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득시효(取得時效)란 일정 기간 동안 타인의 물건을 점유한 자가 그 기간 만료로 소유권 또는 재산권을 취득하는 제도다(민법 제245조, 민법 제246조, 민법 제248조).
쉽게 말하면 — 오랫동안 남의 땅이나 물건을 실제로 써 온 사람이 일정 기간이 지나면 법적으로 그 권리를 가질 수 있게 되는 제도입니다. “쓰던 사람이 주인이 된다”는 원리입니다.
부동산 취득시효 — 요건과 기간
부동산 취득시효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민법 제245조).
① 20년 점유취득시효(등기부 외 점유)
소유의 의사로 평온·공연하게 20년간 부동산을 점유한 자는 등기를 함으로써 소유권을 취득한다.
② 10년 등기부취득시효(등기 보유자)
부동산 소유자로 이미 등기된 자가 소유의 의사로 평온·공연하게 선의·무과실로 10년간 점유하면 소유권을 취득한다.
두 유형 모두 ‘소유의 의사(자주점유)’가 핵심 요건이다. 임차인·수탁자처럼 타인의 소유임을 전제로 점유하는 타주점유는 취득시효가 성립하지 않는다.
남의 땅인 줄 알면서 빌려 쓰는 것은 해당 안 됩니다. 내 땅이라는 생각으로 직접 점유해야 합니다. 등기까지 갖추고 있다면 기간이 절반(10년)으로 줄어듭니다.
자주점유 추정과 평온·공연
점유자는 소유의 의사로 평온·공연하게 점유한 것으로 추정된다(민법 제197조 제1항). 자주점유·평온·공연은 취득시효를 주장하는 자가 따로 증명할 필요가 없고, 이를 다투는 상대방이 타주점유·강폭·은비를 증명해야 한다.
평온한 점유란 점유를 취득·보유하는 데 법률상 용인될 수 없는 강폭행위를 쓰지 않는 점유이고, 공연한 점유란 은비의 점유가 아닌 점유다(94다25025). 점유가 불법이라고 이의를 받았거나 소유권을 둘러싸고 법률상 분쟁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점유의 평온·공연성이 상실되지 않는다(94다25025). 점유자에게 임료 지급이나 매수를 요구하는 등의 분쟁이 있었다는 사정도 마찬가지다(대법원 1993. 5. 25. 선고 92다52764, 52771 판결).
자주점유 여부는 점유 취득의 원인이 된 권원의 성질로 객관적으로 정한다. 권원의 성질이 분명하지 않으면 제197조 제1항의 추정이 적용된다. 다만 타주점유로 볼 객관적 사정이 증명되면 추정이 깨진다(대법원 2003. 8. 22. 선고 2001다23225, 23232 판결). 실무에서 자주점유 여부는 시효 성립을 좌우하는 핵심 쟁점이다.
“내 땅이라고 여기며 20년 점유했다”는 사실은 원칙적으로 점유자가 따로 입증하지 않아도 됩니다. 오히려 상대방이 “저 사람은 빌려 쓴 것”이라고 증명해야 합니다. 점유 중에 “그건 내 땅이다”라는 다툼이 있었다는 것만으로는 시효가 깨지지 않습니다.
동산 취득시효 — 요건과 기간
동산은 부동산보다 기간이 짧다(민법 제246조).
① 10년 점유취득시효
소유의 의사로 평온·공연하게 10년간 동산을 점유하면 소유권을 취득한다.
② 5년 단기취득시효
점유 개시 당시 선의·무과실이면 5년으로 단축된다.
물건은 땅보다 기간이 짧습니다. 처음부터 내 것인 줄 알고 받았다면(선의·무과실) 5년만 지나도 내 것이 됩니다.
효과 — 소급효와 중단
취득시효가 완성되면 점유를 시작한 때로 소급해 소유권을 취득한다(민법 제247조 제1항). 즉 기간 도중에 발생한 부담·권리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소멸시효의 중단 규정은 취득시효 기간에도 준용된다(민법 제247조 제2항). 중단사유는 청구·압류·가압류·가처분·승인이다(민법 제168조 준용). 한편 점유를 상실하면 점유 계속 요건이 깨져 시효가 완성될 수 없게 되는데, 이는 중단과 구별되는 요건 불충족의 문제다.
부동산 취득시효 완성만으로는 소유권이 이전되지 않는다. 등기를 해야 비로소 소유권을 취득한다(20년 점유취득시효의 경우). 등기 전에 제3자가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면 취득시효를 주장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
20년을 채웠어도 등기를 안 하면 소유권이 생기지 않습니다. 그리고 내가 등기하기 전에 다른 사람이 먼저 등기를 마치면 그 사람에게는 시효 완성을 주장할 수 없습니다.
시효완성 후 등기 전 법률관계
시효완성 후 등기 전의 소유명의 변동은 시점에 따라 결론이 다르다. 시효기간 완성 전에 등기부상 소유명의가 바뀐 것은 점유취득시효의 중단사유가 아니다(대법원 1993. 5. 25. 선고 92다52764, 52771 판결). 새 소유자에 대해서도 점유를 계속해 20년을 채우면 그를 상대로 시효완성을 주장할 수 있다.
