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명의 예금은 계좌에 이름이 함께 적혀 있다는 사실만으로 지분·인출방법·소송형태가 모두 정해지지 않는다. 돈의 귀속과 은행에 약정한 인출 조건을 구별하고, 동업자금인지 특정 목적을 위한 인출 감시인지부터 확인해야 한다(93다31825 판결요지 가·나, 2002다55908 판결요지 [1]).
쉽게 말하면 — 동업자금이 아닌 거래 대금을 공동계좌에 넣고 혼자 꺼내지 못하도록 서로 감시하기로 한 경우입니다. ‘이 돈 중 어느 부분이 누구 몫인가’와 ‘은행에서 꺼내려면 누구의 동의가 필요한가’는 다른 질문입니다. 자기 몫이라도 은행에 약정한 공동반환 절차를 갖춰야 할 수 있습니다(93다31825 판결요지 나). 반대로 전원의 동의를 받아 약정대로 인출하는 사람이 그 돈 전부를 자기 소유로 갖는다는 뜻도 아닙니다.
돈을 낸 사람만 예금주가 되나?
공동명의 예금은 누가 돈을 냈는지만으로 은행에 대한 예금주를 정하지 않는다(2000다70989 판결요지 [1]). 예금계약서를 작성할 때 확인한 명의자, 계약 체결의 의사와 내용, 명의자들 사이의 내부관계를 구별해야 한다. 예금은 물건을 그대로 보관하는 계약과 달리 은행에 반환채권을 갖는 소비임치의 문제다.
실명확인을 거쳐 그 사실을 예금계약서 등에 명확히 적었다면, 보통은 이름이 적힌 예금명의자가 계약 당사자다. 돈을 낸 사람이 대신 당사자가 되는 경우는 극히 예외적이다(2008다45828 전원합의체 다수의견 판결요지 [1]).
돈을 낸 사람을 명의자 대신 계약 당사자로 인정하려면, 금융기관과 그 사람 사이에 명의자의 반환청구권을 배제하고 출연자에게 그 권리를 주기로 한 명확한 합의가 있어야 한다. 계약서의 증명력을 뒤집을 만큼 명확하고 구체적·객관적인 증거로 그 합의를 매우 엄격하게 인정해야 한다(2008다45828 다수의견 판결요지 [1]).
한 사람이 배우자를 대리해 배우자 명의로 예금계약을 맺은 사건이 있었다. 원심은 돈을 낸 경위와 거래인감·비밀번호의 등록·관리 같은 내부 사정을 들어 출연자를 계약 당사자로 봤다. 대법원은 그 사정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원심을 파기했다(2008다45828 다수의견 판결요지 [2]·이유 2). 명의자 대신 자신이 계약 당사자라고 주장하려면, 앞서 말한 금융기관과의 명확한 합의를 증명할 구체적·객관적 증거가 필요하다(2008다45828 다수의견 판결요지 [1]).
공동명의면 모두 같은 권리를 갖나?
공동명의 예금의 권리 귀속은 동업자금인지, 특정 목적을 위한 인출 감시인지에 따라 달라진다(93다31825 판결요지 가, 2002다55908 판결요지 [1]). 돈을 함께 관리한다는 말만으로 분류하지 말고 계좌 개설 목적과 자금 관계를 확인한다.
동업자금의 공동예금
동업자들이 동업자금을 공동명의로 예금했다면 채권이 준합유 관계에 있을 수 있다. 준합유는 조합재산인 채권을 조합원들이 공동으로 갖는 관계이며, 이 경우 은행에 대한 반환청구는 필요적 공동소송에 해당한다고 본다(93다31825 판결요지 가). 필요적 공동소송은 당사자 모두에 대해 판결 결과를 통일해 정해야 하는 소송이다(민사소송법 제67조). 법원은 누락된 공동소송인을 제1심 변론종결 때까지 원고의 신청에 따라 결정으로 추가하도록 허가할 수 있다. 원고의 추가는 추가될 사람의 동의를 받은 경우에만 허가할 수 있다(같은 법 제68조 제1항).
특정 목적을 위한 인출감시 예금
동업 이외의 특정 목적이 달성될 때까지 혼자 인출하지 못하게 감시하려는 예금은 다르다. 한 사람이 돈을 전부 냈거나 각자가 나눠 낸 경우 모두, 반환청구소송은 필요적 공동소송에 해당하지 않는다(93다31825 판결요지 가·나).
