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집중호우 같은 자연력과 가해자의 과실이 함께 손해를 낳았다면 가해자는 자연력이 기여한 부분을 뺀 나머지를 배상한다(2001다734 판결요지 [1]). 다만 가해자가 그 위험을 미리 예상할 수 있었고 과도한 노력·비용 없이 예방할 수 있었는데 소홀히 했다면 자연력 몫을 빼지 않는다(같은 판결요지 [1]).
쉽게 말하면 — 시가 태풍이 잦은 해안도로에 지하철 공사 자재를 제대로 묶지 않고 쌓아 두었다가, 해일에 자재가 옆 공장으로 밀려들어 기계를 부순 경우입니다. 시에 과실이 있으면 천재지변만으로 생긴 손해라고 할 수 없어 배상책임을 집니다. 다만 해일 자체가 낸 몫은 빼고 나머지를 배상하며, 그 사건에서는 50%를 뺀 원심 판단이 유지됐습니다(92다52122 판결요지 가·나). 가해자가 위험을 미리 예상할 수 있었고 과도한 노력이나 비용 없이 막을 수 있었는데 소홀히 했다면 자연력 몫도 빼지 않습니다(99다61316 판결요지 [1]).
태풍·홍수가 함께 원인이면 가해자는 손해 전부를 배상하나?
자연력과 가해자의 과실이 겹쳐 손해가 생겼다면 가해자는 손해 전부가 아니라 자연력이 기여했다고 인정되는 부분을 뺀 나머지를 배상한다(92다52122 판결요지 가). 판결은 그 이유를 손해의 공평한 부담이라고 밝히고, 참조조문으로 민법 제393조와 같은 법 제763조를 든다. 다만 가해자가 위험을 예상하고 과도한 노력·비용 없이 막을 수 있었는데 소홀히 했다면 자연력 몫을 빼지 않는다(99다61316 판결요지 [1]).
자연력 기여분이란 손해가 생기는 데 태풍·해일·호우 같은 자연현상이 작용한 몫을 말한다. 가해자에게 과실이 있으면 자연재해가 끼었다는 이유만으로 책임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태풍 해일 사건에서 법원은 상습침수지역 도로에 공사자재를 고정하지 않고 쌓아 둔 과실을 인정했다. 그런 과실이 있었다면 재해가 불가항력적인 천재지변에 의하여서만 생겼다고 할 수 없다고 보았다(92다52122 이유).
같은 사건에서 해일·침수로 인한 손해와 자재 유입으로 인한 손해를 50%씩으로 본 판단이 유지됐다(92다52122 판결요지 나). 이 비율은 그 사건의 태풍 경위, 과실 내용, 손해 내역을 참작한 결과이고 일반 기준이 아니다.
공제 법리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사건에서 나온 것이다(99다61316 판결요지 [1]). 피해자가 자연력과 가해자를 공동불법행위자로 보아 전액 연대배상을 구하면서 자연력 몫을 빼지 말라고 한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2001다734 이유 1. 마).
자연력 기여분을 공제하지 않는 경우는?
손해가 특수한 자연적 조건 아래 생겼더라도, 가해자가 그 위험을 미리 예상할 수 있었고 과도한 노력·비용 없이 적절한 조치로 예방할 수 있었다면 자연력 기여분을 빼지 않는다(99다61316 판결요지 [1]). 두 사정이 함께 있고, 가해자가 그 사고방지 조치를 소홀히 해 사고가 났을 때의 법리다. 아래 두 사례는 이 두 사정이 인정됐는지에 따라 결론이 나뉜다.
공제하지 않은 사례
임도 개설공사 뒤 집중호우로 산사태가 나 인근 주민이 피해를 입은 사건에서는 자연력 기여분을 인정하지 않았다(99다61316 판결요지 [2]). 대법원이 든 사정은 다음과 같고, 이를 종합해 판단했다(99다61316 이유 2. (3)).
- 자연림을 베고 비탈면을 깎아 낸 대규모 공사여서 공사 뒤 재해 위험이 당연히 커지는데, 설계를 임의로 바꾸고 최소한의 방호조치도 하지 않았다.
- 장마철 집중호우가 매년 오는 기후에서 이런 호우를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천재지변으로 볼 수 없다.
- 방호조치는 평균 강우량이 아니라 최대 강우량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
- 최소한의 설계상 방호조치조차 하지 않았으므로 과도한 노력·비용 없이 조치할 수 있었다.
