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설계용역계약의 중도해지와 설계비 정산

설계계약 중도 종료 시 채무불이행 해제인지 임의해제·임의해지인지에 따라 배상 주체가 나뉘며, 기성 설계비와 도면 이용권 유보를 구분해 정산한다(민법 제544조; 같은 법 제673조; 같은 법 제689조; 2022다246757 판결요지; 2020다240304 이유 1 가). 계약 내용에 따라 도급과 가분 용역·위임이 결합된다(민법 제664조; 같은 법 제680조; 99마7466 이유 제1점; 2014다31806 이유 1).

쉽게 말하면 — 건축주가 건축사사무소에 건물 설계를 맡겼다가 도중에 계약을 끝내는 경우입니다. 건축사가 설계를 잘못했거나 기한을 어겨 계약을 끝내는 것(채무불이행 해제)과, 건축사 잘못이 없는데 건축주 사정으로 도중에 그만두는 것(임의해제)은 손해배상 청구의 근거와 부담 주체가 달라지며 이미 수행한 단계의 설계비 정산과도 구별됩니다. 건축주가 ‘설계 하자 때문에 해지한다’고 통보했다가 실제로는 하자가 없었던 것으로 밝혀지더라도, 그 통보에 ‘내가 손해를 물어주고 임의로 해제하겠다’는 뜻이 자동으로 포함되지는 않습니다. 이미 완성해 넘긴 설계 단계의 설계비는 약정과 이행 정도에 따라 정산하며, 건축주가 그 설계도서를 계속 쓸 수 있는지는 설계비 상당 부분 지급과 공사 진척 정도 등 별도 요건에 따라 판단합니다.

건축 설계용역계약은 도급인가 위임인가?

설계계약에는 계약 내용에 따라 기본·실시설계 도서 작성과 사용승인·건축물관리대장 도서 납품, 대관청 대리업무 등이 포함될 수 있다(99마7466 이유 제1점; 2014다31806 이유 1). 이 가운데 설계도서의 작성·교부 자체는 일을 완성하고 그 결과에 대하여 보수를 지급하는 도급의 성질을 가진다(민법 제664조). 반면 대관청 사무처리 업무는 위임의 성질을 가지며, 개별 계약 내용에 따라 단계별 업무가 가분적으로 결합되기도 한다(같은 법 제680조; 99마7466 이유 제1점; 2014다31806 이유 1).

대법원은 계약 내용에 따라 기본설계용역계약과 실시설계용역계약을 서로 분리할 수 있는 별개의 가분계약으로 보기도 하고, 용역업무 중 사용승인도서 작성의무와 건축물관리대장 도서납품의무 등이 쌍무계약상 대등한 대가관계에 있는 주된 의무에 해당한다고 본 바 있다(2014다31806 이유 1). 따라서 개별 설계용역계약에서 중도 종료의 요건과 정산 범위를 판단할 때에는 계약서의 약정 조항, 단계별 보수 배분, 도급(민법 제673조)과 위임(같은 법 제686조·같은 법 제689조) 규정의 적용 범위를 먼저 대조해야 한다.

채무불이행 해제가 인정되지 않으면 임의해제로 인정되는가?

도급인(건축주)이 수급인(건축사사무소)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해제·해지를 통보했으나 실제로는 채무불이행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가 있다. 이때 당사자 사이에 분쟁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그 통보에 민법 제673조에 따른 임의해제의 의사가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는 없다(2022다246757 판결요지; 2024다282177 이유 3 가). 대법원이 두 해제를 엄격히 나누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도급인의 의사와 손해배상 주체의 역전: 도급인이 수급인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면 수급인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반면(민법 제544조; 같은 법 제551조), 같은 법 제673조에 따라 완성 전 계약을 임의해제하면 오히려 도급인이 수급인에게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여 한 해제 통보 때문에 도리어 자신이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면 도급인의 의사와 의사표시 해석 원칙에 반한다(2022다246757 판결요지; 2024다282177 이유 3 가).
  2. 수급인의 불측의 손해 방지: 수급인 입장에서도 자신에게 채무불이행이 없어 도급인의 해제 통보가 무효라고 믿고 일을 계속하였는데 뒤늦게 제673조 임의해제가 인정되면 불측의 손해를 입게 된다(2022다246757 판결요지; 2024다282177 이유 3 가).
  3. 통보 이후의 사정만으로 확장해석 불가: 해지 통보서에 수급인의 귀책사유만 적혀 있을 뿐 손해를 배상하고 완성 전 계약을 해제한다는 내용이 없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통보 뒤 수급인이 업무를 중단하고 쌍방이 계약을 유지하지 않기로 하는 등 소송경과가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통보 당시 없던 임의해제와 손해배상의 의사까지 포함되었다고 확장해석할 수 없다(2024다282177 이유 3 나).
종료 유형근거 조문성립 요건정산 및 손해배상 효과
채무불이행 해제·해지민법 제544조설계 하자·이행지체 등 귀책사유와 상당 기간 이행최고(미리 이행거절 의사를 표시한 때에는 최고가 필요하지 않음: 민법 제544조 본문·단서)위반 당사자가 상대방에게 손해배상 부담(민법 제551조), 기성 단계 보수는 가분성·이익 여부에 따라 정산
도급인의 완성 전 임의해제민법 제673조일 완성 전 도급인의 해제 의사표시(다만 채무불이행 해제 통보만으로는 임의해제·손해배상 의사가 자동 포함되지 않음: 2022다246757 판결요지; 2024다282177 이유 3 가·나)도급인이 수급인의 손해 배상(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과실상계·예정액 감액 불가, 손익상계는 공제: 2000다37296 판결요지 [1]·[2])
위임의 상호해지민법 제689조위임 성질 부분에 관하여 각 당사자가 언제든지 해지 가능(같은 조 제1항)수임인의 책임 없는 사유로 종료 시 이미 처리한 사무 비율에 따른 보수 청구(민법 제686조 제3항), 부득이한 사유 없이 불리한 시기에 해지 시 손해배상(민법 제689조 제2항)