그중 각자가 분담하여 출연한 경우에는 하나의 예금채권이 분량적으로 나뉘어 귀속하고 각 지분의 관리처분권은 각자에게 있다(2002다55908 판결요지 [1]). 권리가 나뉘어 있다는 것과 은행에 혼자 반환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것도 다르다. 공동반환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는 본안에서 청구를 기각할 사유이지, 그 이유만으로 당사자적격이 없다고 소를 각하할 수는 없다(93다31825 이유 3·4).
공사대금과 토지대금을 분양대금에서 지급받으려고 함께 관리한 계좌가 있었다. 대법원은 그 계좌를 왜 만들고 어떻게 운영했는지 살폈다. 동업자금의 준합유 예금이 아니라, 한쪽의 단독 인출을 막고 감시하려는 예금이라는 결론이었다(2003다7319 이유 1).
한 사람만 은행에 가서 인출할 수 있나?
공동명의자 한 사람이 인출할 수 있는지는 은행과 체결한 예금계약의 인출 조건에 따른다(2000다70989 판결요지 [2]). 예금주 전원의 동의가 필요한지, 공동으로 작성·날인한 청구서와 통장을 제출하면 명의자 한 사람이 수령할 수 있는지, 분할지급을 제한했는지 계약서와 신고 내용을 확인한다.
계약이 명의자 전원의 인감이 날인된 공동 청구서로 한 사람이 인출할 수 있도록 정했다면, 그 사람은 다른 명의자 전원의 동의를 받아 예금 전액을 청구할 수 있다. 대법원은 은행이 명의자들 사이의 내부 지분만을 이유로 이 청구를 거절할 수 없다고 봤다(2000다70989 판결요지 [2]·이유 2). 전액을 인출할 권한과 인출한 돈을 내부적으로 누구에게 정산할지는 구별한다.
다른 명의자가 반환에 협력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인출감시 목적의 예금에서 다른 명의자가 공동반환 절차에 협력하지 않으면, 예금주는 그 사람에게 협력을 구하는 판결을 받을 수 있다(93다31825 판결요지 나). 다만 자신에게 반환을 구할 권리가 있고 공동반환의 요건을 갖추려는 경우에 관한 방법이다. 예금권리 자체가 없는 사람이 동의청구만으로 권리를 얻는 것은 아니다.
권리행사의 순서는 다음과 같이 구별한다(93다31825 판결요지 나).
- 다른 명의자를 상대로 단독 반환청구에 관한 승낙 등 공동반환 절차에 협력하라는 판결을 구한다. 의사표시에 갈음하는 재판은 민법 제389조 제2항에 따른다.
- 그 판결로 공동반환 요건을 갖추어 은행에 제시한다. 의사표시를 명한 판결은 확정되면 그 의사표시를 한 것으로 본다(민사집행법 제263조 제1항). 반대의무 이행을 조건으로 했다면 같은 조 제2항이 정한 집행문을 받은 때 효력이 생긴다.
- 약정의 요건을 갖췄는데 은행이 정당한 이유 없이 거절하면 은행을 상대로 단독 반환청구 소송을 할 수 있다. 미리 청구할 필요가 있으면 다른 명의자와 은행을 공동피고로 하여 협력청구와 그 승소를 전제로 한 예금청구를 함께 할 수도 있다(93다31825 판결요지 나).
동업자금의 준합유 예금을 반환받는 소송은 명의자 전원이 당사자가 되는 필요적 공동소송이라는 차이가 있다(93다31825 판결요지 가). 당사자가 빠졌다면 앞 절의 공동소송인 추가 절차를 검토한다(민사소송법 제68조 제1항). 소장 작성과 통상의 민사소송 절차는 민사소송에서 설명한다.
인감을 위조해 인출했다면 은행에 다시 청구하나?
은행이 주의를 다하지 않고 위조 인감으로 권한 없는 사람에게 지급했다면, 약정한 반환조건을 갖춘 예금주는 그 돈을 다시 청구할 수 있다(2000다70989 판결요지 [2]·[3]·이유 2·3). 은행은 숙련된 직원이 직무상 필요한 충분한 주의를 다하여 청구서의 인영과 신고 인감을 대조하도록 해야 한다. 그 주의를 다하지 않은 지급에는 채권의 준점유자에 대한 변제로 면책을 주장할 수 없다(같은 판결요지 [3]).
