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을 위해 기부하면서 특정 용도를 계약내용으로 삼았다면, 받는 쪽은 임의로 다른 용도에 써서는 안 된다. 다만 용도를 어겼는지와 그 때문에 지급을 거절하거나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지는 여러 사정을 종합해 각각 판단한다(2011다61370 이유 1).
쉽게 말하면 — 대학에 캠퍼스 건설과 연구지원에 쓰라고 기부했다면, 처음부터 땅을 사는 데만 쓰기로 했는지가 중요합니다. 실제 대학 기부 사건에서도 법원은 처음 약정한 용도를 부지대금으로 한정하지 않았습니다(2011다61370 이유 2). 기부 뒤 용도를 좁히기로 서로 합의했다면, 바뀐 약속과 그 뒤 대학이 한 조치도 함께 봅니다(2011다61370 이유 3).
기부할 때 정한 목적은 언제 법적 의무가 되나?
공익을 위해 재산을 무상으로 내놓으며 사용목적이나 용도를 계약내용으로 정했다면, 받는 쪽은 임의로 다른 용도에 써서는 안 된다(2011다61370 이유 1). 재산을 내놓는 것을 출연, 내놓는 사람을 출연자라고 한다. 기부자의 마음속 희망과 상대방도 따르기로 한 계약내용을 구별해야 한다.
기부금의 사용 범위를 확인할 때는 약정서 문구와 계약을 맺은 경위를 함께 본다. 대법원은 대학 기부 사건에서 기부약정서의 용도 문구와 출연식 당일 기자간담회 발언 등을 살폈다. 그 결과 처음 합의한 용도를 캠퍼스 부지대금으로 한정하지 않고, 캠퍼스 건설 및 연구지원 기금으로 본 원심 판단을 인정했다(2011다61370 이유 2).
기부자들은 부지대금이 적어도 주된 사용용도였다는 전제에서도 해제 등을 주장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그 주장을 배척하는 취지가 포함되어 있어, 필요한 판단을 빠뜨린 위법이 없다고 보았다(2011다61370 이유 4).
무상으로 재산을 주겠다는 의사표시에 상대방이 승낙하면 증여의 효력이 생긴다(민법 제554조). 용도를 어떻게 합의했는지는 이러한 계약의 내용을 확인하는 문제다. 일반적인 증여의 성립과 서면 유무에 따른 해제는 증여에서 설명한다.
목적에 맞게 썼는지는 무엇으로 판단하나?
법원은 계약내용과 체결 경위, 기부재산의 규모와 필요한 자금, 실제 용도와 지정목적의 연관성, 기부자의 이의 여부 등을 종합해 판단한다(2011다61370 이유 1).
다음 사정은 하나만으로 결론을 정하는 요건이 아니라 함께 고려할 판단 자료다(2011다61370 이유 1).
- 합의한 용도의 범위를 본다. 약정 내용과 계약을 맺게 된 경위를 함께 확인한다.
- 재산 규모와 필요한 자금을 비교한다. 기부재산의 규모와 지정목적을 수행하는 데 드는 자금의 정도를 살핀다.
- 실제로 쓴 곳과 목적의 연관성을 본다. 실제 지출이 약정한 목적과 어떤 관계에 있는지 확인한다.
- 기부자의 이의 여부를 본다. 사용처에 관해 이의를 제기했는지와 그 내용을 확인한다.
따라서 지출 항목의 이름이 약정서의 표현과 같은지만 비교해서는 용도 위반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 반대로 기부자가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사정 하나만으로 용도 위반이 없다고 결론 낼 수도 없다(2011다61370 이유 1).
기부 뒤에 사용 용도를 바꿀 수 있나?
기부자와 받는 쪽 사이에 용도를 바꾸는 합의가 인정되면, 변경된 내용과 그 뒤의 이행을 함께 판단한다(2011다61370 이유 3). 한쪽의 변경 요구만으로 합의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실제 대학 기부 사건에서는 요구에 대한 상대방의 대응과 새 약정서 교부를 함께 살폈다(2011다61370 이유 3).
