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추인은 취소할 수 있는 법률행위에 관하여 추인할 수 있게 된 뒤 법이 정한 사유가 생기면, 별도의 추인 의사표시가 없어도 추인한 것으로 보는 제도다. 다만 취소권자가 이의를 보류하면 그 효과가 생기지 않는다(민법 제145조).
쉽게 말하면 — 추인할 수 있게 된 뒤 값을 갚거나 받는 등 법이 정한 사유가 생기면, 따로 “인정한다”고 말하지 않아도 법이 추인한 것으로 봅니다. 취소권을 남기려면 그때 이의를 분명히 보류해야 합니다.
언제 법정추인이 성립하나?
아직 취소되지 않은 행위에 대해, 추인할 수 있게 된 취소권자가 제145조의 열거 행위를 하고 이의를 보류하지 않으면 법정추인이 성립한다. 다음 조건을 모두 확인해야 한다.
- 아직 취소되지 않은 취소할 수 있는 법률행위가 있어야 한다.
- 제145조의 사유가 취소권자 측에 발생해야 하며, 사유별 주체와 방향을 따로 확인해야 한다. 취소권자는 제한능력자, 착오·사기·강박으로 의사표시를 한 사람, 그 대리인 또는 승계인이다(민법 제140조).
- 원칙적으로 취소 원인이 소멸하여 추인할 수 있게 된 뒤여야 한다(민법 제144조 제1항). 법정대리인이나 후견인이 추인하는 경우에는 제144조 제2항의 예외가 적용된다.
- 민법 제145조가 열거한 행위 중 하나가 있어야 하고, 그때 이의를 보류하지 않아야 한다.
요건이 갖춰지면 법은 추인한 것으로 본다. 법원이 사정을 보아 추인 효과를 줄지 선택하는 재량 규정이 아니다. 추인 뒤에는 더 이상 그 법률행위를 취소하지 못한다(민법 제143조).
어떤 사유가 법정추인에 해당하나?
민법 제145조는 여섯 가지를 정한다.
- 전부나 일부의 이행: 취소권자가 그 법률행위에서 생긴 자기 채무를 전부·일부 이행하거나 상대방의 이행을 수령한다.
- 이행청구: 취소권자가 그 법률행위로 취득한 권리의 이행을 상대방에게 청구한다.
- 경개: 그 법률행위에서 생긴 기존 채무를 소멸시키고 새 채무를 성립시키는 경개계약을 한다.
- 담보제공: 취소권자가 그 법률행위에서 생긴 채무를 위하여 담보를 제공하거나 상대방에게서 담보를 제공받는다.
- 취득한 권리의 전부나 일부 양도: 취소할 수 있는 행위로 취득한 권리를 제3자에게 넘긴다.
- 강제집행: 취소권자가 채권자로서 강제집행하거나 채무자로서 강제집행을 받는다.
상대방이 취소권자에게 이행을 요구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제2호의 이행청구가 아니다. 이행·담보제공·강제집행은 취소권자가 채권자와 채무자 중 어느 지위에 있는지에 따라 방향을 나누어 확인해야 한다.
일부이행이면 어디까지 추인한 것이 되나?
일부만 이행해도 그 법률행위 전부를 추인한 것으로 보아 이후 그 행위를 취소하지 못한다. 다만 그 채무는 취소 대상인 바로 그 법률행위에서 생긴 것이어야 한다. 여러 장의 당좌수표가 각각 별개의 발행행위와 채무를 이루는 사안에서 대법원은 한 수표의 지급이 나머지 수표금 채무의 일부이행은 아니므로 나머지 수표 발행행위까지 법정추인된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94다58438).
따라서 한 거래에서 돈이 일부 지급됐다는 사실만 보고 관련된 모든 계약이나 의사표시가 추인됐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어떤 법률행위에서 생긴 어느 채무를 누가 이행했는지를 특정해야 한다.
이미 취소한 뒤에도 추인할 수 있나?
취소된 법률행위는 처음부터 무효로 되므로, 그 뒤의 행동은 취소 가능한 행위의 추인이나 법정추인이 될 수 없다. 대법원은 이미 취소된 행위를 나중에 추인하더라도 취소할 수 있는 행위의 추인으로 되살아나지는 않고, 무효행위의 추인 요건에 따라 새로운 법률행위로 볼 수 있을 뿐이라고 했다(95다38240).
법정추인은 제145조가 정한 행위가 있으면 추인 의사 없이 의제된다는 점에서 명시적·묵시적 추인과 다르고, 아직 취소되지 않은 행위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무효행위·무권대리행위의 추인이나 상속의 법정단순승인과 다르다.
실무에서 무엇을 남겨야 하나?
원인 소멸 시점, 어느 채무를 이행·청구했는지, 이의를 보류했는지와 취소권 행사기간을 기록해야 한다.
- 법정추인 여부를 보려면 취소 원인이 언제 소멸했는지를 기록한다. 취소권 행사기간은 그와 별도로 추인할 수 있는 날을 확인한다.
- 지급·청구·담보제공 등이 어느 계약과 채무에 관한 것인지 특정한다.
- 취소권을 유지하려면 해당 행동을 하면서 이의를 보류했다는 점을 문서로 분명히 남긴다.
- 법정추인과 별도로 취소권의 행사기간도 확인한다. 취소권은 취소 원인이 소멸하고 취소권 행사에 관한 법률상 장애도 없어져 추인하거나 취소할 수 있게 된 날부터 3년과 법률행위를 한 날부터 10년의 두 기간을 모두 지켜 행사해야 한다(민법 제146조, 98다7421). 이 기간은 제척기간이지만 취소는 재판 밖의 의사표시로도 행사할 수 있다(92다527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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