같은 사건에서 피해자가 가족을 대피시키지 못한 잘못도 크게 참작할 것이 아니라고 보았다. 공사를 한 쪽이 완공 뒤 첫 장마철에 인근 주민을 미리 대피시키는 적극적 조치를 했어야 하기 때문이다(99다61316 이유 2. (4)). 피해자 과실과 자연력을 합쳐 책임을 40%로 제한한 원심은 파기되어 다시 심리하게 됐다(같은 판결 이유 2. (5)).
공제한 사례
원자력발전소 온배수와 이상고온이 겹쳐 인근 육상 양식장 어류가 집단폐사한 사건에서는 자연력 기여도를 고려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았다(2001다734 판결요지 [2]). 발전소 쪽이 피해를 쉽게 예견할 수 있었다거나 과도한 노력·비용 없이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고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2001다734 이유 1. 다~마). 그 무렵 바람 방향이 예년과 달랐고, 그동안 피해 보고가 없었으며, 출력을 낮추면 제한송전이 필요한 상황이었다는 사정이 근거가 됐다.
기여분 비율은 누가 어떻게 정하나?
자연력 기여 부분과 그 정도에 관한 사실인정이나 비율은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인정되지 않는 한 사실심이 정한다(2006다13001 판시사항 [1], 2001다734 판결요지 [3]). 사실심이란 사실관계를 조사해 확정하는 1심과 항소심을 말한다.
법원은 재해의 발생 경위와 결과, 가해자의 과실 내용, 손해 내역 같은 사정을 모두 참작해 비율을 정한다(92다52122 이유). 특수한 상황에서 생긴 손해라면 그 상황에 맞는 사정을 따로 본다. 양식장 사건에서는 이상고온에서 단기간에 폐사한 어류의 교환가치를 구하는 경우 통상의 자연폐사율은 의미가 없다고 했다. 특수상황의 자연폐사율을 증명할 증거가 없으면 그 사정은 자연력 기여도에서 합리적으로 고려한다(2001다734 판결요지 [6]).
자연력 기여분 공제는 피해자의 과실을 따지는 과실상계와 다른 판단이다. 과실상계는 피해자에게 과실이 있는 때 법원이 배상책임과 금액을 정하면서 그 과실을 참작하여야 하는 제도다(민법 제396조, 같은 법 제763조). 판결들은 자연력 기여도와 피해자 과실을 따로 판단했다(2006다13001 이유 2·3, 2001다734 이유 1·6). 과실상계 비율도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면 안 된다. 양식장 사건에서는 발전소 쪽보다 양식장 운영자의 과실이 훨씬 중대하다고 보아, 자연력 기여분을 뺀 나머지 부분에 대한 운영자 과실비율을 45%로 정한 원심 판단이 현저히 불합리하다며 파기했다(2001다734 판결요지 [7]·[8], 이유 6).
관리자는 어떤 경우 책임지나?
공작물의 설치나 보존에 하자가 있어 타인에게 손해를 가했으면 공작물 점유자가 배상하고, 점유자가 손해 방지에 필요한 주의를 해태하지 아니한 때에는 소유자가 배상한다(민법 제758조 제1항). 도로·하천 같은 공공 영조물의 설치·관리 하자로 손해가 생기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배상하여야 한다(국가배상법 제5조 제1항). 하자의 뜻과 점유자·소유자 사이의 정산은 공작물책임에서 설명한다.
자연재해가 함께 작용했다는 사정만으로 관리자가 면책되지는 않는다. 방조제 배수갑문의 개폐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정기 점검을 하지 않아 호수에 바닷물이 들어온 사건이 있다. 법원은 이 관리상 과실을 염해 원인의 하나로 보았고, 손해가 전적으로 가뭄·태풍 때문이라는 면책 주장을 배척했다(2006다13001 이유 1·2). 그 사건의 시설 관리자는 시설 축조 전부터 하천을 농업용수로 써 온 연안 경작자의 용수권을 방해할 수 없어 그 용수 사용을 수인할 의무가 있었다. 그래서 관리자의 잘못으로 담수가 농업용수 기능을 잃었다면 관리 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농지 경작자의 손해도 배상해야 한다(2006다13001 판시사항 [2]).
공사를 맡긴 쪽과 시공한 쪽이 함께 책임질 수 있다. 임도 산사태 사건에서는 시공한 조합이 현장대리인의 사용자로서, 국가는 영조물인 임도의 설치·관리 하자로 각자 배상책임을 진다고 본 판단이 유지됐다(99다61316 이유 1). 하자보수 책임이 시공자에게 있다는 내부 약정이 있어도 국가의 피해자에 대한 책임은 면제되지 않는다(같은 이유 1).