그 사건의 용도 변경 과정은 다음과 같다(2011다61370 이유 3).
- 기부자 한 명이 총장에게 편지를 보내 기부금을 캠퍼스 부지대금으로 써 달라고 요구했다. 다른 곳에 썼다면 원상회복해 부지대금에 쓰도록 해 달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 총장은 그 요구에 따라 사용목적을 캠퍼스 부지매입대금으로 특정한 새 기부약정서를 작성해 기부자들에게 교부했다.
- 대학은 이미 다른 용도로 지출한 부분도 새 용도에 맞도록 다른 발전기금과 예산을 활용해 부지대금을 지급했다. 부지대금의 분할지급 일정도 앞당겼다.
새 약정서의 문구는 캠퍼스 부지매입대금으로 되어 있었다. 대법원은 그 교부 무렵의 상호 양해를 캠퍼스 관련 목적으로 용도를 제한·변경한 것으로 인정했다(2011다61370 이유 3). 또 대학의 후속 조치 등을 고려하면 약정상 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원심의 이유와 일부 차이가 있었지만 용도 위반이 없다는 결론을 유지하고 기부자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2011다61370 이유 3·5, 주문).
약정 용도와 다르면 지급을 거절하거나 돌려받을 수 있나?
기부금이 약정 용도와 다르게 쓰였다고 해서 기부자가 곧바로 지급을 거절하거나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2011다61370 이유 1). 법원은 계약내용·체결 경위·재산 규모와 필요자금·실제 용도와 목적의 연관성·이의 여부 등을 종합한다. 이를 바탕으로 부수적인 사항을 어긴 데 그치는지, 계약효력을 부정할 사유인지를 판단한다(2011다61370 이유 1).
해제를 검토할 때는 용도 약정의 성격, 불이행 상태, 해제 의사를 표시할 당사자를 차례로 확인한다.
부담과 해제조건
받는 쪽도 계약에서 정한 부담의무를 지기로 약정한 부담부증여라면, 증여 규정과 함께 쌍방이 의무를 지는 계약의 규정이 적용된다(민법 제561조). 이와 달리 특정 사실이 생기면 계약의 효력을 잃도록 정한 것이 해제조건이다. 해제조건이 붙은 법률행위는 조건이 성취한 때부터 효력을 잃는다. 다만 당사자가 그 효력을 조건 성취 전으로 소급시키기로 했다면 그 의사에 따른다(같은 법 제147조 제2항·제3항).
용도 문구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부담이나 해제조건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계약을 맺은 경위와 실제 합의 내용을 살펴 어떤 의무나 효과를 정했는지 확인해야 한다(2011다61370 이유 1·2).
불이행 상태와 해제 요건
약정 의무의 이행이 늦어지는 이행지체로 해제하려면, 원칙적으로 상당한 기간을 정해 그 의무를 이행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이런 요구를 최고라고 하며, 그 기간에도 이행하지 않아야 해제할 수 있다. 상대방이 미리 이행하지 않을 뜻을 밝혔다면 최고는 필요하지 않다(민법 제544조).
채무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약정 의무를 이행할 수 없게 된 경우에는 최고 없이 해제할 수 있다(민법 제546조). 다른 용도로 지출했다는 사실만으로 언제나 이행할 수 없게 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대학 사건에서도 다른 발전기금과 예산을 활용한 후속 조치가 있었다(2011다61370 이유 3).
계약의 성질이나 당사자의 의사표시에 따라 일정한 시일 또는 기간 내에 이행하지 않으면 계약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그 시기에 이행하지 않으면 상대방은 최고 없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민법 제545조). 이러한 정기행위를 비롯한 해제 요건은 부담부증여와 해제에서 더 설명한다.
해제의 통지와 반환
계약이나 법률에 따른 해제권이 있으면 상대방에게 해제 의사를 표시해 행사한다. 그 의사표시는 철회하지 못한다(민법 제543조 제1항·제2항).
