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지급하지 않은 채무도 손해배상으로 청구할 수 있는가

상대방의 계약 위반이나 불법행위로 실제로 갚아야 할 채무를 부담했다면, 지급 전에도 그 채무액 상당을 손해배상으로 청구할 수 있다(2001다22833 판결요지 [1], 2017다56455 판결요지 [1]). 기준은 돈이 나갔는지가 아니라 채무부담이 현실적·확정적인지다.

쉽게 말하면 — 집을 교환하면서 상대방이 대신 갚기로 한 대출을 갚지 않아, 원래 채무자가 은행의 청구를 받는 경우입니다. 실제로 갚아야 할 채무부담이 확정되었다면, 원래 채무자가 은행에 먼저 돈을 낸 뒤에야 상대방에게 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2001다22833 판결요지 [1]·[2]).

돈을 아직 내지 않았어도 손해가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나?

채무부담이 현실적·확정적이어서 실제 변제할 성질이면 지급 전에도 손해가 인정될 수 있다(2001다22833 판결요지 [1]). 현실적·확정적이라는 말은 채무를 질 가능성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갚아야 할 상태라는 뜻이다. 법원은 사회통념에 비추어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판단한다.

배상을 청구하는 사람은 제3자에게 갚아야 할 채무와 계약을 위반한 상대방에게 받을 배상금을 구별해야 한다. 상대방의 채무불이행 때문에 자신이 제3자에게 실제로 갚아야 할 채무를 부담한 경우에 그 금액을 손해로 청구하는 것이다(2001다22833 판결요지 [1]). 불법행위의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제3자에 대한 채무액을 청구할 때도 같은 기준을 적용한다(2017다56455 판결요지 [1]).

청구서나 독촉장만 받아도 그 금액을 배상받나?

제3자가 청구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확정손해가 되는 것은 아니며, 실제 부담 상태를 종합한다(2016다217833 판결요지 [2]). 지급을 명하는 판결이나 가압류는 그 상태를 판단할 자료이지 모든 사건에 필요한 공통 요건은 아니다(2001다22833 판결요지 [1]·[2]). 두 판결의 차이는 다음과 같다.

  • 재매도로 매수대금을 회수한 경우: 등기에 표시된 대지지분이 실제보다 큰 건물을 낙찰받은 사람이 매수가 이상으로 다시 팔았다. 대법원은 매매대금 초과 지급의 현실적 손해를 입은 사람이 최종매수인이라고 보았다(2016다217833 판결요지 [2]). 중간매도인은 부족지분을 이전하라는 내용증명을 받았지만, 그 사정만으로 자기 손해를 인정받을 수 없었다. 담보책임에 따라 배상금을 지급했거나 지급을 명하는 판결을 받는 등 현실적 채무부담을 보여 주는 특별한 사정이 필요했다.
  • 대신 갚기로 한 약정을 어겨 소송을 당한 경우: 부동산 교환 상대방이 대출금과 임차보증금반환채무를 인수하여 이행하기로 하고도 약정을 지키지 않았다. 대법원은 원고 주장처럼 은행·임차권 양수인에게 패소하고 다른 부동산까지 가압류당했다면 손해가 현실화되었다고 보았다(2001다22833 이유 2). 실제로 변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가압류는 장래 돈을 받아낼 집행에 대비하여 재산을 임시로 묶어 두는 조치다. 위 사건에서도 돈을 이미 지급한 것과 가압류를 당한 것을 구별하여 판단하였다(2001다22833 이유 2).

행정명령을 받으면 이행비용도 바로 손해인가?

불법행위로 부과·확정된 유효한 행정처분의 이행비용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처분 당시 손해로 볼 수 있다(2017다56455 판결요지 [2]).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로 무효인 처분은 이 원칙의 대상이 아니다. 다만 이행장애로 오랫동안 이행하지 못했고 관청도 이를 강제하지 않고 방치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이행가능성과 필요성까지 인정되어야 한다.

이때 법원은 처분 당시부터 사실심 변론종결, 즉 사실관계를 심리하는 재판의 변론이 끝나는 시점까지 제출된 모든 자료를 종합한다(2017다56455 판결요지 [2]).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함께 살핀다.

  • 기술적으로 이행이 매우 어렵고, 가능하더라도 막대한 비용 때문에 실현가능성이 희박한지 본다(2017다56455 판결요지 [2]).
  • 시간이 지나 명령을 강제로 이행시킬 필요성에 의문이 생겼는지 본다(2017다56455 판결요지 [2]).
  • 관청이 오랫동안 조치하지 않았는지, 사정에 비추어 명령을 취소하거나 철회할 가능성도 있는지 본다(2017다56455 판결요지 [2]).

