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분문서와 보고문서는 문서를 그 내용의 성격에 따라 나눈 분류다. 처분문서란 증명하려는 법률행위가 그 문서 자체로 이루어진 문서다(계약서·차용증·유언서·어음·수표·해약통고서 등). 보고문서란 작성자가 보고 듣고 느끼고 판단한 내용을 적은 문서다(장부·일기·진단서 등). 둘은 진정성립이 인정된 뒤의 실질적 증명력 취급이 다르다.
쉽게 말하면 — 계약서처럼 “그 서류로 법률행위를 한” 문서가 처분문서, 일기·장부처럼 “있었던 일을 적어 둔” 문서가 보고문서입니다. 둘 다 진짜로 인정돼도, 적힌 내용을 얼마나 믿어 줄지가 다릅니다.
처분문서(진정성립되면 내용대로 인정)
처분문서는 진정성립이 인정되면 기재 내용대로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해야 하고, 그 진정성립은 인영에서 출발하는 2단의 추정으로 다툰다.
배척 제한의 법리와 그 한계
진정성립은 인영에서 출발한다. 문서에 날인된 작성명의인의 인영이 그의 인장에 의해 현출된 것이라면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날인행위가 작성명의인의 의사에 기한 것으로 추정되고, 인영의 진정성립이 추정되면 문서 전체의 진정성립이 추정된다. 다만 이 추정은 날인행위가 작성명의인 아닌 사람에 의해 작성명의인의 의사에 기하지 않고 이루어진 것임이 따로 밝혀지면 더는 유지되지 않는다(94다24770 요지 가).
처분문서는 진정성립이 인정되면 그 기재 내용을 함부로 배척할 수 없다. 분명하고 수긍할 수 있는 반증이 없는 한, 문서에 적힌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그대로 인정해야 한다(2000다38602). 법관의 자유심증에 의한 임의 배척이 제한된다는 점이 처분문서의 핵심이며, 이 배척 제한은 조문에 명시된 규정이 아니라 판례로 확립된 법리다. 다만 기재의 존재·성립을 배척하지 못할 뿐, 그 문언이 담은 의사표시를 어떻게 해석할지(법률행위의 해석)는 여전히 법원의 판단 영역이다. 또한 처분문서의 배척 제한은 ‘문서대로 의사표시가 존재한다’는 사실에 미칠 뿐, 그 의사표시의 효력을 다투는 별개 항변까지 막지는 않는다. 통정허위표시(민법 제108조)·착오(같은 법 제109조)·사기·강박(같은 법 제110조)에 의한 무효·취소, 계약의 해제·해지(같은 법 제543조), 기재와 다른 별도 합의(특약)나 작성 후의 사정변경은 자유롭게 주장·증명할 수 있다. 즉 계약서의 진정성립이 인정돼도 그대로 효력이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계약서가 진짜로 인정되면, 특별한 반대 증거가 없는 한 거기 적힌 대로 계약이 있었다고 봐야 합니다. 판사가 마음대로 “이 계약은 없던 걸로” 할 수 없습니다. 다만 계약이 있었다는 사실과 별개로, 그 문구를 어떻게 해석할지는 판사가 정합니다. 또 계약서가 진짜라고 끝나는 것도 아닙니다. 그 계약이 짜고 한 거짓 합의였다거나, 속아서·강요로 했다거나, 나중에 해제됐다는 사정은 따로 주장해 다툴 수 있습니다.