한 계약에서 한쪽 또는 양쪽 당사자가 여러 명이면, 해제는 그 전원으로부터 또는 전원에 대하여 해야 한다. 해제권이 한 당사자에 대하여 소멸하면 다른 당사자에 대하여도 소멸한다(민법 제547조 제1항·제2항). 기부자들이 각각 별개의 계약을 맺었는지, 한 계약의 공동 당사자인지부터 구별해야 한다.
약정 의무의 불이행을 이유로 계약이 적법하게 해제되면 당사자는 받은 것을 돌려주는 원상회복의무를 진다. 제3자의 권리는 해칠 수 없고, 반환할 돈에는 받은 날부터 이자를 붙여야 한다(민법 제548조 제1항·제2항). 구체적인 반환 관계는 부담부증여에서 더 설명한다.
용도 분쟁을 줄이려면 무엇을 남겨야 하나?
기부자와 받는 쪽은 합의한 용도, 변경 경위, 실제 사용처와 이의·후속 조치 자료를 구별해 남기는 것이 좋다. 대학 기부 사건에서 법원이 살핀 자료와 판단 과정을 바탕으로 한 준비 방법이다(2011다61370 이유 2·3).
자료는 확인하려는 사실에 따라 다음과 같이 나눌 수 있다(2011다61370 이유 1~3).
| 확인할 사실 | 정리할 자료와 내용 |
|---|---|
| 처음 합의한 용도 | 기부약정서의 사용목적 문구, 계약 체결 과정에서 상대방에게 한 설명과 공개 발언 |
| 용도 변경의 합의 | 기부자의 변경 요구, 상대방의 답변, 새 약정서와 교부 경위 |
| 실제 사용과 목적의 관계 | 지출처·금액·시기를 확인할 자료, 약정한 사업에 필요한 자금과 실제 지출의 관계 |
| 이의 제기와 후속 조치 | 언제 어떤 사용에 이의를 제기했는지, 상대방이 그 뒤 어떤 조치를 했는지 보여 주는 자료 |
특히 처음부터 용도가 좁게 정해져 있었다는 주장과, 나중에 서로 용도를 좁히기로 했다는 주장을 구별해야 한다. 대학 사건에서도 대법원은 최초 약정과 나중의 변경 합의를 나누어 판단했다(2011다61370 이유 2·3).
실무 체크포인트
- 약정서에서 사용목적의 범위를 먼저 확인한다. 기부 당시 설명·발언도 함께 정리해 기부자의 희망과 실제 합의를 구별한다(2011다61370 이유 1·2).
- 용도 변경을 주장한다면 변경 요구만 모으지 말고 상대방의 대응과 새 약정서, 변경 뒤 조치까지 확인한다(2011다61370 이유 3).
- 지급 거절이나 해제를 통보하기 전, 용도 위반의 내용과 계약 효력에 미치는 정도를 구별한다(2011다61370 이유 1). 용도 약정이 받는 쪽도 지기로 한 계약상 부담의무인지, 특정 사실이 생기면 효력을 잃는 조건인지 확인한다(민법 제561조, 같은 법 제147조 제2항).
- 이행지체 해제라면 상당한 기간을 정한 최고와 그 기간의 미이행을 확인한다. 미리 이행하지 않겠다는 의사표시가 있으면 최고는 필요하지 않다(민법 제544조). 채무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이행할 수 없게 된 경우에도 최고 없이 해제할 수 있다(같은 법 제546조).
- 정해진 시기를 놓쳤다면 계약의 성질이나 당사자의 의사표시상 그 시일 또는 기간 내에 이행해야 계약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는지 확인한다. 그러한 경우 그 시기에 이행하지 않았다면 최고 없이 해제할 수 있다(민법 제545조).
- 기부자가 여럿이면 각자 별개의 계약을 맺었는지부터 확인한다. 한 계약의 당사자가 여럿이면 해제 의사표시의 전원 요건을 확인한다. 해제권이 한 당사자에 대하여 소멸하면 다른 당사자에 대하여도 소멸한다(민법 제547조 제1항·제2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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