채권의 준점유자란 채권을 행사할 권한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을 말한다. 그 사람에게 한 지급도 변제자가 선의이고 과실이 없어야 효력이 있다(민법 제470조). 이 요건을 갖춘 지급이라면 예금채무에 대한 변제로 유효하다(같은 조). 공동명의자가 돈을 받았다는 사실에 그치지 않고, 정해진 인출권한과 동의가 있었는지 및 은행이 확인을 제대로 했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한 공동명의자가 다른 사람의 인감을 위조해 인출한 사건에서는 은행의 주의가 부족했다. 그 금액의 예금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원심 판단은 유지됐다(2000다70989 이유 1.마·2·3).
은행은 원고가 자기 지분만 청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원심은 원고가 다른 명의자의 승낙도 함께 구한다는 점 등을 들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2000다70989 이유 2). 대법원은 돈을 낸 원고가 실질적 예금주라는 원심의 이유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그러나 계약상 전원 동의를 받으면 전액을 청구할 수 있다는 법리로, 은행의 주장을 배척한 결론은 유지했다(같은 판결 이유 2).
명의자 지분을 양도했거나 은행에 빚이 있으면 어떻게 되나?
인출감시 목적 공동예금에서는 은행이 명의자에 대한 대출채권으로 그 명의자의 예금 지분에 상응하는 채권과 상계할 수 있다(2002다55908 판결요지 [2]). 상계란 서로의 채무를 같은 금액만큼 없애는 것이다. 같은 종류의 채무이고 이행기가 도래했는지, 채무의 성질이나 합의로 상계가 제한되는지 등 기본 요건도 확인해야 한다(민법 제492조).
다른 명의자의 지분을 넘겨받았다고 은행에 주장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은행의 상계에 대항하려면 명의자들과 은행이 권리의 귀속을 따로 합의했거나, 채권양도의 대항요건을 갖춰야 한다(2002다55908 판결요지 [2]). 은행에 대한 양도인의 통지 또는 은행의 승낙과, 은행 이외 제3자에 대한 확정일자 있는 통지·승낙을 구별한다(민법 제450조). 양도 뒤 기존 항변의 효과는 같은 법 제451조에 따라 따로 확인한다.
건설 공동계좌 사건에서는 인감만 바꾼 것이 아니었다. 은행 직원에게 지분양도를 설명했고, 은행까지 포함해 반환채권을 누구에게 귀속시킬지 합의했다. 대법원은 이 합의로 그 명의자의 반환채권이 먼저 없어졌고 대출채무의 이행기는 그 뒤에 왔다며, 은행의 상계를 인정하지 않았다(2002다55908 이유 3.다·라). 내부 합의나 인감 변경만으로 은행에 대한 권리 귀속까지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은행이 포함된 귀속 합의가 있거나 채권양도의 대항요건을 갖췄는지 살펴야 한다(2002다55908 판결요지 [2]).
공동반환 약정으로 압류·추심을 막을 수 있나?
인출감시 목적의 공동예금은 공동반환 약정만으로 해당 명의자의 지분에 대한 압류·추심채권자의 반환청구를 막을 수 없다(2003다7319 판결요지). 각 지분에 대한 관리처분권이 그 명의자에게 있으므로, 그의 채권자는 그 지분에 상응하는 예금채권을 압류·추심할 수 있다. 압류 등을 송달받은 은행도 공동반환특약을 이유로 그 지급을 거절할 수 없다.
이는 동업 이외의 특정 목적을 위한 인출감시 예금에 관한 판단이다(2003다7319 판결요지·이유 1). 동업자금의 준합유 예금인지와 해당 명의자의 지분 범위를 확인한 뒤 적용해야 한다. 압류·추심 신청의 실제 절차는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에서 설명한다.
실무 체크포인트
- 예금계약서의 명의자·실명확인 내용과 자금 출연 자료를 따로 확보한다(2008다45828 다수의견 판결요지 [1]).
- 동업자금인지 특정 목적을 위한 인출감시인지 계좌 개설 약정과 운영 자료를 확인한다(93다31825, 2002다55908).
- 공동 청구서·동의·신고 인감 등 실제 인출 조건을 은행 계약과 대조한다(2000다70989).
- 협력청구 판결을 사용할 때 확정 여부와 반대의무 이행 조건·집행문 필요를 확인한다(민사집행법 제263조).
- 지분양도와 은행 상계가 겹치면 은행이 참여한 귀속 합의·양도통지·승낙 및 각 시점을 정리한다(2002다55908, 민법 제450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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