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개사가 계약 뒤 중도금·잔금 지급이나 등기에 관여할 것이 예정되어 있었다면, 그 과정에서 고의나 과실로 낸 손해도 배상해야 한다(2012다42154 판결요지 [1]·공인중개사법 제30조 제1항). 의뢰인이 스스로 할 확인을 게을리했다면 과실상계로 배상액이 줄 수 있다(2012다69654 판결요지 [1]). 배상은 중개사에게 청구하고 보증보험·공제나 공탁금으로도 보장받을 수 있다(공인중개사법 제30조 제3항).
쉽게 말하면 — 중개사가 잔금 날짜를 앞당겨 치르도록 주선하면서, 약속한 전세권설정등기가 소유권이전등기 뒤 곧바로 되도록 챙기지 않은 경우입니다. 그 틈에 집주인이 근저당권을 먼저 설정했고, 임차인은 경매에서 보증금 일부를 돌려받지 못했습니다. 대법원은 이 중개사에게 배상책임을 인정했습니다(2012다102940 판결요지 [2]). 다만 이 사건에서도 법원이 임차인 쪽 과실을 참작해 배상액을 줄인 계산은 그대로 유지됐습니다(2012다102940 이유 3.).
계약서를 쓴 뒤의 일도 중개행위에 들어가나?
중개사가 계약 체결 뒤 중도금·잔금 지급, 인도, 소유권이전등기 같은 이행에 관여해 원만히 이행되도록 주선할 것이 예정되어 있었다면 그 행위도 중개행위다(2012다42154 판결요지 [1]). 중개란 법정 중개대상물에 관해 거래당사자 사이의 매매·교환·임대차 그 밖의 권리 득실변경에 관한 행위를 알선하는 것이다(공인중개사법 제2조 제1호). 개업공인중개사란 이 법에 따라 중개사무소 개설등록을 한 사람을 말한다(같은 조 제4호).
어떤 행위가 중개행위인지는 중개사가 진정으로 거래를 알선하려는 의사가 있었는지라는 주관적 의사로 판단하지 않는다. 그 행위를 객관적으로 보아 사회통념상 거래의 알선·중개를 위한 행위라고 인정되는지로 판단한다(2012다42154 판결요지 [1]). 계약 뒤의 행위를 중개행위로 본 이 법리는 이행 관여가 예정되어 있는 경우를 전제로 한다(같은 판결요지 [1]).
임대차도 같다. 임대차계약을 알선한 중개사가 계약 뒤 보증금 지급, 목적물 인도, 확정일자 취득 같은 이행에 관여해 원만히 이행되도록 주선할 것이 예정되어 있으면 그 행위도 중개행위에 포함된다(2005다55008 판결요지). 그 사건에서 임차인은 계약 뒤 주택에 근저당권설정등기가 된 것을 발견하고 계약을 이행할 수 없다고 했다. 임대인은 받을 중도금·잔금으로 대출금을 갚아 근저당권을 말소하겠다고 약속했고, 중개사는 「본 계약으로 손해가 발생하면 본 부동산에서 책임진다」는 문구를 계약서에 적어 주며 이행을 독려했다(2005다55008 이유). 원심은 계약 체결로 중개행위가 끝났다고 보고 이 문구를 중개사의 독자적인 손해담보약정으로만 보았다. 대법원은 이 판단이 중개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고 보아 원심을 파기했다(2005다55008 이유).
이 판결들은 구법 사건이고 당시 「중개업자」는 현행 「개업공인중개사」에 해당한다. 2005다55008은 구 부동산중개업법 제19조 제1항, 2012다42154는 2014년 개정 전 법 제30조 제1항을 적용했다. 현행법에서 이 배상책임의 근거는 공인중개사법 제30조 제1항이다.
잔금 지급 과정의 사고에 중개사는 언제 책임지나?
