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급인은 수급인이 그 일에 관하여 제3자에게 가한 손해에 원칙적으로 책임이 없다. 다만 도급 또는 지시에 관하여 도급인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으면 민법 제757조에 따라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민법 제757조).
쉽게 말하면 — 일을 독립된 업체에 맡겼다면 그 업체가 낸 사고를 일을 맡긴 사람이나 회사가 언제나 책임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위험한 일을 자격 없는 업체에 맡기거나 작업방법을 직접 통제했다면 책임의 근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누구에게 생긴 손해를 다루는가?
민법 제757조는 수급인이 도급받은 일을 하면서 제3자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의 도급인 책임을 정한다. 도급인과 수급인 사이의 공사대금, 완성의무와 하자책임은 도급에서 다루는 계약책임이고, 이 글의 제3자 손해와는 성격이 다르다.
제757조 본문이 원칙적으로 책임을 부정하는 이유는 수급인이 도급인에게 종속된 피용자가 아니라 독립하여 일을 처리하기 때문이다(2006다4564 판결요지). 다만 계약서에 ‘도급’이라고 적었다는 사실만으로 책임이 모두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계약서의 명칭만으로 제757조의 면책과 제756조의 사용관계가 정해지지 않으며, 선정·지시의 잘못과 작업 지배관계는 별개의 요건이다.
도급 또는 지시에 관한 중대한 과실은 언제 인정되는가?
위험성이 큰 전문공사를 법정 자격이 없는 사람에게 맡겨 사고 위험을 키운 경우에는 중대한 과실이 인정될 수 있다. 작업의 위험성과 전문성, 법정 자격의 흠결, 도급 또는 지시가 위험을 증가시켰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피며 사고가 났다는 결과만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대법원은 위험성이 크고 전문공사에 해당하는 작업을 전문건설업 등록이 없는 사람에게 하도급한 사안에서 도급인의 중대한 과실을 인정한 원심판단을 수긍했다. 이 사건의 피해자는 하수급인에게 고용된 근로자였다. 대법원은 그가 제757조에 따라 청구한 사건에서 도급인의 책임을 인정한 원심판단을 수긍했고, 제757조 책임에 수급인의 별도 과실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배척했다(2020다216240 판시사항 [3] 및 이유 2).
반면 승강기 양중작업이 당시 법령상 전문건설업 면허 대상이 아니었던 사안에서는, 그 작업을 면허 없는 사람에게 맡겼다는 사실만으로 중대한 과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보았다(97다29264 판결요지). 이 판결은 구 건설업법령이 적용된 사안이므로 현재의 자격요건을 정하는 근거로 사용할 수는 없지만, 무자격이라는 표현만으로 중대한 과실을 단정할 수 없다는 경계를 보여준다. 이러한 법리는 하도급에서도 그 단계의 도급인과 수급인 관계에 적용된다(92다2615, 97다29264).
작업을 직접 지휘하면 사용자책임도 생기는가?
도급인이 일의 진행과 방법을 구체적으로 지휘·감독하면 수급인과의 관계가 실질적으로 사용자와 피용자의 관계와 다르지 않으므로 민법 제756조의 사용자책임을 진다(민법 제756조, 2017다223538 판시사항 [4] 및 이유).
다만 사용자가 피용자의 선임과 사무감독에 상당한 주의를 했거나 그러한 주의를 해도 손해가 발생했을 경우에는 제756조 제1항 단서에 따라 면책된다(민법 제756조).
구체적 지휘·감독은 현장에서 공사의 운영과 시행을 직접 지시·지도하고 감시·독려하여 시공 자체를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현장감독관이 상주하며 공사방법과 안전조치를 직접 지시한 사안에서는 사용자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고 보았다(92다2615).
설계도·시방서대로 시공되는지 확인하거나 공정을 감독하는 감리는 그 자체로 부족하다. 계약서에 보고의무, 지침 준수의무와 검사권이 있고 자재를 제공했더라도 실제 작업방법과 진행을 직접 통제하지 않았다면 구체적 지휘·감독으로 단정할 수 없다(2013다78372 판시사항 [1]·[2] 및 이유).
완성 결과를 검사하는 것과 현장에서 “이 순서와 방법으로 작업하라”고 직접 움직이는 것은 다릅니다. 계약에서 쓰는 명칭보다 사고가 난 작업을 실제로 누가 통제했는지가 중요합니다.
제757조 책임이 없으면 다른 책임도 모두 사라지는가?
제757조의 도급·지시와 구별되는 도급인 고유의 위법행위에 과실이 있으면 제750조의 일반 불법행위책임이 성립할 수 있다(민법 제750조). 같은 도급·지시의 보통 과실만으로 제757조 단서의 중대한 과실 요건을 대신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공작물의 점유자나 소유자라면 공작물의 설치·보존상 하자에 관한 제758조의 책임도 별도로 검토한다(민법 제758조).
대법원은 제757조와 제758조 제1항의 책임은 법률요건과 효과가 다르므로, 제757조 본문의 도급인 면책이 공작물 점유자의 책임을 인정하는 데 장애가 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2006다4564). 공공도로 사고에서도 도급 또는 지시의 중대한 과실, 구체적 지휘·감독에 따른 사용자책임과 영조물의 설치·관리 하자는 각각의 요건으로 심리해야 한다고 보았다(2017다223538).
피해자와 도급인은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가?
- 사고를 낸 사람이 누구의 수급인이고 그 사고가 도급받은 일에 관하여 발생했는지 확인한다(민법 제757조).
- 수급인 선정 당시 작업에 법정 자격이 필요했는지, 위험성과 전문성이 어느 정도였는지, 도급인이 이를 알고도 맡겼는지를 확인한다(2020다216240, 97다29264).
- 작업지시서, 회의록, 작업일보와 현장 연락을 통해 도급인이 공정만 확인했는지 작업방법까지 직접 통제했는지 구별한다(2013다78372).
- 도급·지시와 구별되는 도급인 고유의 위법행위가 있다면 제750조의 요건을 별도로 확인한다(민법 제750조).
- 시설 하자가 문제 되면 제758조의 공작물책임을 별도로 확인한다(2006다4564).
관련
- 개념·해설
- 법령
- 판례
🚩 오류 신고·수정 제안
잘못된 내용이나 법 개정으로 바뀐 부분을 발견하셨나요? 알려주시면 검토해 반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