중도 종료 시 설계비와 손해배상은 어떻게 계산하는가?

중도 종료 정산은 완성·교부된 기성 단계 설계비와 미완성 단계 손해배상으로 나누어 계산하며 기지급금과 중복 비용을 뺀다(2012다39769 이유 2 나 참조).

  • 기성 부분의 설계비 정산: 가분적인 단계별 업무로 이루어진 설계계약에서 이미 기본설계나 실시설계 도서가 완성·교부되고 건축주에게 이익이 되는 때에는 미완성 부분만 실효되거나 장래로 해소된다. 이때 건축사는 이미 완성한 단계·기성고 비율에 따른 약정 설계비에서 기지급금을 뺀 나머지를 청구할 수 있다(2014다31806 이유 1; 96다43454 판결요지; 민법 제686조 제3항). 다만 주변 도로 미확장으로 건축허가가 불가능한 사정이 객관적으로 분명한데도 건축주 요구로 실시설계를 한 사안에서는, 약정 보수 전액 인정이 신의칙·형평에 반한다고 보아 설계보수를 30% 감액한 원심을 대법원이 수긍하였다(98다23447 이유 2·3).
  • 도급인의 제673조 임의해제 시 손해배상: 건축주가 민법 제673조에 따라 임의해제한 때에는 수급인이 이미 지출한 비용과 일을 완성하였더라면 얻었을 이익을 합산해 배상해야 한다(2000다37296 판결요지 [1]; 2012다39769 이유 2 나). 이미 완성된 단계의 기성 보수가 위와 같이 따로 정산되는 때에는 그 기성 보수에 이미 반영된 비용과 중복되지 않도록, 미완성 단계의 약정 용역대금에서 해제로 지출을 면한 인건비·제경비 등 완공 소요 비용을 뺀 순이익을 미완성 부분의 일실이익으로 산정한다(2012다39769 이유 2 나). 이때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과실상계나 손해배상예정액 감액은 주장할 수 없다(2000다37296 판결요지 [1]). 반면 해제로 남게 된 노력을 다른 일에 써서 얻은 소득(또는 과실로 못 얻은 소득)과 준비한 재료를 다른 일에 쓰거나 처분해 얻을 대가는 손익상계로서 직권 공제한다(2000다37296 판결요지 [1]·[2]). 자세한 법리는 도급인의 임의해제에서 다룬다.
  • 설계 오류로 인한 손해배상과 시공자 책임의 관계: 반대로 건축사의 설계 오류 등 채무불이행으로 건축주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를 살펴본다. 설계자의 설계용역계약상 손해배상채무와 시공자의 공사도급계약상 손해배상채무는 별개의 원인으로 발생한 독립된 채무이지만, 동일한 경제적 목적을 가진 채무로서 중첩되는 범위에서 부진정연대채무 관계에 있다(2012다89320 판결요지 [3]).

건축허가나 착공이 지연되면 설계비 잔금 지급기한은 언제 도래하는가?

건축설계계약에서는 설계비 잔금 지급시기를 ‘공사착공 시’ 또는 ‘건축허가일로부터 일정 기간 내’와 같이 장래의 사실과 결부하여 약정하는 경우가 흔하다. 이러한 약정이 조건인지 불확정기한인지는 계약 문언과 체결 경위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되, 대법원은 잔금을 공사착공 시 지급하되 착공이 건축허가일로부터 6개월을 넘기면 허가일로부터 6개월 내에 지급하기로 한 약정을 조건이 아닌 불확정기한으로 보았다(98다23447 판결요지 및 이유 1). 계약이나 잔금채무의 효력 자체를 착공·허가 성부에 의존하게 한 것이 아니라, 이미 발생한 잔금채무의 이행기를 장래 도래할 시기가 확정되지 않은 때로 유예한 취지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잔금 지급시기를 불확정기한으로 정한 경우에는 건축허가를 받지 못하였다는 사유만으로 이미 성립한 잔금 지급의무를 면할 수 없다(98다23447 이유 1). 불확정기한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부관으로 정한 사실(착공 또는 허가 후 약정 기간 경과)이 발생한 때뿐만 아니라 그 사실의 발생이 불가능하게 된 때에도 이행기한이 도래한다(민법 제152조 제1항; 2017다205127 판결요지 [2]). 또한 부관 사실의 실현이 주로 변제자의 성의·노력에 좌우되고 채권자가 영향을 줄 수 없을 때에는, 사실 발생이 불가능한 것으로 확정되지 않았더라도 합리적인 기간 내에 사실이 발생하지 않는 때에 이행기한이 도래한다(2017다205127 판결요지 [2]). 공사 설계에 종사한 자의 설계비 채권은 위와 같이 이행기가 도래하여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부터 3년의 단기소멸시효가 진행한다(민법 제163조 제3호; 같은 법 제166조 제1항).