개업공인중개사가 중개행위를 하면서 고의나 과실로 거래당사자에게 재산상 손해를 입히면 배상해야 한다(공인중개사법 제30조 제1항). 잔금 지급을 주선하면서 보증금 보전 조치를 소홀히 한 경우가 그 예다(2012다102940 판결요지 [2]). 자기 중개사무소를 다른 사람의 중개행위 장소로 제공해 거래당사자에게 재산상 손해를 입힌 때에도 배상책임이 있다(같은 법 제30조 제2항).
대법원이 이행 단계의 과실을 인정한 사안은 다음과 같다. 각 판결은 그 사안의 사실관계에서 판단한 것이다.
- 임대인이 계약금만 내고 아파트를 사서 아직 소유권이전등기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임대차를 중개한 사안이다. 중개사는 당초 지급기일보다 앞당겨 보증금 잔금을 지급하도록 주선했다. 그러면서도 특약대로 소유권이전등기 뒤 곧바로 전세권설정등기가 되도록 조치하지 않고, 상대적으로 불확실한 전입신고·확정일자 취득을 권고했다. 임대인이 이 틈에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쳐 임차인이 보증금 일부를 회수하지 못하자 배상책임이 인정됐다(2012다102940 판결요지 [2]).
- 등기부상 소유자가 사망한 주택을, 상속인의 대리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과 임대차한 사안이다. 중개사가 조사·확인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채 그 사람의 말만 믿고, 임대권한이 없는 그에게 보증금을 지급하게 한 과실이 인정됐다(2012다69654 판결요지 [2]).
두 번째 사안에서 임차인은 잔금 지급일에 계약 명의인인 망인의 장남을 직접 만나기로 한 특약을 지키지 않고 잔금을 지급했다(2012다69654 이유 2.다). 대법원은 이 잔금 지급도 중개로 맺은 계약에서 이미 정한 사항을 이행한 것이므로 중개행위로 인한 손해에 해당한다는 원심을 수긍했다(2012다69654 이유 1.). 이 특약 위반은 아래 과실상계에서 의뢰인 과실로 따로 참작된다.
손해가 경매 배당으로 확정되는 경우에는 지연손해금 기산일도 달라진다. 첫 번째 사안에서 대법원은 근저당권설정등기 때가 아니라 배당기일에 배당표가 확정되어 손해가 현실화됐다고 보고, 그날을 지연손해금 기산일로 삼았다(2012다102940 이유 2.).
권리관계를 잘못 확인하거나 전매를 권유한 경우는?
중개사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중개대상물의 권리관계 등을 조사·확인해 설명할 의무가 있다(2012다74342 판결요지 [1]). 이를 어겨 거래당사자에게 손해를 입히면 배상책임을 진다(공인중개사법 제30조 제1항). 그릇된 정보를 주며 매수를 적극 권유해 손해를 입힌 경우도 마찬가지다(2012다42154 판결요지 [2]).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란 수임인이 위임의 본지에 따라 위임사무를 처리할 때 요구되는 주의를 말한다(민법 제681조). 대법원은 중개사와 의뢰인의 관계가 민법상 위임관계와 비슷하다고 보아 이 의무를 끌어낸다(2012다74342 판결요지 [1]).
현행법은 이 의무를 구체적으로 정한다. 개업공인중개사는 중개가 완성되기 전에 중개대상물의 상태·입지 및 권리관계, 법령에 따른 거래 또는 이용제한사항 등을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권리를 취득하려는 의뢰인에게 성실·정확하게 설명하고 등기사항증명서 등 근거자료를 제시해야 한다(공인중개사법 제25조 제1항). 권리관계에는 권리자에 관한 사항도 포함되어, 중개사는 처분하려는 사람이 진정한 권리자인지 조사·확인할 의무를 진다(2012다69654 이유 2.가).
