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판력의 작용이란 전소 확정판결의 기판력이 후소에 어떻게 미치는가, 즉 후소가 전소 판단에 구속되는 모습이다. 후소가 전소와 ① 동일관계 ② 선결관계 ③ 모순관계 중 하나에 있을 때 기판력이 작용한다. 이 세 유형과 두 작용방식은 조문에 명시된 것이 아니라 판례·통설이 정리한 작용 형태다.
판례도 기판력이 전소·후소의 소송물이 같거나, 후소가 전소 판단을 선결문제로 삼거나, 전소와 모순관계에 있을 때 작용한다고 정리한다. 반대로 이 세 관계 어디에도 들지 않으면 전소 변론종결 후 승계인이 제기한 후소라도 기판력이 미치지 않는다(2013다53939).
쉽게 말하면 — 앞선 확정판결은 뒤 소송이 그것과 같거나, 그 결론을 전제로 하거나, 정반대일 때 효력을 미칩니다. 그래서 뒤 소송은 앞 판결과 어긋나게 판단할 수 없습니다.
두 가지 작용 — 반복금지와 모순금지
기판력은 소극적·적극적으로 작용한다. 소극적 작용은 반복금지다. 같은 소송물로 다시 소를 내면 법원이 본안 판단 없이 각하한다.
적극적 작용은 모순금지다. 후소를 심리하더라도 법원은 전소 확정판단과 모순되는 판단을 할 수 없다. 전소 판단을 후소의 전제로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동일관계 — 반복금지
전소와 후소의 소송물이 같으면 동일관계다. 같은 청구를 되풀이하는 것이라 후소는 반복금지로 각하된다.
예외로 다시 소를 낼 정당한 이익이 있으면 동일한 청구도 허용된다. 대표적으로 확정판결 채권의 10년 소멸시효 완성이 임박하면 시효중단을 위한 재소의 이익이 인정된다(2018다24349). 이때도 후소 법원은 전소 판결 내용에 저촉되는 판단을 할 수 없고, 전소 변론종결 뒤에 생긴 변제·상계·면제·소멸시효 완성 같은 사유만 심리할 수 있다(같은 판결).
이미 확정된 것과 똑같은 청구를 다시 내면 재판조차 받지 못하고 각하됩니다. 단, 소멸시효를 끊기 위한 재소처럼 정당한 이유가 있을 때만 예외로 허용됩니다.
선결관계 — 모순금지
전소 판단이 후소 청구의 선결문제가 되면 선결관계다. 소유권확인 판결이 확정된 뒤 그 소유권에 기한 인도청구를 하면, 후소 법원은 소유권 존부를 다시 판단하지 않고 전소대로 전제한다.
이때 후소 자체는 소송물이 달라 각하되지 않는다. 다만 선결인 권리관계는 전소 판단에 구속되어 모순되게 판단할 수 없다.
판례형 예시로 배당이의의 소가 있다. 배당이의의 소에서 배당수령권의 존부가 확정되면, 뒤에 그 배당액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하라는 소송에서 배당수령권 존부가 선결문제가 된다. 그래서 후소 당사자는 전소 배당이의 판결과 다른 주장을 할 수 없고, 법원도 다르게 판단할 수 없다(99다3501). 마찬가지로 배당이의의 소 당사자 사이에 채권 존부를 확정한 전소 판결이 있으면 그 기판력이 배당이의의 소에 미친다(2010다42259).
앞 판결의 결론이 뒤 소송의 ‘전제’가 될 때입니다. 이때 뒤 소송은 각하되지 않고 심리하되, 그 전제는 앞 판결대로 따라야 합니다. 예컨대 소유권이 확정된 뒤 그 소유권에 기한 인도청구를 하면, 소유권은 다시 다투지 못합니다.
모순관계 — 모순금지
후소 청구가 전소 판단과 정면으로 모순되면 모순관계다. 원고의 소유권확인 청구가 인용·확정된 뒤 피고가 같은 목적물에 대해 자기 소유권확인을 구하면, 전소 판단과 양립할 수 없다.
이 경우 후소 법원은 전소 판단과 모순되는 판단을 할 수 없으므로 후소 청구를 기각한다.
다만 전소 판결 이유에서 어떤 권리관계가 판단됐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선결·모순관계가 되는 것은 아니다. 기판력은 주문에 포함된 소송물 판단에만 생기고, 판결 이유 중 전제 판단에는 원칙적으로 미치지 않는다(민사소송법 제216조 제1항, 2013다53939). 예컨대 토지 소유권에 기한 가등기말소청구가 기각·확정돼도 그 기판력은 소송물인 가등기말소청구권의 부존재에만 미치고, 토지 소유권 자체나 물권적 청구권의 실체 내용까지 확정·변경하는 것은 아니다(2019다261381).
뒤 청구가 앞 판결과 정반대일 때입니다. 법원은 앞 판결에 어긋나게 판단할 수 없으므로 뒤 청구를 기각합니다. 내 소유로 확정된 물건을 상대가 자기 것이라며 다시 확인을 구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다만 묶이는 것은 판결 ‘주문’의 결론이지, 판결 이유에서 스쳐 간 판단까지 전부는 아닙니다.
기판력이 작용하는 전제 — 세 범위 충족
기판력이 작용하려면 후소가 전소 기판력의 세 범위를 모두 충족해야 한다. 객관적 범위만으로는 부족하다. 즉 ① 후소 당사자가 전소 판결의 효력을 받는 사람이고(기판력의 주관적 범위, 민사소송법 제218조), ② 다투는 대상이 전소 주문에 든 소송물 판단이며(기판력의 객관적 범위, 민사소송법 제216조), ③ 후소 사유가 전소 기준시 전에 존재해 차단되는 사유여야 한다(기판력의 시적 범위, 민사집행법 제44조 제2항). 세 범위 중 하나라도 벗어나면 후소는 기판력에 막히지 않는다.
앞 판결에 묶이려면 세 가지가 모두 맞아야 합니다 — 묶이는 사람인지(주관적), 묶이는 대상인지(객관적), 묶이는 시점의 사유인지(시적)입니다. 하나라도 어긋나면 뒤 소송은 막히지 않습니다.
실무 체크포인트
- 소 제기 전 같은 당사자·같은 청구로 확정판결이 있는지 확인한다. 동일관계면 각하되므로 소 대신 집행으로 간다.
- 시효중단 목적의 재소는 동일 청구라도 허용되나, 전소 판단과 어긋나는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재소 시 청구취지를 시효중단용으로 구성한다.
- 선결·모순관계는 후소가 각하되지 않고 본안에서 전소 판단에 구속되는 형태다. 후소 전략을 짤 때 전소 주문의 판단 범위를 먼저 확정한다(기판력의 객관적 범위).
관련
- 개념·해설
- 법령
- 판례·선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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