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배상이란 공무원의 직무상 법령 위반,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에 따라 책임을 지는 자동차 사고 또는 공공시설의 설치·관리 하자로 타인에게 생긴 손해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배상하는 제도다. 헌법 제29조 제1항과 국가배상법 제2조·제5조가 그 근거다(헌법 제29조 제1항,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국가배상법 제5조 제1항).
쉽게 말하면 — 공무원이 공무를 하다가 위법하게 손해를 냈거나 공무 차량·공공시설 때문에 사고가 났다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경우마다 책임 요건이 다르므로 먼저 어떤 근거로 청구할지 확인해야 합니다.
어떤 경우에 국가배상을 청구하는가?
국가배상법은 책임의 출발점을 세 가지로 정한다.
- 공무원의 직무상 위법행위: 공무원 또는 공무를 위탁받은 사인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다(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자세한 요건과 공무원 개인의 책임은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를 본다.
-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상 책임: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에 따라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자동차 사고다(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본문 후단).
- 공공시설의 설치·관리 하자: 도로·하천 등 공공의 영조물의 설치나 관리에 하자가 있어 타인에게 손해가 생긴 경우다(국가배상법 제5조 제1항). 자세한 기준은 공공영조물책임을 본다.
직무상 의무 위반을 계기로 제3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에는 한 단계가 더 있다. 그 제3자에게 손해배상청구권이 인정되려면 직무상 의무 위반행위와 제3자의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그 판단에는 일반적인 결과발생의 개연성뿐 아니라 직무상 의무를 부과한 법령이나 행동규범의 목적, 가해행위의 태양, 피해의 정도까지 함께 고려한다(2016다268848 판결요지 [1]).
공무원의 행위가 문제라면 고의·과실과 법령 위반을 확인해야 한다. 자동차 사고라면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상 책임이 있는지를 보고, 공공시설이 문제라면 그 시설이 공공의 영조물인지와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을 잃었는지를 확인한다.
등기 사무의 과실은 어떻게 판단하는가?
공무원의 직무집행상 과실이란 그 직무를 담당하는 평균인이 보통 갖추어야 할 주의의무를 게을리한 것을 말한다(87다카1164 요지 가). 등기관에게는 형식적 심사권만 있어 형식적 요건이 구비되어 있으면 실질적 등기원인에 하자가 있더라도 등기해야 하므로(87다카1164 요지 나), 실체와 다른 등기가 이루어졌다는 사정만으로 과실이 되지는 않는다. 다만 등기관으로서 통상의 주의를 기울이면 제출된 등기권리증 등이 진정하게 작성된 것이 아님을 식별할 수 있었는데도 이를 간과했다면 형식적 심사권을 행사하면서 지켜야 할 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이다(87다카2470). 위조된 서면임을 간과하고 수리한 모든 경우에 과실이 있는 것은 아니고, 평균적 등기관이 통상의 주의의무만 기울였어도 위조되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는데 이를 간과한 채 각하하지 못한 경우에 과실을 인정한다(2006다21675). 심사권의 범위는 등기관의 형식적 심사권에서 다룬다.
이 기준으로 국가의 책임이 인정된 사례가 있다. 위조된 등기관계서류로 근저당권설정등기가 불법 말소된 사건에서, 법원은 서류를 위조한 자, 등기의무자 본인 여부를 확인하고 확인서면을 작성하면서 통상적인 주의의무를 게을리한 자격자 대리인, 그리고 국가가 공동불법행위 책임을 진다고 보았다(2011나32206 서울고법).
등기관은 서류가 형식을 갖췄는지만 봅니다. 그래서 정교하게 위조된 서류까지 늘 걸러 낼 책임을 지는 것은 아니고, 보통의 등기관이라면 쉽게 알아챘을 흠을 놓쳤을 때 국가의 책임이 문제 됩니다.
누구에게 청구하는가?
세 경우 모두 법문상 배상주체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다(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국가배상법 제5조 제1항). 다만 공무원의 선임·감독이나 영조물의 설치·관리 주체와 그 비용을 부담하는 주체가 다르면 비용부담자도 배상책임을 진다(국가배상법 제6조 제1항). 어느 기관이 사고 업무를 맡았는지만 보지 말고 비용부담 주체까지 확인해야 한다.
배상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내부 구상은 사고 유형에 따라 다르다. 공무원의 직무상 위법행위에서는 공무원에게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을 때 그 공무원에게 구상할 수 있다(국가배상법 제2조 제2항). 공공영조물의 하자에서는 손해 원인에 책임질 자가 따로 있으면 그 자에게 구상할 수 있다(국가배상법 제5조 제2항). 비용부담자와 설치·관리 주체 사이에도 내부관계에 따른 구상이 가능하다(국가배상법 제6조 제2항).
누가 청구할 수 없는가?
군인·군무원·경찰공무원 또는 예비군대원이 전투·훈련 등 직무 집행과 관련하여 전사·순직하거나 공상을 입고 다른 법령상 보상을 받을 수 있으면, 본인이나 유족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국가배상법과 민법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헌법 제29조 제2항,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단서). 이 단서는 공공영조물책임에도 준용된다(국가배상법 제5조 제1항 후문).
