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매수인과 경락인의 체납 전기·수도요금 승계

부동산을 사거나 경매로 취득한 사람은 소유권을 취득했다는 것만으로 전 소유자의 체납 전기·수도요금을 떠안지 않는다(92다16669 판결요지 가·다). 다만 공급규정의 승계 조항에 동의해 계약 내용이 됐거나 스스로 인수를 약정했다면 그에 따른다(92다16669 판결요지 가, 94다29553). 아래 판결들(92다16669 · 91다17917 · 94다29553)은 1990년대 당시 법령과 공급규정을 기준으로 했다.

쉽게 말하면 — 공장을 사들인 사람이 전기가 끊겨 있어 문의했더니, 전 주인이 밀린 요금을 내야 전기를 공급하겠다는 답을 들은 경우입니다. 대법원은 이런 승계 조항이 공급자 내부의 지침일 뿐이고, 새 사용자가 그 조항에 동의해 계약 내용이 된 경우에만 효력이 있다고 보았습니다(92다16669 판결요지 가). 체납을 모르고 샀고, 인수하지도 않은 요금을 전기를 받으려고 부득이 돌려받을 권리를 남겨 두고 냈다면 반환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91다17917 판결요지 가). 반대로 사정을 미리 알고 스스로 인수하기로 약정한 경락인의 약정을 불공정하다고 보지 않은 사례도 있습니다(94다29553).

새 소유자는 전 소유자의 체납 전기요금을 당연히 내야 하나?

새 소유자는 전기공급규정에 승계 조항이 있다는 것만으로 전 소유자의 체납 전기요금을 내야 하는 것은 아니다(92다16669 판결요지 가). 수용가란 전기를 공급받아 쓰는 사람을 말한다. 대법원은 한국전력공사의 공급규정에 새 수용가가 옛 수용가의 체납요금을 승계한다는 조항이 있어도 이를 공사 내부의 업무처리지침으로 보았다. 그래서 국민에 대하여 일반적 구속력을 갖는 법규로서의 효력은 없고, 「수용가가 위 규정에 동의하여 계약의 내용으로 된 경우에만 효력이 생긴다」고 했다.

판결 당시 전기사업법 제17조 제1항은 일반전기사업자가 「전기요금 기타 공급조건」에 관한 공급규정을 정해 인가를 받도록 했다. 대법원은 이 공급조건을 장래 전기를 공급받기 위한 계약의 내용이 되는 사항으로 보았다. 체납요금 승계는 옛 수용가의 채무를 새 수용가가 인수하느냐의 문제여서 여기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했다(92다16669 판결요지 나). 인가받은 공급규정에 승계 조항이 있어도 그것만으로 납부 의무가 바로 생기지 않는다는 취지다.

이 사안의 경락인은 체납요금을 낸 뒤 공급규정에 따라 전기를 받겠다는 동의서를 냈다. 대법원은 승계 조항에 동의했다거나 그 동의가 유효하다고 인정되지 않은 이상 체납요금 납부 의무가 승계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그래서 승계를 인정한 판단을 파기하고 환송했으며, 반환 여부는 환송 뒤 다시 심리할 부분으로 남았다(92다16669 이유 1항).

현행 전기사업법은 전기판매사업자가 「전기요금과 그 밖의 공급조건에 관한 약관」(기본공급약관)을 작성해 인가를 받도록 정한다(전기사업법 제16조 제1항). 현행 공급약관에 어떤 승계 조항이 있는지와 그 효력은 이 판결이 판단한 대상이 아니다.

수도요금도 마찬가지인가?

수도요금도 새 소유자가 건물 소유권을 취득했다는 것만으로 전 소유자의 체납분이 넘어오지 않는다(92다16669 판결요지 다). 이 사안의 시 수도급수조례는 당시 수도법 제17조에 따라 만든 것이었다. 조례는 「급수장치에 관한 권리의무」가 건물·토지의 처분에 따르고, 급수장치의 소유·관리권을 취득한 사람은 취득 전에 생긴 의무도 승계한다고 정했다.

대법원은 이 조례 규정을 급수장치에 관한 권리의무의 승계에 관한 것으로 보았다. 그래서 전 소유자의 체납수도요금 납부의무까지 소유권 취득만으로 넘어온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경락 당시 체납을 전혀 몰랐던 경락인이 단수 통보를 받고 공장 가동을 위해 부득이 낸 요금에 대해서는 시의 반환 의무를 인정한 판단이 그대로 유지됐다(상고기각).