이 의무는 중개사나 중개보조원이 구 부동산중개업법이 정한 중개대상물 범위 밖의 물건이나 권리 또는 지위를 중개하는 경우에도 다르지 않다(2012다74342 판결요지 [1]). 이는 2005년 전부개정 전 법에 관한 판단이며, 현행 중개대상물 범위는 공인중개사법 제3조가 정한다.
미등기전매 권유
미등기전매는 여기서 매수인이 자기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받지 않은 채 부동산을 다시 파는 것을 말한다. 중개사가 매수인의 자금 부족 사정을 알면서 중도금 지급기일 전까지 전매할 수 있다는 전제로 매수를 적극 권유한 사안이 있다. 전매가 되지 않아 매수인은 중도금과 잔금을 마련하지 못하고 계약금을 포기한 채 계약을 해제했다.
대법원은 중개사의 관여가 계약 체결로 끝나지 않고 미등기전매와 이를 통한 대금 지급이 원만히 이행되도록 계속될 것이 예정되어 있었다고 보았다. 그리고 중개사가 미등기전매 가능성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실현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처럼 그릇된 정보를 주며 매수를 권유해 계약금을 잃게 했으므로 배상책임 요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2012다42154 판결요지 [2]). 이 판결은 원심을 파기해 다시 심리하게 한 것이므로 배상액까지 정한 판결은 아니다.
조합 가입 권유
지역주택조합 가입을 중개했는데 사업부지가 재정비촉진구역으로 지정되어 그 방식의 아파트 건축이 불가능해진 사안도 있다. 대법원은 중개 시점에 조합 설립인가나 사업이 무산될 위험이 있었는지, 중개사가 그 위험을 확인할 수 있었는지를 먼저 심리해야 한다고 했다. 그 뒤에 위험을 확인·조사해 고지할 의무가 있었는지와 이를 위반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2012다74342 판결요지 [2]).
그 사건에서 대법원은 의뢰인이 가입 전에 조합이 설립인가를 받지 않았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면 설립 여부에 관한 설명의무 위반이 없다고 했다. 정비예정구역 포함 여부와 그 영향까지 설명할 의무도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2012다74342 이유).
의뢰인의 잘못은 배상액에 어떻게 반영되나?
의뢰인 본인도 거래관계를 조사·확인할 책임이 남으므로, 이를 게을리한 부주의가 손해 발생·확대의 원인이면 법원은 과실상계를 할 수 있다(2012다69654 판결요지 [1]). 과실상계란 손해배상의 책임과 금액을 정할 때 피해자 쪽 과실을 참작하는 것이다. 법원은 채무불이행에서 채권자에게 과실이 있으면 이를 참작하여야 하고(민법 제396조), 이 규정은 불법행위 손해배상에도 준용된다(같은 법 제763조).
중개를 맡겼다고 의뢰인 본래의 조사·확인 책임이 중개사에게 전부 넘어가지는 않는다(2012다69654 판결요지 [1]). 그래서 의뢰인의 부주의가 손해 발생·확대의 원인이면, 법원은 중개사의 배상액을 정할 때 이를 과실상계로 참작할 수 있다(같은 판결요지 [1]). 앞의 사망한 소유자 주택 사안에서도 중개사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부분은 정당하다고 보았다(2012다69654 판결요지 [2]).
그 사안에서 대법원은 의뢰인의 과실을 전혀 참작하지 않은 원심을 잘못이라고 했다. 소유자가 명백하지 않고 대리권도 불분명해 확인이 필요했는데, 의뢰인이 중개사 말만 믿었기 때문이다. 확인을 소홀히 한 자료는 다음과 같다(2012다69654 판결요지 [2]).
- 제적등본 등 상속관계 서류
- 등기권리증
- 위임장, 인감증명서 등 소유자와 대리권 유무에 관한 자료
과실상계 사유의 인정과 비율은 사실심이 정하지만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해서는 안 된다(2012다69654 이유 2. 가.). 보증금 일부를 배당받지 못한 사안에서는 지급한 보증금에서 배당받은 금액을 뺀 나머지를 손해액으로 정한 뒤 과실상계를 한 원심이 정당하다고 보았다(2012다102940 이유 3.).