다만 전사·순직한 군인·군무원·경찰공무원 또는 예비군대원의 유족은 자신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 이 예외는 유족 자신이 입은 정신적 손해에 관한 것이므로, 사망자에게서 상속받은 배상채권이나 공상을 입은 본인의 배상채권과 구별해야 한다(국가배상법 제2조 제3항). 유족별 권리의 구별과 일반적인 합의의 효력은 사망사고 합의와 유족의 고유 위자료청구권에서 설명한다.
이 특례는 2025년 1월 7일 시행되었으며, 다음 두 경우에 적용된다(국가배상법 제2조 제1조·제2조).
- 시행 이후 전투·훈련 등 직무 집행과 관련하여 전사하거나 순직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다. 사망일만으로 적용 여부를 판단하지 않고 전사·순직 인정 시점을 확인해야 한다(국가배상법 제2조 제2조 제1항).
- 시행 당시 본부심의회·특별심의회·지구심의회에 계속 중인 사건이나 법원에 계속 중인 소송사건이다(국가배상법 제2조 제2조 제2항).
외국인이 피해자이면 해당 국가와 상호보증이 있을 때에만 국가배상법이 적용된다(국가배상법 제7조). 외국인 피해자는 다른 요건을 살피기 전에 상호보증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어떤 손해가 배상되는가?
사망·신체 침해·물건의 멸실 또는 훼손에는 국가배상법 제3조 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배상기준이 적용된다. 그 밖의 손해는 불법행위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는 범위에서 배상한다(국가배상법 제3조 제4항). 피해자와 사망·신체 피해자의 직계존속·직계비속·배우자에게는 제3조 제5항의 범위에서 위자료도 배상하여야 한다(국가배상법 제3조 제5항).
손해를 입으면서 이익도 얻었다면 그 이익 상당액을 배상액에서 빼야 한다(국가배상법 제3조의2 제1항). 유족배상·장해배상과 장래 요양비 등을 한꺼번에 신청할 때에는 중간이자도 빼야 한다(같은 조 제2항). 생명·신체 침해로 인한 국가배상청구권은 양도하거나 압류하지 못한다(국가배상법 제4조).
국가배상법에 규정되지 않은 사항은 민법에 따르되, 다른 법률에 별도 규정이 있으면 그 특칙이 우선한다(국가배상법 제8조). 따라서 손해의 범위만이 아니라 과실상계와 소멸시효 등도 국가배상법과 민법, 해당 특별법을 함께 살펴야 한다.
배상심의회에 먼저 신청해야 하는가?
소송을 제기하기 전에 배상심의회에 배상신청을 반드시 할 필요는 없다. 국가배상법에 따른 손해배상소송은 배상신청 없이도 제기할 수 있다(국가배상법 제9조). 배상신청 절차를 선택할 수 있다는 뜻이지, 소송 전에 거쳐야 하는 전치절차라는 뜻은 아니다.
언제까지 청구해야 하는가?
일반적인 국가배상청구는 단기시효와 장기시효 중 어느 하나라도 완성되기 전에 행사해야 한다(2018다233686 이유 3.가.1). 과거사 사건은 해당 법률상 사건 유형과 권리행사 장애에 따라 별도로 판단한다.
국가·지방자치단체 상대 청구의 기간과 기산점
국가에 대한 배상청구에는 피해자나 법정대리인이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 불법행위를 한 날부터 5년의 시효가 적용되는 것이 원칙이다. 여기서 5년은 민법 제766조 제2항의 10년 대신 국가재정법이 정한 기간이다(2018다233686 이유 3.가.1, 국가재정법 제96조 제1항·제2항).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배상청구도 단기시효는 3년, 장기시효는 5년이다(국가배상법 제8조, 민법 제166조 제1항, 민법 제766조 제1항·제2항, 지방재정법 제82조).
단기시효의 ‘안 날’은 사고 사실만 안 날이 아니다. 피해자나 법정대리인이 위법한 가해행위, 손해 발생과 인과관계 등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을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인식한 날이다. 여기에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가 도래해야 시효가 진행한다. 권리의 성격, 당사자의 관계와 사건의 맥락 등을 고려하여 당시 일반인에게 권리행사를 객관적·합리적으로 기대할 수 있었는지 판단한다. 단순히 법을 몰랐거나 잘못 해석했다는 사정은 일반적으로 권리행사 장애가 되지 않는다(2023다285162 다수의견 이유 2.가).
장기시효의 기산점도 행위 날짜만으로 정하지 않는다. 국가배상에 적용되는 ‘불법행위를 한 날’이라는 기산점은 민법 제166조 제1항·제766조 제2항에 따른 것이며(2018다233686 이유 3.가.1), 그 의미에 관한 일반 불법행위 법리에 따르면 가해행위로 인한 손해가 현실적으로 발생한 때를 뜻한다. 피해자가 손해 발생을 알았거나 예상할 수 있었는지는 이 객관적 기산점과 구별된다(2021다220642 이유 1).
