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전처분의 유용이란 어떤 청구권을 피보전권리로 받아 둔 보전처분을, 나중에 다른 청구권을 보전하는 데 돌려 쓰는 것이다(피보전권리). 판례는 피보전권리가 달라진 보전처분의 유용을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는다.
쉽게 말하면 — A 권리를 지키려고 받아 둔 가압류·가처분을, 나중에 B 권리를 지키는 데 그대로 쓰는 것을 유용이라 합니다. 법은 이를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습니다. 새 권리를 지키려면 그에 맞는 보전처분을 새로 받아야 합니다.
왜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나?
유용을 허용하면 채권자가 채무자를 부당하게 오래 묶어둘 수 있기 때문이다. 채권자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권리를 미리 열거해 보전처분을 받아 놓고, 순차로 별소를 내며 모든 소송이 끝날 때까지 그 처분을 계속 쓸 수 있게 된다. 본안에서 피보전권리가 없다는 판결이 확정되면 그 보전처분을 다른 권리에 유용할 수 없고, 확정된 패소판결의 기판력을 피하려 같은 권리의 보전처분으로 돌려 쓸 수도 없다(2004다53715 판결요지 [1]·[2]).
허용하면 채권자가 온갖 권리를 갖다 붙여 채무자를 한없이 묶어둘 수 있어, 이를 막으려는 것입니다.
유용이 막힌 사례
법원은 다음과 같은 유용을 인정하지 않았다.
- 69다1311은 채권자대위권 사건의 이유에서, 가장매매를 원인으로 한 말소청구권을 보전한 처분금지가처분을 신탁해지에 따른 이전등기청구권에 돌려 쓸 수 없다고 설시했다.
- 93므1259는 위자료채권이 변제로 소멸한 경우 이를 보전한 가압류가 사정변경 취소 대상이 되고, 그 가압류를 재산분할 금전지급청구권에 유용할 수 없다고 보았다.
- 하급심에는 이혼·재산분할 청구가 기각 확정된 뒤 다시 같은 취지의 소를 제기한 사안에서, 앞의 재산분할청구권을 보전한 가압류를 새 소송의 재산분할청구권 보전에 유용할 수 없다며 사정변경을 이유로 가압류를 취소한 사례가 있다(2003르159).
본안에서 피보전권리의 부존재가 확정되면 보전처분의 이유가 사라진다(2004다53715). 종국판결 전에 본안소송을 취하하거나 취하간주된 경우에는 취하 경위 등에 비추어 보전의사를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를 따로 판단한다(97다47637 판결요지 [2]).
허용되는 경우(본안에서 청구를 바꾼 때)
피보전권리와 본안의 소송물이 엄격히 일치할 필요는 없고, 청구의 기초가 같으면 보전처분의 효력이 본안 청구에 미칠 수 있다(81다1223). 같은 소에서 말소청구에 시효취득 이전등기청구를 예비적으로 추가한 것이 그 적용례다. 단순히 같은 소 안에서 청구를 바꾸었다는 이유만으로 언제나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종국판결 전에 소를 취하한 경우에는, 취하의 경위·동기 등에 비추어 채권자가 보전의사를 포기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 한 보전처분의 효력이 유지된다(대법원 1998. 5. 21. 선고 97다47637 전원합의체 판결).
실무 체크포인트
- 피보전권리를 바꾸려면 같은 본안소송 안에서 청구를 변경한다. 별소를 새로 내고 기존 보전처분을 끌어다 쓰려 하면 취소사유가 된다.
- 본안 패소가 확정되면 곧 보전처분 취소신청이 들어오므로, 채권자 쪽은 새 피보전권리에 기한 보전처분을 따로 신청할지 미리 판단한다.
- 가처분이 집행된 뒤 3년간 본안을 내지 않으면 그 자체가 취소사유다(민사집행법 제288조 제1항 제3호, 민사집행법 제301조 준용 — 기산점은 가처분 명령이 아니라 집행 시점이다). 본안 패소 확정과는 별개의 취소사유다.
관련
- 개념·해설
- 법령
- 판례·선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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