집중호우로 제방 안 수위가 예상최고수위를 넘고 배수장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아 농경지가 침수된 사건도 있다(93다35865 판결요지). 법원은 집중호우 외에 제방 누수, 수문 틈, 펌프 노후, 배수장 입구 높이 설계 등 여러 원인을 각 주체에게 귀속시켰다. 공사 시행자인 농지개량조합, 감리·감독을 위탁받은 공사, 시공업체 사이의 과실비율을 6:3:1로 본 판단이 유지됐다(93다35865 이유). 이 사건은 공동불법행위자 상호간의 책임 귀속과 비율에 관한 사례이고, 판결이 든 참조조문은 민법 제750조다.
재해복구비 지원금을 받으면 배상액에서 빼나?
공작물의 설치·보존상 하자와 자연재해가 겹쳐 피해를 입은 농·어민이 농어업재해대책법에 따른 재해복구비를 지원받았더라도, 공작물 점유자나 소유자가 낼 배상액에서 빼지 않는다(2006다13001 판시사항 [3]).
판결은 당시 법인 2001. 4. 7. 개정된 구 농어업재해대책법 제4조와 그 시행규칙에 따른 지원금을 다뤘다. 이 지원금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제한된 범위에서 재해복구비용을 지원하는 사회보장적 성격의 제도다. 급여한 쪽의 대위권이나 급여의무 면제 규정도 없어 손해를 배상하는 제도와 취지가 다르다고 보았다(2006다13001 이유 5). 그 사건에서 국고 등에서 받은 생계비·농약대·대파대·특별위로금을 빼야 한다는 관리자의 주장은 배척됐다(같은 이유 5).
손해와 같은 원인으로 피해자가 얻은 이익을 배상액에서 빼는 일반 법리는 손익상계에서 설명한다.
피해자는 무엇을 증명하고 준비하나?
피해자는 판결들이 판단에 쓴 사실인 관리상 과실·하자와 손해의 원인 관계, 가해자의 예견·예방 가능성, 손해액에 관한 자료를 준비한다. 이 판결들은 법원이 그 사실을 인정한 근거를 보여 줄 뿐 증명책임의 배분을 따로 판시하지는 않았다. 판결들이 판단 근거로 삼은 자료는 다음과 같고, 사건에 해당하는 것을 고른다.
- 과실·하자와 원인: 시설의 설계·시공·점검 상태와 재해의 경위. 임도 사건에서는 설계 임의 변경, 방호시설 미설치, 형식적 감독과 사실과 다른 준공검사조서가 인정됐다(99다61316 이유 1).
- 예견·예방 가능성: 자연력 몫을 빼지 말라고 다투려면 가해자가 위험을 미리 예상할 수 있었고 과도한 노력·비용 없이 막을 수 있었다는 사정이 필요하다(99다61316 판결요지 [1]). 임도 사건은 사고 시점까지의 누적 강우량과 피해자가 30년 넘게 살며 산사태가 없었던 사실을 보았다(99다61316 이유 2. (3)).
- 손해액: 태풍 해일 사건에서는 손해사정회사가 작성한 이재조사서를 주된 근거로 보수공사비·제품·정리비 등을 항목별로 인정했다(92다52122 이유).
- 피해자 쪽 대비: 피해자의 대비 소홀은 과실상계 사유가 된다. 염해 사건에서는 관리자의 영농지도에 따른 대비책을 마련하지 않은 경작자의 과실이 참작됐다(2006다13001 이유 3. (1)).
경작자마다 과실비율을 따로 정해 달라는 주장은 이를 인정할 객관적 자료가 없다는 이유로 배척됐다(2006다13001 이유 3. (2)). 피해자별로 사정이 다르면 그 차이를 보여 줄 자료가 필요하다.
실무 체크포인트
- 관리 주체: 시설을 점유·관리하는 쪽과 소유자를 확인한다(민법 제758조 제1항). 공공 영조물이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한다(국가배상법 제5조 제1항). 법률에 따라 관리 조합의 재산과 권리·의무를 포괄 승계한 법인이 조합의 관리·감독상 과실 책임도 승계한다고 본 사례가 있다(2006다13001 이유 3. (3)).
- 기상 기록: 사고 당시 강우량·수온 등과 예년 최대치를 모은다. 방호조치는 최대 강우량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본 판결이 있다(99다61316 이유 2. (3)).
- 시설 기록: 설계도·시방서와 실제 시공의 차이, 점검·보수 기록을 확보한다(99다61316 이유 1).
- 손해 항목: 피해 직후 전문 손해사정 등으로 항목별 손해를 정리한다(92다52122 이유).
- 지원금 내역: 재해복구비 지원금을 받았다면 받은 근거 법령과 항목을 정리한다. 하자와 자연재해가 겹친 농·어민의 재해복구비는 배상액에서 빼지 않는다고 본 판결이 있다(2006다13001 판시사항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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