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여는 당사자 일방이 무상으로 재산을 상대방에 수여하는 의사를 표시하고 상대방이 이를 승낙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기는 계약이다(민법 제554조). 조문은 의사표시와 승낙만을 효력 발생 요건으로 정하고, 목적물의 인도나 서면 작성을 요구하지 않는다. 다만 증여의 의사가 서면으로 표시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각 당사자는 이를 해제할 수 있다(민법 제555조).
쉽게 말하면 — 대가 없이 재산을 주겠다고 하고 받는 쪽이 승낙하면 그것으로 증여는 성립합니다. 계약서가 없어도 성립 자체는 됩니다. 다만 서면으로 남기지 않았다면 주는 쪽이든 받는 쪽이든 그 약속을 해제할 수 있습니다. 이미 넘겨준 부분은 해제해도 돌아오지 않습니다.
서면으로 하지 않은 증여는 어떻게 되는가?
증여의 의사가 서면으로 표시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각 당사자는 이를 해제할 수 있다(민법 제555조). 해제권자를 증여자로 한정하지 않고 각 당사자로 정한 점, 해제 사유를 서면의 부존재만으로 정한 점이 조문의 특징이다. 서면이 성립요건은 아니므로, 서면이 없다고 해서 증여가 무효인 것은 아니다.
이 해제는 이미 이행한 부분에 대하여는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민법 제558조). 제558조는 제555조뿐 아니라 그 앞 세 조문 전부, 곧 제555조부터 제557조까지의 규정에 의한 계약의 해제를 대상으로 한다.
제555조의 해제는 민법 총칙의 취소와 다른 제도다. 재단법인 설립을 위한 생전처분 출연에 민법 제47조 제1항으로 제555조가 준용된 사안이 있다. 대법원은 제555조가 서면에 의한 증여(출연)의 해제를 제한하고 있으나 그 해제는 민법 총칙상의 취소와는 요건과 효과가 다르다고 보았다(98다9045 판결요지 [1]). 따라서 서면에 의한 출연이더라도 총칙 규정에 따라 착오를 이유로 출연의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고, 상대방 없는 단독행위인 재단법인에 대한 출연행위라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같은 판례 판결요지 [1]).
서면이 없으면 아직 이행하지 않은 부분은 언제든 해제할 수 있지만, 서면이 있으면 제555조로는 해제하지 못합니다. 그렇다고 서면 증여를 절대 되돌리지 못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착오나 사기처럼 총칙의 취소 사유가 있으면 그쪽으로 다툴 수 있습니다. 해제와 취소는 요건도 효과도 다른 별개의 길입니다.
준 뒤에 수증자의 행위나 형편을 이유로 되돌릴 수 있는가?
수증자가 증여자에 대하여 다음 각 호의 사유가 있는 때에는 증여자는 그 증여를 해제할 수 있다(민법 제556조 제1항). 각 호는 증여자 또는 그 배우자나 직계혈족에 대한 범죄행위가 있는 때(제1호), 증여자에 대하여 부양의무있는 경우에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때(제2호)다. 이 해제권은 증여자에게만 주어진다.
제1항의 해제권은 해제원인있음을 안 날로부터 6월을 경과하거나 증여자가 수증자에 대하여 용서의 의사를 표시한 때에는 소멸한다(민법 제556조 제2항). 조문은 소멸 사유를 기간과 용서 두 가지로 정하고, 그 효과를 “소멸한다”로 정한다. 기간의 기산점은 사유의 발생 시점이 아니라 해제원인있음을 안 날이다.
증여자 자신의 형편을 이유로 한 해제도 있다. 증여계약후에 증여자의 재산상태가 현저히 변경되고 그 이행으로 인하여 생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경우에는 증여자는 증여를 해제할 수 있다(민법 제557조). 재산상태의 현저한 변경과 생계에 대한 중대한 영향이 함께 요구된다. 이 세 조문에 의한 해제도 이미 이행한 부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민법 제558조).
증여자는 목적물의 하자에 책임을 지는가?
증여자는 증여의 목적인 물건 또는 권리의 하자나 흠결에 대하여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민법 제559조 제1항 본문). 무상으로 주는 계약이라는 성질이 조문에 그대로 반영돼 있다. 다만 증여자가 그 하자나 흠결을 알고 수증자에게 고지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민법 제559조 제1항 단서). 단서는 하자를 안 것과 고지하지 않은 것을 함께 요구한다.
상대부담있는 증여에 대하여는 증여자는 그 부담의 한도에서 매도인과 같은 담보의 책임이 있다(민법 제559조 제2항). 책임의 크기가 부담의 한도로 묶이는 점이 매매와 다른 점이다.
정기증여·부담부증여·사인증여는 무엇이 다른가?
정기의 급여를 목적으로 한 증여는 증여자 또는 수증자의 사망으로 인하여 그 효력을 잃는다(민법 제560조). 조문은 어느 한쪽의 사망만으로 실효한다고 정하고, 상속인에게 승계될 여지를 두지 않았다.
상대부담있는 증여에 대하여는 본절의 규정외에 쌍무계약에 관한 규정을 적용한다(민법 제561조). 증여의 절에 있는 규정이 그대로 적용되면서 쌍무계약의 규정이 더해지는 구조다. 준용이 아니라 적용이라는 점, 담보책임은 부담의 한도로 제한된다는 점(민법 제559조 제2항)을 함께 본다. 유언으로 부담을 지우는 부담부유증은 단독행위이므로 성립 구조가 다르다.
증여자의 사망으로 인하여 효력이 생길 증여에는 유증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민법 제562조). 사인증여도 증여자와 수증자의 의사 합치가 있어야 하는 점에서 상대방 없는 단독행위인 유증과 구별된다(2022다302237 판결요지 [1]). 준용에는 한계가 있어서, 유증의 방식에 관한 민법 제1065조 내지 제1072조는 그것이 단독행위임을 전제로 하는 것이어서 계약인 사인증여에는 적용되지 아니한다(2000다66430 판결요지). 준용 범위와 등기 실무는 사인증여에서 다룬다.
매달 얼마씩 주기로 한 증여는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 사망하면 거기서 끝납니다. 재산을 주면서 부양 같은 의무를 붙였다면 그 계약에는 쌍무계약 규정도 함께 적용됩니다(민법 제561조). “내가 죽으면 주겠다”는 약속은 유언이 아니라 계약이므로 받는 쪽의 승낙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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