • 임대차계약서와 보증금 지급 자료로 실제 임대차관계와 보증금액을 확인한다.
  • 담보평가·대출 자료로 조사서가 평가와 대출에 미친 영향을 확인한다.
  • 배당표와 회수 내역으로 실제 미회수액과 허위기재 때문에 생긴 손해를 구별한다.

실무 체크포인트

  • 서명 전에는 조사 목적과 보증금란을 읽고 실제 내용대로 기재한다. 이미 서명했다면 당시 공란과 설명 내용을 뒷받침할 자료를 보존한다(2000가단8695 이유 2.가·나).
  • 배상 요구를 받았다면 실제 보증금의 증명과 별도로 과실·인과관계·손해액에 관한 주장과 자료를 확인한다(민법 제750조).
  • 대출기관의 자체 확인 여부와 배상자의 생계에 관한 사정은 구별해 검토한다. 생계에 관한 경감청구는 고의·중과실이 아닌 손해라는 조건도 필요하다(민법 제396조, 같은 법 제763조, 같은 법 제765조).
  • 시효는 손해·가해자를 안 시점과 손해가 현실화한 시점을 각각 확인하고, 최고했다면 후속 조치의 기한도 기록한다(민법 제766조, 2021다220642 이유 1, 민법 제174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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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수정 2026년 10월 14일 ·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이고 개별 사안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최종 수정일 기준으로 작성됐으며 이후 법령 개정이나 판례 변경으로 현행과 달라질 수 있고, 법령·판례의 문언은 정본이 우선합니다. 내용만을 근거로 한 판단으로 생긴 손해에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면책 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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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우법무사

신우법무사

법무사 김정걸은 1994년 제2회 법무사시험에 합격해 32년간 법무사 업무를 해 왔습니다. 1984년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했습니다. 외국인 상속등기 · 한정승인 · 상속포기, 상속관련 소송 · 비송, 회사등기, 강제집행 등을 주업무로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