반면 시효기간 완성 후 등기 전에 소유명의가 제3자에게 이전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점유자는 그 제3자에게 시효취득을 주장할 수 없다(2001다47467). 원소유자의 위탁으로 이전등기를 마친 신탁법상 수탁자도 ‘시효완성 후의 새로운 이해관계인’인 제3자에 해당한다(2001다47467). 다만 미등기 토지에서 시효완성 당시 소유자였던 자가 시효완성 후 자기 명의로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친 경우는 새로운 이해관계인이 아니어서 그를 상대로 시효완성을 주장할 수 있다(대법원 1995. 2. 10. 선고 94다28468 판결).
점유취득시효의 기산점은 임의로 고를 수 없는 것이 원칙이지만, 소유자 변동이 없는 경우에는 전 점유자의 점유기간을 통산해 20년이 지났으면 그 기간 중 임의의 시점을 기산점으로 선택할 수 있다(대법원 1998. 5. 12. 선고 97다34037 판결). 법원은 취득시효의 기산점을 당사자의 주장에 구속되지 않고 소송자료에 의해 확정해야 한다(97다34037).
한편 시효완성된 토지가 수용되어 이전등기의무가 이행불능이 되면, 시효완성자는 대상청구권을 행사해 소유자가 받은 수용보상금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94다25025).
20년을 다 채우기 전에 땅 주인이 바뀐 것은 문제가 안 됩니다. 새 주인 앞으로도 계속 점유해 20년을 채우면 됩니다. 그러나 20년을 채운 뒤 내가 등기하기 전에 주인이 바뀌면, 새 주인에게는 시효 완성을 주장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20년이 차면 미루지 말고 바로 등기 소송에 들어가야 합니다.
시효완성자의 등기청구권
점유취득시효 완성으로 점유자가 취득하는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은 채권적 청구권이지만, 점유가 계속되는 동안에는 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않는다. 직접점유뿐 아니라 간접점유가 계속되는 동안에도 시효로 소멸하지 않는다(대법원 1995. 2. 10. 선고 94다28468 판결).
다만 점유자가 점유를 상실하면 그때부터 등기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한다(대법원 1996. 3. 8. 선고 95다34866, 34873 판결). 따라서 시효완성 후에도 점유를 잃으면 등기청구권을 10년 안에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할 수 있다.
시효가 완성되면 “등기를 넘겨달라”고 청구할 권리가 생깁니다. 이 권리는 땅을 계속 점유하는 동안에는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점유를 잃으면 그때부터 시효가 돌기 시작하므로, 등기를 서둘러 마쳐야 합니다.
등기부취득시효 — 선의·무과실
등기부취득시효(제245조 제2항)는 점유취득시효와 달리 점유의 선의·무과실을 요건으로 한다. 선의·무과실은 점유 개시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하며, 무과실의 입증책임은 취득시효를 주장하는 자에게 있다(대법원 1995. 2. 10. 선고 94다22651 판결).
등기부상 명의인과 매도인이 동일인이면, 그를 소유자로 믿고 매수해 점유한 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과실 점유자다(80다2881). 반대로 등기부상 명의인이 매도인이 아닌 제3자로 되어 있으면, 명의의 진부를 확인하지 않은 매수인은 무과실이라고 볼 수 없다(80다2881). 순차상속으로 점유를 승계한 경우에는 최초 피상속인이 점유를 개시할 때 과실이 없었음을 증명해야 한다(94다22651).
등기까지 갖춘 10년 취득시효는 “처음부터 내 것인 줄 믿었고 그렇게 믿는 데 잘못이 없었다”는 점을 점유자가 증명해야 합니다. 땅을 판 사람이 등기부상 주인과 같은 사람이었다면 대체로 잘못이 없다고 봅니다.
소유권 이외의 재산권
취득시효는 소유권에만 적용되지 않는다. 지상권·지역권·전세권 등 소유권 이외의 재산권에도 준용된다(민법 제248조). 지역권은 계속되고 표현된 것에 한해 취득시효가 적용된다(민법 제294조).
분묘기지권도 취득시효로 성립한다. 타인 소유 토지에 분묘를 설치하고 20년간 평온·공연하게 분묘 기지를 점유하면 지상권과 유사한 관습상 물권인 분묘기지권을 시효취득한다(2013다17292). 이 관습법은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시행일(2001. 1. 13.) 전에 설치된 분묘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유효하다(2013다17292).
실무 체크포인트
- 점유취득시효 완성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의 등기원인은 “점유취득시효완성”, 원인일자는 점유 개시일부터 20년이 된 날.
- 신청 전 등기사항전부증명서로 소유명의 변동 이력을 확인. 시효완성 후 제3자 이전등기가 있으면 그 제3자에게는 시효를 주장할 수 없으므로, 새 명의인 취득 시점부터 다시 20년을 기산해야 하는지 검토.
- 토지 일부에 대한 시효취득은 분필등기를 먼저 마친 뒤 이전등기를 신청.
- 점유를 상실하면 등기청구권 소멸시효가 진행하므로, 점유 계속 여부와 소 제기 시점을 함께 확인.
- 등기부취득시효를 원인으로 하면 무과실 입증자료(매매계약서·전 등기명의 등)를 미리 준비.
관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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