이 판단은 1992년 당시 한 시의 급수조례 문언을 해석한 것이다(92다16669 이유 2항). 현행 수도요금 승계는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현행 급수조례 문언을 확인해 따져야 한다.

경매로 산 매수인(경락인)은 다른가?

경매로 부동산을 산 사람도 소유권 취득만으로 전 소유자의 체납 전기·수도요금을 떠안지 않는다는 점은 일반 매수인과 같다(92다16669 판결요지 가·다). 경락인이란 경매에서 부동산을 사들인 사람을 말한다. 위 판결의 사안 자체가 임의경매로 공장을 산 경락인이었다.

당시 공급규정은 강제경매로 경락받은 경우를 승계 대상에서 빼는 단서를 두었다. 이 사건은 임의경매였고, 대법원은 그 단서가 아니라 승계 조항이 동의 없이는 효력이 없다는 이유로 판단했다(92다16669 이유 1항).

다만 경락인이 스스로 공급자와 체납요금을 인수하기로 약정했다면 그 약정에 따른다. 그 약정이 불공정하지 않다고 본 사례는 아래 인수 약정 절에서 설명한다(94다29553).

공급 재개를 위해 대신 냈다면 돌려받을 수 있나?

체납을 모르고 매수한 사람이 공급 거절 때문에 부득이, 인수하지도 않은 체납요금을 반환청구권을 유보하고 냈다면 비채변제에 해당하지 않아 돌려받을 수 있다(91다17917 판결요지 가). 비채변제란 채무가 없음을 알고 변제한 경우로, 이때는 반환을 청구하지 못한다(민법 제742조). 반환청구권 유보란 지급하면서 나중에 돌려달라고 할 권리를 남겨 둔다는 뜻을 밝히는 것이다.

이 사안의 공장 매수인은 중도금까지 낸 뒤에 매도인의 전기요금 체납을 알게 됐다. 공급이 중단된 채 시설 투자를 하고도 가동하지 못하자, 채무가 없음에도 지급한다는 점을 명시하고 반환을 유보한 채 자기 명의로 냈다. 대법원은 중도금 지급 뒤에 체납을 알게 됐다고 해서 결론이 달라지지 않는다고 했다(91다17917 이유).

판결은 이 경우를 매수 당시부터 체납 사실을 알면서 매수한 경우와 다르다고 대비했다. 그 경우의 반환 여부를 이 판결이 직접 판단하지는 않았다. 자유로운 의사에 반한 변제가 반환청구를 막지 않는다는 일반 법리는 채무 없음을 알고 한 변제에서 다룬다.

수도요금 사건에서도 같은 판단이 있었다. 경락인이 단수 때문에 막대한 손해를 입게 될 부득이한 사정에서 자유로운 의사에 반해 냈다는 이유로 시의 비채변제 주장을 배척한 판단이 정당하다고 했다(92다16669 이유 2항).

공급자가 민법 제745조를 내세워도 이런 사안에는 맞지 않는다. 이 조는 채무자 아닌 사람이 타인의 채무를 자기 채무로 잘못 알고 착오로 변제했는데 채권자가 선의로 증서를 훼멸하는 등으로 채권을 잃은 경우에 반환을 막는 취지다(91다17917 판결요지 나). 위 사안에서는 매수인이 채무 없음을 알고 냈고, 공사도 다른 회사 채무임을 알고 받았다. 공사가 그 요건사실을 주장·입증했다고 볼 수도 없었다.

인수 약정을 하면 어떤 효과가 있나?

새 소유자나 경락인이 공급자와 체납요금을 인수하기로 약정하면 그 약정에 따라 요금을 낼 채무를 진다(92다16669 판결요지 가, 94다29553). 채무인수란 제3자가 남의 채무를 넘겨받는 것을 말한다. 제3자는 채권자와의 계약으로 채무를 인수할 수 있다. 다만 채무의 성질이 인수를 허용하지 않으면 그렇지 않고, 이해관계 없는 제3자는 채무자의 의사에 반해 인수하지 못한다(민법 제453조).

매수인이 매도인과만 체납요금을 떠안기로 약정했다면 사정이 다르다. 제3자가 채무자와의 계약으로 채무를 인수한 경우에는 채권자의 승낙이 있어야 효력이 생긴다(민법 제454조 제1항). 인수 방식과 그 뒤 법률관계의 일반론은 채무인수에서 다룬다.

