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언의 철회

유언자는 살아 있는 동안 언제든지 유언을 거둬들일 수 있다. 철회권자는 유언자 본인뿐이므로 사망 뒤에는 철회할 수 없다. 정지조건 있는 유언이 사망 후 조건 성취로 효력이 생기는 것(민법 제1073조 제2항)은 효력 발생 시점의 문제이지 철회 가능 기간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다. 민법은 유언자가 스스로 거둬들이는 임의 철회(민법 제1108조)와, 일정한 사실이 있으면 철회한 것으로 보는 법정 철회(민법 제1109조·민법 제1110조)를 함께 두고 있다. 유언은 유언자가 사망한 때부터 효력이 생기므로(민법 제1073조 제1항), 철회는 그 효력이 생기기 전에만 문제 된다.

쉽게 말하면 — 유언은 살아 있는 동안이면 언제든 전부든 일부든 철회할 수 있습니다. 새 유언을 쓰거나, 유언과 어긋나는 처분을 하거나, 유언장·목적물을 일부러 없애면 그 부분은 철회된 것으로 봅니다. “앞으로 이 유언은 바꾸지 않겠다”고 약속해도 그 약속은 효력이 없습니다. 다만 유언장을 잃어버린 것만으로는 유언이 없어지지 않습니다.

임의 철회

민법 제1108조는 이렇게 정한다.

①유언자는 언제든지 유언 또는 생전행위로써 유언의 전부나 일부를 철회할 수 있다.
유언자는 그 유언을 철회할 권리를 포기하지 못한다.

철회할 수 있는 사람은 유언자 본인이다. 시기 제한은 없고, 이유를 밝힐 필요도 없다. 범위도 전부든 일부든 유언자가 정한다. 방법은 새로운 유언이나 생전행위 두 가지다.

철회의 뜻을 유언으로 남기려면 그 철회 유언도 민법이 정한 방식에 따라야 한다(민법 제1060조).

제2항은 철회권 포기를 막는다. 유언으로 재산을 받을 사람들과 “유언을 고치려면 동의를 받겠다”는 약정을 맺어도 그 조항은 무효다(2012다94940). 같은 판결은 유언자를 뺀 나머지 당사자들끼리 “유언자가 철회하더라도 앞선 유언대로 나누자”고 정한 부분도 무효로 봤다. 유언자의 철회행위를 사실상 무력화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이 자유가 넓게 인정되는 밑바탕에는 유증의 구조가 있다. 유언자가 사망하기까지 수유자는 아무런 권리를 취득하지 않는다(2012다94940).

유언을 바꿀 자유는 유언자만 가지고, 미리 포기할 수 없습니다. 자녀들과 “이 유언공정증서는 모두의 동의 없이 못 고친다”고 약정해도 그 부분은 무효입니다. 유언장을 받게 될 사람들끼리 “아버지가 유언을 바꿔도 원래대로 나누자”고 정한 것도 마찬가지로 무효입니다.

저촉으로 인한 철회

전후의 유언이 저촉되거나 유언 후의 생전행위가 유언과 저촉되면, 그 저촉된 부분의 전(前)유언은 철회한 것으로 본다(민법 제1109조). 유언자가 철회하겠다고 말하지 않아도 법이 철회로 의제한다.

주체는 여기서도 유언자다. 생전행위를 철회권을 가진 유언자 자신이 할 때 비로소 철회 의제가 문제 되고, 타인이 유언자 명의를 이용해 유언의 목적인 재산을 임의로 처분해도 유언 철회의 효력은 생기지 않는다(97다38510).

‘저촉’의 뜻도 같은 판결이 밝혔다. 저촉이란 전의 유언을 실효시키지 않고서는 유언 후의 생전행위가 유효로 될 수 없음을 가리킨다. 법률상 또는 물리적인 집행불능만 뜻하지는 않고, 후의 행위가 전의 유언과 양립될 수 없는 취지로 행해졌음이 명백하면 넉넉하다.

범위 판단은 따로 한다. 저촉 여부와 그 범위를 정할 때는 전후 사정을 합리적으로 살펴야 한다. 유언자의 의사가 유언의 일부만 철회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전부를 불가분적으로 철회하려는 것인지를 본다. 그 판단은 실질적으로 집행이 불가능하게 된 유언 부분과 관련시켜 신중하게 해야 한다(97다38510).

그래서 저촉은 재산별로 따져야 한다. 유언증서를 작성한 뒤 재혼했다거나 유증하기로 한 재산 일부를 처분한 사실이 있다고 해서, 다른 재산에 관한 유언까지 철회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97다38503). 이 판시는 그 사안의 사실관계를 전제로 한 판단이다.

