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제자백이란 당사자가 상대방 주장사실을 명백히 다투지 않거나 기일에 출석하지 않을 때, 그 사실을 자백한 것으로 보는 제도다(민사소송법 제150조). 법전과 판례는 ‘자백간주’라는 표현을 쓰고, 강학상·실무상 ‘의제자백’으로도 부른다. 자백간주와 같은 제도를 가리키는 다른 이름이다.
실제로 인정한다는 진술이 없어도 다투지 않은 태도만으로 자백의 효과가 생긴다는 점이 재판상 자백과 다르다.
쉽게 말하면 — 상대방 주장에 아무 말도 하지 않거나 재판에 나가지 않으면, 그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처리하는 제도입니다. 직접 “맞다”고 말한 적이 없어도 다투지 않은 것 자체를 인정으로 봅니다. 그래서 답변서를 내지 않거나 기일에 빠지면 다투어 볼 기회도 없이 그대로 지는 일이 생깁니다.
성립 사유
민사소송법 제150조는 세 개의 항으로 성립과 예외를 정한다.
- 제1항 본문 — 당사자가 변론에서 상대방이 주장하는 사실을 명백히 다투지 않은 때에는 그 사실을 자백한 것으로 본다.
- 제1항 단서 — 변론 전체의 취지로 보아 그 사실을 다툰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자백으로 보지 않는다. 답변서·준비서면의 전체 흐름상 다투는 취지가 드러나면 개별 사실을 하나하나 부인하지 않았더라도 이 단서로 걸러진다.
- 제2항 — 상대방이 주장한 사실에 대하여 알지 못한다고 진술한 때에는 그 사실을 다툰 것으로 추정한다. 이른바 부지 진술이다. 간주가 아니라 추정이므로 반대 사정이 드러나면 뒤집힐 수 있다.
- 제3항 본문 — 당사자가 변론기일에 출석하지 않는 경우에는 제1항의 규정을 준용한다. 준용이므로 제1항 단서도 함께 따라온다.
- 제3항 단서 — 공시송달의 방법으로 기일통지서를 송달받은 당사자가 출석하지 않은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 기일 사실을 실제로 알 길이 없었던 당사자에게 불출석의 불이익을 지우지 않는다는 취지다.
답변서를 내지 않은 경우도 같은 결과에 이르지만 근거 조문이 다르다. 피고는 소장 부본을 송달받은 날부터 30일 안에 답변서를 내야 한다(민사소송법 제256조 제1항). 다만 공시송달로 소장 부본을 받은 피고에게는 이 제출의무가 적용되지 않는다(같은 항 단서). 답변서를 내지 않으면 법원은 청구의 원인이 된 사실을 자백한 것으로 보고 변론 없이 판결할 수 있다(민사소송법 제257조 제1항 본문). 직권으로 조사할 사항이 있거나 판결 선고 전에 다투는 취지의 답변서가 들어오면 무변론판결을 하지 못한다(같은 항 단서). 피고가 청구원인 전부를 자백하고 따로 항변하지 않은 때에도 같은 방식으로 판결할 수 있다(제257조 제2항).
답변서를 제출했지만 변론기일에 출석하지 않은 경우에는 그 서면에 적힌 사항을 진술한 것으로 볼 수 있다(민사소송법 제148조 제1항). 따라서 불출석만 떼어 곧바로 제150조 제3항의 자백간주라고 단정하지 않고, 제출된 답변서의 내용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상대방 주장을 변론에서 명백히 다투지 않거나 기일에 출석하지 않으면 제150조가 문제 됩니다. 다만 제출한 답변서가 진술된 것으로 보이는지, 공시송달로 기일통지를 받았는지, 서면 전체에서 다투는 뜻이 드러나는지를 함께 봅니다. 답변서 미제출 무변론판결은 제256조·제257조라는 별도 경로입니다.
재판상 자백과의 구별
재판상 자백은 기일에서 자기에게 불리한 사실을 직접 인정하는 진술이고, 그 사실은 증명이 필요 없다(민사소송법 제288조 본문). 번복하려면 자백이 진실에 어긋나고 또한 착오로 말미암은 것임을 증명해야 한다(같은 조 단서).