인수 약정을 한 뒤 그 약정이 불공정해 무효라며 돌려달라고 다툰 사례가 있다. 불공정한 법률행위란 당사자의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으로 인하여 현저하게 공정을 잃은 법률행위를 말하며 무효다(민법 제104조). 대법원은 다음 사정을 함께 보고 경락인의 인수·지급이 불공정하지도 사회질서에 반하지도 않는다고 했다(94다29553, 민법 제103조).

  • 경락인은 그 건물의 근저당권자인 상호신용금고였다.
  • 전 소유자의 체납으로 공급이 끊겨 있어 요금 인수·납부가 사실상 불가피하다는 사정을 미리 알고 경락받았다.
  • 건물을 보유하다가 전매차익을 노려 교회에 급히 양도하기로 했다.
  • 매수인인 교회의 요구에 따라 공급 재개 승인을 받기 위한 방편으로 스스로 인수를 약정했다.

대법원은 이 인수·지급이 합리적인 기업의 계산과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보았다. 공급 거절로 초래된 궁박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불공정한 법률행위가 아니라고 했고, 낸 요금을 돌려달라는 경락인의 청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상고기각). 이 결론은 위 사정이 함께 있었던 사안의 판단이다.

매수·경락 전에 무엇을 확인하나?

매수·경락 전에는 체납이 있는지와 누가 부담할지를 확인하고, 그 결과를 계약서에 적어 둔다. 체납을 알고 샀는지, 스스로 인수했는지가 반환 여부와 약정의 효력을 판단하는 사정이 되기 때문이다(91다17917 판결요지 가, 94다29553). 확인할 것은 다음과 같다. 모든 사안에 다 필요한 것은 아니고, 거래 형태에 맞춰 고른다.

  • 공급이 끊겨 있는지와 전 소유자의 체납 사실·금액을 확인한다. 매수 당시의 인식은 대납 뒤 반환 여부를 판단할 때 사정이 된다(91다17917 판결요지 가).
  • 일반 매매라면 체납요금을 누가 부담할지 특약으로 정한다. 매수인이 매도인과만 인수를 약정하면 공급자의 승낙이 있어야 공급자에 대한 인수 효력이 생긴다(민법 제454조 제1항).
  • 전기 공급약관에 승계 조항이 있는지 본다. 전기판매사업자는 공급약관을 영업소·사업소 등에 갖춰 두고 열람할 수 있게 해야 한다(전기사업법 제16조 제4항).
  • 공급 신청서나 동의서에 승계 조항 동의가 들어 있는지 보고 서명한다. 승계 조항은 수용가가 동의해 계약 내용이 된 경우에만 효력이 생긴다(92다16669 판결요지 가).
  • 경락이나 전매 거래에서 공급 재개를 위해 스스로 인수를 약정할지 미리 정한다. 사정을 알고 전매를 위해 스스로 약정한 경락인의 불공정·사회질서 위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94다29553).

실무 체크포인트

  • 공급 재개를 위해 체납요금을 대신 낼 때는 채무가 없지만 공급을 받으려고 부득이 낸다는 점과 반환청구권을 유보한다는 뜻을 적은 서면을 남긴다(91다17917 판결요지 가).
  • 단전·단수 안내문, 공급 거절 통보, 공장 가동 중단 같은 부득이한 사정을 보여 주는 자료를 모은다(92다16669 이유 2항).
  • 납부 뒤 공급 신청서·동의서에 승계 조항 동의가 들어 있는지 확인한다. 동의가 인정되고 유효하면 승계 조항이 계약 내용으로 효력을 가진다(92다16669 판결요지 가).
  • 반환은 요금을 받은 공급자에게 부당이득 반환으로 청구한 사례들이다(91다17917, 92다16669).
  • 관리단이 집합건물 관리비 체납을 이유로 전기를 끊는 문제는 공급자의 체납요금 승계와 다르며 관리비 체납과 관리단의 단전조치에서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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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수정 2026년 10월 20일 ·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이고 개별 사안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최종 수정일 기준으로 작성됐으며 이후 법령 개정이나 판례 변경으로 현행과 달라질 수 있고, 법령·판례의 문언은 정본이 우선합니다. 내용만을 근거로 한 판단으로 생긴 손해에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면책 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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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우법무사

신우법무사

법무사 김정걸은 1994년 제2회 법무사시험에 합격해 32년간 법무사 업무를 해 왔습니다. 1984년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했습니다. 외국인 상속등기 · 한정승인 · 상속포기, 상속관련 소송 · 비송, 회사등기, 강제집행 등을 주업무로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