배상은 누구에게 청구하나?
의뢰인은 개업공인중개사에게 배상을 청구하고(공인중개사법 제30조 제1항), 중개사가 가입한 보증보험·공제나 공탁금으로도 보장받을 수 있다(같은 조 제3항). 개업공인중개사는 업무를 개시하기 전에 이 손해배상책임을 보장하기 위해 보증보험 또는 공제에 가입하거나 공탁을 하여야 한다(같은 조 제3항). 공제란 공인중개사협회가 개업공인중개사의 손해배상책임을 보장하기 위해 하는 사업을 말한다(같은 법 제42조 제1항).
보장금액의 하한은 중개사 유형에 따라 다음과 같다(공인중개사법 시행령 제24조 제1항·제3항).
- 법인인 개업공인중개사는 4억원 이상이고, 분사무소를 두면 분사무소마다 2억원 이상을 추가로 설정해야 한다(공인중개사법 시행령 제24조 제1항 제1호).
- 법인이 아닌 개업공인중개사는 2억원 이상이다(공인중개사법 시행령 제24조 제1항 제2호).
- 다른 법률에 따라 부동산중개업을 할 수 있는 자는 보장금액 2천만원 이상의 보증을 설정해야 한다(공인중개사법 시행령 제24조 제3항).
공탁한 공탁금은 개업공인중개사가 폐업 또는 사망한 날부터 3년 이내에는 회수할 수 없다(공인중개사법 제30조 제4항). 중개가 완성되면 개업공인중개사는 거래당사자에게 보장금액, 보증보험회사·공제사업자·공탁기관과 그 소재지, 보장기간을 설명해야 한다. 그리고 관계 증서의 사본을 교부하거나 전자문서를 제공하여야 한다(같은 조 제5항).
앞에서 본 두 판결도 의뢰인이 한국공인중개사협회를 상대로 청구한 사건이다. 2012다69654는 손해배상을, 2012다42154는 공제금을 구했다. 2012다42154에서는 중개사가 협회와 공제계약을 맺은 사실이 인정됐다(2012다42154 이유).
사고가 나면 중개보수는 어떻게 되나?
개업공인중개사의 고의나 과실로 거래계약이 무효·취소·해제되면 중개보수를 받지 못한다(공인중개사법 제32조 제1항 단서). 원칙은 개업공인중개사가 중개업무에 관하여 중개의뢰인으로부터 소정의 보수를 받는 것이다(같은 조 제1항 본문). 단서는 「개업공인중개사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하여 중개의뢰인간의 거래행위가 무효ㆍ취소 또는 해제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정한다.
보수 청구의 상대와 거래 중단 때의 보수 문제는 중개사를 배제한 직거래와 중개보수 청구에서 설명한다.
실무 체크포인트
- 계약서 특약과 문자·통화 기록에서 중개사가 잔금·등기·전세권설정 일정에 관여하기로 한 내용을 모아 둔다. 이행 관여가 예정되어 있었다면 계약 뒤의 행위도 중개행위에 포함된다(2012다42154 판결요지 [1]).
- 소유권 이전과 동시에 전세권설정등기를 하기로 특약했다면, 잔금을 앞당기기 전에 두 등기가 바로 이어지도록 조치됐는지 확인한다(2012다102940 판결요지 [2]).
- 소유자가 사망했거나 대리인이 나오면 상속관계 서류, 등기권리증, 위임장·인감증명서를 직접 확인한다. 이를 소홀히 하면 과실상계 사유가 된다(2012다69654 판결요지 [2]).
- 중개가 완성될 때 받은 증서 사본에서 보장금액·보장기관·보장기간을 확인한다(공인중개사법 제30조 제5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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