의제자백은 진술이 아니라 다투지 않은 태도를 자백으로 의제할 뿐이다. 그래서 당사자를 묶는 힘이 없고, 취소요건을 갖출 필요 없이 사실심 변론종결 전까지 다시 다투면 된다. 증명이 필요 없어지는 효과 자체는 두 제도가 같다.
효력과 번복
의제자백이 성립하면 그 사실은 증명 없이 재판의 기초가 된다. 다만 판결 이유를 간략히 적을 수 있는 것은 모든 의제자백 판결이 아니다. 제1심에서 민사소송법 제257조에 따른 무변론판결을 하거나, 제150조 제3항이 적용되는 불출석 판결을 하는 경우 등에 민사소송법 제208조 제3항이 적용된다. 제150조 제1항에 따라 출석 당사자가 명백히 다투지 않은 경우까지 모두 포함하는 규정은 아니다.
번복은 사실심 변론이 끝나기 전이면 가능하다. 제1심에서 의제자백이 있었더라도 항소심에서 변론종결시까지 이를 다투었다면 자백의 의제를 할 수 없다(87다368). 제1심에서 놓친 사실을 항소심에서 다투는 것만으로 그 효과가 유지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다투지 않은 사실은 증거 없이 인정되지만, 사실심 변론이 끝나기 전이라면 뒤늦게 다투어 되돌릴 수 있습니다. 제1심에서 놓쳤어도 항소심에서 다투면 그 효과가 사라집니다. 재판상 자백처럼 “사실과 다른데 착각했다”는 점까지 증명할 필요는 없습니다.
의제자백 판결이 난 뒤
의제자백으로 판결이 선고된 뒤의 다툼은 절차 흠의 종류에 따라 다르게 처리된다.
- 답변서가 들어왔는데도 제1심이 이를 간과하고 무변론판결을 선고했다면 그 제1심판결 절차는 법률에 어긋난 경우에 해당한다. 항소법원은 제1심판결을 취소해야 하고(민사소송법 제417조), 이때 반드시 제1심으로 환송해야 하는 것은 아니어서 직접 다시 판결할 수 있다(2020다255085).
- 참칭대표자를 대표자로 표시해 소를 제기한 탓에 그 앞으로 소장부본과 변론기일소환장이 송달된 사안이 있다. 참칭대표자의 불출석으로 의제자백 판결이 선고됐다면, 적법한 대표자가 소환장을 받지 못해 실질적인 소송행위를 하지 못한 것이므로 대리권 흠을 이유로 한 재심사유에 해당한다(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제3호, 98다47290).
- 상대방의 주소를 허위로 표시해 그 주소로 소송서류를 보내고 다른 사람이 이를 받아 의제자백의 형식으로 판결이 선고된 사안도 있다. 판결정본까지 같은 방법으로 송달됐다면 상대방은 아직 판결정본을 받지 않은 상태여서, 그 판결은 확정판결이 아니고 기판력도 없다(75다634).
- 반면 처음에는 정상적으로 송달되다가 소송 도중 공시송달로 바뀐 경우에는 당사자에게 소송의 진행상황을 조사할 의무가 있다. 이를 조사하지 않아 불변기간을 지키지 못했다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볼 수 없어 추후보완이 인정되지 않는다(2012다44730). 처음 소장부본 송달부터 공시송달로 진행된 경우와는 취급이 다르다.
실무 체크포인트
- 소장을 받으면 30일이 지나기 전에 답변서를 내는지 먼저 확인한다. 기한을 넘기면 변론 없이 판결이 선고될 수 있다.
- 답변서에는 청구원인 각 사실마다 인정·부인·부지를 명시한다. 다투는 취지를 서면 전체에서 읽히게 두면 제150조 제1항 단서에 기대는 셈이 되어 위험하다.
- 제1심에서 의제자백으로 패소했더라도 항소심 변론종결 전이면 다툴 여지가 남는다. 항소기간 안에 항소하는지부터 확인한다.
- 송달이 공시송달로 진행된 사건은 언제부터 공시송달이었는지 기록으로 확인한다. 소장부본부터인지 소송 도중 전환인지에 따라 추후보완의 가부가 나뉜다.
관련
- 개념·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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