국가 상대 청구의 시효중단·정지 등은 다른 법률에 규정이 없으면 민법에 따르고, 지방자치단체 상대 청구에도 별도 규정이 없으면 민법의 시효중단·정지 규정을 준용한다(국가재정법 제96조 제3항, 지방재정법 제83조 제1항·제2항). 유족은 상속받은 위자료와 자신의 고유 위자료를 각각 행사해야 하며, 한쪽만 청구했다고 다른 권리까지 행사한 것은 아니다(2013다200568 판결요지 [2]·[3]). 지급을 요구하는 최고는 시효를 잠정적으로 중단시키지만, 최고 후 6개월 안에 소 제기 등 법정 후속 조치를 하지 않으면 그 효력을 잃는다(민법 제174조). 다만 그 기간 안에 채무자가 채무를 승인한 경우에도 제174조를 유추적용하여, 최고가 채무자에게 도달한 때의 시효중단 효력이 확정된다(2020다46663 이유 3.가~다).
과거사 사건의 장기시효와 국가의 시효 항변
과거사정리법 제2조 제1항 제3호의 민간인 집단 희생사건과 제4호의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조작의혹사건에서 공무원의 위법한 직무집행으로 입은 손해의 배상을 청구하는 경우에는 장기시효의 예외가 적용된다. 헌법재판소 위헌결정의 효력에 따라 객관적 기산점을 전제로 한 장기시효가 적용되지 않으며, 이 효력은 위헌결정 당시 법원에 계속 중이던 해당 소송에도 미친다(2018다233686 이유 3.가·다). 과거사와 관련된 사건이라는 이유만으로 이 예외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므로 법률이 정한 사건 유형부터 확인해야 한다.
장기시효가 배제되는지와, 국가가 완성된 시효를 주장하는 것이 권리남용인지는 서로 다른 문제다. 2013년 대법원은 과거사정리법에 따라 희생자로 확인·추정하는 진실규명결정이 내려지고, 피해자나 유족이 그 결정에 기초하여 상당한 기간 안에 권리를 행사한 경우 국가의 시효 항변을 제한했다. 이때 상당한 기간은 원칙적으로 짧은 기간이어야 하며, 매우 특수한 사정으로 연장하더라도 3년을 넘을 수 없다고 보았다(2013다200568 이유 1.가·나).
그 사건의 유족은 진실규명결정일부터 3년 안에 사망자 본인의 위자료를 청구했으나, 유족 고유 위자료는 3년이 지난 뒤 추가했다. 대법원은 두 권리를 별개로 판단하여 사망자 본인의 위자료에 대한 국가의 시효 항변은 배척하고, 늦게 추가한 유족 고유 위자료에 대한 항변은 권리남용이 아니라고 보아 원심의 해당 부분을 파기환송했다(2013다200568 이유 1.다~마·주문). 이는 그 사건에서 시효 항변을 제한할 수 있는 기간을 판단한 것으로, 모든 과거사 사건에 진실규명결정일부터 새로 3년을 부여한 것은 아니다.
광주민주화운동 관련 가족의 고유 위자료
장기시효의 적용 여부와 별도로, 단기시효가 시작될 만큼 권리를 행사할 수 있었는지도 살펴야 한다. 대법원은 광주민주화운동 관련자 가족의 사건에서 보상금 지급결정 당시 손해와 가해자를 알았더라도 가족 고유의 위자료청구권을 행사하기 어려운 장애가 있었다고 판단했다(2023다285162 다수의견 이유 2.나).
당시 화해간주조항과 보상절차는 관련자와 가족의 손해배상 문제가 모두 해결된 것으로 이해하게 만들었다. 대법원은 보상금 수령에 동의한 유족뿐 아니라 보상금을 받지 않은 가족에게도 별도로 고유 위자료를 청구하리라고 객관적·합리적으로 기대하기 어려웠다고 보았다. 그 장애는 화해간주조항 중 정신적 손해 부분에 대한 2021년 5월 27일 위헌결정으로 제거되었고, 그때부터 3년 안에 제기한 소송이므로 고유 위자료의 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2023다285162 다수의견 이유 2.나·3).
따라서 이 사건에서는 보상금 지급결정일을 단기시효의 출발점으로 삼을 수 없었다. 이는 해당 화해간주조항과 보상절차에서 생긴 권리행사 장애에 관한 판단이므로, 다른 과거사 사건에도 위헌결정 뒤 언제나 새로운 3년이 주어진다는 뜻으로 적용해서는 안 된다(2023다285162 다수의견 이유 2.가·나).
확인할 것
- 손해 원인이 공무원의 직무상 위법행위인지, 공공시설의 하자인지
- 배상할 국가·지방자치단체와 비용부담 주체가 누구인지
- 고의·과실 또는 시설 하자와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뒷받침할 자료가 있는지
- 배상신청과 소송 중 어느 절차를 택할지, 소멸시효가 언제 완성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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