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권대리(無權代理)란 대리권 없는 자가 타인의 대리인으로서 법률행위를 한 경우를 말한다. 계약의 경우 본인이 추인하지 않으면 본인에게 효력이 없다(민법 제130조).
쉽게 말하면 — 대리권이 없는 사람이 “나는 A의 대리인입니다”라고 주장하면서 계약을 맺는 것입니다. 이 계약은 A(본인)가 나중에 인정(추인)하지 않으면 A에게는 효력이 없습니다.
무권대리가 되는 요건은?
대리권 없는 자가 본인의 이름으로 상대방과 법률행위를 한 경우에 무권대리가 성립한다. 세 가지 요소가 있다.
첫째, 행위자에게 대리권이 없어야 한다. 처음부터 대리권을 수여받지 않은 경우는 물론, 대리권이 소멸한 뒤 행위한 경우도 포함한다.
둘째, 행위자가 본인의 대리인 자격을 표방해야 한다. 자기 이름으로 계약하면 대리가 아니라 자기 행위다. 본인을 위한 것이라는 표시는 방식을 가리지 않고 묵시적으로도 할 수 있다(2023다225580 판시 [1]). 본인이 완성해 둔 의사표시를 전달하기만 하는 사자는 대리인과 구별된다. 다만 계약의 체결·성립에 관한 최종 결정권이 본인에게 남아 있다는 사정이 그 구별의 결정적 기준은 아니고, 행위자가 상대방과의 외부 관계에서 어떤 모습으로 보였는지를 중심으로 판단한다(2023다225580 판시 [2]).
셋째, 상대방과 법률행위(계약 또는 단독행위)를 해야 한다.
대리권이 없어도 “대리인인 척” 했다는 사실이 핵심입니다. 자기 명의 거래라면 무권대리 문제가 생기지 않습니다.
무권대리의 효과는?
무권대리 계약은 본인에게 효력이 없다(민법 제130조). 즉 계약의 효력이 본인에게 귀속되지 않는다. 다만 본인이 추인하면 계약 시로 소급해 효력이 생긴다(같은 법 제133조).
본인이 추인을 거절하면 계약은 본인에 대하여 효력이 없는 것으로 확정된다. 이때 무권대리인은 상대방이 선택하는 바에 따라 계약을 이행하거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민법 제135조 제1항).
계약 효력이 “있는가 없는가”가 본인의 추인 여부에 달린 미확정 상태입니다. 본인이 인정하면 살고, 거절하면 죽습니다. 대신 거절되면 대리인이 직접 책임을 집니다.
추인·거절의 절차
최고권(상대방 → 본인). 상대방은 상당한 기간을 정해 본인에게 추인 여부의 확답을 최고할 수 있다(민법 제131조). 본인이 그 기간 안에 확답을 발하지 않으면 추인을 거절한 것으로 본다(같은 조).
추인·거절의 상대방. 추인 또는 거절의 의사표시는 상대방에게 해야 대항할 수 있다(민법 제132조). 무권대리인에게만 한 추인·거절은 상대방이 그 사실을 알기 전까지는 상대방에게 효력이 없다(같은 조).
추인의 소급효. 추인은 다른 의사표시가 없으면 계약 시에 소급해 효력이 생긴다(민법 제133조). 단, 제3자의 권리를 해치지 못한다(같은 조).
추인의 성질과 범위. 추인은 무권대리인이나 상대방의 동의·승낙을 필요로 하지 않는 단독행위다. 추인은 의사표시 전부에 대하여 해야 하고, 일부만 추인하거나 내용을 바꾸어 추인하면 상대방의 동의를 얻지 못하는 한 무효다(81다카549).
묵시적 추인의 인정 범위. 본인이 무권대리 사실을 알고 한 행동이 있어도 추인으로 단정하지 않는다. 자녀가 대리권 없이 부동산을 매도하자 본인이 매매대금에 해당하는 돈을 돌려주겠다며 해약을 요청하고 반환기일 연기를 구한 사안에서, 그 사정만으로는 추인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보았다(85다카2337). 무권대리인을 상속한 사람이 매수인에게 매매대금 상당액을 지급하기로 약정한 사안도 마찬가지다. 그것만으로 망인의 무권대리행위를 추인한 것으로 보지 않았다(91다261).
철회권(상대방). 본인이 추인하기 전까지 상대방은 본인이나 그 대리인에게 계약을 철회할 수 있다(민법 제134조). 다만 계약 당시 상대방이 대리권 없음을 알고 있었으면 철회하지 못한다(같은 조).
본인이 결정을 미루는 동안 상대방도 손 놓고 기다리지 않아도 됩니다. 기간을 정해 확답을 요구하거나, 계약을 먼저 철회할 수 있습니다.
무권대리인의 책임
무권대리인이 대리권을 증명하지 못하고 본인의 추인도 받지 못하면(추인을 거절당하거나 최고 기간 내에 확답을 받지 못한 경우 포함), 무권대리인은 상대방이 선택하는 바에 따라 계약 이행 또는 손해배상 책임을 진다(민법 제135조 제1항).
다음 경우에는 무권대리인이 책임을 지지 않는다(민법 제135조 제2항).
- 상대방이 대리권 없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
- 무권대리인이 제한능력자인 때
무권대리인이 뒤에 본인을 상속한 경우에는 결과가 달라진다. 무권대리인은 민법 제135조 제1항에 따라 상대방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이행할 의무를 진다. 본인을 상속하여 소유자가 되면 그 의무의 이행이 가능해진다. 그 뒤에 자신의 매도행위가 무권대리여서 무효라는 이유로 전득자 앞으로 된 등기의 말소나 점유로 인한 부당이득의 반환을 구하는 것은 금반언의 원칙이나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허용되지 않는다(94다20617).
상대방이 대리권 없음을 처음부터 알면서 계약했다면, 나중에 대리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습니다. 스스로 위험을 감수한 것으로 봅니다.
단독행위와의 관계
계약이 아닌 단독행위(예: 해제 통지, 채무면제)에는 행위 당시 상대방이 무권대리에 동의하거나 대리권을 다투지 않은 경우에 한해 위 규정이 준용된다. 대리권 없는 자를 상대로 상대방이 그 동의를 얻어 단독행위를 한 경우도 같다(민법 제136조).
표현대리와의 구분
표현대리는 대리권이 없어도 외관상 대리권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상황에서 본인이 그 외관 형성에 기여한 경우 본인이 책임을 지는 제도다. 무권대리와 달리 본인의 추인 없이도 본인에게 효력이 귀속된다는 점에서 다르다.
표현대리가 성립하면 무권대리의 효과(본인에게 효력이 없음·대리인 책임)는 적용되지 않는다.
실무 체크포인트
- 부동산 매매나 대출 계약에서 대리인이 나타나면 위임장·인감증명서뿐만 아니라 본인 확인 수단(본인 직접 전화 등)을 병행하는 것이 안전하다. 위임장이 위조된 경우 표현대리 성립 여부는 별론으로 하고, 무권대리 계약은 본인 추인 없이는 효력이 없다.
- 상대방이 추인 여부를 기다리는 동안 계약 이행을 강행하면 이후 추인 거절 시 손해가 커진다. 민법 제131조의 최고권을 먼저 행사해 법적 지위를 확정하는 편이 낫다.
- 무권대리인이 제한능력자(미성년자 등)이면 상대방은 민법 제135조 제2항에 따라 대리인에게도 책임을 묻지 못한다. 대리인이 성년인지 확인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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