계약이 중도에 끝난 뒤에도 건축주는 설계도서를 계속 쓸 수 있는가?

설계도서가 완성·교부되고 설계비 상당 부분이 지급된 뒤 공사가 상당히 진척되었다면 계약이 중도에 해소되어도 건축주에게 설계도서 이용권이 유보된다(99마7466 판결요지 [1]; 2020다240304 이유 1 가).

설계도서는 창작성이 인정되는 경우 건축저작물에 해당하므로 원래는 저작재산권자의 이용허락 범위 안에서만 이용할 수 있다(저작권법 제4조 제1항 제5호; 같은 법 제46조). 그러나 가분적인 내용들로 이루어진 건축설계계약에서 설계도서 등이 완성되어 건축주에게 교부되고 설계비 중 상당 부분이 지급된 경우가 있다. 그 도서에 따른 공사가 상당히 진척되어 중단 시 중대한 사회적·경제적 손실을 초래하고 완성 부분이 건축주에게 이익이 되는 때에는 계약 관계가 해소되더라도 일단 허락된 설계도서 이용권이 건축주에게 유보된다(99마7466 판결요지 [1]; 2020다240304 이유 1 가). 따라서 건축주가 설계자 및 감리자를 변경하여 공사를 마무리하더라도 저작재산권 침해가 되지 않는다(2020다240304 이유 1 나·다). 저작인격권과 다른 현장 사용의 한계 등 상세한 기준은 건축설계계약이 해소된 뒤 설계도를 사용할 수 있는가에서 설명한다.

실무 체크포인트

  1. 계약서의 단계별 보수 비율과 가분성을 먼저 확인한다: 기본설계·실시설계·사용승인도서 및 건축물관리대장 도서 작성 등 어느 단계까지 성과물이 완성·교부되었는지를 납품 확인서와 인허가 기록으로 특정한다(2014다31806 이유 1).
  2. 해지·해제 통보서의 문언을 정확히 작성·검토한다: 채무불이행 해제 통보만으로는 민법 제673조 임의해제가 인정되지 않는다(2022다246757 판결요지). 수급인이 제673조 손해배상을 청구하려면 도급인의 통보에 임의해제·손해배상 의사가 있었는지, 아니면 무효인 해제 통보로 계약이 존속 중인지부터 나누어 보아야 한다(2024다282177 이유 3 가·나).
  3. 착공·허가 연동 잔금 약정의 기한 도래 시점과 3년 시효를 챙긴다: 잔금 지급 약정이 불확정기한으로 해석되면 허가 미취득만으로 지급을 거절할 수 없다(98다23447 판결요지 및 이유 1). 약정 사실이 발생한 때나 발생이 불가능하게 된 때는 물론, 실현이 주로 변제자 성의·노력에 좌우되고 채권자가 영향을 줄 수 없는 사실이 합리적 기간 내 발생하지 않은 때에도 이행기가 도래하며 그때부터 3년 시효가 진행한다(2017다205127 판결요지 [2]; 민법 제152조 제1항; 같은 법 제163조 제3호; 같은 법 제166조 제1항).
  4. 도면 이용권 유보와 미지급 설계비 정산을 구별한다: 공사가 상당히 진척되어 건축주에게 설계도서 이용권이 유보되는 경우라도 미지급 설계비 지급의무가 면제되는 것은 아니므로, 도면 사용 가부와 잔여 보수 청구를 분리하여 대응한다(99마7466 판결요지 [1]; 2020다240304 이유 1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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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수정 2026년 10월 21일 ·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이고 개별 사안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최종 수정일 기준으로 작성됐으며 이후 법령 개정이나 판례 변경으로 현행과 달라질 수 있고, 법령·판례의 문언은 정본이 우선합니다. 내용만을 근거로 한 판단으로 생긴 손해에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면책 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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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우법무사

신우법무사

법무사 김정걸은 1994년 제2회 법무사시험에 합격해 32년간 법무사 업무를 해 왔습니다. 1984년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했습니다. 외국인 상속등기 · 한정승인 · 상속포기, 상속관련 소송 · 비송, 회사등기, 강제집행 등을 주업무로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