진정성립의 증명과 2단의 추정
진정성립의 증명·추정은 따로 규율된다. 사문서의 진정은 원칙적으로 증명사항이고(민사소송법 제357조), 본인이나 대리인의 서명·날인 또는 무인이 있으면 진정성립이 추정된다(같은 법 제358조). 공문서는 작성방식과 취지로 보아 공무원이 직무상 작성한 것으로 인정되면 진정성립이 추정된다(같은 법 제356조). 특히 사문서의 인영이 작성명의자의 진정한 인장에 의한 것으로 인정되면, 날인이 본인 의사에 의한 것으로 사실상 추정되고(1단) 이어서 문서 전체의 진정성립이 추정된다(2단). 1단은 날인이 본인 의사에 의한 것인지 의심하게 할 반증으로 깨질 수 있다(2002다59122). 2단까지 성립한 뒤에는 단순한 부인만으로 부족하고 그 추정을 뒤집을 반증이 필요하다.
서명·날인할 때 문서가 완성돼 있었다는 점도 원칙적으로 추정된다. 다만 백지 또는 미완성 상태에서 먼저 서명·날인했다는 사정이 밝혀지면, 나중의 보충이 정당한 권한에 따른 것인지는 문서의 진정성립을 주장하는 쪽이 증명해야 한다(2001다11406 · 87다카576).
문서가 진짜인지는 보통 도장으로 가립니다. 찍힌 도장이 본인 도장이면 “본인이 찍었다 → 본인이 만든 문서다”로 추정이 이어집니다. 다만 본인이 찍었는지 의심할 만한 반대 증거가 있으면 첫 추정이 깨질 수 있고, 백지에 먼저 도장을 찍은 사실이 밝혀지면 나중에 내용을 채울 권한이 있었는지도 따져야 합니다.
보고문서(내용 신빙성은 자유심증)
보고문서는 진정성립이 인정되더라도 기재 내용이 진실한지는 법관이 자유심증으로 판단한다. 처분문서에 비해 내용을 배척할 여지가 더 열려 있다. 영수증도 단순히 돈을 받았다는 사실을 기록한 부분은 보고문서로 볼 수 있다. 다만 별도의 면제·정산 합의 같은 의사표시가 함께 적혀 있으면 그 부분은 처분문서 법리에 따라 따로 판단한다.
영수증이 진짜라고 해서 반드시 돈을 받았다고 결론 나는 건 아닙니다. 보고문서는 내용이 사실인지 판사가 다른 정황과 함께 다시 판단합니다.
한 문서에 둘이 섞인 경우
같은 문서가 일부는 의사표시(처분), 일부는 사실 기재(보고)를 담을 수 있다. 이때는 해당 부분에 따라 처분문서 법리와 보고문서 법리를 각각 적용한다. 문서 전체를 한쪽으로 단정하지 않는다.
한 장의 서류에 계약 내용(처분)과 사실 기록(보고)이 같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럴 때는 부분마다 따로 봅니다. 계약 부분은 적힌 대로, 사실 기록 부분은 판사가 신빙성을 따져서 판단합니다.
실무 체크포인트
- 상대방이 낸 계약서·차용증은 처분문서이므로, 진정성립을 인정하면 내용까지 거의 인정된다. 인부 단계에서 신중하게 답하고, 다툴 사정이 있으면 진정성립 자체를 다툰다.
- 사문서는 인영이 진정하면 문서 전체의 진정성립이 추정된다. 다만 날인이 본인 의사에 따른 것인지 의심하게 할 반증이 있으면 첫 추정이 깨질 수 있고, 백지 보충 사실이 밝혀지면 보충 권한은 제출자가 증명해야 한다(민사소송법 제358조 · 2002다59122 · 2001다11406).
- 처분문서의 기재를 뒤집으려면 “분명하고 수긍할 수 있는 반증”이 필요하다. 막연한 다툼으로는 배척되지 않는다. 다만 기재대로 인정되더라도 그 의미 해석은 별개이고, 무효·취소·해제 같은 효력 항변 역시 따로 주장·증명할 수 있다. 진정성립을 못 깰 상황이면 효력을 다투는 항변으로 방어 방향을 잡는다.
- 보고문서는 내용 신빙성을 다툴 여지가 넓으므로, 작성 경위·다른 정황을 함께 주장한다.
관련
- 개념·해설
- 법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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