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소비대차는 이미 부담하는 금전이나 대체물의 지급의무를 당사자의 합의로 소비대차의 목적으로 바꾸는 계약이다(민법 제605조). 기존 채무의 존재와 전환 합의가 필요하며, 차용증을 새로 썼다는 사실만으로 언제나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2005다47175 판결요지 [1], 96다25302 판결요지 [1]).
쉽게 말하면 — 미지급 공사대금 등을 당사자끼리 빌린 돈으로 바꾸어 갚기로 하는 것입니다. 어떤 채무를 어떻게 바꾸었는지에 따라 담보와 항변, 압류의 효과도 달라집니다. 서류 제목만 차용증으로 바꾸어 기존 채무의 문제를 없앨 수는 없습니다.
어떤 채무를 바꿀 수 있는가
소비대차 외의 원인에 따른 금전·대체물 지급채무뿐 아니라 기존 소비대차 채무도 바꿀 수 있다. 판례는 기존 채무가 소비대차에 따른 채무인 경우에도 준소비대차가 성립할 수 있다고 본다(민법 제605조, 94다8440 판결요지 가).
기존 채무가 없거나 무효이면 이를 바탕으로 한 새 채무는 성립하지 않는다. 새 준소비대차가 무효이거나 취소된 경우에는 기존 채무도 소멸하지 않았던 것으로 된다(2005다47175 판결요지 [1]).
대법원이 판단한 학교법인의 공사대금 전환 사건에서, 기초 도급계약은 학교법인 재산의 취득·처분·관리 사항이자 관할청 허가 대상인 의무부담행위였다. 필요한 이사회 심의·의결과 허가 없이 체결되어 무효였으므로 이를 전환한 준소비대차도 무효라고 판단했다(2014다64752 이유 1). 준소비대차라는 분류와 계약의 유효성은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
차용증이나 채무 확인서만 있으면 성립하는가
기존 채무를 소비대차로 전환한다는 당사자의 합의가 확인되어야 한다. 대법원은 대여원금·발생 이자·대납비용을 확인하고 사정이 정리되는 대로 갚으며 이자를 부담하겠다고 적은 문서만으로, 발생 이자와 비용을 새 원본에 합산하는 준소비대차가 성립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보았다(96다25302 판결요지 [1], 이유 1).
확인한 채무의 내역, 새 원본의 범위, 이자와 변제기, 기존 채무를 처리하려는 의사를 함께 읽어야 한다. 채무 확인과 원본 합산 약정은 같은 의미가 아니다(96다25302).
경개와는 무엇이 다른가
준소비대차는 기존 채무와 새 채무의 동일성이 원칙적으로 유지되는 반면, 경개는 채무의 중요한 부분을 바꾸어 기존 채무와 새 채무 사이의 동일성이 없어진다(민법 제500조, 2014다64752 판결요지 [1]).
어느 계약인지는 우선 당사자의 의사에 따른다. 의사가 명백하지 않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권자가 담보를 잃고 채무자가 항변권을 잃는 불이익을 스스로 택했다고 보기 어려워 일반적으로 준소비대차로 해석한다(2014다64752). 새 약정이 경개인지 기존 채무의 변제기·변제방법만 바꾼 것인지도 구별해야 한다. 대법원은 약정의 동기·경위, 목적과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하여 해석해야 한다고 판시하고, 보증채무의 분할상환 합의가 경개라고 본 원심을 파기환송했다(2024다203938 이유 1. 나.).
대법원은 미지급 공사대금을 그대로 대여금액으로 삼으면서 이율·변제기를 정하고 연대보증을 추가한 사안에서, 그 사정만으로 채무의 중요한 부분이 바뀌었다고 보지 않았다(2014다64752 이유 1). 새 채무의 성질이 소비대차가 아니거나 기존 채무와 동일성이 없다면 준소비대차로 볼 수 없다(2004다37669 판결요지 [1]). 이 판결은 구 은행법 아래 수출어음대출을 일반자금대출로 바꾼 사안에서 경개일 가능성과 종전 보증의 범위를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담보와 항변도 그대로 이어지는가
기존 채무에 붙은 담보권·항변권 등은 당사자의 의사나 계약의 성질에 반하지 않는 한 새 채무에도 존속한다. 판례가 말하는 동일성의 핵심은 이 점이다(2005다47175 판결요지 [1]).