유언 뒤 부동산을 팔았다고 해서 언제나 그 부동산에 관한 유언이 철회되는 것은 아니며, 그 처분이 앞선 유언과 양립할 수 없는 취지인지 전후 사정을 따져야 합니다. 유언자가 직접 처분해야 하고, 다른 사람이 유언자 이름을 빌려 마음대로 팔아넘긴 것은 철회가 아닙니다. 철회되는 범위도 처분한 재산만으로 자동 한정되지 않고, 유언 전체가 불가분인지 함께 판단합니다. 재혼했다거나 재산 하나를 팔았다고 해서 나머지 재산의 유언까지 없어지지는 않습니다.

파훼로 인한 철회

유언자가 고의로 유언증서 또는 유증의 목적물을 파훼한 때에는, 그 파훼한 부분에 관한 유언은 철회한 것으로 본다(민법 제1110조).

요건은 세 가지로 나뉜다. 파훼하는 사람이 유언자일 것, 고의로 할 것, 대상이 유언증서 또는 유증의 목적물일 것이다. 철회로 보는 범위는 파훼한 부분에 그친다.

파훼 여부는 증서의 보관 경위로 확인되기도 한다. 유언증서를 다른 사람이 유언자 사망 이후까지 보관해 왔다면, 유언자가 생전에 그 증서를 고의로 파훼해 유언을 철회했다고 볼 수 없다(96다21119).

증서가 없어진 것과 파훼는 다르다. 유언자가 유언을 철회한 것으로 볼 수 없는 이상, 유언증서가 성립 후에 멸실되거나 분실되었다는 사유만으로 유언이 실효되지는 않는다. 이해관계인은 유언증서의 내용을 입증해 유언의 유효를 주장할 수 있다(96다21119).

철회의 효과와 부활 문제

철회된 부분의 유언은 효력을 잃는다. 일부 철회면 나머지 부분은 그대로 남는다.

앞선 유언을 철회한 뒤 그 철회행위가 다시 없어졌을 때 처음 유언이 되살아나는지에 관해서는, 민법 제1108조부터 제1110조까지에 이를 정한 명문 규정이 없다. 되살아난다고 본 조문이나 판례도 이 글의 대조 범위에서는 확인되지 않으므로, 구 유언이 부활한다고 전제하고 움직이지 않는다.

부담 있는 유언의 취소와 구별

민법 제1111조의 ‘부담있는 유언의 취소’는 이름은 비슷하지만 철회와 성질이 다르다. 부담 있는 유증을 받은 사람이 부담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때, 상속인 또는 유언집행자가 상당한 기간을 정해 이행을 최고하고, 그 기간 안에 이행하지 않으면 법원에 유언의 취소를 청구할 수 있다. 다만 제3자의 이익은 해치지 못한다(같은 조).

두 제도는 여러 축에서 다르다.

  • 주체: 철회는 유언자 본인이, 이 취소는 상속인 또는 유언집행자가 한다.
  • 시기: 철회는 유언자 생전에, 이 취소는 유언 효력이 생긴 뒤 수유자의 부담 불이행을 이유로 한다.
  • 방법: 철회는 유언이나 생전행위로 바로 되지만, 이 취소는 최고를 거쳐 법원에 청구해야 한다.
  • 절차: 이 취소는 가사비송 라류 사건이다(가사소송법 제2조 제1항 제2호 가목 48). 심판을 할 때는 수증자를 절차에 참가하게 해야 한다. 취소 심판에는 수증자 기타 이해관계인이 즉시항고할 수 있고(가사소송규칙 제89조), 청구를 기각한 심판에는 청구인이 즉시항고할 수 있다(가사소송규칙 제27조).

“부담 있는 유언의 취소”는 유언자가 마음을 바꾸는 철회와 전혀 다른 제도입니다. 재산을 받은 사람이 묘소 관리나 부양 같은 약속을 지키지 않을 때, 상속인이나 유언집행자가 기간을 정해 이행을 독촉하고 그래도 안 하면 가정법원에 취소를 청구하는 구조입니다. 상속인이 스스로 유증을 없앨 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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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수정 2026년 8월 23일 ·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이고 개별 사안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최종 수정일 기준으로 작성됐으며 이후 법령 개정이나 판례 변경으로 현행과 달라질 수 있고, 법령·판례의 문언은 정본이 우선합니다. 내용만을 근거로 한 판단으로 생긴 손해에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면책 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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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우법무사

신우법무사

법무사 김정걸은 1994년 제2회 법무사시험에 합격해 32년간 법무사 업무를 해 왔습니다. 1984년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했습니다. 외국인 상속등기 · 한정승인 · 상속포기, 상속관련 소송 · 비송, 회사등기, 강제집행 등을 주업무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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