침몰선 인양 사건에서는 기술적 어려움, 인양에 따른 추가 오염 위험, 관청의 장기간 무조치와 구체적 인양계획 부재가 문제 되었다. 대법원은 명령이 남아 있다는 이유만으로 비용 손해를 인정할 수 없다며 해당 부분을 파기환송하였다(2017다56455 이유 2 나~라·3). 인양이 절대로 불가능하다고 확정한 것이 아니라, 가까운 장래에 비용을 지출할 상황인지 더 심리하라는 판단이다.

앞으로 처분이 나올 수 있다는 위험도 손해인가?

장래 후행처분으로 생길 의무는 그 처분과 비용지출이 현실화될 가능성을 따로 판단해야 한다(2017다278446 판결요지 [2]). 후행처분은 앞선 처분 뒤에 별도로 내려지는 처분이다. 앞선 처분을 더는 다툴 수 없게 되었더라도, 나중 처분으로 부과될 의무와 그 이행비용까지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관청이 장기간 후행처분을 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하지 않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등 예외적인 사정이 중요하다. 이러한 사정으로 가까운 장래에 후행처분이 내려질 가능성을 인정하기 부족하다면, 그 이행비용 손해가 확정되었다고 보기 어렵다(2017다278446 판결요지 [2]).

건축신고를 잘못 수리한 사건에서는 사용승인이 반려되어 건물을 사용할 수 없었지만, 건축신고 취소나 철거 시정명령은 내려지지 않았다. 대법원은 사용승인 반려 상태만으로 철거 또는 철거를 전제로 하는 손해가 확정되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았다(2017다278446 판결요지 [3]).

대법원은 관청이 오랫동안 철거 조치 없이 방치한 것은 아닌지 등 실제 철거 가능성을 더 심리하도록 하였다(2017다278446 이유 3 다~라). 건물을 사용하지 못하는 상태와 장차 철거해야 하는 상태는 구별해야 한다.

누가 무엇을 증명해야 하나?

배상을 청구하는 피해자는 자신의 채무부담과 현실적 손해발생을 구체적인 자료로 뒷받침해야 한다. 행정처분 이행비용의 손해발생 사실은 처분을 받은 피해자가 증명해야 한다(2017다56455 판결요지 [2]). 자료는 다음과 같이 증명할 사실에 맞추어 준비한다.

  • 계약서와 채무발생 자료에서 누가 누구에게 어떤 돈을 갚아야 하는지 확인한다. 청구서뿐 아니라 제3자와의 소송·판결·가압류 자료가 있으면 실제 채무부담을 설명하는 데 함께 제시한다(2001다22833 이유 2).
  • 행정처분서와 이행계획, 기술 검토·비용 자료, 관청의 후속 조치를 모아 처분의 내용과 실제 이행가능성·필요성을 설명한다(2017다56455 이유 2 가~다).

손해가 발생했다는 사실과 액수는 별개다. 손해발생은 인정되지만 액수 증명이 사안의 성질상 매우 어려우면, 법원은 모든 사정을 종합해 상당한 배상액을 정할 수 있다(민사소송법 제202조의2). 이 규정이 손해발생 사실의 증명까지 면제하지는 않는다. 액수 판단은 손해배상액의 산정에서 설명한다.

배상을 받으려면 손해 외에도 청구원인에 맞는 요건이 필요하다. 계약 위반에 따른 책임은 채무불이행과 귀책사유를 살피고(민법 제390조), 불법행위 책임은 고의·과실에 의한 위법행위와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살핀다(같은 법 제750조).

통상의 손해가 배상 범위의 원칙이고, 특별한 사정으로 생긴 손해는 채무자가 그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어야 한다(민법 제393조). 이 범위 규정은 불법행위에도 준용된다(같은 법 제763조). 따라서 제3자에게 진 채무 전액이 배상액으로 자동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지급할 때까지 청구를 기다려도 되나?

지급 전 손해가 현실화되면 권리행사가 가능하므로 실제 지급일까지 시효가 미뤄진다고 단정할 수 없다(민법 제166조 제1항, 2001다22833 판결요지 [1]). 이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부터 시효가 진행한다는 법문과 앞서 본 손해발생 기준을 함께 적용한 설명이다. 위 판례가 개별 사건의 시효 기산일을 정한 것은 아니다.

기간은 청구원인·상대방에 따라 구별하며, 피해자의 사정에 따른 시효 예외도 함께 살펴야 한다.

청구원인별 기간과 기산점

앞서 본 등기공무원·건축신고 사건은 공무원의 위법한 직무집행에 대한 국가·지방자치단체의 배상책임이 문제 된 경우다(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국가배상법이 정하지 않은 사항은 민법을 따르지만,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으면 그 규정을 적용한다(같은 법 제8조).