대법원은 반복하여 추가 대여하면서 종전 집행력 있는 공정증서를 담보로 하기로 한 사안에서, 대여금채무의 동일성과 그 공정증서의 집행력이 유지된다고 판단했다(94다8440). 다만 당사자의 약정이나 채무 성질을 보지 않고 기존 담보·보증이 언제나 이전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이미 가압류된 채권도 전환할 수 있는가
가압류 뒤 준소비대차를 약정해도 당사자 사이에서는 유효하지만, 기존 채권을 소멸시키는 전환을 가압류채권자에게 주장할 수는 없다(2005다47175 판결요지 [2]).
가압류채권자는 자신을 보호하는 처분제한의 효과를 원용하는 대신 준소비대차의 효력을 인정할 수도 있다. 그러나 기존 채권 전액을 이미 추심하고 다시 새 채권 원금까지 추심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신의칙에 반한다. 판례는 이미 추심한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이자 부분을 이와 구별했다(2005다47175 판결요지 [3]·[4], 이유 5).
따라서 동일성이 유지된다는 이유로 가압류를 무시하거나, 기존 채권과 새 채권을 같은 상대방에게 중복 청구해서는 안 된다(2005다47175).
변제기와 시효는 어떻게 확인하는가
변제기는 반환 약정에 따르고, 시효는 원본·이자와 지급 약정·채무 승인, 상사채권 여부와 특별시효를 나누어 확인한다. 준소비대차에는 소비대차의 효력이 생기므로 반환시기 약정이 있으면 그 약정에 따르고, 약정이 없으면 대주는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반환을 최고해야 한다. 반환시기 약정이 없는 경우 차주는 언제든지 반환할 수 있다(민법 제605조, 같은 법 제603조).
이자채권에 적용되는 3년의 단기소멸시효는 1년 이내의 정기에 지급하기로 한 경우를 대상으로 한다. 단순히 변제기가 1년 이내인 채권을 뜻하는 것은 아니며, 변제기에 원금과 이자를 일시에 지급하기로 한 경우에는 이 규정의 단기시효가 적용되지 않는다(민법 제163조 제1호, 96다25302 판결요지 [3], 이유 2. 나.).
채무의 승인은 시효중단 사유이고, 중단한 시효는 중단사유가 끝난 때부터 새로 진행한다(민법 제168조, 같은 법 제178조). 새 문서의 작성일만 보고 모든 채권에 같은 시효기간을 적용하지 말고, 전환 합의와 승인 내용부터 구별해야 한다.
당사자와 거래의 영업 관련성도 확인해야 한다. 회사가 영업을 위하여 체결한 준소비대차로 새로 생긴 채권에는 상사시효가 적용될 수 있다. 대법원은 회사에 대한 노임채권을 준소비대차로 전환한 사안에서 새 채권에 5년의 상사시효를 적용했다(80다1363 이유 2 ㄴ, 상법 제64조). 구체적 기간은 새 채권에 적용되는 상법의 별도 규정과 다른 법령의 더 짧은 시효도 확인해 정한다(같은 법 제64조).
실무 체크포인트
- 원래 채무의 발생원인·금액·유효성부터 확인한다(2005다47175).
- 단순 채무 확인인지, 기존 채무의 변제기·변제방법만 바꾼 합의인지, 소비대차로 전환한 준소비대차인지, 동일성이 없는 경개인지 나누어 읽는다(96다25302, 2014다64752, 2024다203938).
- 담보·항변과 가압류의 존재, 원본·이자의 지급 조건을 각각 확인한다(2005다47175, 민법 제603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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