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분문서와 보고문서

처분문서와 보고문서는 문서를 그 내용의 성격에 따라 나눈 분류다. 처분문서란 증명하려는 법률행위가 그 문서 자체로 이루어진 문서다(계약서·차용증·유언서·어음·수표·해약통고서 등). 보고문서란 작성자가 보고 듣고 느끼고 판단한 내용을 적은 문서다(영수증·장부·일기·진단서 등). 둘은 진정성립이 인정된 뒤의 실질적 증명력 취급이 다르다.

쉽게 말하면 — 계약서처럼 “그 서류로 법률행위를 한” 문서가 처분문서, 일기·장부처럼 “있었던 일을 적어 둔” 문서가 보고문서입니다. 둘 다 진짜로 인정돼도, 적힌 내용을 얼마나 믿어 줄지가 다릅니다.

처분문서 — 진정성립되면 내용대로 인정

처분문서는 진정성립이 인정되면 그 기재 내용을 함부로 배척할 수 없다. 분명하고 수긍할 수 있는 반증이 없는 한, 문서에 적힌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그대로 인정해야 한다(2000다38602). 법관의 자유심증에 의한 임의 배척이 제한된다는 점이 처분문서의 핵심이며, 이 배척 제한은 조문에 명시된 규정이 아니라 판례로 확립된 법리다. 다만 기재의 존재·성립을 배척하지 못할 뿐, 그 문언이 담은 의사표시를 어떻게 해석할지(법률행위의 해석)는 여전히 법원의 판단 영역이다. 또한 처분문서의 배척 제한은 ‘문서대로 의사표시가 존재한다’는 사실에 미칠 뿐, 그 의사표시의 효력을 다투는 별개 항변까지 막지는 않는다. 통정허위표시(민법 제108조)·착오(민법 제109조)·사기·강박(민법 제110조)에 의한 무효·취소, 계약의 해제·해지(민법 제543조), 기재와 다른 별도 합의(특약)나 작성 후의 사정변경은 자유롭게 주장·증명할 수 있다. 즉 계약서의 진정성립이 인정돼도 그대로 효력이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계약서가 진짜로 인정되면, 특별한 반대 증거가 없는 한 거기 적힌 대로 계약이 있었다고 봐야 합니다. 판사가 마음대로 “이 계약은 없던 걸로” 할 수 없습니다. 다만 계약이 있었다는 사실과 별개로, 그 문구를 어떻게 해석할지는 판사가 정합니다. 또 계약서가 진짜라고 끝나는 것도 아닙니다 — 그 계약이 짜고 한 거짓 합의였다거나, 속아서·강요로 했다거나, 나중에 해제됐다는 사정은 따로 주장해 다툴 수 있습니다.

진정성립의 증명·추정은 따로 규율된다. 사문서의 진정은 원칙적으로 증명사항이고(민사소송법 제357조), 본인이나 대리인의 서명·날인 또는 무인이 있으면 진정성립이 추정된다(민사소송법 제358조). 공문서는 작성방식과 취지로 보아 공무원이 직무상 작성한 것으로 인정되면 진정성립이 추정된다(민사소송법 제356조). 특히 사문서의 인영이 작성명의자의 진정한 인장에 의한 것으로 인정되면, 날인이 본인 의사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고(1단) 이어서 문서 전체의 진정성립이 추정된다(이른바 2단의 추정). 진정성립을 다투려면 인영의 진정 추정을 깨거나, 날인이 도용·강박 등 본인 의사에 반해 이루어졌음을 반증해야 한다(2000다38602).

문서가 진짜인지는 보통 도장으로 가립니다. 찍힌 도장이 본인 도장이면 “본인이 찍었다 → 본인이 만든 문서다”로 추정이 이어집니다(2단의 추정). 그래서 진정성립을 다투려면, 도장이 도용·위조됐거나 강압으로 찍혔다는 것을 다투는 쪽이 증명해야 합니다.

보고문서 — 내용 신빙성은 자유심증

보고문서는 진정성립이 인정되더라도 기재 내용이 진실한지는 법관이 자유심증으로 판단한다. 처분문서에 비해 내용을 배척할 여지가 더 열려 있다. 예컨대 영수증이 진짜로 작성된 것이라도, 실제로 돈을 받았는지는 다른 사정과 함께 따질 수 있다.

영수증이 진짜라고 해서 반드시 돈을 받았다고 결론 나는 건 아닙니다. 보고문서는 내용이 사실인지 판사가 다른 정황과 함께 다시 판단합니다.

한 문서에 둘이 섞인 경우

같은 문서가 일부는 의사표시(처분), 일부는 사실 기재(보고)를 담을 수 있다. 이때는 해당 부분에 따라 처분문서 법리와 보고문서 법리를 각각 적용한다. 문서 전체를 한쪽으로 단정하지 않는다.

한 장의 서류에 계약 내용(처분)과 사실 기록(보고)이 같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럴 때는 부분마다 따로 봅니다 — 계약 부분은 적힌 대로, 사실 기록 부분은 판사가 신빙성을 따져서 판단합니다.

실무 체크포인트

  • 상대방이 낸 계약서·차용증은 처분문서이므로, 진정성립을 인정하면 내용까지 거의 인정된다. 인부 단계에서 신중하게 답하고, 다툴 사정이 있으면 진정성립 자체를 다툰다.
  • 사문서는 인영이 진정하면 문서 전체의 진정성립이 추정되므로(2단의 추정), 인장 도용·위조나 강박 날인을 적극 입증해야 추정을 깬다(민사소송법 제358조 · 2000다38602).
  • 처분문서의 기재를 뒤집으려면 “분명하고 수긍할 수 있는 반증”이 필요하다. 막연한 다툼으로는 배척되지 않는다. 다만 기재대로 인정되더라도 그 의미 해석은 별개이고, 무효·취소·해제 같은 효력 항변 역시 따로 주장·증명할 수 있다. 진정성립을 못 깰 상황이면 효력을 다투는 항변으로 방어 방향을 잡는다.
  • 보고문서는 내용 신빙성을 다툴 여지가 넓으므로, 작성 경위·다른 정황을 함께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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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우법무사

신우법무사

법무사 김정걸은 1994년 제2회 법무사시험에 합격해 32년간 법무사 업무를 해 왔습니다. 1984년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했습니다. 외국인 상속등기 · 한정승인 · 상속포기, 상속관련 소송 · 비송, 회사등기, 강제집행 등을 주업무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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