청구의 성격기간과 확인할 조건
일반 계약 위반에 따른 채권일반 채권은 10년이며,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부터 진행한다(민법 제162조 제1항, 민법 제166조 제1항). 채권 종류별 특별한 단기시효가 있으면 함께 확인한다.
상행위로 생긴 채권상법에 다른 규정이 없으면 5년이다. 다른 법령이 더 짧은 시효를 정하면 그 기간을 따른다(상법 제64조).
불법행위로 생긴 배상채권피해자나 법정대리인이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이다(민법 제766조 제1항). 같은 조 제2항은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을 정한다. 두 기간은 각 기산점부터 따로 진행하며, 하나가 완성되면 다른 기간이 남아 있어도 시효완성을 피할 수 없다(같은 법 제766조 제1항·제2항).
국가에 대한 불법행위 배상채권원칙적으로 불법행위를 한 날부터 장기 5년이다(국가재정법 제96조 제1항·제2항, 2019다231625 이유 1 가).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부터의 단기 3년도 적용된다(민법 제766조 제1항).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불법행위 배상채권다른 특별규정이 없으면 장기시효는 5년이다(지방재정법 제82조 제1항·제2항). 기산점은 불법행위를 한 날이다(국가배상법 제8조, 민법 제766조 제2항). 여기서는 민법의 장기시효 기산기준을 따르되, 기간은 위 지방재정법의 특칙을 적용한다.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부터의 단기 3년도 적용된다(같은 법 제766조 제1항).

국가배상에서 장기 5년은 일반 불법행위의 장기 10년을 대신하는 기간이다(2019다231625 이유 1 가). 단기 3년과 장기 5년은 각각의 기산점부터 따로 진행하므로, 한 기간이 지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기간의 완성을 피하지는 못한다(2019다231625 이유 1 가).

가해행위와 현실적 손해발생 사이에 시간 간격이 있다면, 장기시효의 「불법행위를 한 날」은 손해의 결과가 현실화된 때를 뜻한다(88다카25168 판결요지 가). 국가·지방자치단체에 대한 불법행위 배상채권도 이 기준으로 장기시효의 기산점을 판단한다(국가배상법 제8조, 88다카25168 판결요지 가). 단기시효에서 손해를 안다는 것은 그 불법행위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을 뜻한다(88다카25168 판결요지 나).

시효 적용의 예외

미성년자가 성폭력·성추행·성희롱 등 성적 침해를 당했다면, 그 침해로 인한 배상청구권의 시효는 성년까지 진행하지 않는다(민법 제766조 제3항). 이 특칙은 2020년 10월 20일부터 시행되었다(같은 법 부칙 제1조(2020.10.20)). 시행 전 침해로 생긴 청구권에도 적용되지만, 시행 당시 시효가 완성되지 않았어야 한다(같은 법 부칙 제2조(2020.10.20)).

과거사 중에는 위헌결정의 효력이 미쳐 장기시효가 배제되는 사건도 있다. 민간인 집단 희생사건과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조작의혹사건(과거사정리법 제2조 제1항 제3·4호)이 대상이다(2019다231625 이유 1 가·나). 이들 사건에서 공무원의 위법한 직무집행에 따른 국가배상에는 객관적 기산점의 민법 10년·국가재정법 5년 시효를 적용하지 않는다(2019다231625 이유 1 나).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부터의 단기시효는 별도로 판단한다(2019다231625 이유 2).

청구를 준비할 때에는 지급일만 적지 말고, 실제 채무부담이 확정된 사정과 그 시점부터 정리해야 한다. 불법행위라면 손해와 가해자를 언제 알았는지도 구별한다(민법 제766조 제1항). 채권별 단기시효와 개별 기산점·중단·정지는 소멸시효에서 설명한다.

실무 체크포인트

  • 제3자에게 받은 청구서의 금액을 그대로 손해액으로 옮기기 전에 계약 내용, 재매도 대금 회수, 소송 진행 등 실제 부담을 확인한다(2016다217833 판결요지 [2]).
  • 행정처분서에서는 지금 부과된 의무와 별도 처분이 있어야 생길 의무를 구별한다. 철거비를 청구한다면 실제 철거명령과 가까운 장래의 철거 가능성을 확인한다(2017다278446 판결요지 [2]·[3]).
  • 행정명령이 장기간 이행되지 않았다면 기술적 장애, 관청 조치, 취소·철회 가능성에 관한 최신 자료도 준비한다(2017다56455 판결요지 [2]).
  • 돈을 지급하기 전이라도 배상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상태인지 먼저 확인하고, 그 시점에 맞추어 시효를 검토한다(민법 제166조 제1항, 2001다22833 판결요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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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수정 2026년 10월 11일 ·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이고 개별 사안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최종 수정일 기준으로 작성됐으며 이후 법령 개정이나 판례 변경으로 현행과 달라질 수 있고, 법령·판례의 문언은 정본이 우선합니다. 내용만을 근거로 한 판단으로 생긴 손해에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면책 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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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우법무사

신우법무사

법무사 김정걸은 1994년 제2회 법무사시험에 합격해 32년간 법무사 업무를 해 왔습니다. 1984년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했습니다. 외국인 상속등기 · 한정승인 · 상속포기, 상속관련 소송 · 비송, 회사등기, 강제집행 등을 주업무로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